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라진’ 민생당 국고보조금 추적

100억원서 460만원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적 계산에 따라 만들어진 정당은 그 쓰임을 다하자마자 무너져 내렸다. 문제는 껍데기만 남은 듯한 정당에 끊임없이 ‘정당보조금’이라는 이름의 돈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다 쓰러져 가는 집처럼 보이는 곳의 이면엔 100억원에 가까운 ‘애먼 돈’이 존재했다. 과연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4‧10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의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공천서 탈락한 정치인을 품기 위한 ‘제3지대’ 정당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선거 공학에 따라 정치적 계산으로 구성된 정당은 지속성이 짧다는 한계를 지닌다. 

창대한 시작
초라한 말로

실제 선거가 마무리되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다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서 국민의 외면을 받은 정당이 설 자리는 없다. 정치권의 관심은 물론 국민의 시야서도 빠르게 벗어난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거서 제3지대 정당이 받아 든 결과다. 

2020년 2월24일 창당한 민생당도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민생당은 21대 총선을 2개월 앞두고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모여 만든 정당이다. 당시만 해도 현역 의원이 20명에 이르러 민주당,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이어 원내 제3 교섭단체였다.

하지만 총선서 지역구 후보 58명이 전원 낙선했고 정당 득표율은 2.71%에 그쳤다. 비례 배분 기준은 3%로 민생당은 21대 총선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선거서 의석을 얻지 못한 정당의 현실은 암울했다. 창당 때부터 구심점이 됐던 주요 인사는 물론 실무진까지도 당을 떠났다. 21대 총선이 끝나고 한 달 만에 민생당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렸다. 그리고 22대 총선을 한 달 앞둔 현재까지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열기 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비상 상황서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구성되는 기구다. 4년에 가까운 비대위 체제는 그동안 민생당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비대위 기간 내내 제기된 민·형사상 소송이 40여건에 달했다. 

21대 총선 참패 이후 2020년 5월29일에 출범한 비대위는 민생당 당헌에 규정된 ‘2021년 상반기 전당대회 개최’를 지키지 못했다. 또 2021년 4월7일 열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서 처참한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이수봉 당시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이관승·김정기·황한웅(사무총장) 3명이 공동직무대행으로 지명됐다. 

21대 총선 직전 제3지대 등장
현역의원 20명으로 화려했지만…

이후 황 사무총장이 이탈하고 중앙선관위의 대표자 등록으로 이관승·김정기 공동직무대행 체제가 굳어졌다. 이·김 체제는 최소 올해 2월까지 유지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 사이 전당대회가 열리긴 했지만 당원자격 문제로 파행을 겪으면서 4년여의 비대위 체제가 공고하게 이어졌다.

2021년 8월 전당대회가 진행됐고 당시 서진희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 문제는 총선서 참패한 민생당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시도당을 축소하는 과정서 불거졌다. 앞서 총선 직후 발족한 비대위는 17개의 시도당을 7개만 남기는 일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때 해산된 시도당의 당원자격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정당법을 근거로 ‘시도당이 소멸하는 경우 해당 시도당의 당원이었던 사람은 당원자격이 상실된다’고 답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서 후보는 당시 소멸된 시도당 중 하나인 대전시당 소속이었다. 중앙선관위의 답변대로라면 서 후보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당시 민생당 당원이 아니었던 셈이다.

민생당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당원들은 해당 내용을 전혀 몰랐다. 민생당 선관위의 당선 무효 선언, 이·김 공동직무대행이 제기한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서 1, 2심 재판부가 원고(이관승, 김정기)의 손을 들어 주면서 당권 다툼은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그 결과 이 직무대행이 탈당한 지난 2월까지 3년8개월 동안 민생당은 ‘투톱’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 기간 동안 민생당에 지급된 정당보조금이다. 민생당은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원외정당이지만 21대 총선 이후에도 꾸준히 정당보조금을 받아왔다. 2020년 정당보조금은 총 907억원에 달했는데 20대 총선 임기 말까지 20석의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한 민생당은 117억원의 정당보조금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민생당은 21대 총선서 참패했지만 정당보조금은 끊기지 않았다. 정당보조금은 2·5·8·11월에 분기별로 지급되는 경상보조금, 선거 때마다 주는 선거보조금을 통틀어 가리킨다. 중앙선관위는 총선 총 유권자 수를 근거로 보조금 총액을 산출한 뒤 의석수와 득표율 등에 따라 정당에 지급한다. 

민생당은 의석은 없지만 21대 총선 당시 득표율이 2% 이상(2.08%)이어서 보조금 총액의 2%를 배분받는다. 그 액수는 9억5000여만원에 이른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단 1명의 후보를 내고 선거보조금 9억3000여만원을 받았다. 현행법상 보조금 지급 대상인 정당은 후보를 한 명이라도 내면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당권 다툼
복마전

여기에 2022년 기준 37만여명에 이르는 당원이 내는 당비도 1년에 1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상보조금과 당비로 1년에 10억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선거보조금까지 20억원가량의 정당보조금을 받는 셈이다.

