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오늘이 가장 싸다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분양가격이 치솟자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따르면 지난달 전국서 분양된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858만원으로 2월보다 4.96% 올랐는데 1년 전 대비 17.24% 상승한 수치다. 권역별 전월 대비 분양가 상승률은 ▲수도권 0.21%, ▲5대광역시 및 세종시 13.23%, ▲기타 지방 0.91%이다. 1년 전 대비 분양가 상승률은 ▲수도권 18.00%, ▲5대 광역시 및 세종시 25.96%, ▲기타 지방 10.66%로 나타났다.

일제히 
상승세

공공분양 아파트도 분양가가 오르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최초로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인 인천 계양지구 공공분양 아파트의 총사업비는 2년여 만에 30%가량 늘어났다.

분양가 상승 기조가 여전하자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일단 청약에 먼저 도전하려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청약제도 개편으로 청약 당첨 확률이 높아지자 늦기 전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급등 등의 이유로 주거용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잠정) 주거용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전년 동월(149.95) 대비 2.77% 상승한 154.11로 2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공사비·분양가 덩달아 상승
비용 부담 덜어줄 단지 인기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데 지난해 2월(149.95) 대비 2.77%, 3년 전인 2021년 2월(124.35) 대비로는 23.93%나 올랐다. 자재 가격과 임금 인상 등으로 오른 공사비는 하방경직성(한번 가격이 결정되고 나면, 경제 여건이 변화해도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는 현상)이 강해 떨어질 기미가 없을 전망이다.

늘어난 공사비는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전국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당 563만3,000원으로 전월 대비 4.96%, 전년 동월 대비 17.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은 전월 대비 0.21%, 전년 동월 대비 18%, 5대 광역시 및 세종시는 전월 대비 13.23%, 전년 동월 대비 25.96%의 상승세를 보였다. 또 기타 지방은 전월 대비 0.91%, 전년 동월 대비 10.66% 상승했다.

정설로만 내려오던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의 확산으로 수요자들 사이에선 이미 가격이 정해진 기분양 단지를 노리거나 주변 시세와 비교해 현저히 합리적인 수준의 분양가격을 갖췄거나 안전 마진이 있는 단지에 청약, 계약 의사를 내비치는 일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실질적인 내 집 마련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분양혜택을 더욱 면밀히 따지는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축 입주를 계획 중인 신혼부부나 출산가구라면 상반기나 늦어도 하반기 청약에 도전해보는 게 좋다.


상반기? 
하반기?

이미 시장에선 분양가가 더 비싸지기 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올해 1분기 수도권 청약자는 총 9만990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가량 늘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감소하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도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보면 2월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6만3099명으로 직전월대비 1723명 늘었다.

2022년 7월 이후 20개월 만에 하락세가 멈췄다.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대출한도가 더욱 줄어드는 것도 내 집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DSR은 대출자가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권에선 대출자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산정했지만, 이번에 도입된 스트레스 DSR은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폭까지 더한 더 높은 금리를 기준으로 따진다.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면 연봉 5000만원 기준 대출한도가 2000만원가량 낮아지게 된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스트레스 DSR 적용에 따른 대출한도 감소폭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트레스 금리 반영비율은 1단계 25%서 2단계(2024년 7월1일〜12월31일) 50%, 3단계(2025년 1월1일 이후) 100%로 넘어갈 수 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므로 대출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대출여건이 우량하지 않은 실수요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집을 사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고 수요가 충분한 입지라면 지금이라도 매수에 나서는 게 좋겠다. 

시장 내 ‘집값 바닥론’ 확산으로 각종 부동산 지표가 반등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셋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6주 만에 하락세를 끝내고 보합 전환했다. 매수심리를 보여주는 매매수급지수도 6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3월 셋째주 기준 86.6으로 직전주 85.7 대비 0.9p 올랐다.

금리인하
가시화권

금리인하가 구체화되는 올 하반기가 매수 적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상반기도 나쁘지 않지만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는 하반기에 매수하는 것을 추천하며, 금리인하 전후로 주택거래량이 받쳐주는지 살펴본 뒤 매수를 결정하는 게 좋다는 내용이다. 

최근 3기 신도시 공사비마저 30%가량 오르는 등 계속되는 분양가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친환경주택 건설 기준 개정안까지 적용될 계획이라 상승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자료에 따르면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A2 블록 공공주택 건설사업의 총사업비가 3364억원으로 변경 승인됐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 사업계획승인 때보다 688억원(25.7%) 증가한 것이다. A2 블록과 함께 사업계획이 승인된 바로 옆 A3 블록의 총사업비도 1754억원에서 2355억원으로 580억원(33.1%) 올랐다.

