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발’ 검사 줄 탄핵 속내

개혁이라 쓰고 방탄이라 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수완박 시즌2에 이어 ‘정치 검사’에 대한 줄 탄핵을 예고하면서다. 민주당은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추가로 발의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민주당이 작성한 탄핵 리스트에 오른 검사는 총 7명이다.

지난해 9월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안 검사가 2014년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대북 불법 송금 혐의 등으로 기소한 것을 두고 공소권 남용과 헌법·법률을 위배했다는 의혹이다.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이번엔 다르다?

당시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며 “검사 탄핵은 검사와 싸우자는 게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검찰정권과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약 9개월 뒤인 5월30일, 헌법재판소는 안 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안 검사의 혐의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법률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재판관 5대 4로 의견이 나뉜 만큼 아슬아슬하게 파면을 면했다.

안 검사의 탄핵 심판이 이뤄지는 사이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두 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추가로 발의, 국회서 통과시켰다. 탄핵 대상이었던 손준성·이정섭 검사는 각각 고발 사주, 비위 의혹을 받는다.


이 검사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처남 부탁으로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 기록을 무단으로 조회하고 선·후배 검사를 위해 골프장 이용 시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적용됐다. 손 검사는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전송한 의혹을 받는다.

손 검사는 관련 혐의로 2022년 5월 재판에 넘겨져 지난 1월 열린 1심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재판 결과를 위해 탄핵 심판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검사에 대한 선고는 오는 9월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다만 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기각된 만큼 두 검사 역시 같은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12월에 걸쳐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4·10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검찰개혁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번 총선서 민주당은 검찰개혁 공약으로 ▲수사·기소권 분리 ▲수사 절차법 제정 ▲검사의 기소·불기소 재량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실질화 등을 제시했다.

뒤늦게 총선 대열에 합류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까지 집중 사격에 나서면서 검찰개혁 둘러싼 불씨가 되살아났다.

‘정치 검사’ 겨냥하는 민주당
검찰개혁 강경 드라이브 예고

민주당은 지난 5월21일 ‘검찰개혁 태스크포스(이하 TF·단장 김용민 의원)’를 발족해 “22대 국회 안에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검수완박 시즌2를 예고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걸 주요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사의 권한인 수사권은 중수청으로,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고 전했다.

총선서 힘을 보탠 혁신당 역시 ‘검찰개혁 4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권 통제를 위한 ‘기소배심제’를 도입하는 등 검찰개혁에 있어서는 사실상 민주당과 뜻을 함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혁신당 원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선의의 경쟁 구도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검찰 독재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연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와 함께 세 번째 검사 탄핵안을 띄웠다. 지난달 20일 민주당 측에 따르면, 정치검찰사건조작대책단(이하 대책단·단장 민형배 의원)은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대상은 최근 1심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연관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들여다보는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 검사가 유력하게 검토된다. 이 밖에도 강백신·김영철·엄희준 검사가 거론됐다.

대책단 단장인 민 의원은 “탄핵소추안 작성에 들어갔다”며 “일부 탄핵소추안은 21대 국회 때 마련해 놓은 게 있어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검사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허위 인터뷰 사건’ 수사 과정서 관련된 인물을 위법하게 압수수색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김 검사는 국정 농단 특검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와 뒷거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며, 엄 검사는 2011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판 도중 재소자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모두 표면적인 이유일 뿐, 엄 검사와 강 검사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수사했던 인물로 “이 대표의 사적인 복수심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재명 방탄’ 목소리 높이는 여
야 “공권력 남용하면 즉각 탄핵”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이재명 방탄’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위’는 “이 전 부지사가 유죄를 선고받자 민주당이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공언하고,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판결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며 “사법부를 민주당 아래 무릎 꿇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당권 도전을 앞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턱 끝까지 차오른 만큼 ‘줄줄이 탄핵안’을 빌미로 여론 주도권을 쥐기 위한 속셈이란 것이다.


