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별곡 ①강화 화개정원

화사하다, 화개산오색꽃그늘

화개정원은 교동도에 있다. 교동도는 강화군 서쪽의 섬이다. 북한의 연백군까지 짧게는 2~3㎞ 거리다. 분단 이전에는 강화오일장과 연백오일장이 다르지 않았고, 교동도 아이들은 개성시나 연백군으로 통학했다. 교동도의 명물 대룡시장 역시 실향민들이 연백오일장을 본떠 만들었다.

교동도는 섬이지만 배를 타고 건너지는 않는다. 교동대교가 생긴 후로는 차로 오간다. 다만 다른 연륙 섬과 달리 최소의 절차가 필요하다. 교동대교 북쪽 검문소 앞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임시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민간인출입통제구역 민통선 안쪽이기 때문이다. (화개정원 홈페이지에는 간략한 민통검문소 출입안내가 나와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이 또한 여행의 특별한 경험이다. 

여행의 묘미

화개정원 가는 길을 이처럼 구구절절 늘어놓는 건 6·25전쟁이 있었던 6월인 까닭이다. 화개정원은 화개산 북쪽 기슭을 아우른다. 정상부에는 화개산전망대 스카이워크가 있다. 강화군의 새인 저어새의 눈과 부리를 형상화했는데 북녘으로 비상하는 모양이다. 전망대는 실내외로 나뉜다. 야외 전망대는 바닥 일부가 투명한 스카이워크다. 아찔하지만 안전하다. 개장한 지 만 1년이 지났지만 수시로 바닥을 닦아 투명하다. 

전망대에서는 화개정원과 교동 고구저수지 그리고 바다 건너 북한의 연백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개성 송악산까지 보인다. 광활한 풍경은 장쾌하고 후련해야 하지만 그 너머의 끝이 북한 땅이라 뭉클하다. 남과 북 사이 바다에는 특이하게도 배 한 척이 없다. 중립수역으로 조업이 불가하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실향민이 아니더라도 분단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남과 북의 바다는 경계가 없고 철책이 없어 한데 어울려 흐른다. 그 사실이 작은 위로가 된다. 

가까이 교동평야도 눈여겨볼 일이다. 원래 바다였던 땅을 간척한 농토다. 근래에 이뤄진 건 아니다. 고려 말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지금의 교동도는 여러 개의 섬이었다. 강화도 해안 대부분은 고려시대 이후 오늘까지 간척으로 넓힌 땅이다. 스카이워크 반대편 남쪽 풍경도 볼 만하다. 석모도, 불음도 등 강화군의 또 다른 섬들이 바다와 어우러진다. 자칫 놓치기 쉬운 풍경이다. 


화개정원이 곧 전망대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초록이 싱그러운 이맘때는 정원을 산책하는 즐거움이 크다. 정원 구역은 크게 다섯 가지 테마정원으로 나뉜다. 입구에서 물의정원을 지나 역사문화정원, 추억의정원, 평화의정원, 치유의정원을 거쳐 화개산전망대 스카이워크에 이른다. 

정원 입구에서 전망대까지는 도보로 약 30~40분 거리다. 지그재그 산책로가 정원을 고루 누벼 오른다. 약 18만본의 식물을 식재해 볼거리가 많다. 봄꽃이 지난 자리에는 어느새 장미, 수국 등이 활짝 피어 반긴다. 중간중간 멍 때리기 존(zone)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선베드(Sun Bed), 해먹 등을 설치하고 그늘막을 드려 바다를 보며 멍 때리고 힐링하기 좋은 장소다. 

5가지 테마정원에서 산책하는 즐거움
무료하지 않도록 스탬프 미션도 마련

그 가운데 역사문화정원은 교동도 유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교동도는 송도(개성)나 한양(서울)에서 멀지 않아 고려와 조선시대 유배지였다. 대표적인 경우가 연산군으로 화개정원 내에 유배지가 있다. 집 주변으로 울타리를 치고 출입을 제한한 위리안치(圍籬安置)와 연산군이 귀향 올 때 탄 소달구지를 재현했다. 연산군은 교동으로 유배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유배지 앞에서는 하루 다섯 차례 문화관광 해설이 이뤄진다. 

그냥 걷기가 무료하다면 모바일 스탬프 미션에 도전하자. 화개산은 ‘덮을 개(蓋)’자를 쓴다. 산머리가 솥뚜껑을 덮어 놓은 듯한 형태라 붙은 이름이다. 정원 곳곳에는 이를 상징하는 각기 다른 솥뚜껑 조형물 8개가 있다. 그중 6개를 찾아 인증하는 미션이다.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고 성공하면 기념품(현재는 강화 쌀 500g)이 주어지니 욕심낼 만하다.

