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불편한 상륙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4.04 09:53:30
  • 호수 1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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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자금이 몰려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저가 물품으로 무장한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국내 공습이 심상치 않다. 최근 알리는 한국에 1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에 질세라 쿠팡은 3조원 이상 쏟아부어 2027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하겠다고 나섰다. 일각에선 토종 업계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유통 전국시대’의 막이 올랐다는 분위기다.

‘알·테·쉬(알리·테무·쉬인의 합성어)’를 필두로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교적 후발주자인 테무(Temu)는 출시된 지 1년 반 만에 50개국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 이커머스는 인천공항 등의 글로벌 배송물류센터(GDC)를 거쳐 빠르고, 저렴하게 수출길을 열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들이 한국시장 진출에 혈안이 된 이유 중 하나다. 

1조 쾌척

글로벌 배송물류센터(GDC, Global Distribution Center)는 전 세계 직구 시장의 핵심 시설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 배송을 위한 GDC는 국내외 전자상거래 업체 제품을 보관하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재포장해 인근 국가의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환적’의 기능을 주로 한다.

이곳을 통하는 물량은 관세와 부가세 감면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중국 이커머스가 우리나라를 유통허브로 활용해 세계 시장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한국에 축구장 25배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짓겠다”며 3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 판매자의 글로벌 판매 지원에 1억달러(1316억원)를 투자하고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판매 채널을 연다는 계획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알리 앱 사용자는 쿠팡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알리와 테무의 이용자 수를 합치면 1300만명이 넘는다.

이에 쿠팡은 알리의 2배 규모인 3조원을 물류에 투자하겠다고 맞섰다. 알리의 성장세에 대응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신규 고객 유치로 시장을 지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쿠팡은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전 국민 100% 무료 로켓배송’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알리가 향후에도 공격적인 물류 투자를 지속할 경우, 쿠팡이 경쟁력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누적적자가 6조원에 이르는 상황서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은 알리를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중국 이커머스와 출혈 경쟁으로 맞붙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855억달러(1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 투자 규모를 계속 늘려 쿠팡과 알리의 경쟁이 지속되면 국내 유통 기업들의 피로감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진출 후발주자인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는 지난달 20일, 실적 발표를 통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123%나 증가해 전망치를 한참 옷돌았다. 경쟁사인 중국 알리·징둥닷컴의 소매부문 매출 증가율이 불과 2∼3%대인 것과 대비된다. 

“축구장 25배 규모 통합물류센터 짓겠다”
‘알·테·쉬’ 국내 진출···무서운 영향력


매출 급성장의 원동력은 핀둬둬의 해외용 플랫폼 테무(Temu)다. 2022년 9월 미국에 처음 출시된 테무는 유럽을 거쳐 지난해 7월 한국에 상륙했다. 테무의 지난해 상품 거래액은 약 164억달러(약 22조원). 지난해 전 세계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쇼핑 애플리케이션 1위(3억3800만건)에 올랐다.

한국에선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에서 G마켓을 제치고 쇼핑앱 4위(581만명)를 기록했다.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가 거세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네이버, 쿠팡, 알리 등 국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이커머스 시장 실태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소수 이커머스 사업자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시장구조·경쟁 현황·거래 관행 등을 심층 분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소비자와 사업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특히, 알·테·쉬의 영향력이 증대하면서 ▲규정에 어긋나는 광고 ▲유통금지 품목이나 유해 상품 판매 ▲가품 ▲위해 식·의약품 ▲청소년 유해매체물(성인용품) ▲개인정보 침해 등 여러 가지 피해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 접수는 2022년 93건서 지난해 465건으로 1년 사이 500% 급증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21일 “중국 이커머스를 통한 해외직구가 늘면서 제품 환불과 민원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이커머스 진출로 국내 GDC 및 항공사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GDC서 처리한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은 9만8560t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복합운송화물은 해상으로 한국에 운송된 후 인천공항을 거쳐 해외로 나가는 화물을 말한다.

화물의 출발지는 99.6%가 중국으로 주로 동북부 전자상거래 물품이 실렸다. 모두 알·테·쉬 등에서 발송된 제품들이다. 이들 화물은 47%가 북미, 31%가 유럽으로 다시 운송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해외직구 물류거점으로 지정한 웨이하이의 경우 대형 화물공항이 없고 중국 국내 공항으로 육로 운송하는 것보다 인천~웨이하이가 더 짧다”며 “인천공항의 네트워크가 이점이 돼 상당량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GDC로 이득 본 해외 이커머스
국내 항공사 반사이익···쿠팡은 울상

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여객 없이 인천공항에 정기편으로 취항한 화물 항공사는 총 18곳이다. 미국 항공사가 6곳으로 가장 많고 유럽과 중국이 각각 4곳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발 물동량을 흡수하려는 물류창고 업자들의 움직임도 감지됐다. 이커머스 기업 입장서 GDC의 장점은 한 물류센터에 물량을 모아 인근 국가로 보낸다는 것이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의 핵심 물류 거점인 인천공항, 인천항 등에 설치된 GDC를 통해 미국, 호주 등으로 수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이다.


이를 주목한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GDC 제도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유치를 확대해가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 GDC서 보관하고 있는 물품은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GDC 운영과 직관된 법령을 손보고 있다. 지난 2020년 관세청은 중계무역만 가능했던 기존 규정서 GDC를 통해 들어온 해외 이커머스 물건이 한국 소비자에게 전달될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CJ대한통운 인천GDC센터의 경우, 지난 2018년 4월부터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부지 면적은 2만9430㎡로 1일 3만박스 정도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센터는 글로벌 건강 라이프 쇼핑몰 ‘아이허브(iHerb)’의 아시아권 물류센터다. 미국서 들어오는 아이허브 제품을 보관했다가 일본, 싱가포르, 호주, 카자흐스탄 4개국으로 보낸다.

지난해부터는 센터 내 6264㎡를 증축해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를 도입했다. 오토스토어는 주문이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로봇이 이동하면서 출고 작업자 앞으로 제품이 담긴 보관바구니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는 가로 77.7m, 세로 29m, 높이 5.3m의 큐브형 창고로 운영돼 그 이상 부피가 큰 물건은 관리할 수 없다.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독자적인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고자 경기도 파주 일대 등에 물류창고 사업자들과 보관 사용 계약을 맺으려 시도 중이다. 한 물류회사 출신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알리가 인천공항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 인근에 위치한 물류창고를 이용하기 위해 시장조사 중”이라고 귀띔했다.

어수선

그러면서 창고 운영사업자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우려하기도 했다. 해외 이커머스의 막대한 물량을 보관할 창고를 짓겠다는 명분으로 은행 대출을 받는 사업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시장변화에 따라 무분별하게 세운 창고가 무용지물이 될까 봐 우려스럽다”며 “담보 가치가 떨어진 부동산을 현금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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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