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35년 외교통’ 국민의힘 김건 의원

“위기의 남북 관계 그래도 비핵화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2대 국회를 이끌 300명의 국회의원이 정해졌다. 여의도에 갓 입성한 초선 의원들은 저마다의 포부를 안고 국회 문턱을 밟았다.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44명의 초선 의원을 탄생시켰다. <일요시사>가 만난 열 번째 주자는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다.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외교부 경력만 35년이다. 그 이력도 빼곡하다. 그는 윤석열정부 초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번 총선서 비례대표 6번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김 의원은 “외교와 국민의 이음쇠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현 상황을 정리해준다면?

▲한마디로 ‘복합 위기(Polycrisis)’다. 기후변화부터 러·우 전쟁, 하마스 사태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복잡해지고 있다. 미·중 경쟁도 점차 격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기술 패권 같은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어 이 문제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기반을 확실시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 안에서 핵심이 되는 건 한·미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기초로 중심을 잡고, 또 우리와 가치를 달리하는 국가를 척지는 게 아니라 상호 이익이 있는 부분은 호혜적인 관계를 꾸려나가야 한다.

-북한이 지속적인 도발을 하는 등 남북 관계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는 목표는 어느 정권이든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런데도 북한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비핵화를 포기하라며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다. 북한의 핵 문제는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 과거 진보는 “북한의 핵무기는 우리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 이유는 미국에 맞서기 위함이지, 우리를 위협하는 용도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잘못된 생각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그동안 북한에 여러 번 기회를 줬지만 우리의 선의를 무시하고 악용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가야 할 길이 분명해졌다.

-핵무장을 반대하는 입장인 건가?

▲그렇다. 현재 핵무장 찬성률이 60~70%에 달하지만 우리가 핵무장을 하면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다. 또 미국 등 서방 국가는 핵 개발 국가에 대해 제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가 핵 개발 국가로 분류된다면 북한만큼은 아니겠지만 제재를 받게 된다.

“끈끈한 우정? 북러 친분도 한때”
“단절된 러 결국엔 한 찾아올 것”

대외 경제 의존도가 낮은 북한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우리는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사용을 억지한다는 대안이 있다.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조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북한으로부터 러시아를 떼어내고 관리해야 한다. 현재 북·러는 필요에 의한 관계라고 본다. 결국 러시아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는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다.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는 국가를 다시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해 유럽과 관계가 단절돼 극동으로 손을 뻗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북·러 결탁에 대해)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두려워하는 건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화제가 됐던 북한의 오물 풍선 사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낸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전까지 가만 있다가 총선서 야당이 승리하자 풍선을 날렸다. 북한이 위협을 가했을 때 남남갈등이 일어나 대한민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기대한 모양이다. 다행히도 국민으로부터 큰 반응이 없어 우려할 만큼의 갈등은 빚어지지 않았다.

야당서 “풍선을 왜 안 쐈냐”며 ‘정부 무능론’을 주장했는데 5kg에 달하는 부착물을 단 풍선 밑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제일 안전한 건 풍선을 추적한 뒤 지면에 자연낙하 후 내용물을 조사하는 것이다. 정부의 조치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날아오는 오물 풍선?
“남남갈등 기대했지만…”

-AI에도 관심을 두고 계신다. 외교·안보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AI는 단순한 과학기술이 아니다.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개발되지도 않은 AI 기술 때문에 이미 미·중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군사적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을 때 자신이 거기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AI와 무기가 결합하면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된다. 문제는 군사력 문제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공급망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경제 안보까지 두루두루 영향을 끼치게 된다. 미·중 간의 경쟁으로 인해 공급망이 통제된다면 우리나라 경제와 대외관계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당내 현안도 짚어보자. 현재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준비가 한창인데, 이상적인 당 대표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강한 리더십으로 당을 잘 이끌어나갈 후보가 뽑혀야 한다. 지금 야당의 행태는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행위다. 의회 독재, 입법 독주에 맞설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한동훈 후보의 ‘배신자 프레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서로 경쟁을 벌이는 건 당의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서 좋은 의견이 나오고 ‘이 길이 맞을까 저 길이 맞을까’라는 고민도 하게 된다. 결국은 당이 하나로 뭉쳐 거대 야당과 싸워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 네거티브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추진 중인 법안이 있나?

