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먹는 여의도 철새들 막전막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22 09:38:57
  • 호수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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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갈등 풀 수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과거부터 정당을 옮기는 철새들은 많았다. 하지만 계파를 옮기는 철새는 아직 공론화되지 않았다. 대선주자의 부각·몰락에 따라 계파는 형성과 해체를 반복했다. 지나치게 당무에 개입해 계파 갈등을 확산시키는 대통령의 존재도 여전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6일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 20명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서 비공개 만찬을 함께했다. 원외 인사로는 김종혁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이날 회동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진행된 것이라서 친한계의 본격적인 태동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친윤서
친한으로

현재 친한으로 거론되는 정치인 중 김 최고위원·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한때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됐다. 김 최고위원 및 신 부총장은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윤 대통령의 편에 서서 이 대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점화된 이후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친한 입장에 섰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내 정가에선 정치인의 정당 이동을 유난히 민감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수(13회)의 당적 이동 전력을 가진 ‘피닉제(피닉스+이인제)’로 불렸던 이인제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매우 높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대결 구도가 굳어지면서, 이제는 정당 이동보다는 계파 이동을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이동이든 계파 이동이든, 유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과 명분이 필요하다. 

정치사에는 늘 당쟁이 있었다. 특히 조선 당쟁에서는 거대 정당이 분열되는 흐름도 흔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역사 속 당쟁에는 정책의 차이·인적 구성의 차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중국에선 환관 정치에 대한 견해 차이로 후한 말 청류파·탁류파의 갈등이 있었고, 북송 시절 왕안석의 신법을 놓고 신법당과 구법당의 갈등이 있었다.

조선에서는 각각 이황·이이라는 양대 유학자를 따르는 제자들이 학문적 계보 차이로 당쟁을 이어갔다. 계파 갈등으로 인해 분당하더라도, 상대 정당 혹은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한 분당이 대부분이었다.

현대 한국 정치는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보다는 대권주자에 대한 줄서기 차원서 계파 갈등이 진행된다. 최소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갈등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발탁 혹은 구 민정계 등 인적 구성의 차이라는 명분은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엔 오로지 두 사람만이 존재하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에 대한 줄서기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기 어렵다. 한 대표는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논란 ▲황상무 시민사회비서관 거취 ▲의대 정원 확대 ▲해외직구 규제 ▲특검법 등 김 여사 관련 논란 등 각론에서는 윤 대통령과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의 근본적인 정책 및 정치관 등 총론에선 차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위의 견해 차이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산발적으로 제시한 것에 불과했다.

지난 16일 재보궐선거서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구청장·인천 강화군수를 수성했다. 한 대표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당시 한 대표가 유세 현장서도 ‘정부 쇄신론’을 강조했던 만큼 윤 대통령과의 충돌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통령 지나치게 당무 개입해 갈등 확산
복수 교섭단체로 파벌 견제하는 일 정당

국내 정치보다 당내 계파 갈등이 더욱 극심한 곳은 옆나라 일본이다. 일본 정치는 회파 간 밀실 합의가 없으면 정국을 이끌어갈 수 없을 정도로 계파 갈등이 구조화돼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등 자민당 의원 120여명이 모인 중의원 개혁실현회의가 2018년 6월 제안했던 개혁 제안에는 “국회 개혁을 본 회의서 계속적·주체적으로 논의하며 의원운영위원회, 국회 개혁소위원회의 논의 활성화 및 각 당·각 회파의 논의 심화를 기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여기엔 ‘회파의 존재는 일상적’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는 한 정당 안에 복수의 교섭단체가 공존하는 제도로부터 비롯된다. 국내 언론서도 곧잘 언급되는 자민당 내 ▲세이와정책연구회 ▲헤이세이연구회 ▲지공회 ▲굉지회 등 회파는 모두 독자적인 교섭단체들이었다. 

일본의 정치 구도는 다이묘(大名)의 지방(藩) 통치가 오랫동안 공고했고, 막부 붕괴 및 유신체제 성립 과정서 조슈·사쓰마·도사 등 토막파(討幕派)를 구성한 번의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막부 세력을 멸망시킨 보신전쟁도 조슈·사쓰마·도사 번이 승리를 주도했다.

