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소아과 의사 출신 개혁신당 이주영

“세 아이 엄마가 뭘 못하겠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22대 국회를 이끌 300명의 국회의원이 정해졌다. 여의도에 갓 입성한 초선 의원들은 저마다의 포부를 안고 국회 문턱을 밟았다. 이번 총선서 개혁신당은 3명의 초선 의원을 탄생시켰다. <일요시사>가 만난 네 번째 주자는 개혁신당 이주영 당선인이다. 

개혁신당 이주영 당선인은 소아응급의학과 전문의 출신이다. 의료 현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의료 전문가로 불린다. 20년간 몸담아온 의료계를 떠났을 때만 해도 정치에 참여할 자신의 미래를 몰랐으나 은사의 설득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는 개혁신당 비례 1번을 받아 당당하게 국회에 입성했다. <일요시사>가 이 당선인을 만나 여러 사안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선 이후 어떤 삶을 보내고 있나?

▲아직은 당내서 일하지 않아, 주로 인터뷰를 하거나 누군가를 만난다. 가정에서는 세 아이의 엄마답게 아이들도 챙기는 중이다. 최근에는 전공의를 만났다. 사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정당이 중심이 돼야 할 내용은 아니다. 정부와 의료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국회는 중간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잘 전달하고 집행이 현실적으로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올해 1월31일 사직했는데, 2월1일 아침 8시에 근무가 끝났다. 마지막까지 환자도 많았다. 한숨도 못 잤다. 10년 동안 있던 곳에서 짐을 싸니 한 살림이 나왔다. 참 많이 울었다. 잠시 쉴 때 서울 센터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거절했다. 가족과 여행을 갔고, 그동안 하지 못하던 걸 하고 있었다. 딱 6개월만 쉬자는 생각이었는데,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 정치에는 별로 큰 뜻이 없었다.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당 이곳저곳서 인재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 세 아이의 엄마고, 필수과 출신이라는 게 정치권서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한 듯 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은사님이신 박인숙 교수님께서 정치에 참여해보라고 설득하셨다. 

“의대 정원 확대하는 건 해결책 아냐”
 “공감대 이끌어내는 게 국가의 친절함”

-개혁신당을 택한 이유는?

▲아이템이 아닌 내 생각에 동의했다는 점에서다. 다른 당에서는 내가 가진 ‘아이템이 괜찮다’였다. 개혁신당은 명백하게 ‘네 생각을 안다. 네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 앞으로의 비전과 정부 방향성에 대한 비판한 대목을 동의한다’고 했다. 그동안 SNS서 하는 이야기를 이제 언론서 실어줄 것이고, 현장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게 내 마음을 움직였다. 

-비례대표 1번,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사실 비례대표 1번을 받을 줄도 몰랐다. 속보를 보고 알았다. 나라는 사람을 이 자리에 만들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국회의원 이주영이라는 사람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이준석 대표와 천하람 당선인을 보면서 진정성을 함께 느꼈다.

단순히 자리를 위해 정치해 온 인물들이 아니다. 이제는 개혁신당서 옳은 길을 함께 걸어 나가겠다. 선거를 뛰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얼마 전까지 일반인으로 살던 나는 국민이 의사에 편견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정치에 많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개혁신당에 들어와 많은 분을 가까이서 뵙고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됐다. 현장 말고는 답이 없다. 앞으로도 일선서 뛰겠다. 

-개혁신당의 새로운 당 대표 조건은?

▲당 대표는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고, 당원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이 과정서 국민의 목소리를 취합해 가장 도움이 되는 인물이 적합하다. 당에서 당 대표를 세웠을 때는 당을 위해서 일하라고 세운 것과 다름없다. 당의 방향과 맞고, 개혁해 나갈 때 책임을 지는 일에 두려움이 없는 인물이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 현장서 뛴 의사 중 한 명이었다. 얼마 전 전공의를 만났는데?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걱정되는 부분은 이번 사태 해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도 생각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지에 관한 부분도 계속 고민 중이다. 전공의들을 만났을 때 이런 상황까지 처하게 된 이유와 생각을 물었다. 이들도 자기 미래가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나도 그만둘 때 나의 20년이 날아간 기분이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모든 나라의 의료제도가 100%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정부는 저수가 문제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필수적이지 않지만, 건강을 증진시키거나 미용처럼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많이 있어 저수가를 커버해 온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필수적인 의료 분야는 저수가여도 의사가 파업하거나 투쟁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지금은 이런 임계치를 지난 것 같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정부가 꺼내든 게 의대 증원이다. 이 부분이 잘못됐다. 

“당 대표 조건은 두려움 없는 인물”
“의료 악법들 모두 살펴 개정 추진”

-윤석열정부의 국정기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금까지는 불통이었다. 영수회담을 통해 이재명 대표를 만난 일은 고무적이다. 통을 보여준 것이지, 통한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족함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상충하는 여러 안건이 있는데, 과연 국민에게 발전적인 방향으로 손을 잡거나 국민에게 발전적인 방향을 위한 행보는 되고 있지 않다. 

윤정부가 앞으로 합의점을 잘 찾고, 옳은 방향이면 추진을 잘해야 나라가 산다. 앞으로 여러 안건에 대해 더욱 많은 액션을 부탁드린다. 다른 당과의 소통도 필요하다. 국가는 옳은 방향서 한 발 앞서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함께해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게 국가의 친절함이다. 부모처럼 이것저것 다 해주겠다는 것은 안 된다. 앞으로 윤정부가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서도 다수당을 차지하게 됐다. 어떻게 보나?


▲다행히 이번에 국민께서 균형있게 결정을 해주셨다고 본다. 출구조사에 비해 압도적인 비율은 아니다. 의석수보다 지지율이나 득표율로 따지면 많은 지지를 받지 않았던 셈이다. 그렇기에 개헌선 저지에 대한 보수 결집이 분명 이뤄졌다. 민주당도 스스로 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아무리 정파적으로 민주당 쪽에 있다고 해도 이들 역시 곧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비전의 방향이 발전적이었으면 좋겠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세력이 만든 당이다. 국민의힘과 관계설정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사실 개혁신당은 반윤(반 윤석열) 세력으로 분류돼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전체가 친윤(친 윤석열)은 아니다. 국정을 해나가는 행정부의 방향과 입법부의 방향은 서로 견제하면서 보조를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다. 대통령과의 관계를 떠나 보수가 원하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 함께 갈 수 있다고 본다. 

바꿔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민주당 또한 손을 잡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채 상병 특검같은 경우다. 이 부분을 두고 박쥐라고 하는 분들이 계신데 사안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국민의 영역은 반드시 양쪽에 다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목표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비례대표의 취지 자체가 각 영역의 전문성 있는 사람을 국회로 데려와 잘 해보자는 취지다. 교육 전문가의 목소리를 전문가답게 들을 수 있는 분위기나 제도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또 좋은 의도로 발의됐지만, 결과적으로 응급의학과, 소아과 등을 떠나게 만든 법과, 응급의료법과 정신건강보건법의 개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신건강보건법 탓에 야간에 정신과적 응급 환자를 입원시킨 일이 없다. 이 부분을 취합해 개정할 수 있는 것들의 우선순위를 따져 현실감있게 추진하는 게 목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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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