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100번째 금 영광의 주인공은?

양궁이냐 펜싱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2024 파리올림픽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선수단은 단체 구기 종목의 부진으로 이번 대회 최소 인원으로 참가한다. 한편 이번 파리올림픽서 사상 통산 100번째 올림픽 금메달 주인공이 나온다. 예상되는 종목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서 대한민국 선수단 사상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영광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은 하계올림픽서 총 금메달 96개를 기록 중이며, 이번 파리 대회서 4개를 추가하면 100개를 돌파하게 된다. 

금빛 사냥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서 예상 금메달 수로 5~6개를 목표로 뒀는데 이를 달성한다면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파리올림픽서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는 8개의 종목(수영, 양궁, 배드민턴, 펜싱, 육상, 유도, 태권도) 중 유력한 후보는 23명이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 수영 황금 세대를 이끄는 황선우와 김우민이 금메달 후보로 큰 기대를 받는다. 둘은 지난 2월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서 나란히 개인 주 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황선우는 남자 자유형 200m, 김우민이 남자 자유형 400m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 둘이 함께 출전한 남자 계영 800m서도 2위에 올라 단체전 첫 메달을 획득했다. 


황선우는 지난 도쿄올림픽서 아쉬운 결과를 기록했지만, 그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서 3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지난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 은메달, 지난해 후쿠오카 대회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우민은 항저우아시안게임서 자유형 800m, 계영 800m, 자유형 400m서 3관왕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서도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초 마레 노스트럼 3차 대회서 자유형 400m 개인 최고기록을 3분42초42까지 줄였다. 세계선수권서 작성한 3분42초71을 0.29초 앞당긴 것이다. 

황선우와 김우민이 파리 대회서 시상대에 오를 경우 한국 수영은 박태환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하게 된다. 

한국의 가장 많은 금메달을 선사한 효자 종목 양궁에서는 남녀 개인전, 남녀 단체전, 혼성전 등 5개 종목 금메달 석권을 노린다. 한국은 올림픽 전 종목을 통틀어 양궁서 가장 많은 27개를 가져왔다. 양궁 대표팀은 지난 도쿄 대회서 남자 개인전을 제외한 4개 종목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으로 이뤄진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다. 또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으로 이뤄진 남자 양궁 대표팀도 남자 단체전 3연패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효자 종목서 나올까
300번째 메달 가능성 있어

펜싱의 경우 사브르 단체전에서는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 오상욱이 한 팀을 이뤄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다. 남자 사브르는 2012 런던 대회에 이어 도쿄 대회까지 우승해 2연패를 일궜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서 모두 개인전 금메달을 보유한 대표팀 에이스 오상욱은 개인전 금메달 유력 후보로 알려져 있다. 

여자 에페 대표팀도 이번 대회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지난 도쿄올림픽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던 송세라, 이혜인, 강영미와 지난해 은퇴를 선언했던 최인정이 다시 합류해 팀을 구성했다. 

배드민턴에서는 여자 단식 부분에 출전하는 안세영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안세영은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으며,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서도 엄청난 기량을 선보인 바 있다. 이외에도 복식에서는 세계랭킹 2위에 올라 있는 이소희·백하나 조도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육상 남자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은 개인 세 번째 올림픽 무대인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다. 우상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서 2m26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 2021년 열린 도쿄 대회에서는 2m35를 넘었지만 아쉽게 4위에 그쳤다. 

그러나 우상혁은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서 2m34를 넘어 우승을 차지했고 이어 열린 세계선수권서도 2m35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23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서 2m35를 뛰어넘으며 정상에 올랐다. 개인 최고 2m36의 기록을 보유한 우상혁은 2m37을 목표로 삼아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 가능한 높이로 보고 끊임없이 이 높이에 도전하고 있다. 

유도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남자 최중량급 김민종과 여자 57㎏급 허미미다. 김민종과 허미미는 지난 5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 우승을 차지하며 단번에 유력한 파리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김민종은 태극마크를 단 지 1년 만인 지난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서 동메달을 따며 한국 유도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선 경험과 경기 운영 방식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며 16강서 탈락했다. 이후 김민종은 실패를 통한 성장으로 해당 체급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그는 2022 세계선수권대회서 동메달,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동메달에 이어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 우승을 차지해 파리올림픽 금메달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단체 구기 종목들 줄줄 탈락
48년 만에 최소 인원 파견

허미미는 아랍에미리트(UAE)서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57㎏ 이하급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로선 무려 29년 만이다.

2022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국제유도대회에 출전한 허미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세계 강호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지난해 포르투갈 그랑프리 유도 여자 57㎏급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태권도서 가장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선수는 첫 올림픽에 출전하는 박태준이다. 박태준은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장준(한국가스공사)을 꺾고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어 금메달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대표팀 중 첫 주자로 나서는 박태준은 대표팀에서는 막내지만 지난 2022년 10월 맨체스터 월드그랑프리 남자 58㎏급에 이어 지난해 5월 바쿠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4㎏급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만큼 올림픽 금메달과 가장 근접해 있다. 

한국의 파리올림픽 4번째이자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 어느 종목서 나올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여러 변수를 넘어 8월 초 효자 종목인 양궁과 배드민턴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2부터 4일까지 양궁 혼성전과 여자 개인전, 남자 개인전이 열리며, 같은 달 5일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나서는 여자 결승이 예정돼있다.

또 한국은 이번 대회서 금·은·동메달을 포함해 12개 메달을 추가하면 300번째 메달을 수확하게 된다. 서울 올림픽부터는 대회마다 20개 이상의 메달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 이번 대회서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4 파리올림픽은 오는 26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총 17일 동안 진행된다. 이번 대회서 한국은 22개 종목에 총 262명(선수 144명·지도자 118명)을 파견한다. 단체 구기 종목의 부진으로 지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8년 만에 최소 인원이다.


마지막 결의

대한체육회는 지난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서 2024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을 개최했다. 이날 한국 선수단은 선전을 다짐하고 결의를 모았다. 결단식에는 선수단과 한덕수 국무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이 참석해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했다. 결단식을 마친 한국 선수단은 종목 일정에 따라 다음 주부터 파리로 출발한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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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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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