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맞설’ 국힘 새 원내대표 과제 다섯

출발부터 앞이 깜깜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쉬운 길은 없다지만,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내달리는 게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이다. 당도 어수선한 데다, 거대 야당에도 맞서야 한다. 추경호 신임 원내대표가 매머드급 야당을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과제가 많다. 

국민의힘이 기나긴 구인난 끝에 신임 원내대표가 탄생했다. 그런데 또 영남권 출신이다. 당 조직적 측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거야에 둘러싸인 상황서 새 원내대표가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당내서 거는 기대가 크다. 앞서 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독주를 막아내기가 버거웠다. 임기 말로 갈수록 방어에만 급급하다가 아쉬움 속에 임기를 끝마쳤다. 정치권에선 여당의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인난 끝에…
결국 추경호

애초 원내대표에 나설 인물을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거는 지난 2일 치러질 계획이었으나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대표적 친윤(친 윤석열)계인 이철규 의원만이 나홀로 나섰다. 

이 의원은 일찍부터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위해 시동을 걸었다. ‘친윤 중 친윤’으로 불리는 이른바 ‘찐윤’ 중 한 명인 그는 당내서 주요 요직을 맡으며 압도적 존재감을 보여왔다. 실제로 인재영입위원장,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당초 원내대표 단독 출마설까지 거론됐던 것과는 다르게 결국 원내대표 후보로 나서지 않았다. 이 의원과 관련한 추대설, 나이 연대(나경원-이철규 연대) 등 다양한 설이 난무했다. 그러나 결국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원내대표를 맡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출마설이 유력하게 떠오르자, 당정관계 등을 우려한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재빠른 총선 패배 수습을 위한 새 원내 지도부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가 없던 일로 되자, 선거 대진표는 수도권·충청권·대구·경북(TK) 의원 3자 구도로 펼쳐졌다.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 의원은 이번 총선을 포함, 경기도 이천서만 내리 3선 고지에 오른 인물이다. 강점으로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 중 몇 안 되는 수도권 의원이라는 점이다.

원내대표 후보 정견발표서도 송 의원은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서 특히 수도권서 참패했는데,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처절하고 간절한 성찰, 반성이 필요하다”며 수도권 패배를 지적했던 바 있다.

중도 확장론을 꺼내든 충청권의 이종배 의원도 참전했다. 이 의원은 충북 청주서 내리 4선 고지에 올랐으며, 후보군 중 가장 높은 선수라는 강점을 갖고 있었다. 또 중도층 흡수가 유리하고 기존의 당정 관계에 관한 해법에도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찐윤 세력 빈 공간 메울지 관건
특검법 등 이탈 표심 관리해야

앞서 그는 출마 입장문을 통해 “경험을 바탕으로 현명한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석열정부 관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추경호 의원(초선)도 원내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추 의원의 강점으로는 보수 결집을 한층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받았다. 


정견발표 당시 추 의원은 “민생 현안에 대해 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 긴밀한 당정 소통으로 유능하게 해법을 찾겠다”고 건강한 당정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추 신임 원내대표도 친윤으로 누가 되든 현재의 수직적인 당정 관계를 탈피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 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과 관계 설정은 이번 국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과감히 ‘아니다 싶을 때엔 NO’를 외칠 수 있어야 민심을 끌어올 수 있다. 

소통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외 인물들과도 폭넓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 민심을 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들은 비교적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인물로 평가하지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거는 지난 9일 치러졌다. 당선자 총회를 개최했고, 후보 토론을 통해 국민의힘이 처한 위기를 돌파할 전략을 내세웠다. 이날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선출 규정인 22조에 의거해 재적 의원 과반수 투표와 투표 의원 과반수의 득표를 획득한 추 후보를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차기 원내대표에게는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당장 일선서 물러난 찐윤 세력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윤석열정부 초기만 해도 핵심 그룹은 당의 전면에 나서 주류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제는 전면에 나서는 것 자체를 리스크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또다시
영남권

이 때문에 차기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 하는데, 수직적 당정 관계의 우려는 여전히 산재하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미 찐윤인 정진석 의원을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앉혔다. 정 비서실장이 당 사정을 잘 알고 있고, 대통령실의 의중을 강화하려는 인사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따라서 차기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실과의 소통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주목된다. 