하지만 번의 갈등을 조율할 세력은 없었기 때문에, 조슈와 사쓰마의 주도권 다툼은 구 일본군으로 이어졌다. 육군은 조슈 번이 주도했고, 해군은 사쓰마 번이 주도했다. 육군과 해군은 서로를 다른 나라의 군대로 인식했다. 

자민당은 1955년 일본민주당·자유당 등의 합당으로 창당됐다. 당시 제1야당 일본사회당이 선전하자, 이에 불안을 느낀 일본민주당이 제2야당 자유당 및 군소 정당들과 합당한 결과물이 자유민주당이었다. 국내 정치서 3당 합당 후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던 과정과 비슷하다. 

일본에선 이를 ‘55년 체제’라고 하고, 이후 시작된 자민당의 독주는 ‘자민 막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55년 체제는 1993년 8월 자민당의 중의원 과반 확보 실패 후 7개의 야당이 연립정권을 만들어 호소카와 내각을 출범시킬 때까지 38년 동안 이어졌다.

이렇듯 자민당은 다수의 당이 합당해 정권을 유지했기 때문에 회파의 존재를 부인하기 어렵다. 

일본은
더 심해

자민당 내 회파는 크게 보수본류(保守本流)와 보수방류(保守傍流)라는 틀로 구분할 수 있다. 보수본류는 ▲평화헌법 개헌 반대 ▲경제 중시 ▲케인즈주의 ▲자유무역 ▲미일동맹 중시 등 지향점을 가진 온건보수 성향이다. 보수방류는 ▲평화헌법 개헌 찬성 ▲역사수정주의 ▲자주외교 등 노선을 견지하는 강경 보수라고 할 수 있다. 

인적 구성 과정에도 차이가 있어 보수본류는 관료 출신들이 많고, 보수방류의 뿌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직서 추방됐다가 1951년 공직추방령 해제 이후 정계에 복귀한 정치인들이다. 1990년대부터 세를 잃었던 중도파는 혁신을 중시했던 제3세력이었지만, 대부분 자민당을 이탈했다.

남은 세력은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이끄는 파벌 지공회에 소속돼있다. 


보수본류와 보수방류가 크게 충돌했던 시기는 1970~1980년대였다. 보수본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와 보수방류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당총재·총리 자리를 놓고 약 10년 동안 대결했던 시기였다. 이들의 대결을 놓고, 일본에선 그들의 이름에서 각(角)과 복(福)을 가져와 ‘각복전쟁’이라고 불렀다.

둘의 대결에는 모략·금전거래·경선 부정 등 다양한 꼼수가 있었지만, 경제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도 있었다. 다나카 전 총리는 토건 중심의 확장 재정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했고, 후쿠다 전 총리는 내수경제 활성화와 대만과의 친교 유지를 중시했다.

자민당은 태생부터 한국 정치가 선호하는 빅텐트 정당이었다. 다양한 회파가 공공연하게 이합집산하고, 과거 한국 정치에 있었던 당 총재의 절대적인 위상도 없다. 대체로 총재 취임이 곧 총리 취임이기 때문에, 당 총재는 회파 간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기류가 강하다.

일본식 파벌 정치는 이합집산과 밀실 합의로 정치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유권자의 의사가 무시되는 경향이 짙다는 단점이 두드러진다. 

반대로 회파 간 견제가 활성화돼있어 특정인의 폭주를 견제할 수 있다. 아울러 회파 대부분은 겉으로라도 정책연구회를 표방하면서 각자의 정책을 제시한다. 그래서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달라져도 국민에게는 정권교체와 비슷한 체감을 준다. 근본적으로 각각의 회파가 독자적인 교섭단체로 등록돼있어 가능한 현상이다.

자민당이 회파의 이합집산과 밀실 합의에 의존하는 정치를 수십년 넘게 이어가면서, 일본 정치에서는 정·관·재계가 지나치게 야합하는 부작용이 구조화됐다. 일본의 정치인이 정계에 진출하는 과정의 표준은 명문대 졸업 → 3년 내외의 대기업 혹은 공무원 근무 → 현역 의원인 아버지의 비서로 정계 입문 → 아버지의 지역구 세습이다.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으면서 지역 조직·자금·지명도까지 함께 물려받는 셈이다. 

