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단지 뗀’ 여중생 검찰 송치 용인동부경찰서 파장

뒤늦게 논란 일자 보완수사 지시
과거 법원 유사 판례 살펴보니…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의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뗀 혐의로 여중생 A양과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B씨가 검찰에 송치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8일, A양은 용인동부경찰서로부터 ‘재물손괴죄로 검찰에 송치됐가 결정됐다’는 수사결과통지서를 받았다. 이에 A양 모친이 용인동부서에 “검찰에 송치하려면 험의가 있어서 올린 거 아니냐?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며 문의했다.

용인동부서 담당 형사는 “A씨의 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 같은 건 없고, 혐의가 명백해 송치를 결정했다”며 “행동 자체가 형법서 규정하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며 촉법소년이므로 자기 행동에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맞다”고 답했다.

모친은 해당 전단지가 불법적으로 부착됐으며, 일주일에 3만3000원을 지불하고 붙일 수 있는 게시판이 따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에 거주 중인 A양은 지난 5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가 거울을 보는 과정서 붙어 있던 전단지를 뜯어낸 혐의(재물손괴죄)로 입건됐다. 이날 용인동부서는 A양과 B 소장 외에도 다른 60대 아파트 주민 C씨도 함께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용인동부서는 지난 2022년 평택지방법원의 공동주택관리법 판례를 참고해 A양이 비인가 전단지를 뜯어낸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A양 측은 해당 사실을 국민신문고 등에 이의를 제기했다.

모친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 3학년인 A양은 고등학교 입시를 중인 데다 사춘기라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또 해당 사연이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알려지고 다수의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용인동부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어디 전단지 무서워서 살겠냐?” “경찰서 앞에서 쓰레기 주으면 점유물이탈죄인가요?” “여기가 그 유명한, 어떤 스티커를 아무데나 붙여도 보호해준다는 그곳인가요?” “불법 전단지 붙이는 알바 알아보고 있어요” 등 항의성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상급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추가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과 협의 후 보완수사를 결정했다.

일부 항의글엔 ‘용인동부경찰서장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많은 소중한 의견 중 이 게시글에 답변을 드린다. 언론 보도와 관련해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 서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며 “해당 사건 게시물의 불법성 여부 등 여러 논란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좀 더 세심한 경찰 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관심과 질타를 토대로 더욱 따뜻한 용인동부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추가됐다.

단, 해당 댓글을 단 주체가 용인동부경찰서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공동주택의 불법 부착 전단지 및 광고물을 떼거나 훼손했던 유사 사건서 사법부의 유·무죄 판단은 사례마다 다소 엇갈렸다.

지난해 11월24일에 확정된 아파트단지 내 재물손괴죄(현수막 제거) 재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아파트단지 안에 걸려 있던 현수막을 제거해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서울 동대문구 모 아파트 전 관리사무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 관리소장은 2022년 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치한 건설사 명의의 명절 인사 현수막, 승강기 앞에 설치한 리모델링사업추진 주민설문조사에서 회수함, 리모델링사업 홍보 게시물을 임의로 철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고 설치된 현수막과 게시물을 제거하도록 한 아파트 관리규정에 따른 정당행위로 회수함 철거는 입대의 회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관리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입주자 등이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을 부착하려는 경우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과 ‘광고물, 선전물 등을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붙이거나 미관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관리주체가 부동의해야 한다’고 정한 아파트 관리규약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아파트의 광고 및 홍보물 관리규정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홍보물 관리규정에 따르면 ‘관리주체의 인장으로 동의를 받지 않고 게시된 현수막과 승강기 내·외부에 부착하는 광고 및 홍보물을 발견하는 경우 관리주체는 즉시 제거해야 한다’고 규정돼있었다.

A양이 떼어낸 전단지는 ‘OO을 사랑하는 모임, OO아파트 발전협의회’서 제작됐으며, 아파트 하자 및 보수 신청을 받는 아파트 내 사조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내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 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부착한 것으로, 관리사무소로부터 게재 인가를 받지는 않은 이른바 ‘비인가 전단지’로 파악됐다.

