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기획사’ 하이브 빛과 그림자

대기업 됐지만 속은 비실비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논란, 논란, 논란.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란에 엔터테인먼트사의 본질은 뒷전이 된 모양새다. 대중은 차갑게 돌아섰고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져 소속 연예인까지 타격받고 있다. 규모로는 업계 1위를 자랑하는 기업이 곪아 터진 속사정만 드러내는 중이다.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어떤 민낯이 숨어 있던 걸까?

연예계가 이렇게 시끄러웠던 적이 있을까? 겨우 상반기가 끝났을 뿐인데 ‘올해의 뉴스’라고 할 법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심지어 몇몇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심에 ‘하이브’가 있다. 하이브는 BTS, 뉴진스, 르세라핌, 아일릿 등 국내외 인기 그룹을 보유한 업계 1위 엔터테인먼트사다.

빛 좋은
개살구?

최근 하이브는 엔터테인먼사 중에는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달 15일 ‘2024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지난해 말 기준)인 회사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하이브는 앨범‧공연‧콘텐츠 수익 증가로 자산이 4조8100억원에서 5조2500억원으로 늘었다. 하이브 총수(동일인)인 방시혁 의장은 주식재산 6위를 기록했다. 방 의장은 하이브 주식을 2조5447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88개 그룹 총수 가운데 6번째다. 주식 재산만 놓고 보면 4대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2조1152억원)이나 구광모 LG그룹 회장(2조202억원)보다 높은 순위다. 


하이브는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출범해 2021년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음악에 기반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이브가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멀티레이블 시스템’ 방식이다.

하이브는 빅히트뮤직(BTS),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세븐틴), 쏘스뮤직(르세라핌), 빌리프랩(아일릿), 어도어(뉴진스) 등 멀티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레이블별로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해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하이브는 레이블별로 7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민희진과의 갈등에서 완패
화해 제스처에도 묵묵부답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하이브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체제다. 최근 하이브를 뒤흔들고 있는 논란이 바로 멀티레이블 시스템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경쟁과 협력을 바탕으로 레이블 간 상생을 꾀한 듯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갈등의 시발점이 된 모양새다. 

모든 일은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서 비롯됐다. 이후 하이브 산하 레이블 일부가 참전하면서 전선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고소, 고발이 진행됐고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하이브 소속 연예인에 대한 언급이 늘어났고 이 과정서 몇몇 가수에 대한 비방이 쏟아졌다, 

문제는 갈등이 거듭되면서 하이브에 대한 대중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등 외형은 ‘공룡기업’으로 커졌지만 내부 상황이 까발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 의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을 넘어 일정 부분은 이미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 대표에 대한 감사권 발동으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은 하이브의 완패로 끝났다. 앞서 하이브는 민 대표와 부대표가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고 보고 긴급 감사에 들어갔다. 이후 감사 중간 결과 보고를 통해 민 대표와 부대표의 배임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이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맞불을 놨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은 크게 화제가 되면서 여론을 뒤흔들었다. 민 대표가 타 레이블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권유를 폭로하자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특히 업계에서는 멀티레이블 체제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말이 나왔다.

감사권 발동
가처분 인용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 수위가 올라가자 법원의 판단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민 대표가 어도어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 입장도 엇갈렸다. 지난달 30일 법원은 민 대표 측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민 대표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민희진에게 해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하이브는 이번 주주총회서 민희진 해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계약상의 의무가 있다”며 “하이브는 민희진의 해임 사유에 대해 소명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로는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지배력을 약화하고 독립적으로 지배할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방법 모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민희진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민 대표와 하이브는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게 됐다. 민 대표는 법원의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하이브에 손을 내밀었다. 1차 기자회견 때와 달리 한결 차분한 모습으로 자세를 낮췄다.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진을 교체하면서 구도가 재편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어도어 이사회가 1대 3 구도가 되면서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민 대표를 해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법적으로 이사회 의결권을 강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 대표 입장에서는 ‘시한부 대표’가 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셈이다. 모회사인 하이브와 계속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표절·밀기
문제 불거져

민 대표는 법원 판결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어도어 대표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고 했다. 그는 “직위와 돈에 대한 욕심이 이 분쟁의 요인이 아니다. 뉴진스 멤버와 세운 비전을 이루고 싶은 소망이 크다. 감정적인 건 뒤로 하고 하이브와 이성적으로 타협점을 잘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하이브와의 분쟁이 1차적으로 마무리되기 무섭게 타 레이블 간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이다. 특히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 과정서 제기된 표절 의혹에 불이 붙었다. 앞서 민 대표는 아일릿의 소속사가 뉴진스의 제작 포뮬러를 표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빌리프랩은 민 대표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최근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빌리프랩은 지난 10일 SNS에 “빌리프랩은 그동안 표절의 멍에를 짊어지고 숨죽여 온 아티스트와 구성원의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해 민희진 대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표절 반박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게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28분 분량의 영상에는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 아일릿 기획에 참여한 관계자 등이 출연했다.

김 대표는 “특정한 콘셉트로 데뷔한 선배들 뒤에 데뷔하는 팀들이 가져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어 “뉴진스를 만든 민희진씨 입장에서는 본인이 했던 것과 유사성을 찾아내고 (빌리프랩이)베꼈다고 주장하시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그런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빌리프랩은 영상서 여러 그룹을 언급하면서 뉴진스의 콘셉트를 차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레이블 간 전쟁으로 2차전
이미지 실추로 주가도 하락

누리꾼 반응은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안 하니만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역풍까지 불 기세다. 유튜브 영상의 ‘싫어요’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부정적인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서도 소속 아티스트를 신경 쓰지 않은 대응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중이다.


실제 영상에 대한 비판은 아일릿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데뷔한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은 걸그룹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의견도 있다.

하이브와 민 대표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시기는 지난 4월말 경이다. 불과 2개월 만에 하이브는 대기업집단 지정‧내부 갈등이라는 극과 극의 상황을 동시에 겪었다. 업계 1위 기업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과 동시에 누리꾼 사이서 ‘K-POP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하이브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앞으로 더 날카로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가치 평가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주가는 이미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안 그래도 ‘엔터주’는 연예인의 상황에 따라 주가 등락이 큰 분야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업계인 만큼 이미지 실추는 치명적이다.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데 가야 할 길이 멀다.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서 송사로 비화된 만큼 기업에 대한 이미지 상실은 물론,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민 대표가 제기한 표절이나 음반 밀어내기 등 K-POP의 관행처럼 여겨졌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금까지 암암리에 진행됐다는 의혹만 나왔던 부분이 민 대표의 발언으로 검증 대상이 된 것이다. 

아티스트도
타격 입었다

여기에 갈등 과정서 불거진 각종 의혹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이 크다. 연예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의혹에 대한 진화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방 의장의 역량이 이번 사태로 확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곡가로서 방 의장은 ‘업계 탑’으로 알려져 있다. BTS라는 세계적인 그룹을 키워내면서 기획자로서의 역량도 인정받았다. 이제 그룹 총수로서의 역량을 검증받을 때가 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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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