▲1호 법안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에 이바지하는 걸 골자로 한다. 다음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외교활동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방자치단체와 외국 지자체의 교류나 산업, 관광협력이 활성화되면서 관련된 법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앙정부의 외교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외교활동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국민에게 한 마디

▲국민이 외교를 쉽게 이해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이음쇠 같은 정치인이 되겠다. 우리는 강대국 틈바구니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왔다. 그 과정서 우리 민족의 DNA 에 ‘외교의 지혜’가 새겨졌다. 이 지혜를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외교에 담아내는 데 기여할 것을 약속드린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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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이 자랑이라고···노소영 카드에 국민들 화났다

비자금이 자랑이라고···노소영 카드에 국민들 화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전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노태우정권의 비자금 논란으로 번졌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조사해 과세해달라’고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수십년간 숨겨온 노씨 일가의 ‘안방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노소영 전 나비 관장은 ‘노태우 비자금이 SK그룹을 성장시켰고, 늘어난 자산의 상당 부분을 나눠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300억원이 SK에 유입된 것으로 인정했다. 문제는 300억원의 출처와 성격이다. 자기 돈도 아니면서··· 노 전 관장 측은 항소심서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가 1998~1999년 사이 작성한 비자금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당 메모에는 ‘선경(SK 전신) 300억원’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노 전 관장 측은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전 선경 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지난 1991년 선경건설 명의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에 대한 사진 등도 제출했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의 ‘폭력적 불법 비자금’이 노 전 관장에 의해 소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계 인사는 “불법 비자금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조차 없이 자랑스럽게 노태우 비자금을 언급하는 노 전 관장은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인식되기에 충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퇴임할 때도 ‘재산이 5억’이라며 ‘그 정도면 족하다’고 먼저 얘기했던 사람이다. 실제론 임기 동안 선경에게 불법 비자금을 거둬들이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으니 비판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도 같은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먼저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등을 지낸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지난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일각선 “죽은 아버지 부관참시 꼴” 지적 국민들은 “그 아버지에 그 딸” 비웃음도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정혁진 변호사도 지난달 9일 방송된 <어벤저스 전략회의>서 김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전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전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즉, SK가 국내 재계 2위까지 발돋움할 수 있던 배경에 노 전 관장 측의 큰 도움이 없어 재산분할 금액이 축소돼야 한다는 얘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으나,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관장 측의 “300억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등으로 쓰여 SK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전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서 SK 측은 300억원을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퇴임 후 그에 상당하는 돈을 노 전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관장 측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은닉재산마저 들춰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조성했다가 추징된 2628억원과 별도로 부인 김 여사가 관리해 온 드러나지 않은 돈이 있다는 ‘안방 비자금’ 의혹이다. 이혼소송서 제출한 904억원의 내역이 적힌 ‘김옥숙 메모’ 외에 노 전 대통령 일가서 또 다른 자금흐름이 포착된 것이다. 먼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원장(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김 여사 명의로 출연금 147억원이 입금됐다. 김 여사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현금 10억원, 2018년 예적금 12억원, 2020년 예적금 95억원, 2021년 예적금 20억원을 출연했다. 특히 아들 재헌씨가 원장으로 취임한 지난 2020년 출연금 규모(95억원)가 두드러진다. 재헌씨는 2019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부친을 대신해 사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병세로 재헌씨가 대외 활동에 나선 시점과 자금 출연 시점이 맞물린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지난 2012년 설립된 한중문화센터서 시작된 재단으로 동아시아국가 상호 간 전략문화 협력과 청년 교류를 주요 사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론 북방정책 평가사업 등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책 기념사업이 대부분인 사실상의 노씨 일가 재단에 불과하다. 