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김’ 특검 삼중 플레이

‘동네북’ 영부인 수난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네가 하면 나도 한다.’ 특검의 참을 수 없는 유혹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빠져버렸다. 특검 하나로 3년 내내 우려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지겹다. 둘 다 불리하지만, 여당에게는 악수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내가 하면 괜찮다는 인식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대치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할 것 없이 영부인들을 타깃으로 삼으며 22대 국회 시작부터 정쟁이 펼쳐지고 있다. 극단적 정쟁 그 자체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다짐은 개원한 지 한 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까맣게 잊은 모양새다. 어느 한쪽이 선제 타격을 시작하면 이렇다 할 해명 없이 “너희도 마찬가지”라는 식의 논리로 되받아치기 바쁘다.

내로남불
거대 여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시작부터 급랭 정국이다. 식물 국회라는 21대 국회가 마무리됐지만,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여야의 관계가 냉랭하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에 대한 비호감도는 나오기만 하면 이들의 지지율이 떨어질 만큼 상당히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야는 배우자를 통해 상대 당을 옥죄겠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여전히 밀어붙이는 중이며,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지난 21대 국회서 민주당 권인숙 전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특검법 내용이 담겼다.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일부 의혹을 추가했다. 21대 국회 막판, 권 전 의원이 주가조작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허위 경력 기재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등 특혜 ▲뇌물성 전시회 후원 ▲민간인 해외 순방 동행 ▲서울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총 7가지 내용이었다. 

또 전담 영장 법관 지정, 전담 재판부 집중 심리와 자수 및 자백했을 경우 형을 감면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온갖 비판을 쏟아내는 중이다. 

특검 후보자 추천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할 수 있는데, 여당은 배제됐다는 게 문제 삼는 지점이다. 특검이 영장판사를 지정할 수 있는 문제 역시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고, 판사를 가려서 맡기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플리바게닝(유죄 협상)과 최장 6개월 동안 100명의 검사를 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유죄 협상제도에 관해서는 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투입 인원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언론 브리핑도 여전히 독소조항이라는 입장이다. 

야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는 요지부동이다. 해당 의혹 및 특검 요구에 대해 침묵을 유지한 채 오히려 공식적인 행보를 통해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시작부터 김건희 물고 늘어지기
여는 김정숙·김혜경으로 되치기

검찰은 아직까지 김 여사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원석 검찰총장이 주변에 김 여사의 소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검찰의 수사에 속도가 날지 이목이 쏠린다. 지금껏 검찰은 김 여사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때아닌 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 공격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시절, 외유성 인도 방문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서 김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외교부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한국 정부가 먼저 방문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인도 정부가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및 디왈리 축제에 강경화 외교부 전 장관을 초청했는데, 강 전 장관이 다른 외교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한 것. 이때 당시 인도 정부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을 초청했고, 이 과정서 한국 정부가 김 여사와 도 전 장관이 함께 방문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주장에 따르면, 이후 인도 정부가 총리 명의의 김 여사 초청장을 보내왔는데,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는 완전하게 대치된다. 

게다가 6000만원 기내식 비용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따르면, 김 여사 인도 방문 당시 대한항공과 체결한 수의계약은 2억2670만원 규모였다. 이 중 식비에 6292만원이 책정됐고, 연료비 다음으로 많이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예산에 대해 “영부인 외교를 위한 순방 예산은 없다. 그런데 인도 방문 당시 예산이 3일 만에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신청돼 승인됐다”며 “그런 예산을 편성한 전례가 없고, 이 사건의 본질은 국고 손실과 직권남용죄”라고 주장했다. 

