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전기차’ 불안한 충전소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12 11:28:39
  • 호수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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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위험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전기차 충전소서 화재가 일어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학교 내에 있는 충전소에 불이 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예상되지만, 이미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학교 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가 많다. 화제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등·하굣길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6시8분,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있던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8시간여 만에 진화된 화재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아파트 5개 동 480세대가 단전, 단수 등의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주차된 차량
배터리 발생

화재는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배터리서 발생했고, 이를 발견한 주민이 119에 신고했다. 지하주차장서 발생한 연기는 배기구와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스며들어 퍼졌다. 아파트단지 전체가 실외 배기구를 통해 연기가 뒤덮일 정도였다.

새벽 시간이었던 만큼 자고 있던 주민들은 화재 소식에 급히 대피를 시도했지만, 이미 수도와 전기 공급이 끊겨 엘리베이터에 갇힌 주민이 문을 열고 급히 탈출을 시도해야 했다. 고층 주민은 계단이 연기로 막혀 옥상으로 대피하고 헬기 구조 요청을 기다리는 등 혼란을 겪었다.

시민 103명은 소방관 177명과 장비 62대를 동원해 건물 안에서 밖으로 대피시켰고, 106명은 베란다나 계단으로 구조됐다. 이 과정서 20명 이상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 큰 지장은 없었다.


소방차가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해 소방관이 직접 호스를 들고 지하주차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열폭주가 급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즉시 진입하지 못했다. 소방관 한 명이 탈진했을 정도로 화재의 규모가 컸다.

진압에는 무려 5시간39분이 소요됐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돼있던 차량 중 140여대 이상이 전소되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고, 천장에 설치된 배관시설 등이 열변형이 일어나 주저앉았기 때문에 피해 금액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아파트 배관이나 회로가 녹아서 단수 및 단전으로 무더운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에 주민들이 생활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인근 임시 주거시설 등을 향한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14개동 1581세대 중 5개 동 480세대의 전기공급이 끊겨 46세대 120여명이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과 친인척 집으로 대피했다. 

주민 A씨는 초등학생과 유치원 자녀 3명을 데리고 캐리어와 가방에 옷가지를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섰다. A씨는 “당분간 친척집에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아파트 480세대 피해 입어
2018년부터 6년간 180건 화재 집계

그나마 친인척 집으로 대피한 주민은 다행이었다. 청라동 전기차 화재 아파트 주민들은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 급수차서 물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당초 서구는 지난 4일까지 수도·전기 복구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봤지만, 화재로 약해진 수도관이 재차 터지는 등 현장 상황이 좋지 않아 복구가 지연됐다. 수도·전기 복구 완료 시점이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계속 늦어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 7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내부 조사에서 주차장 상부에 설치된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됐던 스프링클러는 준비 작동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미작동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수도권 아파트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 공지 안내문을 걸면서 ‘전기차 포비아’라는 말까지 생겼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160건이다. 아파트를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지하주차장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었다.

뉴스를 접한 누리꾼들은 “전기차를 지하로 주차하지 말고 지상으로 주차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 “소방차가 와서 바로 물을 뿌리거나 다른 장소로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게 하려면 지상이 좋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신축 아파트들은 지상에 주차공간 대신 ‘차 없는 아파트단지’라는 명목으로  충전 인프라 자체가 마련돼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충전기 자체서 이상전압·전류 감지 시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최신형 충전기를 달거나 충전 차량을 열화상 카메라로 모니터해 특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긴급 알림을 보내는 등의 대응책 외에는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내 지하주차장 외 전기 자동차 충전소가 많이 설치돼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학교다. ‘전기차 충전소 찾기’ 홈페이지를 접속해보면 초·중·고등학교 내부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있다.

위협받는
등·하교

부산시 북구의 한 초등학교는 야산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근방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고 학교 내부에 설치돼 있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도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있는데, 근처에 전기차 충전소가 3곳이나  있었지만, 학교 내부에도 설치됐다.

대구시 북구 소재의 중·고등학교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각각 설치돼있었다. 광주시 북구 소재의 한 중학교도 학교 내부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있었고, 울산시 소재의 2개 건물이 붙어 있는 중·고교엔 전기차 충전소가 세 군데 설치돼있었다.

