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선택 이해찬-김부겸 시너지 계산서

다시 소환된 올드보이 역할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선두로 ‘180석 압승’을 이끌어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문재인정부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힘을 보탰다. 민주당에서는 ‘매머드급 선대위’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중도층 표심까지 흔들지는 미지수다. 세 사람의 합이 어디까지 확장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4·10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총선 채비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구원투수
승부수는?

선대위 공식 명칭은 ‘정권 심판·국민 승리 선거대책위’다. 한차례 폭풍처럼 당내를 휩쓸고 간 공천 파동을 빠르게 잠재우고 ‘윤석열정부 심판론’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선대위원장 또한 혁신·통합·국민참여·심판을 상징하는 인물로 구성됐다. ‘혁신 공동선대위원장’에는 민주당 영입인재인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황정아 박사가 발탁됐다. ‘통합 공동선대위원장’에는 홍익표 원내대표와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는 민주 통합을 상징한다는 이유에서다.

‘심판 공동선대위원장’에는 백범 김구의 증손자인 김용만 영입 인재와 김용민·이소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 공동위원장은 친일 잔재 등에 관한 심판을 맡고 김 의원은 검찰 독재, 이 의원은 정권 비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참여위원회’는 국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서 참여 또는 추천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이날 선대위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출범식 및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국민과 국민의힘의 대결”이라며 “나라를 망치고도 반성 없는 윤정부의 심판을 위해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 국민이 승리하는 길에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역사의 갈림길마다 바른 선택을 해왔던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며 “심판의 날에 국민들은 떨치고 일어나 나라의 주인은 영부인도, 천공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을 용산이 깨닫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이번 총선은 내가 지금까지 치러 본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가 꼭 심판을 잘해서 국민이 받는 고통을 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진실하고, 절실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차례 휩쓸고 간 공천 피바람
‘큰 어른’ 등판…파동 잦아들까

끝으로 김 전 총리는 “우리가 심판론을 이야기하면 국민이 알아 주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마음과 자세를 가지면 안 된다”며 “역대 선거를 보면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반감을 불러일으켜 선거 전체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후보들은 자기 영혼을 갈아 넣어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선대위는 더 이상의 공천 파동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대위 출범식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서 이 전 대표는 “이미 그것은(공천 갈등은) 다 지나간 하나의 과정”이라며 “다행히도 최근 경선서 진 분들이 흔쾌히 전체 선거에 동참하겠다는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새로운 분열적 요소는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집토끼 이탈을 막고 나머지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탄탄한 삼각형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컷오프나 경선 결과 등으로 인한 잡음·이탈을 이 전 대표가 제어하고, 친문(친 문재인) 상징성을 가진 김 전 총리가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방안이다.

이 전 대표는 다양한 직위를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1999년 국민의정부 시절 제38대 교육부 장관을 맡았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제36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문정부 시절 집권여당 대표를 맡았고 지역구 선거서 ‘7전7승’의 결과를 냈다. 2018년에는 제3대 민주당 대표를 맡았는데 이때 ‘민주당 180석’이라는 기록을 거두기도 했다.

이를 끝으로 이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치를 떠나기로 한 그가 다시 민주당에 돌아온 계기는 윤정부를 심판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출범식서 “현실정치를 떠났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절실한 심정이 들어서 선대위에 합류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막강한 정치력을 지닌 인물인 만큼 민주당의 ‘큰 어른’으로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재정비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밀어주고
당겨주고

김 전 총리는 선대위 참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합동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폭발적으로 진행되던 때다.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많은 일이 발생한 만큼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공천 및 경선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대부분의 비명(비 이재명)계가 하위 20%에 속했고, 원외 친명을 지역구에 내리꽂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때마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에 불복해 당을 거칠게 비판하고 나가는 이들로 인해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김 전 총리는 이 같은 상황을 지적하며 “현재 진행되는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김부겸·정세균)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한다. 그러나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며 선대위 참여 조건으로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로부터 김 전 총리가 마음을 바꿔 선대위에 합류하기까지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정 전 총리의 경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 선대위 합류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력·무책임·무비전, 3무 정권인 윤정부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입법부라는 최후의 보루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한 이유에 관해서는 “우리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평가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공천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컸다. 투명성, 공정성, 국민 눈높이라는 공천 원칙이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께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과정이야 어쨌든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께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따뜻한 통합의 메시지가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면서도 “모든 것을 떨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친명이니 친문이니, 이런 말들은 이제 우리 스스로 내버리자”고 강조했다.