전형적인 
정관 밀착

지난 16일 <산케이신문>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오는 27일 예정된 제50회 일본 중의원 선거의 전체 출마자 1344명 중 136명(10.1%)이, 이들 중 자민당 전체 출마자 342명 중 97명이 세습 정치인이다. 여기에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선거대책위원장도 포함된다. 고이즈미 위원장은 2008년 9월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로부터 후계자로 지목돼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려준 고이즈미 전 총리였지만, 그의 정치 인생서 가장 유명한 것은 파벌 부수기 시도였다. 그는 모리 요시로 당시 총리의 지지율 추락과 참의원 선거 패배 상황서 돌풍을 일으켜 총재에 당선됐다. 총리 취임 이후 일본 정계에 투하했던 가장 큰 폭탄은 우정 민영화였다. 

일본의 우정공사는 우정성이 기업화돼 설립됐지만, 직원들은 모두 국가공무원이었다. 기업의 직원이 모두 국가공무원으로 구성된 기이한 형태는 전·현직 우체국장들의 모임과 우정노동조합이 각각 자민당과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이었던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게다가 우정공사가 관리하는 우편저금 잔고는 2007년 기준 약 182조엔이었다. 이 자금은 대장성에 위탁해 운용됐고, 대장성이 우편저금에 적용하는 금리는 시중금리보다 높았다. 전형적인 정·관의 밀착이었다. 

우정 민영화를 시도하는 법안은 2005년 8월 중의원을 통과했지만, 참의원서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지면서 부결된다.

그러자 고이즈미 총리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면서 중의원을 해산하고, 차기 총선을 ‘우정 민영화 총선’이라고 명명하는 등 승부수를 던진다. 이어 중진 의원 40명의 공천을 배제했고, 유명 여배우·아나운서 등 정치 신인을 대거 발탁해 그들의 지역구에 공천했다. 이것이 ‘고이즈미의 자객 공천’이었다. 

공천이 배제된 중진들은 신당 창당으로 맞대응했지만, 유권자들은 고이즈미의 손을 들어줬다.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은 2005년 9월 진행된 제44회 중의원 선거서 전체 480석 중 327석(68.1%)을 얻는 대승을 거둔다. ‘우정 민영화’라는 정책 이슈를 과감하게 투하한 후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선명성을 얻은 결과물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6년 4월 29.2%였던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20% 이하로 낮췄다. 이는 고리대금업을 광범위하게 영위하는 야쿠자에겐 큰 타격이었다. 야쿠자의 돈줄을 옥죄는 것도 파벌 부수기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었다. 고리대금업은 정·관계 모두 손을 대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 역시 밀착이었다.

파벌 부수기 골몰한 고이즈미…결말은?
정작 초선은 ‘고이즈미파’ 가입 원해

이 외에도 고이즈미 총리는 ▲금융기관에 대한 재무성의 낙하산 인사 파견 금지 ▲공제연금(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국민연금)의 통합 ▲공영방송 NHK 개혁 등 회파의 인적·물적 자산이 될 수 있는 줄기를 그때그때 잘랐다.

강한 지도력을 가진 1명에 의한 정당 운영 및 통치는 과거 한국 정치서 흔히 보던 양상이었다. 일본은 반대로 회파의 밀실 담합에 관계와 재계까지 연결돼 부정부패를 양산하고 있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대중정치 재능을 한국식 정치 기법과 결합해 일본에 충격을 준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방법은 오로지 그만이 소화할 수 있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제44대 중의원 선거서 당선된 초선 의원 83명에게 ‘회파 입회 금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런데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초선 의원들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소속 파벌이었던 모리파(세이와정책연구회의 당시 별칭) 입회를 원하는 기류가 강했다. 

이는 일본 정치인에게 회파가 갖는 의미를 상징한다. 경제희 고마자와대 강사의 2019년 논문 ‘아베의 장기 집권과 자민당의 파벌 구도’에 따르면, 회파는 정치인에게 ▲각종 정보와 연수 기회 제공 ▲금전적·물리적·인적 지원 등을 제공 ▲의원들은 파벌 주요 인물에게 총재 선거 출마 보조 ▲총재 선거 당선을 위한 지지 활동 등을 진행한다.