추정 분양가는 A2 블록 59㎡가 약 3억5600만원선, 74㎡는 약 4억3700만원선, 84㎡가 약 4억9400만원선이었다. 그러나 증액된 사업비를 고려하면 올해 9월 본 청약 때 확정될 최종 분양가의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민간·공공주택을 구분하지 않고 대부분의 아파트 사업비 인상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인이다. 실제 최근 들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지난해 실적을 공시한 9개 업체의 원재료 매입가를 분석한 결과, 시멘트 가격은 2년 전보다 최대 47%, 레미콘은 27%가량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 더 오르기 전…
내 집 마련 적기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분양가와 공사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월 민간아파트의 전국 평균 3.3㎡당 분양가는 1771만원으로 1년 전 1560만원 대비 13.5% 올랐다. 서울은 24.18%, 수도권은 20.2% 올랐다.

원자재 외에 부가적인 가격 상승 요인도 남아 있다. 국토부는 얼마 전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 기준(친환경주택 건설 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과 국민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신축 아파트의 에너지 성능 기준을 5등급으로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친환경주택 건설 기준은 2009년 제정된 이후 제로에너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에너지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지난해에는 공공주택 제로에너지 5등급 인증을 의무화한 바 있다. 이번 제로에너지건축물 성능강화에 따라 주택 건설비용이 전용 84㎡ 기준으로 약 130만원 추가될 전망이다.

다만 매년 약 22만원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해 약 5.7년이면 추가 건설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에도 분양가와 금리상승이 예상돼 합리적인 분양가를 갖추거나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단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도금 무이자 혜택 단지는 입주 때까지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어 내 집 마련을 고려하는 실수요자에게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내 집 마련 비용을 줄여줄 분양 아파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대우건설은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산 일원에 후분양 아파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18층, 10개동, 전용면적 59~84㎡ 총 771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선착순 분양은 지역 제한이 없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동·호수를 지정해 분양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의무거주 기간이 없어, 2024년 3월 소유권 이전 등기 후 전매도 바로 가능하다. 계약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30% 무이자 등을 제공한다. 게다가 후분양 아파트인 만큼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단지 반경 700m 내에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이 위치해 강남구청역까지 환승 없이 20분대 이동이 가능하며, 서울 전역을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서부선 경전철 신상도역(가칭)이 지날 예정이다. 단지 내 어린이집을 비롯해 반경 200m 내에 상도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신상도초, 국사봉중, 당곡중, 장승중, 당곡고 등 다수의 초·중·고교가 밀집돼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동작도서관, 약수도서관 등의 교육시설 이용도 편리하다. 상도근린공원, 용마산공원, 보라매공원 등이 가깝고 상도근린공원에 마련된 유아숲 체험장, 국사봉체육관 등에서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편한세상 평촌 어반밸리= DL건설이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일원에 짓는 ‘e편한세상 평촌 어반밸리’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에 이어 전 주택형(타입)에 발코니 확장비 무상 지원 혜택이 제공된다. 지하 3층~지상 20층, 6개동, 전용면적 59~98㎡, 총 458세대로 지어진다. 

평촌생활권에 속해 있는 단지다. 호원초를 품은 초품아 입지에 평촌학원가 이용이 가능하고, 지하철 1·4호선 및 향후 GTX-C 노선(예정)이 지나게 될 금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향후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예정) 호계역(가칭, 예정)도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다수의 LS그룹 계열사와 안양국제유통단지, 안양IT단지가 위치해 있고 평촌생활권에 속해 생활 인프라 이용도 쉽다.

▲평택 화양 동문 디 이스트= 동문건설이 경기 평택시 화양지구 일원에 짓는 ‘평택 화양 동문 디 이스트’는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1차),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다양한 
금융혜택

지하 2층~지상 29층, 8개동, 전용면적 84〜107㎡, 총 753세대 규모로 구성된다. 단지가 위치한 화양지구는 원정·포승국가산업단지, 포승2일반산업단지, 평택 포승(BIX)지구 등이 가까운 서평택 중심 입지다. 단지 옆에는 초등학교(예정)를 비롯해 다수의 초, 중, 고교(예정)가 들어설 전망이다.

▲익산 부송 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이 전북 익산시 부송동(부송4지구 C블록) 일원에 짓는 ‘익산 부송 아이파크’는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1차),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지하 2층~지상 20층, 5개동, 전용면적 84~123㎡, 총 511세대로 공급되는 익산시의 첫 번째 아이파크이자 영등생활권의 마지막 민간분양 아파트다. 

도보 거리에 궁동초, 어양중과 부송도서관이 위치하고 영등학원가가 인접해 있다. 단지 인근에 홈플러스(익산점), 롯데마트(익산점), CGV 익산, 익산종합병원, 익산예술의전당 등이 있다.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 GS건설과 한화 건설부문이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일원에 짓는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는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총 3개 단지, 지하 3층~지상 29층, 37개동, 전용 59~109㎡, 총 3214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전용면적 59~84㎡, 총 1192세대가 일반분양된다. 단지 바로 앞에 경양초와 운암중이 있고 대형마트와 병원 등 생활 편의시설 이용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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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