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선택 이해찬-김부겸 시너지 계산서

다시 소환된 올드보이 역할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선두로 ‘180석 압승’을 이끌어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문재인정부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힘을 보탰다. 민주당에서는 ‘매머드급 선대위’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중도층 표심까지 흔들지는 미지수다. 세 사람의 합이 어디까지 확장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4·10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총선 채비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구원투수
승부수는?

선대위 공식 명칭은 ‘정권 심판·국민 승리 선거대책위’다. 한차례 폭풍처럼 당내를 휩쓸고 간 공천 파동을 빠르게 잠재우고 ‘윤석열정부 심판론’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선대위원장 또한 혁신·통합·국민참여·심판을 상징하는 인물로 구성됐다. ‘혁신 공동선대위원장’에는 민주당 영입인재인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황정아 박사가 발탁됐다. ‘통합 공동선대위원장’에는 홍익표 원내대표와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는 민주 통합을 상징한다는 이유에서다.

‘심판 공동선대위원장’에는 백범 김구의 증손자인 김용만 영입 인재와 김용민·이소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 공동위원장은 친일 잔재 등에 관한 심판을 맡고 김 의원은 검찰 독재, 이 의원은 정권 비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참여위원회’는 국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서 참여 또는 추천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이날 선대위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출범식 및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국민과 국민의힘의 대결”이라며 “나라를 망치고도 반성 없는 윤정부의 심판을 위해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 국민이 승리하는 길에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역사의 갈림길마다 바른 선택을 해왔던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며 “심판의 날에 국민들은 떨치고 일어나 나라의 주인은 영부인도, 천공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을 용산이 깨닫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이번 총선은 내가 지금까지 치러 본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가 꼭 심판을 잘해서 국민이 받는 고통을 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진실하고, 절실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차례 휩쓸고 간 공천 피바람
‘큰 어른’ 등판…파동 잦아들까

끝으로 김 전 총리는 “우리가 심판론을 이야기하면 국민이 알아 주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마음과 자세를 가지면 안 된다”며 “역대 선거를 보면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반감을 불러일으켜 선거 전체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후보들은 자기 영혼을 갈아 넣어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선대위는 더 이상의 공천 파동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대위 출범식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서 이 전 대표는 “이미 그것은(공천 갈등은) 다 지나간 하나의 과정”이라며 “다행히도 최근 경선서 진 분들이 흔쾌히 전체 선거에 동참하겠다는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새로운 분열적 요소는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집토끼 이탈을 막고 나머지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탄탄한 삼각형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컷오프나 경선 결과 등으로 인한 잡음·이탈을 이 전 대표가 제어하고, 친문(친 문재인) 상징성을 가진 김 전 총리가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방안이다.

이 전 대표는 다양한 직위를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1999년 국민의정부 시절 제38대 교육부 장관을 맡았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제36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문정부 시절 집권여당 대표를 맡았고 지역구 선거서 ‘7전7승’의 결과를 냈다. 2018년에는 제3대 민주당 대표를 맡았는데 이때 ‘민주당 180석’이라는 기록을 거두기도 했다.

이를 끝으로 이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치를 떠나기로 한 그가 다시 민주당에 돌아온 계기는 윤정부를 심판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출범식서 “현실정치를 떠났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절실한 심정이 들어서 선대위에 합류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막강한 정치력을 지닌 인물인 만큼 민주당의 ‘큰 어른’으로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재정비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밀어주고
당겨주고

김 전 총리는 선대위 참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합동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폭발적으로 진행되던 때다.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많은 일이 발생한 만큼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공천 및 경선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대부분의 비명(비 이재명)계가 하위 20%에 속했고, 원외 친명을 지역구에 내리꽂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때마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에 불복해 당을 거칠게 비판하고 나가는 이들로 인해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김 전 총리는 이 같은 상황을 지적하며 “현재 진행되는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김부겸·정세균)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한다. 그러나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며 선대위 참여 조건으로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로부터 김 전 총리가 마음을 바꿔 선대위에 합류하기까지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정 전 총리의 경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 선대위 합류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력·무책임·무비전, 3무 정권인 윤정부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입법부라는 최후의 보루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한 이유에 관해서는 “우리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평가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공천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컸다. 투명성, 공정성, 국민 눈높이라는 공천 원칙이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께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과정이야 어쨌든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께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따뜻한 통합의 메시지가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면서도 “모든 것을 떨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친명이니 친문이니, 이런 말들은 이제 우리 스스로 내버리자”고 강조했다.