특검에
특검으로

내친 김에 아예 국민의힘에선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검법에는 ▲옷값 특수활동비 사용 ▲인도 방문과 관련해 직권남용·배임 의혹 ▲청와대 경호원 수영 강습 의혹 ▲디자이너 양모 행정관 부정 채용 등의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서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던 부분(언론 브리핑)이 김정숙 여사 특검법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당내서조차 이를 악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윤 의원의 아이디어 차원서 특검법이 발의됐다. 우리 당은 원내서 전략도 없고, 개인이 냈는데 빨리 당론으로 뭘 하겠다든지, 정리하겠다든지 지도부가 의견을 내야 한다”며 “논란만 자꾸 언론서 부추긴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김정숙 여사 특검에 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는 데다, 정 필요하다면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택해 덤볐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여사도 참지 않고 직접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 배우자의 정상 외교활동과 관련해 근거 없는 악의적 공세를 하는 관련자를 정식으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도 “치졸한 시비, 민망하고 한심하다”며 직접 SNS에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사자 및 주변인들이 직접 등판하면서 여야 간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신 김 여사를 공격하는 이유로 특검이 정략적인 정치 행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고발 대신 바로 특검을 선택했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의석수가 108석에 그치는 만큼 과반을 넘기기는 어려워 김정숙 여사 특검법은 통과 가능성이 상당히 적다.

제3지대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도 ‘아직은 무리’라고 판단한 듯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분명 당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거리지만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고민이 많은 듯 보인다. 

국민의힘도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하고 가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지도부가 의견을 정리하고 그래도 장단점이 있으니 가보자고 중지를 모아야 당이 똘똘 뭉칠 수 있다. 질질 끌다가는 오히려 역풍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배우자
리스크


김정숙 여사가 정치사 중 최초로 단독 외교 사안인 만큼 밝힐 부분이 있지만, 문제는 민주당이 추진하듯 김 여사 의혹을 특검으로 밝혀야 할 사안일지 여부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국고손실 혐의로 고발돼 수사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존재한다. 국민의힘도 김건희 여사의 수사가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검법은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서도 같은 의견으로 반박할 수밖에 없다. 

앞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아예 ‘삼김’(김건희·김정숙·김혜경)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의혹은 조명현씨가 당시 김씨의 측근인 전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에게 지시를 받아, 캠프 후원금 카드와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했다는 이른바 ‘법카 사적 유용’ 여부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26일 열린 첫 재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던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나온 이야기가 바로 삼김 특검이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 않다. 누구 하나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특검 대치 전선은 21대 국회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에도 민주당 주도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발의됐었다. 22대 국회도 특검으로 시작했다. 거대 야당은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특검을 띄운다. 배우자를 노리는 이유는 단순히 맞불 작전으로 가기 위함으로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는 식의 논리다.

국힘 자기모순 빠져 당론 채택 불가
개인 욕심으로 악수, 수사 지켜봐야

문제는 이런 부분이 국민의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한다면 검찰을 믿지 못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줘 자기모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각각 배우자를 향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도 작용하며 직접 타격을 하기에는 이들의 팬덤이 상당히 견고하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탓에 이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다가는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비교적 팬덤이 많지 않은 배우자가 공격거리로 안성맞춤이다. 배우자가 타깃이 될 경우, 우회적 공격이 수월하다. 공격의 말미에는 항상 윤 대통령, 문 전 대통령, 이 대표가 언급되기 때문이다.

운명은 배우자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배우자는 중요하다. 과거 배우자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사회적 약자를 챙긴다는 이미지가 컸다. 대선 과정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의 논란에 관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한마디로 반전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 전 대통령도, 윤 대통령도 외치고 싶을 말이겠으나 최근과는 상당히 다른 기조다. 사과해도, 강경한 대응을 하더라도 역풍을 맞기 십상이라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배우자 리스크는 사소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다. 과거에는 배우자를 통해 여성 표심을 끌어올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인사들에 대한 의혹은 낱낱이 밝히기 쉽지 않다. 방어해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배우자 리스크는 정치권서 표적으로 삼기에 너무 좋은 소재다. 앞으로 여야는 이런 상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건은 검찰의 김건희 여사 수사 속도 및 결과다.

결과에 따라 그나마 국민의힘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질질 끌다간
오히려 역풍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이(김정숙 여사 특검법)를 띄우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개인의 욕심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데, 구태여 부풀릴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숙 특검’ 3지대 입장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김정숙 여사 특검을 띄운 가운데, 제3지대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쌩쇼다. 백해무익하고 멍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한 조국혁신당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특검 남발은 정치 행동이라며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수사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던 게 집권 여당”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 와서 검찰 수사 의지를 믿지 못한다며 특검을 발의하는 게 어떤 의도냐”라고 반문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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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