일본에서는 이 관계를 클라이엔텔리즘(Clientelism)이라고 한다. 고대 로마서 유력 정치인과 신참 원로원 의원이 각각 파트로누스(Patronus)·클리엔스(Cliens) 관계를 맺었던 것과 비슷하다.

일본의 회파 정치는 2024년에 이르러 거의 해산되고 있다. 정치자금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등 규모를 축소하다가 대거 적발된 스캔들이 2022년 11월부터 불거졌기 때문이다. 세이와정책연구회·지수회·굉지회 등 주요 회파가 연이어 해산을 선언했고, 이시바 총리의 회파 수월회도 ‘당내 의원 그룹’으로만 남기로 했다.

현재 남은 회파는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지공회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의 헤이세이연구회 밖에 없다. 하지만 이 회파들이 완전하게 해산됐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회파 정치는 그만큼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조선의 당쟁과 현대 정치의 공통점은 ‘자리’로부터 비롯됐다. 조선의 동서 분당은 간관 인사권을 가지고 있던 이조전랑 자리를 놓고 시작됐고, 현대 정치의 계파 갈등은 대부분 공천 문제로부터 불거진다. 옛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계파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은 공천 학살을 주고받았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박용진 전 의원 1명의 공천을 주지 않기 위해, 후보 3명을 연이어 내보냈다. 

총재 1인이 견고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정당은 3김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정계서 은퇴하면서 사라졌다. 이와 가장 비슷한 정치를 했던 고이즈미 전 총리의 파벌 부수기도 고이즈미 전 총리의 퇴임 이후 흐지부지됐다. 

끝나지 않는
자리 싸움

하지만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정치면을 떠들썩하게 장식하는 당무 개입을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당 대표들과 수시로 충돌하고 있다.

