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압박 ‘가족 리스크’ 막전막후

야 분위기 좋은데 ‘찬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국정감사가 전·현직 대통령의 가족 문제로 얼룩지는 모양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과 딸, 전 사위 등의 문제로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서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끝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2022년 3월30일 조계종 ‘중봉 성파대종사’ 추대법회에서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말과 다른
퇴임 행보

문 전 대통령의 바람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이뤄지지 못했다. 퇴임 한 달여 만인 2022년 6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책을 추천하는 등 ‘SNS 정치’를 시작했다. 또 지난해 초에는 퇴임 후 머무르고 있는 평산마을 인근에 ‘평산책방’을 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작은 시골 마을의 동네책방’으로 소개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문파(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의 사랑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 전 대통령이 올리는 SNS 글은 대체적으로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문정부의 정책은 제동이 걸리거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인 예가 대북정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윤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책을 추천하면서 적은 코멘트에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담는 식이다. 지난해 7월 문 전 대통령은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펴낸 책 <평화의 힘>을 소개하면서 “아직도 냉전적 사고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윤석열정부와 보수세력의 대북정책 기조를 겨냥하는 듯한 내용의 SNS를 업로드했다.

직접 목소리를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전남 목포서 열린 ‘전남평화회의’ 기조연설서 “(윤석열정부가)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후보들을 만나 유세를 돕는 등 적극적으로 정국에 개입했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일대를 돌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진행한 것이다. 사전투표를 하면서도 “현 정부를 정신 차리게 해야 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지자 결집용 메시지를 냈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여권은 물론 야권 일부서도 비판이 나왔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유세를 지원한 부울경 후보 가운데 대다수가 낙선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 이른바 ‘개딸’ 사이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문 전 대통령의 ‘자의’에 의한 등판이었다. 

딸, 부인, 전 사위까지 ‘첩첩산중’
국힘, 김건희 맞불 문 일가 정조준

최근 문 전 대통령이 ‘타의’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일가가 거대한 논란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다. 검찰은 전 사위 사건을 배경으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수사를 진행 중이고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 딸 문다혜씨와 부인 김정숙 여사 관련 논란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때 ‘유쾌한 정숙씨’로 불리며 문정부서 높은 인기를 자랑했던 김정숙 여사는 현재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특활비 유용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야권의 김건희 여사 공격에 맞불을 놓고 있다.


한때 특혜 채용 의혹으로 정치권을 달궜던 아들 문준용씨만 상대적으로 잠잠한 상황이다.

지난 5일 문다혜씨가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면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은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의 당사자로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윤창호씨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서 나온 발언이었다. 

다혜씨의 음주 운전으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빛이 바랬다. 국민의힘은 당시 발언을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음주 운전 전후 다혜씨의 행적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여권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음주 운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엄격한 상황서 전직 대통령의 딸이 면허취소 수준으로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았다는 사실이 공분을 사고있는 것이다. 

여기에 다혜씨의 디자인비 과도 수령 의혹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해당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쓴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한 출판사가 문다혜씨에게 디자인 값으로 2억5000만원을 지불했다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등판
끌려 나오나?

그러면서 세금 문제를 거론했다.

신 의원은 “자식에게 증여나 상속할 때 세금 문제가 굉장히 엄격하다”며 “제가 예를 들어 책을 적당히 써서 아들에게 디자인을 맡기고 2억5000만원을 출판사에서 지불하도록 한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까지 디자인 값을 책정하는 것이 불법 증여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없는지 문체부서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해당 의혹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비쳤다. 유 장관은 “전문 디자이너를 썼다면 여러 가지를 따져 가격을 책정했겠지만 딸이니까 충분히 디자인료를 책정한 것 아닌가 한다”며 “실제로 전문 디자이너도 그 정도로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출판의 자유 등이 관련된 문제고 그쪽(출판계)도 나름의 규율이 있어 이제까지(정부가) 관여하기는 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여론화된 만큼 살펴보고 추후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언급됐다. 김정숙 여사가 2018년 인도에 방문한 경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논란은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가 당초 무관중으로 예정됐던 KTV 국악 공연을 관람한 것을 두고 ‘황제 관람’이라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격에 김정숙 여사의 당시 출장을 끄집어내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논란, 논란
거듭된 의혹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순방을 지난 국감에 이어 재차 제기했다. 배 의원은 “당시 영부인이 단독 프레스센터를 운영했다는 얘기를 들어봤나”라며 “문체부가 이를 위해 34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 규정에 정상외교 및 국빈 방한 홍보 지원을 통해서만 프레스센터를 설치할 수 있게 돼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만든 프레스센터를 사용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문체부의 추가 감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당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으로 상당한 외교 성과가 있었다는 점이 이미 알려졌다. 그 후 뉴델리 시내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건립되기도 했다”며 “마치 김(정숙) 여사가 ‘버킷리스트 관광’을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정숙 여사와 다혜씨 논란은 일단 공방전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을 압박하는 진짜 ‘발등의 불’은 따로 있다.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전 사위 특혜 채용 논란이다.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불거졌던 의혹이 최근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검찰 수사는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 전주지검 형사3부는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문정부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서씨와 다혜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 중이다. 

검 수사 강하게 반발 와중에…
정국 주도권 잡았는데 하필…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다. 같은 해 7월 서씨는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태국의 저가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의 전무이사로 채용됐다. 의혹이 불거진 대목은 서씨가 항공업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검찰은 서씨가 임원으로 근무하며 받은 급여 등 2억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8월30일 다혜씨의 서울 주거지와 제주 별장을 압수수색하며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가 취업한 후 문 전 대통령이 다혜씨 가족에게 지원하던 생활비를 끊었다면 문 전 대통령이 경제적 이득을 본 것과 다름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민주당은 집단 행동을 예고하며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문 전 대통령 역시 검찰의 행보에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일가가 언급되는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정숙 여사가 지인을 통해 다혜씨에게 송금한 5000만원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밝힌 2020년 김정숙 여사와 다혜씨 사이에 이뤄진 금전거래 정황을 두고 의문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은 김정숙 여사가 현금 5000만원을 만든 경위부터 특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송금은)문 전 대통령이 재산 신고한 직후지만, 당시 현금을 신고한 적이 없다”며 “현금으로 옷 수천만원어치 산 사건도 있지 않느냐”며 형평성 차원서 김건희 여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특검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은 ‘은행 심부름’ ‘(김정숙 여사가)전화기 송금이 익숙하지 않아 잘 못한다더라’ 등의 발언으로 비호에 나섰다. 항간에 제기되는 돈세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비호
검찰 뚫을까

검찰은 다혜씨의 휴대폰을 포렌식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대통령 친인척 감찰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신모씨가 모든 진술을 거부하는 등 가야 할 길이 먼 상태다. 신씨는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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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