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한동훈-이재명 서로 놓지 못하는 이유

돕고 돕는 적대적 공생관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적대적 공생관계’만큼 미묘한 단어가 있을까?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군이 되는 여의도에서는 특히 그렇다. 오로지 눈앞의 적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뒤를 노리는 또 다른 적은 살려둔다. 정치의 끝과 끝에 서 있는 양당 대표가 어떻게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의심을 사게 됐을까?

정치권이 연일 시끌벅적하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려는 이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간의 둑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갈등의 홍수 속에서 두 사람 모두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인다.

밥 먹고
끝났다

한 대표와 용산 사이에 또다시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지도부 만찬 전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일대일 만남을 요구했는데 사실상 용산이 거절 의사를 내비치면서 형식적인 상견례 자리로 막을 내렸다.

앞서 지난 22일 한 대표가 24일 예정된 지도부 만찬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당 지도부와 당직자가 다수 참여하는 자리에서는 최근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요구에 친윤(친 윤석열)계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한 대표가 독대 요구를 일부러 언론에 흘려 용산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이유에서다.


“당 장악력이 시원찮은 상황서 독대를 통해 덩치를 키우려는 속셈이 괘씸하다”는 불만도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친윤계 사이에서는 “모두가 타고 있는 배에 한 대표가 구멍을 뚫고 있다”며 원망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렇게 독대 얘기를 시키게 한 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대통령께서 체코 방문하고 와서 원전 수주와 관련해 여러 가지 성과도 있고 얘깃거리가 많지 않은가”라며 “그건 어디로 다 없어져 버리고 여당 대표와 대통령 간의 견해 차이, 갈등 이런 부분만 부각이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 대표인 김기현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사전 유출돼 주요 뉴스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이 잘 되질 않는다”며 “차기 대권을 위한 내부 분열은 용인될 수 없는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여당은 윤석열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가 만찬에 들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의제는 의료 대란, 김건희 여사 논란 등이었다.

‘친윤 vs 친한’ 깊어지는 갈등 골
결국 밥상 두고 양쪽 모두 ‘찜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청을 거부한다면 당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불가피하다. 반면 독대에 응하더라도 한 대표 측에서 “진전이 없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면 역시나 소통의 부재라는 지적으로 귀결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의 갈등이 봉합되긴 어려웠을 것이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지난 24일 독대 없이 지도부 만찬이 진행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과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참모진 전원 등 13명이 자리했다. 여당에서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지도부 소속 14명이 참석했다.

다수의 여권 관계자는 이날 만찬은 주로 윤 대통령이 체코 원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나머지 배석자가 호응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의정 갈등이나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다뤄질 분위기는 아니었었던 셈이다.

만찬 시작 전 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거나 인사말 하는 식으로 윤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할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지만 90분 동안 진행된 이 자리서 한 대표에게 말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변인 측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친 뒤 약 10분 정도 나란히 산책했지만 심각하거나 무거운 이야기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만찬은 한 대표가 전당대회서 당선된 이후 치러졌던 7월 만찬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당시 윤 대통령은 맥주를, 한 대표는 탄산음료를 든 채 ‘러브샷’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번 만찬에는 오미자차가 술을 대신했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은 물론 현장 분위기가 담긴 영상도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두 달 사이에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너무 급한 거리두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이라는 친한(친 한동훈)계 측의 불만이 나오면서 용산이 진땀을 빼고 있다. 문제는 만찬 이후 한 대표가 다시 또다시 독대를 요청하면서 2라운드로 이어질지다. 앞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이 모습이 그대로 대중에 노출될 경우, 정부여당 할 것 없이 나란히 지지율 내림세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별다른 말을 얹지 않았다. 지난 총선서 불거진 ‘김건희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부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여당의 내분까지 온갖 갈등이 알아서 줄줄이 터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손 안 대도
알아서 척척

그렇다고 민주당에 호재만 이어진 건 아니다. 지난 20일 검찰이 대선서 허위 사실을 발언한 혐의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으며 1심 선고는 다음 달 15일로 예정됐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선고도 앞두고 있어 모든 시선이 법원에 쏠린다.

