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연금개혁의 굴레

터질 날만 기다리는 시한폭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차곡차곡 쌓아온 국민연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2055년에는 곳간이 텅 빌 것이라고 우려한다. 17년 동안 꿈쩍 않던 연금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상처만 남긴 채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지난 3월 연금개혁안이 발표됐다. 이해관계자 34인과 연금 전문가 10명이 머리를 맞댄 결과 ‘더 내고 더 받는 안’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으로 압축됐다. 0에서 100까지 무수히 많은 숫자에 셈법을 더해 간신히 두 가지 안으로 간추려졌다. 그러나 여야는 이마저도 선택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17년째
평행선

더 내고 더 받는 1안은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기능 강화’와 ‘지속 가능성’을 골자로 한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장기간에 걸쳐 13%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하는 것이다. 해당 안을 채택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61년으로 현행 대비 6년 연장된다.

2안은 더 내고 그대로 받는 방식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 안정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고려했다. 소득대체율은 40% 그대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10년 이내 12%까지 인상하자는 것이다. 2안의 기금 소진 시점은 현행 대비 7년 연장된 2062년이다.

그동안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못한 데에는 무수히 많은 이유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소득대체율은 고차방정식으로 여겨진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액이 가입자의 생애 평균 소득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만일 소득대체비율이 50%라고 치면 연금액은 가입 기간 소득의 절반에 달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정부는 연금개혁을 통해 재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그 반대인 소득대체율에 방점을 찍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는 1안과 2안을 바탕으로 네 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열고 결과를 도출한 뒤 21대 국회 안에 연금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개혁안이 발표된 시점은 지난 3월로 4·10 총선을 한 달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표심이 떨어질까, 누구 하나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결국 총선이 끝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연금개혁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4월14일 연금특위 산하 공론위원회는 ‘소득대체율 및 연금보험료율 조정’을 주제로 숙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은 두 번째 토론회로 그동안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놓고 충돌한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연금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노후 소득을 강화함으로써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하자는 ‘소득보장론’과 다가올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재정론’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소득보장론은 계속해서 내림세를 보이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그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재정론은 혜택 없이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으로 기존 가입자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날 토론회서 발제를 맡은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후 소득 보장 강화론에 힘을 실었다. 남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2030세대가 26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한다면 이들이 돌려받을 연금은 현재가치로 대략 66만원이다. 이는 노후 최소생활비 124만원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게 남 교수의 주장이다.

“2055년 곳간 빈다” 살벌한 경고
합의되나 했더니 이번에도 공회전


남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가입 기간도 늘리는 노력을 해 국민연금으로 95만에서 100만원 가까이 받을 수 있게 하자”며 “여기에 기초연금을 얹어 노후 최소생활비를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재정안정 중시론을 주장했다. 석 교수는 “소득대체율 50% 인상안은 현행 40% 에 비해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키는 개악”이라며 “초고령사회로 가는 한국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둔 개혁방안과 거꾸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적립 기금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해야 한다”며 “현재 연금 적립 기금이 10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보험료율은 인상하면 기금 규모와 수익 규모가 더 커져서 향후 보험료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 차례의 토론 끝에 지난 4월22일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56%가 더 내고 더 받는 1안, 즉 소득보장론을 택했다. 재정안정론인 2안을 택한 이들은 42.6%였다.

당초 1차 조사에서는 1안을 선택한 비율이 2안보다 낮았지만 2차 조사에서는 결과가 역전됐다. 시민대표단이 숙의 과정과 토론을 거칠수록 소득보장론인 1안이 타당하다고 본 셈이다.

국회로 돌아온 여야는 곧바로 논의에 착수했지만 초반부터 사사건건 부딪쳤다.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유경준 전 의원은 1안에 대해 ‘개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에 따르면 수지 균형의 측면서 보험료율 1%p를 인상할 경우 보완 가능한 소득대체율은 대략 2%p다. 1안의 주장대로 보험료율을 현행보다 4%p 올린다면 소득대체율은 48%가 되는데, 1안은 이보다 2%p 더 올랐으니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라는 측면서 명백한 개악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민주당은 “소득보장을 우선시한 국민의 뜻”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민주당 연금특위 일동은 입장문을 내고 “공론화위 결과를 존중한다”며 21대 국회 내 입법 성과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지난 4월29일에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연금개혁 추진단’을 꾸리고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영수회담서 논의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모두 빈손이었다.

21대 국회서 연금개혁을 매듭짓자는 민주당과 달리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도 밝힌 바와 같이 해당 논의를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제안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조급하게 해법을 내지 않고 22대 국회서 차근히 풀어내자는 뜻에서다.