의외로 서울에는 학교 내 전기차 충전소가 드물었는데, 이미 설치된 곳이 많아서 학교 내부까지 설치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교내 전기차 충전소 상황은 정부가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하면서 발생했다. 지난해 6월29일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보급에 대비해 충전시설을 구축하고 충전기 123만기 이상을 설치하겠다고 공표했다.


당시 안전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만 시장에 출시되도록 배터리 안전성 인증, 사후 검사 제도, 이력관리제도 등을 도입한다고 했지만, 전기차 충전소만 늘어나고 안정성은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또 충전기 보급을 어렵게 하는 일부 규제들도 개선했다. 충전시설 전용 주차면 색상인 녹색 도색이 어려운 장소에는 녹색 외에도 일부 허용하도록 했고, 전기용량이 부족한 노후 아파트 등에서 완속 충전시설 설치가 쉽도록 일정 비율의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조례 규정도 개선된 것이다.

학교 내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가 처음부터 안전 문제로 논란이 된 것은 아니다. 시작은 학교 내 충전소를 일반 시민이 이용하기 어려워서였다. 대부분 학교가 이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어 공용 충전소가 교직원 전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용하기 
어려운데…

대부분 초·중·고교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이용 시간 제한(개방)이 정해져 있는데, 보통 오전 8~9시부터 오후 5~6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도 충전 중인 차량은 없고, 전기차 충전 관련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로 학교 내 충전기 정보를 살펴보면 사용 제한으로 ‘교직원 전용’이라고 기재돼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초등학교 내 전기차 충전소 중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곳도 있었지만 이용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28일이 마지막 이용이라고 안내됐다. 기타 항목엔 ‘해당 시설 정책에 따라 이용이 불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안내됐다.


이들 교내 충전소들은 국고로 설치한 것인데 교직원 전용으로 전락한 것이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학교 경비원이 전기차 충전소를 알지 못하기도 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상시 개방이 불가하고, 이를 제재하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시흥시 소재의 검바위초교 옆엔 전기차 충전소가 생기면서 업체와 학교의 갈등이 심화됐고, 지난해 4월부터 안전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시흥시가 일단 공사를 멈추게 했는데, 행정심판서 경기도가 공사 중지 명령을 취소했다. 이 부지는 은계지구 조성 당시 학교 용지분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LH가 공원서 근린생활부지로 용도를 바꿔 매각한 땅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입학하고 난 뒤 공사가 시작됐다. 교문 바로 앞 통행로 중간에 차가 오가는 진출입로가 생기는 거라서 위험하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안전이 걸렸는데 부모들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화재 사례가 늘고 있는 탓에 불안감은 더 커졌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통행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충전시설은 학교 교문과 한두 걸음 차이로 맞닿은 데다, 진출입로가 등‧하굣길로 이용되는 통행로 중간이다.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인도 폭이 좁고 아침 시간 특히 붐비는 이곳에 차량 통행을 유도하고, 통행로를 잘라 차량 진출입로를 내는 시설을 짓는 건 부적절한 건축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이들 안전이 걸렸는데…”
초·중·고 내부에도 설치

결국 해당 전기차 충전소 사업자는 학부모 대표를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민사소송까지 제기하기까지 했다. 학부모 대표 측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면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국도 대책을 내놓지 못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일 시흥시와 시의회, 검바위초 전기차 충전소 설치반대 비대위(이하 비대위), ㈜해피카메니아 등에 따르면, 경기도 행심위 판결 이후 전기차 충전소 공사가 재개된 가운데 학부모 비대위의 반대 집회가 계속되자 ㈜해피카메니아 측은 학부모 대표 A씨를 지난해 12월 중순께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하고 1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업주 측은 시위 현장서 ‘사업자가 부지매입비 63억원을 요구했다’는 이상훈 시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시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업체가 빨리 협상에 나서 달라고 하던 도중 과하게 얘기했던 부분이다. 참작해달라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형사고소에 이어 민사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절대 위축되지 않고 아이들 통학로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송건과 관련, 법률 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사업주 측은 지난해 4월 검바위초교 교문 바로 옆 부지에 전기차 충전소 공사를 시작했고, 시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하지만 통학로인 인도에 차량 진출입로를 두 군데나 낸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안전한 통학로를 보장하라며 줄곧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반대해왔고 매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집회를 열어왔다.

커지는 
불안감

시 관계자는 “사업주 측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체 부지를 찾기도 힘들고 서로 의견이 달라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조율은 하고 있지만, 원론적인 대화 정도로 사실상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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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