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선택 이해찬-김부겸 시너지 계산서

다시 소환된 올드보이 역할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선두로 ‘180석 압승’을 이끌어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문재인정부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힘을 보탰다. 민주당에서는 ‘매머드급 선대위’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중도층 표심까지 흔들지는 미지수다. 세 사람의 합이 어디까지 확장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4·10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총선 채비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구원투수
승부수는?

선대위 공식 명칭은 ‘정권 심판·국민 승리 선거대책위’다. 한차례 폭풍처럼 당내를 휩쓸고 간 공천 파동을 빠르게 잠재우고 ‘윤석열정부 심판론’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선대위원장 또한 혁신·통합·국민참여·심판을 상징하는 인물로 구성됐다. ‘혁신 공동선대위원장’에는 민주당 영입인재인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황정아 박사가 발탁됐다. ‘통합 공동선대위원장’에는 홍익표 원내대표와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는 민주 통합을 상징한다는 이유에서다.

‘심판 공동선대위원장’에는 백범 김구의 증손자인 김용만 영입 인재와 김용민·이소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 공동위원장은 친일 잔재 등에 관한 심판을 맡고 김 의원은 검찰 독재, 이 의원은 정권 비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참여위원회’는 국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서 참여 또는 추천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이날 선대위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출범식 및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국민과 국민의힘의 대결”이라며 “나라를 망치고도 반성 없는 윤정부의 심판을 위해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 국민이 승리하는 길에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역사의 갈림길마다 바른 선택을 해왔던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며 “심판의 날에 국민들은 떨치고 일어나 나라의 주인은 영부인도, 천공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을 용산이 깨닫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이번 총선은 내가 지금까지 치러 본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가 꼭 심판을 잘해서 국민이 받는 고통을 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진실하고, 절실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차례 휩쓸고 간 공천 피바람
‘큰 어른’ 등판…파동 잦아들까

끝으로 김 전 총리는 “우리가 심판론을 이야기하면 국민이 알아 주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마음과 자세를 가지면 안 된다”며 “역대 선거를 보면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반감을 불러일으켜 선거 전체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후보들은 자기 영혼을 갈아 넣어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선대위는 더 이상의 공천 파동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대위 출범식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서 이 전 대표는 “이미 그것은(공천 갈등은) 다 지나간 하나의 과정”이라며 “다행히도 최근 경선서 진 분들이 흔쾌히 전체 선거에 동참하겠다는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새로운 분열적 요소는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집토끼 이탈을 막고 나머지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탄탄한 삼각형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컷오프나 경선 결과 등으로 인한 잡음·이탈을 이 전 대표가 제어하고, 친문(친 문재인) 상징성을 가진 김 전 총리가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방안이다.

이 전 대표는 다양한 직위를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1999년 국민의정부 시절 제38대 교육부 장관을 맡았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제36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문정부 시절 집권여당 대표를 맡았고 지역구 선거서 ‘7전7승’의 결과를 냈다. 2018년에는 제3대 민주당 대표를 맡았는데 이때 ‘민주당 180석’이라는 기록을 거두기도 했다.

이를 끝으로 이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치를 떠나기로 한 그가 다시 민주당에 돌아온 계기는 윤정부를 심판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출범식서 “현실정치를 떠났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절실한 심정이 들어서 선대위에 합류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막강한 정치력을 지닌 인물인 만큼 민주당의 ‘큰 어른’으로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재정비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밀어주고
당겨주고

김 전 총리는 선대위 참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합동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폭발적으로 진행되던 때다.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많은 일이 발생한 만큼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공천 및 경선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대부분의 비명(비 이재명)계가 하위 20%에 속했고, 원외 친명을 지역구에 내리꽂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때마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에 불복해 당을 거칠게 비판하고 나가는 이들로 인해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김 전 총리는 이 같은 상황을 지적하며 “현재 진행되는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김부겸·정세균)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한다. 그러나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며 선대위 참여 조건으로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로부터 김 전 총리가 마음을 바꿔 선대위에 합류하기까지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정 전 총리의 경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 선대위 합류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력·무책임·무비전, 3무 정권인 윤정부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입법부라는 최후의 보루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한 이유에 관해서는 “우리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평가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공천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컸다. 투명성, 공정성, 국민 눈높이라는 공천 원칙이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께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과정이야 어쨌든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께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따뜻한 통합의 메시지가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면서도 “모든 것을 떨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친명이니 친문이니, 이런 말들은 이제 우리 스스로 내버리자”고 강조했다.