또 다른 ‘안방 비자금’ 포착 김옥숙 여사 ‘돈세탁’ 의혹 법인결산 공시서 지난 2021년 기준 총 사업비용 3억5000만원 중 공익목적 사업비로 분류한 2억6000여만원의 쓰임새도 눈길을 끈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치적으로 평가받는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과 정치적 기반이었던 대구지역 학생 장학금 등 ‘노태우 기념’ 용도로 쓰였다. 센터 자산도 대부분 김 여사의 출연금으로 이뤄졌다. 지난 2021년 기준 총 자산가액 153억원 가운데 그의 출연금(147억원)이 96%에 달한다. 재단이 지출하는 연간 사업비용은 김 여사 기부금의 이자 수준인 1~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총사업비용은 1억9000만원이고 이 중 공익목적 사업은 5000여만원이다. 2022년도에는 총 2억4700만원 중의 사업수행 비용 중 공익목적은 1억3000만원이다. 사무실 주소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았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건물이다. 이 건물은 노 전 대통령 별세 이후 부인인 김 여사가 상속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가 5차례에 걸쳐 출연한 거액의 자금 출처를 두고 의혹이 나온다. 김 여사가 출처 불문의 거액과 노 전 대통령의 집권 시절 조성한 비자금을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여사는 280여억원을 미납 중이던 2010년, 모교인 경북여고에 5000만원을 기부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김 여사가 만약 비자금으로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했다면 정당성과 절차 모두 문제될 여지가 있다. 특히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출연자 명세서에 이사장인 노재헌 원장과 기부자인 김 여사의 관계에는 모자지간임에도 ‘해당없음’으로 기재됐다. 뻔뻔히 꺼내다 이는 과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여사가 영부인이던 시절 청와대서 대기업 총수 부인이나 여성 기업인들과 수시로 면담하면서 현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전두환·노태우정부 비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1995년에도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 비자금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고 강창성 의원은 국회서 “김옥숙 여사 친·인척이 관리하는 것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데 이 문제까지 이번에 조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씨 일가는 46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서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3년 이를 완납했으며, 이 과정서 추징금 낼 돈이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의 동생인 노재우씨와 아들 재헌씨의 처가인 신동방 측과도 소송전을 벌였다. 법조계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2013년 추징금을 완납하는 과정서 돈이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와 아들 재헌씨의 장인이었던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재산 환수 소송까지 벌였던 것을 되짚어보면 재단 출연금의 출처가 더 석연치 않다”며 “연간 사업비가 2억~3억원 수준인 재단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출연한 것 자체가 출처가 불명확한 자금을 편법 증여해 세탁하는 용도로 활용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출연자 명세서에 ‘이사장(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해당없음’이라고 적시한 것을 두고도 과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남 노재헌에 흘러간 수백억원? 정치권 “철저히 조사해 환수해야” 노씨 일가의 은닉재산 논란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국회서도 잇따른다. 국세청은 상속세 등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달 27일 기재위 전체회의서 노 전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과세해달라는 내용의 탈세 제보서를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과정서 김 여사가 작성한 비자금 메모가 증거로 인용됐다는 점을 토대로 비자금에 대해 과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김 의원은 “김 여사의 메모에 기록된 904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은 노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 은닉하다가 가족들에게 사전 증여했거나, 사망 후 상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이혼소송서 쟁점이 된 300억원은 그 일부로, 상속세 부과 제척 기간이 남아 있어 과세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이혼소송서 드러난 300억원뿐 아니라 메모 속 기록된 채권, 금고 등에 숨겨둔 904억원의 은닉재산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서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여사가 만약 부정 축적한 ‘안방 비자금’을 숨겨왔다가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한 것이라면 과세 여부 문제를 넘어 법적 정당성과 안정성 측면서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을 포함해 ‘1조3803억원과 20억원을 노 전 관장에게 주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 법무법인 평안 이상원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노태우정권서 황태자로 불렸고 노태우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의 이종사촌 동생인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히든카드가 국회 이슈로 박 전 장관은 노태우정권 당시 정무 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냈다. 이상원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변호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변호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노 전 관장이 불법 비자금임을 알면서도 당당히 300억 카드를 꺼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