몸이 불편하거나 전망대가 목적인 이들은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 있다. 모노레일은 가파른 경사를 천천히 오르내려 느린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왕복 1만3000원(화개정원 입장료 별도)으로 최대 탑승 정원은 9명이다. 주말이나 휴일 또는 단체여행객과 섞이는 경우 대기 시간이 길다. 

강화군에는 인천광역시가 선정한 인천 웰니스관광지25선 가운데 9곳이 위치한다. 웰니스 테마는 강화도를 조금 색다르게 여행하는 방법이다. 금풍양조장은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신규 우수웰니스관광지다. 막걸리(탁주) 전문 양조장으로 1931년에 문을 열어 현재 3대째 운영 중이다. 인천시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옛 목조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운치 있다.


와인을 연상케 하는 막걸리병 디자인이나 강화 쌀, 강화 인삼 등 지역 식자재를 활용한 프리미엄 막걸리 등이 흥미롭다. 현장에서 가벼운 막걸리 시음도 이뤄진다. 사전예약하면 막걸리 만들기 체험, 막걸리 지게미를 활용한 웰니스 체험 등을 즐길 수 있고, 술독, 우물 등이 남아 있는 2층 옛 제조실을 견학도 가능하다. 일부 체험에 포함된 막걸리 아인슈페너 ‘아인술페너’도 특별한 체험이다. 길상면의 책방들과 연계한 이벤트도 종종 개최한다. 

약석원은 인천시웰니스관광지로 강화 약쑥을 활용한 좌훈 체험관이다. 전통 좌훈 체험은 전통좌훈 40분과 쑥 온열 뜸 1시간(3만원, 전화예약 필수)으로 이뤄진다. 황토 벽돌 방에서 전통옹기 위에 앉아 좌훈한 후 온열 뜸기를 등과 배 위에 올려놓고 찜질한다. 강화 약쑥은 사자발쑥이라고도 불리는데 약쑥 가운데 그 효능이 빼어나다. 약석이라는 이름은 옛사람들이 쌀알 한 톨도 약이 되는 돌로 보았다는 데서 기인하는데 일회용 건강밥을 판매한다. 체험은 쑥뜸 향이 밸 수 있어 옷을 갈아입고 진행한다. 덕정산 북쪽 기슭에 위치해 인산저수지 전경이 푸근하게 펼쳐진다. 

돈대

강화를 이야기하며 돈대를 빼놓을 수 없다. 돈대는 적의 침입을 대비한 해변의 소규모 방어 시설이다. 강화에는 섬을 둘러 54개의 돈대가 있다. 각각의 지형에 맞춰 구축한 진지라 그 형태가 모두 다르다. 계룡돈대는 조선 숙종 5년(1679년)에 지은 돈대로 유일하게 제작 연대가 전해진다. 서쪽 해안에 있어 석모도 너머로 지는 일몰이 아름답고, 내륙으로는 망월평야가 푸르다. 강화나들길 제16코스 서해 황금 들녘길이 지나 이어 걸을 수 있다. 명성에 비해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화개정원 → 계룡돈대 → 금풍양조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화개정원 → 교동 대룡시장 → 계룡돈대
-둘째 날 약석원 →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 금풍양조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화개정원 https://hwagaejungwon.ganghwa.go.kr
-강화군 문화관광 https://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
-금풍양조장 https://www.instagram.com/on_sul
-약석원 https://약석원.kr

운영시간
-평일 08:00~19:00(18:00까지 입장 가능) 
-주말 08: 00~20:00(19:00까지 입장 가능) 
-휴무 연중무휴 
-요금 화개정원: 어른 5000원, 어린이, 청소년&노인(65세 이상) 3000원, 유아(6세 이하) 무료 
-모노레일: 일반왕복 1만3000원, 소인(7세 이하) 1만1000원 

문의 전화
-화개정원 032)932-2336~7
-강화군 문화관광과 032)930-3562
-금풍양조장 070-4400-1931
-약석원 032)937-5338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화, 88번·3000번 버스, 약 2시간 소요. 강화터미널 정류장에서 화개정원 정류장까지 18번 버스 이용. *문의: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032)933-2533

자가운전
올림픽대로 → 김포한강로 → 김포대로 → 강화대로 → 인화로 → 교동대교 → 교동동로 → 화개정원

숙박 정보
-호텔 에버리치: 강화읍 화성길50번길, 032)934-1688, www.ho televerrich.com
-남문한옥 대명헌: 강화읍 남문안길, 032)934-2021
-책방시점: 길상면 마니산로, 010-9931-0301 https://seej um.modoo.at


식당 정보
-대풍식당(물냉면): 교동면 대룡안길54번길, 032)932-4030
-수라전통육개장(옛날전통육개장): 강화읍 강화대로403번길 14, 032) 933-4949

주변 볼거리
연미정, 전등사, 강화소창체험관, 해든뮤지엄, 바람숲그림책도서관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