아슬아슬
위태위태

김 전 총리가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마침내 공천 파동이 잦아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비교적 계파색이 적은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통합이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던 김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수락했다는 건 민주당이 숙제를 마쳤기 때문”이라며 “김 전 총리의 결정이 민주당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김 전 총리는 친문계 인사로 공천 파동의 뇌관이었던 계파색을 띠고 있다”며 “그런 그를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온 것 자체가 통합과 화합의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총리의 합류를 시작으로 민주당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합류를 내심 기대하는 모양새다.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마지막 한 수가 ‘임 전 실장의 동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에게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은 임 전 실장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이 열려있다”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SNS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 더 이상의 분열은 공멸이다.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이제부터는 친명도, 비명도 없다.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던 고민정 최고위원까지 복귀 사실을 알리면서 날 선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고 최고위원은 공천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도부 안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합심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차원의 설득이 이어지자 결정을 바꿔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 최고위원은 지난 “지금은 윤정부의 폭주를 막는 일보다 우선시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폭주에 저항하는 모든 국민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을 둘러싼 잡음을 한 꺼풀씩 걷어낸 선대위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곧바로 민심잡기에 돌입했다. 이재명·이해찬·김부겸 선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막말 경계령’을 내렸다. 여야 할 것 없이 총선을 앞두고 언행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말 리스크는 당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뿐만이 아니라 중도층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대위 차원서 공식적으로 경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 심판 벨트’ 순회 나섰지만…
흐리멍덩 ‘중도 공략집’ 해법은?

이 전 대표는 “선거 때는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참 많다. 여러 가지 선거 경험에 비춰 보면 말 한마디로 선거 판세가 바뀌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대위는 후보의 언행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공천 취소를 포함한 비상 징계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민의힘이 장예찬 후보의 ‘난교’ 발언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만큼 차별화를 두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서울 강북을 경선서 승리한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의 ‘DMZ(비무장지대) 발목지뢰 목발 경품 발언’ 논란이 불거져 마찬가지로 민심의 회초리를 피하지 못했다.

정 전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한 방송서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라고 발언한 바 있다. 2015년 경기도 파주 DMZ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을 잃은 사건을 조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정 전 의원은 사과를 건넸다고 주장했지만 피해 장병들이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 전 대표는 당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현 상황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민주당은 지난 14일, 정 전 의원의 강북을 공천을 취소했다.

당의 고삐를 말아쥔 선대위는 ‘윤정부 심판 벨트’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심판론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이 대표는 대전·세종·충북 청주을을 찾아 “윤정부가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보하겠다”며 유세에 나섰다. 그는 “R&D 예산은 대전에 민생”이라며 “이 정권은 폭력적인 R&D 예산 삭감으로 대전의 오늘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과 국민 승리가 가능할지 여부는 바로 대한민국의 중심인 이곳, 대전에 달려 있다”며 “오늘 함께하고 있는 일곱 명의 국회의원 후보, 그리고 중구청장 후보의 면면을 보면 승리의 확신이 살아 있다”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이 대표는 경기 여주·양평을 방문해 ‘서울-양평고속도로 게이트’ 의혹을 재점화했다. 지난 11일에는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순직한 ‘해병대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이슈화하기 위해 충남 천안을 방문했다.

이 밖에도 서천 화재 피해 발생 지역인 충남 보령·서천을 거쳐 엑스포 유치 실패로 ‘정부 무능론’을 부각하기 위한 부산 일정을 소화했다.

‘잡음 없는 공천’을 자랑했던 국민의힘 내부서도 뒤늦게 균열이 일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재조준하려는 기류가 포착된다. 이 대표가 일선서 총선을 지휘한다면 타격은 불가피한 만큼 이 전 대표와 김 전 총리가 반 발자국 앞서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중도층
잡아라

일각에서는 3톱 체제에 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세 사람이 뭉친다면 야권의 확실한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폭넓은 중도 확장을 위한 로드맵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다. 이미 공천 작업이 끝난 만큼 김부겸·이해찬 선대위원장이 너무 늦게 등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도층 포섭 한계론’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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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