대권주자 행보를 걷는 도중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다면 중도층 이탈은 물론 최악의 경우 피선거권 박탈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부터 눈을 돌리고 ‘우클릭’ 논제를 끌어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 대상으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대표가 적합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한 대표는 7월 전당대회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화두에 올렸다. 정부가 강경하게 밀고 나가는 의료개혁에 대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모두 용산과 각을 세우거나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내용인 만큼 여권 내에서는 적잖은 후폭풍을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제3자 특검법은 민주당과 충돌했고 강성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용산과 친윤계의 반응으로 미뤄봤을 때 한 대표가 현 정부를 대상으로 차별화 전략에 나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 그동안 숱하게 거쳐간 다른 당 대표와 달리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치인으로서의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용산과 한 대표의 틈새를 파고들어 정부의 힘을 뺄 기회를 보고 있다. 레임덕을 겨냥한 ‘윤석열 고립 작전’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총선 전부터 벼르던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혁신당은 당론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해당 특검법에는 ‘고발사주 의혹’을 포함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 항소심에 대한 고의 패소 ▲자녀 논문 대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요청 시 피의사실 공표 및 공무상 비밀 누설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시행령 등으로 무리하게 확대함으로써 국회의 입법 취지 형해화 등의 의혹이 담겼다.

법안 발의 당시 민주당은 크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이후 혁신당은 지난 7월 기존 특검법에 ’사설 댓글팀 운영 의혹‘을 담아 추가로 발의했고 법안 합의를 보기로 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해당 법안을 상정했다.


다만 법안 통과의 목줄을 민주당이 쥐고 있는 상황서 한동훈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장 문턱을 넘을지는 알 수 없다. 이 대표 못지않게 한 대표 역시 자신을 겨냥한 특검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에 있어 한동훈 특검법은 언제든지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에는
오월동주

결국 두 사람의 공생관계는 시한폭탄이다. 각자 한발씩 양보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맞서야 할 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폭탄이 대선 레이스 전초전 시작과 함께 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두 사람은 첫 회동서도 주요 의제를 놓고 시각차를 보였다. 두 대표 모두 정치 복원에 있어서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불체포특권,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문제를 놓고는 충돌했다.

당초 이 대표는 한 대표의 만남을 적극 환영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 시절에 식사 회동을 제안하자 “밥 먹고 술 먹는 것은 친구분들과 하라”고 딱 잘라 거절했던 것에 비하면 한 대표와는 대화할 의지가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회동은 빈손으로 끝났지만 협치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레임덕 수순에 접어들면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사라진다. 이때부터는 ‘거대 야당의 수장’과 ‘검사 출신 정치인’의 진검승부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3년가량 남았지만 지지율은 벌써부터 20~30%대를 기록하고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와 의료 대란 등이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부 지지율이 10%대, 극단적으로는 한 자릿수를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야권 내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 때문일까? 여야 막론한 대권주자들의 활동 시기가 앞당겨졌다. 지난 총선서 ‘비명횡사’ 당했던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추석을 기점으로 정치 활동 재개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호남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혁신당 조국 대표 역시 꾸준히 정치기반을 넓히고 있다.

여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룡으로 꼽힌다. 오 시장은 지난달 1일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서 “임기 반환점 도는 시점에 벌써 대권 운운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겼지만 꾸준히 대권주자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여사 공천 의혹에 엮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돼 이번 논란을 어떻게 갈무리지을지 눈길이 쏠린다.

이 대표와 한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만큼 그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중도층을, 한 대표는 자신의 세력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클릭’ 이재명 ‘좌클릭’ 한동훈
웃으며 만났지만…주머니엔 칼자루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이 대표는 금투세를 꺼내 들었다.

지난 24일 민주당은 금투세를 놓고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시행팀’과 유예해야 한다는 ‘유예팀’으로 나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가 금투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내 의견이 다소 갈렸는데, 이를 정리하고 당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과정으로 읽힌다.

당내서 금투세 유예 기간을 3년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대선을 염두에 둔 꼼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는 금투세 문제를 당론으로 정하는 바람에 오히려 혼란을 가중했다는 불만도 나왔다.

여야는 물론 일반 투자자까지 얽혀 있어 금투세를 당론으로 정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면 한 대표는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3년, 살아 있는 권력인 윤 대통령과 제대로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는 걸 전제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문제는 이 과정서 영남권 등 중진 의원이나 거물급 정치인의 신뢰를 잃어 입지가 확 쪼그라드는 경우다. 정치적 기반이 없던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세운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진 ‘전통 보수층’에게 또다시 전직 검사를 대권주자로 내세워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 대표의 정치 생명은 보장할 수 없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한 대표가 취임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국민의힘 내에서는 차기 비대위원장 물색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패한 당 대표’ 꼬리표는 대권주자로서 치명적이다. 정치적 부활도 쉽지 않다. 보수 기반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기도 전 용산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민주당과 ‘협력관계’라는 프레임에 갇힌 게 한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적대적 공생관계는 두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런 관계성은 (두 사람보다는)이 대표와 조 대표, 그리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쪽이 그렇다고 본다”며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회를
위기로?

독대 요청을 거절당하는 등 지속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용산과 한 대표의 관계는 오히려 당의 지지율이 반등할 기회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사람들은 갈등이 나쁘다고 말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갈등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커플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당정이 한 몸이라는 인식을 깨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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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