해당 자치 조직은 아파트 하자 보수 범위를 둘러싸고 입대의 및 관리사무소와 갈등을 빚어왔으며 이에 따라 전단지에 관리사무소의 인가 도장도 찍혀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무죄 판결 사례처럼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 있던 전단지가 관리주체의 인가없이 부착된 것으로 확인된 이상, 경찰의 보완수사 후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유사 사례가 유죄로 인정된 판단도 존재했다. 다만, 단순한 전단지가 아닌 현수막이었고 효용가치를 떨어뜨려 재물을 손괴한 부분이 유·무죄 판결을 갈랐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남양주시 소재의 한 아파트의 관리규약 개정안 서명 내용의 현수막을 제거하도록 지시한 소장과 커터칼로 현수막을 자른 관리 직원에 대한 재물손괴죄를 인정해 각각 벌금 30만원, 2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불법적으로 설치된 현수막을 적법하게 철거했으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현수막이 관리규약을 위반해 설치됐다고 하더라도 관리사무소나 소속 직원이 이를 철거한 적법한 권한이 있다고 볼 법률상 또는 규약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봤다. 또 이들이 현수막을 단순히 제거한 것이 아닌, 커터칼로 찢어 효용을 완전히 훼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효용가치를 떨어뜨려 재물을 손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재건축 추진 현수막을 제거한 입대의 회장과 소장에게 각각 벌금 30만원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입대의 의결을 거쳤어도 적법하지 않고 관리주체에 동의받지 않은 현수막의 철거 권한이 있지 않다는 게 판단의 요지였다.

그러면서 관리주체가 현수막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으로 구제받는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광고물 등의 게시를 할 때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있어도 동의받지 않은 광고물 등을 관리주체나 입대의가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셈이다. 관리주체에게 광고물 등에 대한 게시 동의 권한은 있어도 동의받지 않은 광고물 등을 함부로 철거할 권한까지는 없다는 의미다.

이번 사례도 비록 A양이 거울을 보는 데 불편을 야기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떼지 말고 관리사무소를 통해 부착 업체에 연락해 자진 철거하도록 조치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아파트 관리규정에 따라 불법 전단지는 제거 대상으로 관리소장이나 입주민이 이를 제거하는 행위는 권리행사의 일환이고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 미충족, 불법 전단지의 제거라는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었으며,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행위(위법성 조각 사유) 등이 용인동부서에서 참작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아파트 내 불법 전단지 떼는 게)굳이 검찰 송치까지 가야 할 일인가 싶다. 경찰서 모든 정황을 검토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했어야 할 문제였는데, 그 정도의 융통성도 없이 최일선서 국민들의 질서 유지와 안녕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경찰서 고발장이 들어온 이상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면 이것도 업무태만, 직무유기라면서 담당 경찰관을 물고 늘어졌을 게 뻔한데, 경찰도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거 아니겠느냐”며 경찰 판단에 힘을 싣기도 했다.

주거침입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주거침입의 성립 여부는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일반 공중의 출입 허용 공간이 아닌 필수적 부분으로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 및 출입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의 평온 상태를 침해했는지’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아파트는 외부와의 경계 지점인 경비실(차량 출입문)을 기준으로 단지 전체를 공동생활 공간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외부인의 허락 없이 단지 내부로 들어와 주거자나 관리인의 평온을 침해할 경우, 건조물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 문제는 위법성의 조각 사유가 있는지의 여부 정도가 된다.

핵심은 공동현관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출입이 가능하고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없이 출입을 시도했느냐는 부분인데 이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자치 조직이 아파트 내 사조직인 만큼 외부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치 조직에 대한 광고물 무단부착의 경범죄 처벌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9호(광고물 무단부착 등)는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아파트 현관문, 그 밖의 인공구조물과 자동차 등에 함부로 광고물 등을 붙이거나 글씨·그림을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한 사람 또는 공공장소서 광고물 등을 함부로 뿌린 사람에 대해 불법 부착물 부착죄로 처벌하고 있다.

이 경우 적발 시 5만원의 범칙금이 발생하며 범칙금은 부착한 당사자가 아닌 부착을 지시한 사람(또는 단체)에게 부과된다.

법조계에선 일반적으로 상업 목적의 전단지일 경우 전단지 소유자는 불법 전단지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수거하거나 떼어내 효용가치가 상실되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은 더 있다.

전단지를 떼냈던 A양이 어떻게 특정돼 고소됐느냐 하는 부분이다. 아파트 규약상 엘리베이터 내, 지하주차장 내에 설치돼있는 CCTV 영상은 경찰을 대동하지 않는 이상 확인이 불가하다. 그런데도 전단지 부착 업체서 CCTV 촬영 영상으로 여중생임을 확인했고 특정해 재물손괴지로 고소한 것인데 이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 관리사무소에선 비인가 전단지 부착을 문제삼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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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