탄핵소추안에 새로 이름을 올린 검사들도 저마다 검찰 내부망을 통해 입장을 올렸다. 정치 권력을 휘둘러 특정 검사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법 절차 방해’ 내지는 ‘보복’이라는 주장이다.

비판 속에서도 민주당이 검사 줄탄핵에 속도를 내는 이유에 대해 복수의 야권 관계자는 “수사 과정을 파헤칠수록 석연찮은 의문점이 하나둘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여권에서는 단순한 ‘복수’ 또는 ‘기강 잡기’라고 말하지만, 검사는 막강한 공권력의 휘두르는 만큼 수사 과정서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서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회유하려 했다는 이른바 ‘연어 술 파티’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내고 대북송금의 핵심 피의자인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쌍방울 측으로부터 주택을 제공받고 기존의 진술을 뒤집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YTN 라디오를 통해 “검찰은 이 대표가 마치 쌍방울의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처럼 기소했다. 이는 전형적인 기소권 남용”이라며 “공권력을 남용한 검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주요 상임위인 법사위를 차지했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후에는 국정조사 수준으로 검사들에게 의혹을 따지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3라운드

법사위가 ‘이재명 로펌’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검찰개혁을 향한 민주당의 의지는 확고하다. 한 차례 실패로 끝났던 헌법재판소의 기류를 바꿔보겠다는 의지서 비롯된 셈이다. 세 번째 검사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채 여야가 또 한번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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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 중인 ‘이재명 2기’ 앞에 소용돌이가 닥쳤다. 지난 총선서 공천 파동이 일면서 원외로 밀려난 비주류 인사가 ‘초일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초일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정진한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모임을 갖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현재 구성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진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전 의원 등 15명의 전직 의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바람 총선판 초일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천 학살’ ‘공천 살생부’ 같이 살벌한 단어가 여의도 정가에 오르내리던 때다. 당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외 후보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이유만으로 지역구 현역을 꺾고 경선에 붙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공천 살생부라고 불렸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다수가 이름을 올리며 공천 학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 의원이 자리 잡은 지역구에 새로운 친명계 후보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가 행해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명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당시 총선을 이끌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는 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고 하위 평가를 받은 분들은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했다. 당을 두 쪽 낼 듯한 공천 파동이 민주당을 강타했지만 총선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이 대표 1인 체제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서 총선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으로 여론이 바뀐 순간이었다. 지난 8·18 전당대회서 이 대표는 85%라는 역대 득표율을 받으며 다시 한번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고위원직 역시 친명으로 채워지면서 ‘이재명 2기 체제’가 돛을 달았다. 이 대표에게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데다가 압도적인 지지율까지 등에 업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 대표 앞에 꽃길이 깔렸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여의도 밖으로 밀려난 줄 알았던 비명계가 손을 잡고 초일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서 “초일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가결파’ 또는 총선 당시에 낙천, 낙선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 대표가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심 선고 앞두고 ‘10월 위기설’ 손잡은 비명, 앞다퉈 나오는 3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초일회의 앞날이 ‘이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또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두 가지 해석으로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후자 쪽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는 만큼 민주당 내 이 대표가 아닌 또 다른 구심점을 잡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 역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관련 재판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춰진 다음 달 말에서 11월 초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가운데 초일회뿐만이 아닌 야권의 잠룡까지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각개전투이지만 뜻이 맞는 이들끼리 손을 잡아 세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 혐의인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됐다. 현재 독일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뢰받는 참모로 알려졌으며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과도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 즈음 귀국 예정인 김 전 지사는 향후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던 바 있다. 잠시 여의도 뒤편에 머물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서 활약했던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우고 민심을 보듬는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표는 강단 있는 투사로서의 모습, 정부·여당에 앞장선 공격을 자주 보여줬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 하면 국회 차원서라도 ‘따질 건 따지고 또 세울 건 세우고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덩치들 행보 우연일까? 