우리 국회법은 단일 교섭단체를 규정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계파는 공식화되지 않는다. 공식화되지 않는 틈을 파고드는 일부 정치인이 있고, 당에 3김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하는 대통령도 있다. 일본의 복수 교섭단체 제도·흐지부지 소멸한 고이즈미식 파벌 부수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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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이른바 ‘MC몽 불륜설’ 제보자인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공직자들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과 식사를 접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 회장은 가수 겸 배우 김민종과 함께 지난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당시 원 전 장관과 10여명의 공무원들에게 고가의 식사와 크리스탈 로제 샴페인 등을 제공했다는 관계자 증언이 나오고 있다. 당시 공무원들은 김영란법 위반을 피하려는 듯 일부 소액을 카드로 결제해 ‘개인 결제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 동원됐다는 정황도 전해진다. 이 접대 자리에는 배우 김민종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송도 ‘K-팝 시티’ 사업과 직결되는 주요 고리로 지목된다. 원희룡 유착관계 부적절한 만남의 시작은 메타버스 기반 K-팝 콘텐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했던 차준영, 김민종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K-팝 시티 구상이었다. SM·JYP·FNC 등 대형 기획사가 참여했던 초기 계획은 공연시설 없이도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를 K-팝 무대로 활용하는 첨단 콘텐츠 사업이었다. 그러나 2022년 9월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부임한 이후 사업 방향은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023년 1월과 2월 두 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직후, 송도 8공구 R2 블록에 오피스텔을 건설해 개발수익을 활용하겠다는 ‘개발 중심’의 K-팝 시티 구상이 내부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메타버스 콘텐츠 계획은 사실상 사라지고, 김진용 취임 이후 곧바로 개발사업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2023년 1월 출장 당시 김진용 청장은 라스베거스 CES 2023 등에서 차준영을 직접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그해 2월 출장 또한 “차준영을 다시 만나기 위해 급히 잡은 일정”이라는 증언이 나온다. 당시 차준영이 접대한 자리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는 다수의 증언도 나왔다. 차준영이 접대에서 제공한 크리스탈 로제 샴페인의 소비자가는 약 160만원으로,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선 1병당 5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원 전 장관에게 직접 접대 의혹에 관해 질문했지만,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원 전 장관은 2023년 1월6일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3에 참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은 국토부 내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 자동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함께 CES 2023에 참석했다. 관계자는 “김진용 청장은 1월 출장 내내 이들과 동행했고 2월 출장에서도 이틀간 연속으로 만나 협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월 인천시의회 출석을 하루 전 급하게 불출석 처리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점도 의혹을 키웠다. 이후 2023년 4월 인천경제청에 제출된 K-팝 시티 제안서는 김진용 청장이 7월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구상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내부에서는 “차준영 라인이 실질적으로 참여해 만든 제안서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제안서 검토 회의에는 차준영 측이 직접 참여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결국 제안서는 정책현안조정회의에서 과반 반대로 부결됐지만, 형성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회사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같은 해 10월26일 김민종 KC컨텐츠 공동대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8공구 R2·B1·B2블록(총 21만㎡)에 건설을 추진했다가 KC컨텐츠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백지화 결정된 'K팝 콘텐츠 시티' 사업과 관련해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조카 불륜설 제보한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 목적은 지분 탈취? MC몽 겁박한 정황 포착 의혹을 제기한 정 의원에 따르면, 김민종은 2023년 7월18일 KC컨텐츠의 사내이사로 들어온 뒤 바로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약 일주일 뒤인 26일 KC컨텐츠는 인천경제청에 총사업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K-콘텐츠 시티’ 사업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인천경제청장이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해당 장소에서 김민종과 차준영, 이수만 전 SM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져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국내에 KC컨텐츠라는 회사가 설립됐는데 이 회사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김 대표(김민종)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경제청장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뒤 KC컨텐츠가 설립됐고, 김 대표가 KC컨텐츠의 대표가 됐으며, 이 사업 주체가 KC컨텐츠로 바뀌었다”며 “사업 부지도 1만5000평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사업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다가 특혜 논란이 불거지니 백지화됐다. 사업이 지연돼 주민들이 어려워졌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민종은 “어떤 것에 대한 사과를 드려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다른 지자체에서 이 프로젝트를 우리 지역에서 하자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제가 아직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SM엔터테인먼트, JYP, FNC,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 기업 유치를 내가 직접 뛰어다니며 받아왔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제 이 사업을 원하는 다른 지자체로 가자고 얘기하지만 아직은 내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민종은 2023년 국감에서 “사과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김진용의 미국 출장-차준영 접대-사업 구상 변화-KC컨텐츠 등장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KC컨텐츠는 차준영 라인의 확장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준영 접대 의혹은 과거 원 전 장관이 업무추진비를 비정상 집행했다는 의혹과 결합되며 더욱 파문을 키우고 있다. 