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한동훈-이재명 서로 놓지 못하는 이유

돕고 돕는 적대적 공생관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적대적 공생관계’만큼 미묘한 단어가 있을까?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군이 되는 여의도에서는 특히 그렇다. 오로지 눈앞의 적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뒤를 노리는 또 다른 적은 살려둔다. 정치의 끝과 끝에 서 있는 양당 대표가 어떻게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의심을 사게 됐을까?

정치권이 연일 시끌벅적하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려는 이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간의 둑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갈등의 홍수 속에서 두 사람 모두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인다.

밥 먹고
끝났다

한 대표와 용산 사이에 또다시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지도부 만찬 전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일대일 만남을 요구했는데 사실상 용산이 거절 의사를 내비치면서 형식적인 상견례 자리로 막을 내렸다.

앞서 지난 22일 한 대표가 24일 예정된 지도부 만찬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당 지도부와 당직자가 다수 참여하는 자리에서는 최근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요구에 친윤(친 윤석열)계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한 대표가 독대 요구를 일부러 언론에 흘려 용산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이유에서다.


“당 장악력이 시원찮은 상황서 독대를 통해 덩치를 키우려는 속셈이 괘씸하다”는 불만도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친윤계 사이에서는 “모두가 타고 있는 배에 한 대표가 구멍을 뚫고 있다”며 원망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렇게 독대 얘기를 시키게 한 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대통령께서 체코 방문하고 와서 원전 수주와 관련해 여러 가지 성과도 있고 얘깃거리가 많지 않은가”라며 “그건 어디로 다 없어져 버리고 여당 대표와 대통령 간의 견해 차이, 갈등 이런 부분만 부각이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 대표인 김기현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사전 유출돼 주요 뉴스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이 잘 되질 않는다”며 “차기 대권을 위한 내부 분열은 용인될 수 없는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여당은 윤석열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가 만찬에 들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의제는 의료 대란, 김건희 여사 논란 등이었다.

‘친윤 vs 친한’ 깊어지는 갈등 골
결국 밥상 두고 양쪽 모두 ‘찜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청을 거부한다면 당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불가피하다. 반면 독대에 응하더라도 한 대표 측에서 “진전이 없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면 역시나 소통의 부재라는 지적으로 귀결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의 갈등이 봉합되긴 어려웠을 것이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지난 24일 독대 없이 지도부 만찬이 진행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과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참모진 전원 등 13명이 자리했다. 여당에서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지도부 소속 14명이 참석했다.

다수의 여권 관계자는 이날 만찬은 주로 윤 대통령이 체코 원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나머지 배석자가 호응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의정 갈등이나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다뤄질 분위기는 아니었었던 셈이다.

만찬 시작 전 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거나 인사말 하는 식으로 윤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할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지만 90분 동안 진행된 이 자리서 한 대표에게 말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변인 측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친 뒤 약 10분 정도 나란히 산책했지만 심각하거나 무거운 이야기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만찬은 한 대표가 전당대회서 당선된 이후 치러졌던 7월 만찬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당시 윤 대통령은 맥주를, 한 대표는 탄산음료를 든 채 ‘러브샷’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번 만찬에는 오미자차가 술을 대신했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은 물론 현장 분위기가 담긴 영상도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두 달 사이에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너무 급한 거리두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이라는 친한(친 한동훈)계 측의 불만이 나오면서 용산이 진땀을 빼고 있다. 문제는 만찬 이후 한 대표가 다시 또다시 독대를 요청하면서 2라운드로 이어질지다. 앞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이 모습이 그대로 대중에 노출될 경우, 정부여당 할 것 없이 나란히 지지율 내림세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별다른 말을 얹지 않았다. 지난 총선서 불거진 ‘김건희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부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여당의 내분까지 온갖 갈등이 알아서 줄줄이 터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손 안 대도
알아서 척척

그렇다고 민주당에 호재만 이어진 건 아니다. 지난 20일 검찰이 대선서 허위 사실을 발언한 혐의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으며 1심 선고는 다음 달 15일로 예정됐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선고도 앞두고 있어 모든 시선이 법원에 쏠린다.