이날 김 전 총리가 “언제까지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개딸(개혁의딸)들로부터 항의하는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친노·친문 계파를 끌어안으면서 부지런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 지사는 친문계 핵심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도정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전해철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해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청서 김 지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서)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일단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는 문정부 국정상황실 경험이 있는 김현곤 행정관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고 지난 6월에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 지사가 윤정부를 겨냥해 확장 재정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국가채무가 53조며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는 약 139조까지 늘어난 점을 꼬집으며 “윤정부는 부자 감세 말고 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대표도 여의도에 소환됐다. 초일회가 이 전 대표를 만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초일회가 이 같은 요구를 한 데에는 해당 모임이 이 전 대표의 별동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에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진로와 운명에 대해서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때때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구심점 어디로? ‘정계 은퇴설’에 선을 긋는 한편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거취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친문계 싱크탱크로 알려진 ‘민주주의 4.0’이 새 단장을 마쳤다. 송기헌·김영배 의원이 각각 새 이사장과 연구원장을 맡으면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의도 곳곳 숨어 있던 잠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저마다 포석을 깔고 있다. 초일회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각자의 자리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의 경우 낙선한 민주당 전 의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만나다가 뜻이 모여 제대로 뭉친 것 같다”며 “이제까지 ‘비명계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친노·친문 세력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대표가 지지율 80%대를 확인한 시점서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을 보면 (초일회도)믿는 구석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직 초일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끝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비주류 세력이 뭉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항마’를 내세워야 하는데, 현재로서 이 대표와 견줄 만한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놓고 본다면 누구든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약속대련’이라는 산을 넘어야겠지만 충분한 명분이 주어진다면 당원을 설득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울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만일 초일회 소속 인사가 저마다 ‘비명계 구심점’을 자처할 경우 각자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세력 확장은커녕 모임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활동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서 단합이 안 된다면 비주류끼리의 세력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살 것이란 해석이다. “비판만 있고 대안 없다”이대로 해산? 지금은 각개전투…뭉치면 다를까 갸웃 아직 초일회의 비전이 다듬어지지 않은 만큼 대항마를 내세우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법원과 여의도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일 초일회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권주자를 세우고 싶다면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이어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귀국하지 않았나. 이건 명분이 될 수 없다. 강대강으로 붙어야지, 상대방이 빈틈을 보였을 때 옆구리를 치는 모양으로 이겨서는 당원에게 호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이른 시기는 아니다. 초일회가 원외 세력으로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정치판에 뛰어들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에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당권을 잡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1심 선고가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초일회에 대해 “그냥 낙선하신 분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저도 두 차례 낙선했는데 낙선하고 나면 현역 의원들과의 연락이 잘 안 된다. 소위 낙선 거사들끼리 자주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법률가로서 봤을 때 충분히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요한 활동을 한다면 뭉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전직 의원들이 전에부터 있던 것을 재활성할 수 있지만 파벌로 형성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의 혁신과 정책 개발, 그리고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초일회가 느슨한 연대에 그칠지 민주당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될지 아직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주된 평이다. 모임을 더 넓은 세력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도 ‘강성 비명계’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팬덤 아닌 현실 정치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에 대해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나 조국혁신당처럼 인간관계에 의지해 세를 모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의제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복지국가, 기본 사회를 능가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단순히 반대 명제만 주장해서는 모임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호위대 ‘먹사니즘’으로 단결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비슷한 시기에 원외 친명 세력이 뭉쳤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강조한 ‘먹사니즘’ 정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외 조직 ‘먹사니즘 전국 네트워크’다. 지난 4월 총선서 고배를 마신 12명의 원외 친명계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먹사니즘이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달 16일 출범했다. 진석범 화성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자 한다”며 “오늘의 출범식을 시작으로 먹사니즘의 가치가 사회 곳곳서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