현재 국민의힘의 입지는 잔뜩 쪼그라든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서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패싱당했다. 수직적 당정 관계의 여파인 셈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당 운영을 대통령실 의중에 맞춰왔다. 

당장 국민의힘은 여소야대에 형국에 처한 원구성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관건이다. 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가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맡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21대 국회서 국민의힘에게 양보했던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차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신임 원내대표는 사실상 원구성부터 불리한 형국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하는 셈이다. 그는 운영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원장은 통상 국회의장 출신 정당의 상대 정당이 맡는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때 총선서 압승하면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이 같은 행태는 22대서도 그대로 이어질 방침이다. 추 신임 원내대표가 상임위 등 원구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산적한 
숙제들

영남권 출신인 그는 결국 영남이라는 한정된 구도 속에서 여러 난제들을 매듭지어야만 한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108명이 똘똘 뭉치자”고 언급했다.

당내에서는 추 원내대표가 비록 영남 출신이지만 21대 국회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고, 앞선 민주당과 협상 과정서 성과를 냈던 점을 인정받았다. 일례로 2021년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체제를 끝낸 점이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당장 채 상병·검건희 여사 특검 이탈표를 단속해야 하는 임무가 놓여있다. 윤 대통령은 사실상 거부권을 시사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 전날인 오는 28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특검법을 재차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적 의원 중 절반 출석을 통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법안을 재의결하게 된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현재 21대 국회 재적 인원은 총 296명으로 출석 의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찬성표가 중요하다. 이 중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의원을 제외하고 295명 중 197명만 찬성표를 던질 경우, 특검법은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113명)이 모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면 부결 처리된다. 

관건은 국민의힘 내의 이탈표다. 공개적으로 몇몇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검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던바 있는데, 이들 중 15명 이탈 시 특검법은 가결 처리된다. 이들은 이번 총선서 불출마했거나 낙선한 의원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과 관계 설정 변화 필요
비대위원장과 호흡도 상당히 중요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운마저 감지된다. 당내서 총선 책임론의 타깃을 윤 대통령으로 조준할 경우, 즉시 타격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체포동의안이 헌정사상 최초로 본회의를 통과했던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당내 입단속(?)에도 성공해야 한다.

이 밖에 22대 국회는 국민의힘에게 있어 ‘범야권 192석’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에선 이번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시 본회의에 올리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 양평 고속도로 특검법 등 윤 대통령을 옥죌 사안들이 다수 대기 중이다. 추 원내대표가 이 같은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단기적인 방어에 치중할 게 아닌, 장기적 전략을 짜야 한다. 여소야대라는 유리한 야당 정국에 맞서 촘촘한 구상을 통해 오히려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을 만한 플랜이 반드시 필요하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성도 중요하다. 비록 두 달간의 짧은 동행이지만 이 과정서 분란만 생긴다면 당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내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황 비대위원장은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가 아닌 8월경에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헌·당규상 필요한 절차가 40일이 소요되는 만큼 시기상으로 7월 이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원내대표의 6월 말에서 7월 초에 조속히 열어야 한다는 입장과 대치된다. 당내 반발이 거칠어지자 일단 한발 후퇴하는 액션을 취했다가 다시 입장을 선회했다.

추 원내대표는 차기 원내대표로서 전당대회 시기를 황 비대위원장과 조율해야 한다. 

시작부터
불리하다

한때 뜨겁게 달궜던 전당대회 룰 부분도 황 비대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현행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상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돼있는데, 정진석 비서실장이 비대위원장 시절에 바꿨던 규정이다. 친윤 인사들은 현재대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전대 룰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신임 원내대표는 시작 전부터 불리하게 임기를 맞는다. 거야에 둘러싸여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21대 국회는 민주당만 상대했다면, 22대 국회는 여러 당과 맞서야 하는 정국이다. 초반 행보가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재옥 전 원내대표 마지막 메시지는?

국민의힘 윤재옥 전 원내대표가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정치보다는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로 보는 문명의 정치로 바꿔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을 1년 1개월 동안 이끌어오며 어려운 형국에 처해왔음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그러면서 어려운 한 해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정쟁의 시간이 협치의 시간을 압도했다”며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여야가 협치하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원내대표가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협상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9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당선자 총회에서는 “신임 지도부에 많은 숙제를 넘겨드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