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마을을 찾아 ③해남 해창주조장

막걸리에 관한 명품적 사고

해남 여행은 가을이 좋다. 들녘은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한반도 땅끝은 단풍으로 물든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말을 실감한다. 그럴수록 생각나는 해남의 가을 여행지 한 곳이 있다. 전통주 막걸리로 소문난 해창주조장이다. 막걸리에 제철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천고마비의 계절에는 왠지 모르게 그 달큰한 맛이 간절하다. 그러니 해창주조장의 고두밥 짓는 냄새는 가을이 익어가는 여정의 일부일 테다.

해창주조장은 1927년 일본인 시바타 히코헤이가 문을 열었다. 미곡 창고를 짓고 주조장을 운영했다. 삼산천을 따라 바다 건너 일본까지 뱃길이 열리던 시절이다. 광복 후에는 삼호초등학교 설립자 장남문씨가, 그 이후에는 다시 황의권씨가 맡아 약 30년 가까이 운영했다.

해창주조장의 변신

현재는 오병인씨가 주조장의 명맥을 잇고 있다. 여행을 좋아해 국내 곳곳을 다니다 해창주조장을 알았고 막걸리 맛에 반했다. 서울까지 배달해 먹을 만큼 골수 단골이었다. 2007년 이전 주인 황의권씨의 제안으로 인수했다.

오병인씨가 맡으면서 해창주조장은 변신했다. 그는 주조의 대가를 찾아다니며 막걸리 제조법을 배웠다. 지금은 고가의 명품 막걸리로 유명하다. 해창막걸리는 시중 막걸리와 달리 9°, 12° 등이 대표 상품이다. 발효시간이 길고 추가적인 공정이 들어가 가격 또한 각각 8000원, 1만2000원에 이른다.

얼마 전 추석 명절에는 18° 막걸리가 인기였다. 해창 18°는 설과 추석 그리고 가정의 달(5월 전후), 연말(12월)에만 한정 판매한다. 양조장 출하가격이 11만원(시중 약 13만5000원)이지만 선물용으로 인기다. 지난 2022년 출시했던 ‘해창아폴로’는 가격이 무려 110만원이었다.


도예가가 빚은 막걸리병에 24k 금 한 돈으로 ‘해창’ 글씨를 새긴 상품이었다. 발효만 90일이 걸렸다. 

전통주는 발효 단계(한 번만 담가 완성하는 단양주부터 첫 발효로 만든 밑술에 다음 단계로 덧술 과정을 추가하면서 그 횟수에 따라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등으로 구분)가 많을수록 고급술로 평가하는데 해창 9°와 12°는 삼양주고 18°는 사양주다.

이에 관한 오 대표의 철학은 확고하다. 보통 와인은 1만~2만원이면 저가인데 막걸리는 1만~2만원이면 고가라 여긴다. 왜 우리 막걸리는 와인처럼 팔 수 없는 것일까? 그가 명품 막걸리를 세상에 내놓은 이유다. 우리 술에도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창주조장의 막걸리는 그 맛을 빚는 재료 또한 남다르다. 해남서 재배한 유기농 찹쌀에 멥쌀을 일부 섞어 만든다. 찹쌀과 멥쌀의 비율은 8:2. 특히 찹쌀은 오 대표가 오랜 연구 끝에 찾은 답이다. 본연의 은은한 단맛이 있어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감칠맛이 난다.

그 맛은 애주가들이 먼저 알아챘다. <식객>의 허영만 만화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해창막걸리의 팬이다. 특히 정용진 회장은 자신의 SNS에 ‘인생막걸리’라고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해창주조장의 매력은 또 있다. 공간의 요소들이 주조장의 역사를 대변한다. 주조장 내에는 일본식 가옥의 외형을 간직한 살림집과 정원이 반긴다. 살림집 뒤편 정원은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둘러 볼 수 있다. 40여종의 수목이 약 2500여㎡의 정원을 가득 채우는데 작은 우주다.

우리 술의 값어치를 새롭게
대표의 확고한 막걸리 철학


가장 오랜 배롱나무는 수령이 무려 약 700년에 달한다. 만개하는 시절은 정원만으로도 일부러 찾을 이유가 된다. 여름 지나 가을에 다다라서는 단풍나무나 벚나무 등이 울긋불긋 가을빛을 내민다. 정원의 연못가서 막걸릿잔을 기울이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다. 물론 운전대를 잡았다면 참았다가 집으로 돌아가 맛볼 일이다.