아슬아슬
위태위태

김 전 총리가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마침내 공천 파동이 잦아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비교적 계파색이 적은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통합이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던 김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수락했다는 건 민주당이 숙제를 마쳤기 때문”이라며 “김 전 총리의 결정이 민주당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김 전 총리는 친문계 인사로 공천 파동의 뇌관이었던 계파색을 띠고 있다”며 “그런 그를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온 것 자체가 통합과 화합의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총리의 합류를 시작으로 민주당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합류를 내심 기대하는 모양새다.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마지막 한 수가 ‘임 전 실장의 동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에게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은 임 전 실장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이 열려있다”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SNS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 더 이상의 분열은 공멸이다.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이제부터는 친명도, 비명도 없다.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던 고민정 최고위원까지 복귀 사실을 알리면서 날 선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고 최고위원은 공천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도부 안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합심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차원의 설득이 이어지자 결정을 바꿔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 최고위원은 지난 “지금은 윤정부의 폭주를 막는 일보다 우선시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폭주에 저항하는 모든 국민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을 둘러싼 잡음을 한 꺼풀씩 걷어낸 선대위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곧바로 민심잡기에 돌입했다. 이재명·이해찬·김부겸 선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막말 경계령’을 내렸다. 여야 할 것 없이 총선을 앞두고 언행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말 리스크는 당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뿐만이 아니라 중도층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대위 차원서 공식적으로 경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 심판 벨트’ 순회 나섰지만…
흐리멍덩 ‘중도 공략집’ 해법은?

이 전 대표는 “선거 때는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참 많다. 여러 가지 선거 경험에 비춰 보면 말 한마디로 선거 판세가 바뀌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대위는 후보의 언행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공천 취소를 포함한 비상 징계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민의힘이 장예찬 후보의 ‘난교’ 발언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만큼 차별화를 두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서울 강북을 경선서 승리한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의 ‘DMZ(비무장지대) 발목지뢰 목발 경품 발언’ 논란이 불거져 마찬가지로 민심의 회초리를 피하지 못했다.

정 전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한 방송서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라고 발언한 바 있다. 2015년 경기도 파주 DMZ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을 잃은 사건을 조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정 전 의원은 사과를 건넸다고 주장했지만 피해 장병들이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 전 대표는 당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현 상황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민주당은 지난 14일, 정 전 의원의 강북을 공천을 취소했다.

당의 고삐를 말아쥔 선대위는 ‘윤정부 심판 벨트’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심판론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이 대표는 대전·세종·충북 청주을을 찾아 “윤정부가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보하겠다”며 유세에 나섰다. 그는 “R&D 예산은 대전에 민생”이라며 “이 정권은 폭력적인 R&D 예산 삭감으로 대전의 오늘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과 국민 승리가 가능할지 여부는 바로 대한민국의 중심인 이곳, 대전에 달려 있다”며 “오늘 함께하고 있는 일곱 명의 국회의원 후보, 그리고 중구청장 후보의 면면을 보면 승리의 확신이 살아 있다”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이 대표는 경기 여주·양평을 방문해 ‘서울-양평고속도로 게이트’ 의혹을 재점화했다. 지난 11일에는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순직한 ‘해병대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이슈화하기 위해 충남 천안을 방문했다.

이 밖에도 서천 화재 피해 발생 지역인 충남 보령·서천을 거쳐 엑스포 유치 실패로 ‘정부 무능론’을 부각하기 위한 부산 일정을 소화했다.

‘잡음 없는 공천’을 자랑했던 국민의힘 내부서도 뒤늦게 균열이 일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재조준하려는 기류가 포착된다. 이 대표가 일선서 총선을 지휘한다면 타격은 불가피한 만큼 이 전 대표와 김 전 총리가 반 발자국 앞서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중도층
잡아라

일각에서는 3톱 체제에 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세 사람이 뭉친다면 야권의 확실한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폭넓은 중도 확장을 위한 로드맵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다. 이미 공천 작업이 끝난 만큼 김부겸·이해찬 선대위원장이 너무 늦게 등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도층 포섭 한계론’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