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채 상병 수사 관전 포인트

밑그림 그렸다, 색칠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관해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여 만에 핵심 피의자를 조사한다.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박경훈 대령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조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윗선을 향한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번 피의자 조사가 대통령실 혹은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까지 수사가 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1월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3개월 만이다. 공수처는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서 전체적인 포렌식을 마치고 분석 작업 중에 앞으로 조사해야 할 사람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포렌식 결과는?

공수처 관계자는 “포렌식 분석을 하면서 진행하는 부분과 관련자 조사 등 병렬적으로 조사는 진행되고 있었다”며 “포렌식은 지난주에 끝났고 포렌식 분석을 통해 필요한 부분 있으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사령부,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지난달 이 전 장관이 낸 휴대전화 등에 관한 포렌식을 진행했다.

포렌식을 마치고 공수처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의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자진 출석해 조사받은 것을 제외하면, 공수처가 이 사건 피의자에게 출석을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수사 외압의혹과 관련해 올해 초, 이 전 장관과 함께 출국금지 명단에 올랐던 핵심 피의자다. 당시 출국금지 명단에 오른 인물은 이 전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 법무관리관 박 전 직무대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이다.

박 전 직무대리는 해병대 수사단이 처음 경찰에 넘긴 채 상병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재검토한, 조사본부의 당시 책임자다. 당시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8명으로 봤던 범죄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인 최종 결과를 내놨다.

공수처는 박 전 본부장을 조만간 소환해 회수한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기록의 재검토 경위와 혐의자 축소 과정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유 관리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전화해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내용을 축소하라고 직접적으로 지시한 인물인 셈이다.

8개월 만에 핵심 피의자 불러 첫 조사
기록 회수 경위·혐의자 축소 등 질의

유 관리관은 수사외압 의혹의 주요 국면마다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7월31일 오후 3시18분 박정훈 전 단장과 처음 통화했다. 그날은 박 전 수사단장이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이 전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은 후 하루 만에 경찰로의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고 태도를 바꾼 날이다.

박 전 수사단장에 따르면 “유 관리관이 ‘그다음 날인 8월1일에도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유 관리관은 지난해 8월2일, 국방부가 경찰로 넘어간 채 상병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과정에도 등장한다. 해병대 수사단이 8월2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적시한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넘기자 그는 경북경찰청 간부에게 전화해 기록 회수를 논의했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도 통화한 걸로 알려졌다.

유 관리관은 채 상병 사건 기록 회수와 관련해 지난해 국회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8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경북청서 채 상병 사건 기록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게 누구냐”는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질문에 “국방부 검찰단서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러니까 (경북)경찰청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장관이 지시하신 것이냐”고 같은 당 최강욱 의원이 재차 묻자, 유 관리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수사를 지시했고, 그것은 항명죄의 증거서류로서 가져온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북청에 사건 회수 의사를 처음 밝힌 사람이 유 관리관인데 국방부 조사본부서 사건 기록을 회수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회수 당시 상황과 다르다. 

“특검으로 수사 속도 내는 듯”
“대통령실 외압 정황은 불어나”

최근 이 전 장관이 “(자신은)사건 기록 회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유 관리관이 누구의 지시로 경북청에 전화해 사건 기록 회수를 문의했는지 등은 채 상병 사건서 최대 관심사가 됐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을 지난 26일 소환했다. 공수처는 그에게 경북청에 사건 기록 회수를 지시한 이유와 국방부(이 전 장관)나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람에 대한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 임 전 사단장, 김 사령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신 전 차관, 이 전 장관 등 윗선에 대한 조사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채 상병 특검법이 처리되기 전에 수사력을 증명하기 위해 조사를 서두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제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안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은 내달 2일, 본회의서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수처 출신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의 수사가 지체된다’ ‘수사할 의지가 없다’는 평가에 공수처 내부서 없는 인력들을 쥐어짜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여기에 포렌식 분석까지 대부분 마치고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다 특검에 그대로 수사자료를 넘겨줄 위험도 있어 더욱 결과를 내려고 열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팀 입장에선 지금 있는 상황서 수사 일정과 계획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급한 상황”이라며 “사실 특검 입법 상황을 고려할 만한 여유가 없고 처장과 차장이 부재한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해 수사 속도를 내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이 수사외압을 했다는 정황은 점점 불어나고 있다.


공수처는 포렌식을 통해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의 휴대전화서 지난해 8월 채 상병 사건 재검토 명령을 받은 뒤 “이 사건이 과거 사이버사령부 댓글 조작 사건처럼 될 수 있다.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윤 관리관이 채 상병 사건 기록 회수 과정서 공직기강비서관과 전화한 정황이 나오면서 대통령실의 사건 개입 의혹은 더 커지게 됐다.

커지는 의혹

하지만 핵심 피의자들은 수사외압은 없었다고 계속 반박하고 있어 공수처의 수사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전 장관은 계속해서 “군은 수사권이 없어 수사외압은 성립할 수 없다”며 “법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대통령실이나 국방부 관계자들도 “통상적인 행정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의심되는 부분은 많은데 정작 명확한 물적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핵심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조사부터 연루된 모든 인물을 강도 높게 조사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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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