무기력한 국감 동행명령 해법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21 15:13:09
  • 호수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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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에 답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현직 검사도 국회의 동행명령에 불응하고,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은 국감 출석 요구를 받지 않기 위해 잠적했다. 미국은 증인의 의회 청문회 출석을 위해 소환장 전달 과정에 연방 보안관을 개입시킨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8일 법무부 등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동행명령을 발부했다. 김 차장검사는 동행명령장 수령을 거부했다. 김 차장검사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법정 허위진술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벌금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도 노 관장의 이혼소송 중 드러난 ‘노태우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같은 날 법사위에 출석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고의로 국회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가 진행됐을 때도 최씨 본인은 물론, 다수의 증인들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자 청문위원들은 서울구치소 내 최씨의 수감동을 직접 방문해 약식으로 대화를 하는 선에서 최씨에 대한 청문을 진행했다.

국회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약식기소 되고,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사람들도 대부분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만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따라서 현직 검사도 국회에 불출석한 후 동행명령에 불응하는 등 “국회에 나가서 망신을 당하느니,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동행명령 제도는 1988년부터 시작됐다. 국회의 증인·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를 거부할 때, 상임위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하면, 국회 사무처 직원이 동행명령장을 들고 직접 당사자를 찾아가 동행을 요구한다. 

하지만 동행명령장에는 체포의 효력이 없는 만큼 강제구인은 불가하다. 대법원도 “동행명령장에 기한 신체의 자유 침해는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문회 소환, 연방 보안관 개입
불출석하면 본회의 의결로 고발

상임위 중심의 청문회는 제19대 국회서 시작됐다. 국회의장 직속 국회 개혁자문위원회가 “미국식 청문회를 참고해서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제안했던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7년 3월17일 발표한 ‘미국 의회 증인출석요구 및 불출석 제재 제도의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개최하는 청문회서 증인으로 선정된 사람들은 대체로 출석 요청에 협조적으로 응한다고 한다. 따라서 소환장을 발부하는 상황은 아주 이례적이다.

미 의회의 청문회 소환장 발부는 위원회별로 위원장과 소수당 간사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특이한 것은 집행 과정이다. 위원회 직원에 의해 집행되는 경우는 우리와 같지만, 연방법원에 집행관으로 주재하는 연방 보안관(U.S Marshals Service)이나 의회 경위가 집행하는 예도 있다.


한국식으로 비유하자면, 의회 소환에 경찰관이 개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환장이 체포영장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나 “소환장을 받고도 불출석하면, 의회 모독죄로 형사고발될 수도 있다”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의회 모독죄의 형량은 100달러 이상 1000달러 이하의 벌금, 1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규정상 처벌 수위는 한국이 더 높다.

하지만 미 의회의 의회 모독죄 고발은 위원회 조사 → 본회의 의결 → 연방검사에 고발 → 검사의 기소 요청 → 판사의 대배심 소집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본회의 의결을 거치기 때문에, 위원회 단위서 고발하는 한국과 무게가 다르다.

영화서도 권위 인정 장면
우리 국회는 호통·망신쇼

증인 대부분은 의회 모독죄 고발 전 출석 요구에 응한다고 한다. 1980년 이후 2014년까지 하원서 의회 모독죄 고발 결의안이 최종 가결된 사례는 8건에 불과하고, 불출석이 이유였던 사안은 4건이었다.

미 의회의 청문회 소환 과정서 특이한 제도는 하나 더 있다. 의회는 연방지방법원에 소환장의 효력을 확인하고 출석명령장을 발부하도록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민사소송을 통해 출석명령의 효력을 확인한 후에도 증인이 불출석하면, 이때는 법정모독죄로도 처벌될 수 있다.

1980년부터 2014년까지 미 상원서 소환장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던 사례는 총 5건이었다. 아울러 의회가 불출석 증인을 직접 구인해서 증언할 때까지 증인을 가둘 수 있는 제도도 있다. 미국서 이를 의회 고유의 권한으로 인정한다. 연방대법원도 이를 합헌으로 인정했다.

국회가 증인의 자발적인 출석을 독려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제도도 있다. 입법조사처가 2010년 3월14일 발표한 ‘미국 의회의 도요타 청문회 개최와 그 시사점’에 따르면, 미 의회는 증인을 배려하기 위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미 의회는 청문회를 시작하기 전에 위원회 소속 직원이 미리 증인을 방문해 증언을 녹취한다. 이로써 증인의 솔직한 대답을 얻을 수 있고, 제3자 모욕 등 부적절한 진술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증인이 수정헌법에 규정된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위원회 전체 2/3의 찬성을 얻으면, “증인이 형사소추되면 의회서 한 증언이나 그 증언으로부터 얻은 정보는 재판서 이용될 수 없다”는 법원의 명령을 얻는 ‘기소면제’ 권리를 부여할 수도 있다.

미 의회는 영화 등 대중 매체서도 그 권위를 인정받는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의회의 청문회가 갈등을 해소할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복잡한 상황에 빠진 등장인물들을 더욱 압박하는 장치로 활용되는 묘사가 더러 등장한다.

반대로 우리 국회의원들의 국감이나 청문회서의 태도는 주로 ▲증인·참고인에 호통치기 ▲망신 주기 ▲튀어 보이기 위한 쇼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지난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서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유명 걸그룹 소속 가수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의원도 목격됐다. 

법원 개입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서도 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규혁씨를 증인으로 출석시켜놓고, 한밤중까지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는 등 증인에게 지나치게 무례했던 사례도 있었다. 국회 출석에 불응하는 증인들에 대한 엄정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의원들도 증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자신의 직무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서로의 숙제가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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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