A씨는 “21대 총선 참패 이후 현재까지 비대위 기간 동안 수십억원의 정당보조금이 지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20대 국회서 받은 정당보조금까지 합치면 최소 80억원 정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민생당 재정 상황은 ‘파탄’에 가깝다. 당직자의 월급을 주지 못한 기간이 있을 정도였다. 분기별로 나오는 경상보조금으로 급한 불을 끄고 선거보조금으로 돌려막는 식이라고 한다. 실제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13일 기준 민생당 명의의 예금통장서 가용자금은 약 460만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시도당에 일부 보내고 나면 중앙당이 쓸 수 있는 돈은 수십만원도 남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생당 당원을 비롯해 관계자들은 한때 100억원에 육박하던 자산이 불과 몇 년 새 완전히 쪼그라든 상황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한 민생당 당원이 이관승·김정기 공동직무대행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준비서면을 입수했다. 2021년 파행으로 치달은 전당대회 이후 재선거를 치르지 않는 공동직무대행에 대해 직무정지를 처분해 달라는 소송이다.

해당 서면에 따르면 이·김 공동직무대행은 “정치자금법상 경상보조금 총액의 30%는 정책연구소, 10%는 시도당, 10%는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5%는 청년정치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돼있다”며 “경상보조금 2억3000만원 중에서 중앙당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자금은 45%인 1억400만원에 불과하다. 월로 환산하면 3460만원 정도로 최소한의 활동비, 임대료, 관리비, 세금, 임금 등을 제하면 거의 남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항변했다. 

일각에서는 민생당 재정 고갈의 원인으로 이·김 공동직무대행을 꼽는다. 이들이 직무대행으로 재임하는 동안 예산 사용내역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직무대행의 경우는 민생당 당원의 고발로 경찰 수사가 진행돼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석 없이도
1년에 10억씩

김 직무대행이 민생당 경기도당위원장을 겸임하면서 예산을 마구잡이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제를 제기한 당원 B씨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김 직무대행이 ▲조직활동비를 현금으로 받아 증빙 없이 사용했고 ▲조직활동비 일부를 배우자에게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차량을 구입하거나 사업장이 불분명한 업체서 현수막을 제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예산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정치 인식조사 용역 ▲정책 연구 비용 등 용역비를 집행하는 과정서 업체의 사업장 주소가 불분명하거나 업체가 사라지는 등 의아한 대목이 발견됐다. 

B씨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민생당 경기도당서 지출한 내역은 최소 2억2000만원에 이른다. B씨는 김 직무대행과 당시 경기도당 회계책임자인 이모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부천원미경찰서는 ▲조직활동비 ▲청년정치 인식조사비 ▲2030 경제인식조사 용역비 등 명목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 등으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2022년 상반기 예산 집행 내역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도당위원장 활동비를 증빙 없이 썼다는 의혹, 용역비를 과도하게 집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경찰청은 활동비 관련한 부분은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정해 송치했고 용역비 관련 부분은 불송치했다. 용역비를 돌려받았다는 게 불송치의 근거였다. 

이·김 공동직무대행을 비롯해 총 5명이 ▲정당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사실도 확인됐다. B씨는 “이들은 회의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받아 가고 공당의 대표는 급여까지 챙겼다. 공당의 대표가 당무지휘권을 가지면서 자신의 급여를 결정하게 되면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도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급여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씨는 민생당 내부도 문제지만 정당보조금을 지급하는 중앙선관위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당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사용내역에 대한 명확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앙선관위는 매년 2월 정당이 제출한 정당보조금 사용내역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 

총선 참패 원외정당 전락
비대위 체제로 3년10개월 

정치자금법 제28조(보조금의 용도제한 등) 4항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직원은 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과 이의 지출을 받은 자, 그 밖에 관계인에 대해 감독상 또는 법의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보조금 지출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는 정당이 제출한 내역에 대해서만 조사한다. 법령에 맞게 정당보조금을 사용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정당보조금 사용에 관해서는 당에 재량권을 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에서 김 직무대행을 비롯한 민생당 관계자를 고발한 건에 대해서는 “고발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민생당의 더 큰 문제는 제기된 의혹이 해결될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대법원은 이·김 공동직무대행이 민생당을 상대로 제기한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서 ‘선거무효’로 판단했던 항소심 판결을 뒤엎고 파기환송했다. 시도당 해산과 당원자격 소멸을 동일선상서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 당원자격의 소멸 여부는 당원에게 있다는 취지다.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의 1, 2심 판결을 비롯해 중앙선관위의 답변까지 뒤집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로 2021년 8월 전당대회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서 후보가 다시 민생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선관위서 서 후보를 대표로 등록하면 대표권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법원 판결이 지난달 29일에 나오면서 파기환송심 결과는 22대 총선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직무대행이 출마 선언을 했지만 민생당의 총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당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2% 이상의 득표율은 요원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내면서 받게 될 9억3000만원의 선거보조금 외엔 더 이상 민생당에 들어올 정당보조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민생당이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민생당 당원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목적은 오로지 돈이었을 것”이라며 “선거보조금까지 전부 다 쓰고 당을 해산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 후보가 대표권을 확보한다고 해도 빚만 남은 상태로 당을 넘겨받거나 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마지막 기회
당 해산되나

민생당 당직자는 “(내가 하는 말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 관련해서는 당 차원서 낼 입장은 없다. 또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당이 당사자가 아닌 이상 개인이 대응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2월에 탈당했다. 민생당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김 직무대행은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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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