대권주자 행보를 걷는 도중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다면 중도층 이탈은 물론 최악의 경우 피선거권 박탈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부터 눈을 돌리고 ‘우클릭’ 논제를 끌어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 대상으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대표가 적합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한 대표는 7월 전당대회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화두에 올렸다. 정부가 강경하게 밀고 나가는 의료개혁에 대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모두 용산과 각을 세우거나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내용인 만큼 여권 내에서는 적잖은 후폭풍을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제3자 특검법은 민주당과 충돌했고 강성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용산과 친윤계의 반응으로 미뤄봤을 때 한 대표가 현 정부를 대상으로 차별화 전략에 나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 그동안 숱하게 거쳐간 다른 당 대표와 달리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치인으로서의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용산과 한 대표의 틈새를 파고들어 정부의 힘을 뺄 기회를 보고 있다. 레임덕을 겨냥한 ‘윤석열 고립 작전’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총선 전부터 벼르던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혁신당은 당론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해당 특검법에는 ‘고발사주 의혹’을 포함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 항소심에 대한 고의 패소 ▲자녀 논문 대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요청 시 피의사실 공표 및 공무상 비밀 누설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시행령 등으로 무리하게 확대함으로써 국회의 입법 취지 형해화 등의 의혹이 담겼다.

법안 발의 당시 민주당은 크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이후 혁신당은 지난 7월 기존 특검법에 ’사설 댓글팀 운영 의혹‘을 담아 추가로 발의했고 법안 합의를 보기로 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해당 법안을 상정했다.


다만 법안 통과의 목줄을 민주당이 쥐고 있는 상황서 한동훈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장 문턱을 넘을지는 알 수 없다. 이 대표 못지않게 한 대표 역시 자신을 겨냥한 특검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에 있어 한동훈 특검법은 언제든지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에는
오월동주

결국 두 사람의 공생관계는 시한폭탄이다. 각자 한발씩 양보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맞서야 할 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폭탄이 대선 레이스 전초전 시작과 함께 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두 사람은 첫 회동서도 주요 의제를 놓고 시각차를 보였다. 두 대표 모두 정치 복원에 있어서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불체포특권,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문제를 놓고는 충돌했다.

당초 이 대표는 한 대표의 만남을 적극 환영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 시절에 식사 회동을 제안하자 “밥 먹고 술 먹는 것은 친구분들과 하라”고 딱 잘라 거절했던 것에 비하면 한 대표와는 대화할 의지가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회동은 빈손으로 끝났지만 협치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레임덕 수순에 접어들면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사라진다. 이때부터는 ‘거대 야당의 수장’과 ‘검사 출신 정치인’의 진검승부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3년가량 남았지만 지지율은 벌써부터 20~30%대를 기록하고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와 의료 대란 등이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부 지지율이 10%대, 극단적으로는 한 자릿수를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야권 내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 때문일까? 여야 막론한 대권주자들의 활동 시기가 앞당겨졌다. 지난 총선서 ‘비명횡사’ 당했던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추석을 기점으로 정치 활동 재개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호남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혁신당 조국 대표 역시 꾸준히 정치기반을 넓히고 있다.

여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룡으로 꼽힌다. 오 시장은 지난달 1일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서 “임기 반환점 도는 시점에 벌써 대권 운운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겼지만 꾸준히 대권주자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여사 공천 의혹에 엮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돼 이번 논란을 어떻게 갈무리지을지 눈길이 쏠린다.

이 대표와 한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만큼 그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중도층을, 한 대표는 자신의 세력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클릭’ 이재명 ‘좌클릭’ 한동훈
웃으며 만났지만…주머니엔 칼자루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이 대표는 금투세를 꺼내 들었다.

지난 24일 민주당은 금투세를 놓고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시행팀’과 유예해야 한다는 ‘유예팀’으로 나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가 금투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내 의견이 다소 갈렸는데, 이를 정리하고 당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과정으로 읽힌다.

당내서 금투세 유예 기간을 3년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대선을 염두에 둔 꼼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는 금투세 문제를 당론으로 정하는 바람에 오히려 혼란을 가중했다는 불만도 나왔다.

여야는 물론 일반 투자자까지 얽혀 있어 금투세를 당론으로 정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면 한 대표는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3년, 살아 있는 권력인 윤 대통령과 제대로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는 걸 전제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문제는 이 과정서 영남권 등 중진 의원이나 거물급 정치인의 신뢰를 잃어 입지가 확 쪼그라드는 경우다. 정치적 기반이 없던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세운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진 ‘전통 보수층’에게 또다시 전직 검사를 대권주자로 내세워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 대표의 정치 생명은 보장할 수 없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한 대표가 취임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국민의힘 내에서는 차기 비대위원장 물색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패한 당 대표’ 꼬리표는 대권주자로서 치명적이다. 정치적 부활도 쉽지 않다. 보수 기반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기도 전 용산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민주당과 ‘협력관계’라는 프레임에 갇힌 게 한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적대적 공생관계는 두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런 관계성은 (두 사람보다는)이 대표와 조 대표, 그리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쪽이 그렇다고 본다”며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회를
위기로?

독대 요청을 거절당하는 등 지속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용산과 한 대표의 관계는 오히려 당의 지지율이 반등할 기회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사람들은 갈등이 나쁘다고 말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갈등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커플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당정이 한 몸이라는 인식을 깨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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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