아슬아슬
위태위태

김 전 총리가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마침내 공천 파동이 잦아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비교적 계파색이 적은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통합이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던 김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수락했다는 건 민주당이 숙제를 마쳤기 때문”이라며 “김 전 총리의 결정이 민주당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김 전 총리는 친문계 인사로 공천 파동의 뇌관이었던 계파색을 띠고 있다”며 “그런 그를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온 것 자체가 통합과 화합의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총리의 합류를 시작으로 민주당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합류를 내심 기대하는 모양새다.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마지막 한 수가 ‘임 전 실장의 동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에게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은 임 전 실장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이 열려있다”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SNS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 더 이상의 분열은 공멸이다.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이제부터는 친명도, 비명도 없다.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던 고민정 최고위원까지 복귀 사실을 알리면서 날 선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고 최고위원은 공천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도부 안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합심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차원의 설득이 이어지자 결정을 바꿔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 최고위원은 지난 “지금은 윤정부의 폭주를 막는 일보다 우선시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폭주에 저항하는 모든 국민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을 둘러싼 잡음을 한 꺼풀씩 걷어낸 선대위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곧바로 민심잡기에 돌입했다. 이재명·이해찬·김부겸 선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막말 경계령’을 내렸다. 여야 할 것 없이 총선을 앞두고 언행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말 리스크는 당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뿐만이 아니라 중도층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대위 차원서 공식적으로 경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 심판 벨트’ 순회 나섰지만…
흐리멍덩 ‘중도 공략집’ 해법은?

이 전 대표는 “선거 때는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참 많다. 여러 가지 선거 경험에 비춰 보면 말 한마디로 선거 판세가 바뀌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대위는 후보의 언행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공천 취소를 포함한 비상 징계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민의힘이 장예찬 후보의 ‘난교’ 발언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만큼 차별화를 두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서울 강북을 경선서 승리한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의 ‘DMZ(비무장지대) 발목지뢰 목발 경품 발언’ 논란이 불거져 마찬가지로 민심의 회초리를 피하지 못했다.

정 전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한 방송서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라고 발언한 바 있다. 2015년 경기도 파주 DMZ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을 잃은 사건을 조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정 전 의원은 사과를 건넸다고 주장했지만 피해 장병들이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 전 대표는 당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현 상황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민주당은 지난 14일, 정 전 의원의 강북을 공천을 취소했다.

당의 고삐를 말아쥔 선대위는 ‘윤정부 심판 벨트’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심판론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이 대표는 대전·세종·충북 청주을을 찾아 “윤정부가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보하겠다”며 유세에 나섰다. 그는 “R&D 예산은 대전에 민생”이라며 “이 정권은 폭력적인 R&D 예산 삭감으로 대전의 오늘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과 국민 승리가 가능할지 여부는 바로 대한민국의 중심인 이곳, 대전에 달려 있다”며 “오늘 함께하고 있는 일곱 명의 국회의원 후보, 그리고 중구청장 후보의 면면을 보면 승리의 확신이 살아 있다”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이 대표는 경기 여주·양평을 방문해 ‘서울-양평고속도로 게이트’ 의혹을 재점화했다. 지난 11일에는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순직한 ‘해병대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이슈화하기 위해 충남 천안을 방문했다.

이 밖에도 서천 화재 피해 발생 지역인 충남 보령·서천을 거쳐 엑스포 유치 실패로 ‘정부 무능론’을 부각하기 위한 부산 일정을 소화했다.

‘잡음 없는 공천’을 자랑했던 국민의힘 내부서도 뒤늦게 균열이 일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재조준하려는 기류가 포착된다. 이 대표가 일선서 총선을 지휘한다면 타격은 불가피한 만큼 이 전 대표와 김 전 총리가 반 발자국 앞서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중도층
잡아라

일각에서는 3톱 체제에 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세 사람이 뭉친다면 야권의 확실한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폭넓은 중도 확장을 위한 로드맵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다. 이미 공천 작업이 끝난 만큼 김부겸·이해찬 선대위원장이 너무 늦게 등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도층 포섭 한계론’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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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