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김’ 특검 삼중 플레이

‘동네북’ 영부인 수난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네가 하면 나도 한다.’ 특검의 참을 수 없는 유혹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빠져버렸다. 특검 하나로 3년 내내 우려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지겹다. 둘 다 불리하지만, 여당에게는 악수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내가 하면 괜찮다는 인식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대치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할 것 없이 영부인들을 타깃으로 삼으며 22대 국회 시작부터 정쟁이 펼쳐지고 있다. 극단적 정쟁 그 자체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다짐은 개원한 지 한 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까맣게 잊은 모양새다. 어느 한쪽이 선제 타격을 시작하면 이렇다 할 해명 없이 “너희도 마찬가지”라는 식의 논리로 되받아치기 바쁘다.

내로남불
거대 여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시작부터 급랭 정국이다. 식물 국회라는 21대 국회가 마무리됐지만,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여야의 관계가 냉랭하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에 대한 비호감도는 나오기만 하면 이들의 지지율이 떨어질 만큼 상당히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야는 배우자를 통해 상대 당을 옥죄겠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여전히 밀어붙이는 중이며,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지난 21대 국회서 민주당 권인숙 전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특검법 내용이 담겼다.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일부 의혹을 추가했다. 21대 국회 막판, 권 전 의원이 주가조작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허위 경력 기재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등 특혜 ▲뇌물성 전시회 후원 ▲민간인 해외 순방 동행 ▲서울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총 7가지 내용이었다. 

또 전담 영장 법관 지정, 전담 재판부 집중 심리와 자수 및 자백했을 경우 형을 감면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온갖 비판을 쏟아내는 중이다. 

특검 후보자 추천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할 수 있는데, 여당은 배제됐다는 게 문제 삼는 지점이다. 특검이 영장판사를 지정할 수 있는 문제 역시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고, 판사를 가려서 맡기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플리바게닝(유죄 협상)과 최장 6개월 동안 100명의 검사를 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유죄 협상제도에 관해서는 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투입 인원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언론 브리핑도 여전히 독소조항이라는 입장이다. 

야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는 요지부동이다. 해당 의혹 및 특검 요구에 대해 침묵을 유지한 채 오히려 공식적인 행보를 통해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시작부터 김건희 물고 늘어지기
여는 김정숙·김혜경으로 되치기

검찰은 아직까지 김 여사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원석 검찰총장이 주변에 김 여사의 소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검찰의 수사에 속도가 날지 이목이 쏠린다. 지금껏 검찰은 김 여사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때아닌 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 공격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시절, 외유성 인도 방문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서 김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외교부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한국 정부가 먼저 방문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인도 정부가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및 디왈리 축제에 강경화 외교부 전 장관을 초청했는데, 강 전 장관이 다른 외교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한 것. 이때 당시 인도 정부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을 초청했고, 이 과정서 한국 정부가 김 여사와 도 전 장관이 함께 방문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주장에 따르면, 이후 인도 정부가 총리 명의의 김 여사 초청장을 보내왔는데,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는 완전하게 대치된다. 

게다가 6000만원 기내식 비용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따르면, 김 여사 인도 방문 당시 대한항공과 체결한 수의계약은 2억2670만원 규모였다. 이 중 식비에 6292만원이 책정됐고, 연료비 다음으로 많이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예산에 대해 “영부인 외교를 위한 순방 예산은 없다. 그런데 인도 방문 당시 예산이 3일 만에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신청돼 승인됐다”며 “그런 예산을 편성한 전례가 없고, 이 사건의 본질은 국고 손실과 직권남용죄”라고 주장했다. 