43? 45?
문제는 숫자

결국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지난 4월30일 여야 연금특위 위원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는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이날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성준 전 의원은 “21대 국회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연금개혁에 합의하려고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의지 없이 22대서 하겠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맥이 풀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 논의를 22대 국회서 다시 논의하자고 밝힌 것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 대표로 나온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 국회서 계속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취지였다”며 “22대로 넘기자는 취지는 아니었다. 바람직한 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데 합의를 봤지만 가장 복잡한 소득대체율은 놓고는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이 45%을 제시한 반면 국민의힘은 재정안정을 위해 43%까지만 올려야 한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다층적인 구조개혁 논의 없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 개혁만 논의해서는 연금개혁을 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구조개혁이 먼저 이뤄지는 게 이번 논의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에서다.

결국 지난 7일 연금특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21대 활동을 종료하게 되는 상황이 왔다”고 밝혔다. 진통 끝에 보험료율에 대한 합의만 도출하고 소득대체율은 2%p 차이를 두고 결렬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여야 간사는 소통관서도 설전을 벌였다. 갑론을박이 길어지자 중간에 서 있던 주 의원은 난처한 듯 웃음을 지으며 이들을 말리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도 유 전 의원은 소통관 1층서, 김 전 의원은 2층서 각각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저마다 의견을 피력했다.

김 전 의원은 “보험료율이 1%p 올라가면 소득대체율은 2%p 올라가는 게 맞다”며 “소득대체율 2%p가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걸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했다. 2%p 차이가 17년 동안 못했던 연금개혁을 파탄시킬 만큼 중요한 차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끝자락서…
이제야 왜?

반면 유 전 의원은 의견을 달리했다. ‘2%p 차이에 대한 김 의원의 의견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연금 고갈 시기는 1~2년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누적적자 수치는 1000조씩 늘어난다”며 “‘이 수치는 계산이 틀리다’ ‘합의된 수치가 아니다’ 등은 공론화 과정서 빠졌다. 이런 수치를 봤으면 젊은 세대들은 (생각을)바꿨을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은 연금특위 공론화 과정서 모수개혁만 하고 구조개혁은 논의가 안 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승 지점을 앞에 두고 몽땅 원점으로 돌아갈 지경에 이르자 여권 내 일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43%와 45%의 중간인 44%로 타협하자는 의견까지 내놨다.

연금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21대 국회 폐원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지난달 23일에서다. 이날 민주당 이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조속한 개혁안 처리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당초 제시했던 50%에서 45%로 낮추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민주당은 연금특위 개최를 요청했다. 정부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본회의서라도 연금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석열정부가 제시했던 안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며 연금개혁의 공을 용산으로 던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주장이 ‘반쪽짜리’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SNS에 “소득대체율 45%안은 민주당이 주장한 안이지 윤정부의 안이 아니다”며 “이런 거짓말들로 인해 연금개혁이 늦춰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득대체율 44%의 대안에 대해 2주가 다 되도록 침묵하다가 이제야 21대 국회서 꼭 개혁해야 한다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정치 공세에 연금개혁을 끌어들이고 싶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연금개혁을 놓고 여야의 입씨름이 오가면서 논의는 점차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이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이 대표는 돌연 “다 양보하겠다”는 말과 함께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료율 9%→13% 합의
소득대체율 놓고 팽팽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이마저도 또 다른 이유를 대면서 회피한다면 애당초 연금개혁의 의지가 없었다고 국민들은 판단할 것”이라며 “지체 없이 입법을 위한 구체적 협의에 나서달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또다시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힘의 주장에는 구조개혁을 포함한 부대조건이 포함됐는데 이는 쏙 빼놓은 채 마치 민주당이 선심 쓰듯 44%로 양보하는 모습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결국 보다 못한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나섰다. 김 의장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서 모수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다른 정치적 이유로 21대 국회서 무조건 개혁하지 못하게 하려는 억지 주장”이라며 “구조개혁을 이유로 모수개혁을 미루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한번에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인 만큼 사실상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연금개혁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김 의장은 “(당초 본회의가 예정된) 5월28일 하루에 다 하면 좋겠다”며 “다만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27일이나 29일에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시간을 갖고 22대 첫 번째 정기국회서 최우선으로 추진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맞추면서 원포인트 본회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대통령실 역시 여야 간 수치에 대한 밑그림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22대 국회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채 21대 국회가 문을 닫았다. 연금개혁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25억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손에 쥐는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연금개혁안이 언제쯤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2026년 지방선거과 2027년 대선이라는 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여야가 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법을
찾아서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국민 합의로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린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소득대체율 부분에서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여야가 40%대서 1%p를 놓고 옥신각신 다투고 있지만 전문가 입장서 봤을때 소득대체율이 60~70%까지 올라야 퇴직 후 사망 전까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퇴직 연령이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정해진 정년까지 근무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허 교수는 “연금개혁은 노인뿐만이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를 위한 쟁점”이라며 “이런 측면서 청년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