입구 마당의 롤스로이스 차량도 눈여겨볼 일이다. 오 대표의 자가용으로 서울 등을 오갈 때 종종 타는 차다. 명품 막걸리에 대한 오 대표의 고집과 집념을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인데 그래서 해창 18°의 이름이 한때는 ‘해창 롤스로이스’였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지만, 라벨에는 허영만 만화가가 그린 롤스로이스 그림이 자부심처럼 남아 있다. 지난달에는 해창 10°플러스를 새로이 출시했다. 막걸리를 잇는 증류주도 한창 연구 중이다. 해창막걸리는 일부 온라인몰이나 대형마트 외에 해창주조장 현장서도 구매할 수 있다. 

해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고산 윤선도다. 그는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문인이자 문신이다. 그러므로 해남 여행서 한 번은 들러야 할 곳이 고산윤선도유적지다. 덕음산 남서쪽 기슭에 녹우당을 중심으로 고산사당, 어초은사당, 백련지 등이 자리하는데 풍수지리상으로 해남서 손꼽는 명당이다.

녹우당 입구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문지기처럼 버티고 서 있고 뒤편으로는 400여그루의 비자림이 울창하다. 비자림은 녹우당(綠雨堂) 당호의 기원이기도 하다. 바람이 흔들리는 비자림의 웅성거림이 마치 빗소리 같다 해 붙은 이름이다.

다만 녹우당이 보수 공사 중이라 내부를 볼 수 없다. 아쉬움은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서 달랜다. 지상의 전통한옥과 아트리움, 지하전시관으로 이뤄진 건물은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2011년)을 받은 바 있다.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초상화인 윤두서 자화상(국보) 등을 전시 중이다.

해남의 가을은 축제와 같이 즐겨도 좋겠다. 10월에는 우수영관광지에서 명량대첩축제가 열린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기리는 축제로 이례적으로 해남과 진도군이 공동 개최한다. 우수영관광지는 명량대첩기념공원과 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 명량해상케이블카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가볍게 강강술래길을 걸으며 울돌목의 회오리치는 급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날의 격전이 떠오르는 듯하다. 명량대첩축제는 10월18~20일까지 열린다. 

11월1일부터 사흘간은 두륜산도립공원 등에서 해남 미남(味南)축제가 열린다. 미남축제는 해남의 제철을 혀끝으로 느껴볼 수 있는 축제다. 해남 특산물 고구마를 맛볼 수 있는 고구마체험존 등이 눈길을 끈다. 축제장 주무대는 두륜산도립공원 잔디구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두륜산케이블카가 나온다.

해남 축제

두륜산케이블카는 두륜산 고계봉 입구까지 편도 약 8분 정도가 소요된다. 고계봉은 등산로가 없다. 상부 정류장서 고계봉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고계봉 전망대에서는 목포, 강진, 완도 등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짧은 수고가 민망할 정도로 황홀하다. 맑은 날에는 제주도 한라산이 보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해창주조장→고산윤선도유적지→두륜산케이블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해창주조장→고산윤선도유적지→두륜산케이블카
-둘째 날 대흥사→고천암철새도래지→우수영관광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해창주조장 https://haechangjujo.modoo.at
-땅끝해남 https://www.haenam.go.kr/tour
-고산윤선도유적지 https://gosan.haenam.go.kr
-두륜산케이블카 www.haenamcablecar.com

운영 정보
해창주조장 운영시간: 09:00~18:00 휴무: 연중 무휴

문의 전화
-해창주조장 061)532-5152
-해남군 관광정책팀 061)530-5852
-고산윤선도유적지 061)530-5548
-우수영관광지 061)530-5541
-두륜산케이블카 061)534-8992

대중교통
버스 서울-해남,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4회(07:00~19:30)운행, 4시간50분 소요. 해남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33, 183, 186, 190, 193, 198, 205, 393 농어촌버스 이용. 해창 정류장 하차. 도보 233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해남교통 061)533-8826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강진무위사IC→금강로→공룡대로→땅끝대로→해창주조장


숙박 정보
-설아다원: 해남군 북일면 삼성길, 061)533-3083, www.seoladawon.co.kr
-한국관광 품질인증, 해남민박 거목장: 해남군 삼산면 민박촌길, 061)535-1456, http://hminbak.com
-한국관광 품질인증 남도호텔: 해남군 해남읍 영빈로, 061)535-9595, www.namdohotel.com

식당 정보
-천일식당(떡갈비정식): 해남군 해남읍 읍내길, 061)535-1001
-우리기사식당(돌게장정식): 해남군 산이면 관광레저로, 061)537-2003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피낭시에): 해남군 읍내길, 061)537-6262

주변 볼거리
미황사, 땅끝모노레일, 땅끝전망대, 달마고도, 해남공룡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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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