특검에
특검으로

내친 김에 아예 국민의힘에선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검법에는 ▲옷값 특수활동비 사용 ▲인도 방문과 관련해 직권남용·배임 의혹 ▲청와대 경호원 수영 강습 의혹 ▲디자이너 양모 행정관 부정 채용 등의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서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던 부분(언론 브리핑)이 김정숙 여사 특검법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당내서조차 이를 악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윤 의원의 아이디어 차원서 특검법이 발의됐다. 우리 당은 원내서 전략도 없고, 개인이 냈는데 빨리 당론으로 뭘 하겠다든지, 정리하겠다든지 지도부가 의견을 내야 한다”며 “논란만 자꾸 언론서 부추긴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김정숙 여사 특검에 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는 데다, 정 필요하다면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택해 덤볐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여사도 참지 않고 직접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 배우자의 정상 외교활동과 관련해 근거 없는 악의적 공세를 하는 관련자를 정식으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도 “치졸한 시비, 민망하고 한심하다”며 직접 SNS에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사자 및 주변인들이 직접 등판하면서 여야 간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신 김 여사를 공격하는 이유로 특검이 정략적인 정치 행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고발 대신 바로 특검을 선택했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의석수가 108석에 그치는 만큼 과반을 넘기기는 어려워 김정숙 여사 특검법은 통과 가능성이 상당히 적다.

제3지대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도 ‘아직은 무리’라고 판단한 듯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분명 당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거리지만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고민이 많은 듯 보인다. 

국민의힘도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하고 가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지도부가 의견을 정리하고 그래도 장단점이 있으니 가보자고 중지를 모아야 당이 똘똘 뭉칠 수 있다. 질질 끌다가는 오히려 역풍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배우자
리스크


김정숙 여사가 정치사 중 최초로 단독 외교 사안인 만큼 밝힐 부분이 있지만, 문제는 민주당이 추진하듯 김 여사 의혹을 특검으로 밝혀야 할 사안일지 여부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국고손실 혐의로 고발돼 수사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존재한다. 국민의힘도 김건희 여사의 수사가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검법은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서도 같은 의견으로 반박할 수밖에 없다. 

앞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아예 ‘삼김’(김건희·김정숙·김혜경)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의혹은 조명현씨가 당시 김씨의 측근인 전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에게 지시를 받아, 캠프 후원금 카드와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했다는 이른바 ‘법카 사적 유용’ 여부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26일 열린 첫 재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던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나온 이야기가 바로 삼김 특검이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 않다. 누구 하나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특검 대치 전선은 21대 국회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에도 민주당 주도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발의됐었다. 22대 국회도 특검으로 시작했다. 거대 야당은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특검을 띄운다. 배우자를 노리는 이유는 단순히 맞불 작전으로 가기 위함으로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는 식의 논리다.

국힘 자기모순 빠져 당론 채택 불가
개인 욕심으로 악수, 수사 지켜봐야

문제는 이런 부분이 국민의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한다면 검찰을 믿지 못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줘 자기모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각각 배우자를 향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도 작용하며 직접 타격을 하기에는 이들의 팬덤이 상당히 견고하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탓에 이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다가는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비교적 팬덤이 많지 않은 배우자가 공격거리로 안성맞춤이다. 배우자가 타깃이 될 경우, 우회적 공격이 수월하다. 공격의 말미에는 항상 윤 대통령, 문 전 대통령, 이 대표가 언급되기 때문이다.

운명은 배우자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배우자는 중요하다. 과거 배우자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사회적 약자를 챙긴다는 이미지가 컸다. 대선 과정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의 논란에 관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한마디로 반전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 전 대통령도, 윤 대통령도 외치고 싶을 말이겠으나 최근과는 상당히 다른 기조다. 사과해도, 강경한 대응을 하더라도 역풍을 맞기 십상이라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배우자 리스크는 사소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다. 과거에는 배우자를 통해 여성 표심을 끌어올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인사들에 대한 의혹은 낱낱이 밝히기 쉽지 않다. 방어해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배우자 리스크는 정치권서 표적으로 삼기에 너무 좋은 소재다. 앞으로 여야는 이런 상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건은 검찰의 김건희 여사 수사 속도 및 결과다.

결과에 따라 그나마 국민의힘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질질 끌다간
오히려 역풍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이(김정숙 여사 특검법)를 띄우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개인의 욕심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데, 구태여 부풀릴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숙 특검’ 3지대 입장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김정숙 여사 특검을 띄운 가운데, 제3지대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쌩쇼다. 백해무익하고 멍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한 조국혁신당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특검 남발은 정치 행동이라며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수사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던 게 집권 여당”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 와서 검찰 수사 의지를 믿지 못한다며 특검을 발의하는 게 어떤 의도냐”라고 반문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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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