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기획사’ 하이브 빛과 그림자

대기업 됐지만 속은 비실비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논란, 논란, 논란.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란에 엔터테인먼트사의 본질은 뒷전이 된 모양새다. 대중은 차갑게 돌아섰고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져 소속 연예인까지 타격받고 있다. 규모로는 업계 1위를 자랑하는 기업이 곪아 터진 속사정만 드러내는 중이다.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어떤 민낯이 숨어 있던 걸까?

연예계가 이렇게 시끄러웠던 적이 있을까? 겨우 상반기가 끝났을 뿐인데 ‘올해의 뉴스’라고 할 법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심지어 몇몇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심에 ‘하이브’가 있다. 하이브는 BTS, 뉴진스, 르세라핌, 아일릿 등 국내외 인기 그룹을 보유한 업계 1위 엔터테인먼트사다.

빛 좋은
개살구?

최근 하이브는 엔터테인먼사 중에는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달 15일 ‘2024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지난해 말 기준)인 회사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하이브는 앨범‧공연‧콘텐츠 수익 증가로 자산이 4조8100억원에서 5조2500억원으로 늘었다. 하이브 총수(동일인)인 방시혁 의장은 주식재산 6위를 기록했다. 방 의장은 하이브 주식을 2조5447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88개 그룹 총수 가운데 6번째다. 주식 재산만 놓고 보면 4대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2조1152억원)이나 구광모 LG그룹 회장(2조202억원)보다 높은 순위다. 

하이브는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출범해 2021년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음악에 기반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이브가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멀티레이블 시스템’ 방식이다.

하이브는 빅히트뮤직(BTS),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세븐틴), 쏘스뮤직(르세라핌), 빌리프랩(아일릿), 어도어(뉴진스) 등 멀티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레이블별로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해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하이브는 레이블별로 7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민희진과의 갈등에서 완패
화해 제스처에도 묵묵부답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하이브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체제다. 최근 하이브를 뒤흔들고 있는 논란이 바로 멀티레이블 시스템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경쟁과 협력을 바탕으로 레이블 간 상생을 꾀한 듯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갈등의 시발점이 된 모양새다. 

모든 일은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서 비롯됐다. 이후 하이브 산하 레이블 일부가 참전하면서 전선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고소, 고발이 진행됐고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하이브 소속 연예인에 대한 언급이 늘어났고 이 과정서 몇몇 가수에 대한 비방이 쏟아졌다, 

문제는 갈등이 거듭되면서 하이브에 대한 대중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등 외형은 ‘공룡기업’으로 커졌지만 내부 상황이 까발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 의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을 넘어 일정 부분은 이미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 대표에 대한 감사권 발동으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은 하이브의 완패로 끝났다. 앞서 하이브는 민 대표와 부대표가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고 보고 긴급 감사에 들어갔다. 이후 감사 중간 결과 보고를 통해 민 대표와 부대표의 배임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이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맞불을 놨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은 크게 화제가 되면서 여론을 뒤흔들었다. 민 대표가 타 레이블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권유를 폭로하자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특히 업계에서는 멀티레이블 체제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말이 나왔다.

감사권 발동
가처분 인용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 수위가 올라가자 법원의 판단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민 대표가 어도어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 입장도 엇갈렸다. 지난달 30일 법원은 민 대표 측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민 대표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민희진에게 해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하이브는 이번 주주총회서 민희진 해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계약상의 의무가 있다”며 “하이브는 민희진의 해임 사유에 대해 소명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로는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지배력을 약화하고 독립적으로 지배할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방법 모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민희진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민 대표와 하이브는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게 됐다. 민 대표는 법원의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하이브에 손을 내밀었다. 1차 기자회견 때와 달리 한결 차분한 모습으로 자세를 낮췄다.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진을 교체하면서 구도가 재편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어도어 이사회가 1대 3 구도가 되면서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민 대표를 해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법적으로 이사회 의결권을 강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 대표 입장에서는 ‘시한부 대표’가 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셈이다. 모회사인 하이브와 계속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표절·밀기
문제 불거져

민 대표는 법원 판결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어도어 대표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고 했다. 그는 “직위와 돈에 대한 욕심이 이 분쟁의 요인이 아니다. 뉴진스 멤버와 세운 비전을 이루고 싶은 소망이 크다. 감정적인 건 뒤로 하고 하이브와 이성적으로 타협점을 잘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하이브와의 분쟁이 1차적으로 마무리되기 무섭게 타 레이블 간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이다. 특히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 과정서 제기된 표절 의혹에 불이 붙었다. 앞서 민 대표는 아일릿의 소속사가 뉴진스의 제작 포뮬러를 표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빌리프랩은 민 대표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최근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빌리프랩은 지난 10일 SNS에 “빌리프랩은 그동안 표절의 멍에를 짊어지고 숨죽여 온 아티스트와 구성원의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해 민희진 대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표절 반박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게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28분 분량의 영상에는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 아일릿 기획에 참여한 관계자 등이 출연했다.

김 대표는 “특정한 콘셉트로 데뷔한 선배들 뒤에 데뷔하는 팀들이 가져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어 “뉴진스를 만든 민희진씨 입장에서는 본인이 했던 것과 유사성을 찾아내고 (빌리프랩이)베꼈다고 주장하시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그런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빌리프랩은 영상서 여러 그룹을 언급하면서 뉴진스의 콘셉트를 차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레이블 간 전쟁으로 2차전
이미지 실추로 주가도 하락

누리꾼 반응은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안 하니만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역풍까지 불 기세다. 유튜브 영상의 ‘싫어요’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부정적인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서도 소속 아티스트를 신경 쓰지 않은 대응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중이다.

실제 영상에 대한 비판은 아일릿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데뷔한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은 걸그룹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의견도 있다.

하이브와 민 대표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시기는 지난 4월말 경이다. 불과 2개월 만에 하이브는 대기업집단 지정‧내부 갈등이라는 극과 극의 상황을 동시에 겪었다. 업계 1위 기업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과 동시에 누리꾼 사이서 ‘K-POP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하이브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앞으로 더 날카로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가치 평가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주가는 이미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안 그래도 ‘엔터주’는 연예인의 상황에 따라 주가 등락이 큰 분야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업계인 만큼 이미지 실추는 치명적이다.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데 가야 할 길이 멀다.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서 송사로 비화된 만큼 기업에 대한 이미지 상실은 물론,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민 대표가 제기한 표절이나 음반 밀어내기 등 K-POP의 관행처럼 여겨졌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금까지 암암리에 진행됐다는 의혹만 나왔던 부분이 민 대표의 발언으로 검증 대상이 된 것이다. 

아티스트도
타격 입었다

여기에 갈등 과정서 불거진 각종 의혹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이 크다. 연예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의혹에 대한 진화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방 의장의 역량이 이번 사태로 확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곡가로서 방 의장은 ‘업계 탑’으로 알려져 있다. BTS라는 세계적인 그룹을 키워내면서 기획자로서의 역량도 인정받았다. 이제 그룹 총수로서의 역량을 검증받을 때가 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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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