당시 식사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 접대에서도 원 전 장관과 동행한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접대를 받지 않은 것처럼 카드로 소액을 결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원 전 장관이 제주도지사 재직 시절 고급 오마카세 식당과 호텔에서의 식사비가 1인당 6만2만원만 카드로 결제해 ‘개인적으로 부담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정황과 똑같은 패턴이다. 라스베이거스 업무추진비? K-팝 시티의 방향 전환, 미국 출장의 기묘한 일정, 제출된 제안서의 동일성, KC컨텐츠의 돌연 등장, 고급 만찬 접대 의혹까지 모두 차준영이 중심에 자리한다. 송도 개발 방향이 콘텐츠에서 부동산개발로 바뀌기 시작한 시기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루어진 접대의 타이밍은 공교롭게 맞물린다. 송도 8공구 R2 블록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다이닝에서 일어난 ‘보이지 않는 협업’의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차준영은 가수 MC몽과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의 불륜 의혹을 언론사 <더팩트>에 지난해 12월 제보했다. 그는 조카인 차가원 회장의 불륜 의혹을 제기하기 전,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MC몽으로부터 빼앗으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실상 조카의 회사를 빼앗기 위해 불륜설을 제기한 셈이다. 차 회장이 운영하는 원헌드레드는 지난해 12월24일 공식입장을 통해 “(MC몽과 차가원 회장과 관련) 사실 확인 결과 기사 내용과 카톡 대화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라고 밝히고 “이는 MC몽이 차가원 회장의 친인척인 차준영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조작해서 보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차준영은 빅플래닛메이드의 경영권을 뺏기 위해 MC몽에게 강제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게 협박했으며 이 과정에서 MC몽의 조작된 카톡이 전달된 것”이라며 “이 카톡 내용을 차준영이 기사를 보도한 매체에 전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헌드레드는 “MC몽은 보도를 확인한 후 회사 측에 미안하다고 연락했고, 당사는 차준영 씨와 최초 보도한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아티스트와 경영진을 향한 악의적인 모함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선처 없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며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와 비방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MC몽은 이날 장문의 글을 통해 차가원 회장 등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6월30일 회사를 가로채려는 차가원 작은 아버지에게 제가 조작해서 보내 문자”라며 “첫번째는 차가원 삼촌이 저애게 2대 주주를 유지시켜줄 테니 함께 뺏어보자며 보낸 가짜 서류고, 저에게 지분을 넘기자고 한 주주명부와 주식양도 매매 계약서, 자필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자신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범죄자와 손을 잡았고 저희 카톡에도 없는 문자를 짜깁기가 아니라 새롭게 만들었다. 저희 집에 와서 물건을 던지고 뺨을 때리고 건달처럼 협박하며 만들어진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고 전 회사를 차가원 회장으로써 지키고 싶은 마음로 떠난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그 근처 무리에 매니저가 제 카톡에도 없는 문자, 그리고 제가 방어하기 위해 속이기 위해 만든 문자들은 다시 재해석하고 그 문자를 또 짜깁기해서 기사화시켰다”며 “다시 맹세코 그런 부적절한 관계을 맺은 적도 없으며 전 그 사람 가족 같은 지금도 120억 소송 관계가 아니라 당연히 채무를 이행할 관계다. 그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MC몽은 “비피엠과 원헌드레드를 지켜내고 싶었다. 저란 이미지가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차가원 친구인 관계를 제가 조작하고 절 협박하고 자기 조카에 회사를 뺏으려는 자에게서 지켜내고 싶었다”며 “모든 카톡이 조작인데 제가 뭐가 두렵겠습니까? 전 매일 매일 왜이렇게 잡음이 많은 걸까요? 전 그래서 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뒤에선 공직자 접촉으로 업력 쌓아 이수만-김민종 동원된 화려한 작전 앞서 지난 12월18일 <더팩트>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은 원헌드레드를 공동 설립한 MC몽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 법적 절차를 진행해 지난달 무려 120억원에 달하는 액수의 지급명령 결정을 받았다. 채무자인 MC몽이 법정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해당 지급명령은 확정됐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차 회장이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처음 제기한 것이 지난 6월이다. 이 시기는 MC몽의 업무 배제됐던 시점과 겹친다. 당시 원헌드레드는 “MC몽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현재 회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업무에서 배제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편, 차준영은 언론사와 경찰을 동원해 차가원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복수의 증언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차준영 회장은 조카 차가원 회장의 흠집내기 제보를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 당국에 하고 있지만, 수사가 어려운 집안싸움 내용”이라며 “차준영은 언론사 <더팩트>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현재 차준영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친형 차대영의 금융계좌를 활용해 30억원대의 분양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행사 대표인 차준영과 A 신탁 직원이 공모해 계약 명의자 차대영의 동의 없이 금융계좌를 도용한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의 아버지인 차대영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친동생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에테르노압구정은 현재 건설 중인 고급 공동주택으로 축구선수 손흥민이 분양 받아 유명세를 탔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차대영은 “동생 차준영이 2024년 10월초 본인명의의 금융계좌가 압류돼 사용할 수 없어 생활비 통장으로 쓰겠다며 내 명의의 모 은행 계좌를 빌려갔다”며 “생활비 통장으로 사용한다는 것과 달리 해당 통장을 이용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계약서를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넥스플랜과 A 신탁 직원들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씨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 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언론사 동원 경찰 제보 이번 사건과 관련해 A 신탁 관계자는 “신탁사는 일체의 공모, 방조 및 해당 범죄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 진행시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넥스플랜 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