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치권 뒤흔든 ‘청년페이’ 배후 추적

땅으로 꺼졌나 하늘로 솟았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차철우 기자 = 코인판을 강타했던 ‘스캠 코인’ 논란이 국회까지 드리워졌다. 이름이 언급된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며 관계성을 부인했다. 사건의 발단은 국회서 출범한 청년 단체가 TYP(The Youth Pay·청년페이)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하면서다. 단체를 이끌던 박성호 위원장은 경기 고양갑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박 위원장의 1인극으로 단정짓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눈에 띈다.

한국청년위원회(이하 한청위)는 지난 2021년 12월 국회서 출범식을 마쳤다. 한청위는 ‘청년 문제는 청년이 해결하자’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국회에 청년 정책을 제안하는 비영리기구다. 이들이 발표한 과제 중에는 청년페이의 초기 모델로 지목된 ‘청년 문화바우처 지급’도 있었다. 한청위는 2021년 2월 ‘글로벌 청년페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출범 이전부터 사업에 착수했다.

한탕주의

청년페이는 청년의 자립과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반 사업이다. 사용법은 지역화폐와 비슷한 원리로 작용한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개인 지갑을 생성한 후 등록된 결제수단을 통해 충전·결제하는 방식이다. 한청위는 사업 범위를 넓혀 실물 카드를 발급하거나 제로페이처럼 QR코드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코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백서를 읽은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백서 초판본에 따르면, 다수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명예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함께하는 사람들’ ‘고문단·자문단·멘토단’이라는 문구를 인용함으로써 마치 국회의원이 청년페이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연출한 것이다.

여기엔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국민의힘 이동섭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경태 의원 ▲민주당 정호준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이후 백서가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이름이 빠지거나 추가되는 의원도 있었다.


이 중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과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각각 한청위 명예대회장과 대회장으로 선출됐다.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두 사람은 한청위 고문직만 수락했을 뿐, 청년페이는 물론 코인과도 전혀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장 의원은 “출범식 때 대관만 진행했고 그 이후에는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며 “위원장이 국회에 올 때 몇 번 의원실서 차담을 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국회는 대한민국의 입법부다. 단어가 주는 신뢰도를 이용하기 위해 박성호 한국청년위원장(이하 위원장)이 여러 정치인과 접촉했을 것이라는 게 한청위 내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국회부의장부터 전·현직 의원까지 뒷말
단독 입수 ‘프라이빗 세일 문서’ 보니…

박 위원장은 평소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주변 사람에게 ‘국회 인맥’을 자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정치를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 ‘국회의원’ ‘정치인’ 같은 단어를 들먹이며 투자자에게 신뢰를 쌓으려 했던 것 같다”며 “초반에 함께 일하다가 낌새가 이상해 그만뒀는데 이런 사기극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를 확보한 청년페이는 2022년 3월부터 8월까지 가상자산 해외거래소인 핫빗·유니스왑·MEXC(맥스)를 통해 코인을 발행했다. 코인 전문가에 따르면 세 거래소 모두 거래량이 적은 하위 기관이며 리딩방을 통해 ‘프라이빗 세일’ 같은 수법으로 돈을 챙긴 뒤 잠적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실제 한청위는 ‘2022년 청년페이 프라이빗 세일’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해 투자자에게 사업 개요를 발표했다. 프라이빗 세일이란 비공개로 진행하는 ICO(초기 코인 공개)로 혜택 비율이 높지만 그만큼 투자 금액도 커 위험성이 존재한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해당 문서에는 ‘거래소 상장 계획’ ‘TYP 심화 내용’ 등 구체적인 사업 방향이 명시됐다. “국회가 주도하는 컨퍼런스에 당당히 참가! 스캠 코인 이미지 X(없음), 국회와 함께!”라는 홍보 문구를 비롯해 “절대 거래소 이름을 누설하지 말아달라”는 경고문도 적혀 있었다.

역시나 여러 정치인의 사진과 이름이 게시됐으며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 상근부회장이 새로운 명예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청년페이는 상장 당일 -30%, 9월 이후 -80%까지 하락했고 결국 상장 폐지 절차를 밟았다. 청년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 청담동의 프랜차이즈 가게 역시 어플리케이션이 작동되지 않아 사용률은 0%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원성은 날로 높아졌지만 박 위원장의 정치 행보는 계속됐다. 2022년 10월, 박 위원장은 청년정책조정위원으로 발탁됐으며 지난달 6일에는 국민의힘으로 입당해 고양갑 후보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시기와 맞물려 유명 유튜버가 다수 연루된 ‘위너즈 코인 게이트’ 논란이 불거지면서 청년페이도 덩달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블록체인 기반 스포츠 플랫폼 ‘위너즈’의 최승정 전 대표가 스캠 코인(사기 가상화폐) 사건에 휘말렸는데, 그가 위너즈 코인 외에도 ‘GDG(골든골)’와 청년페이의 배후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최승정-박성호 SNS 맞팔하는 사이
‘피카 코인’ 송자호 대표와도 찰칵

결국 박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공천서 배제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한청위가 관리하던 모든 SNS도 비공개로 전환됐다. 박 위원장은 “나도 피해자”라고 호소하면서도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입장을 듣기 위해 <일요시사> 취재진은 한청위 강남지국(청담동), 양천지국(목동), 본점(여의도)을 방문했다. 한 군데는 이미 공실이었으며 나머지 두 곳은 2019~2021년부터 지금까지 다른 회사가 입실한 상태였다. 사무실 우편함에는 오래전 발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편물이 꽂혀 있었는데 한청위 집행부나 박 위원장과는 관계없는 이름이었다.

변변한 사무실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서 거액을 끌어들이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한 셈이다.

복수의 관계자는 입 모아 박 위원장이 정치자금을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박 위원장은 운동인 출신으로 코인에 대해서는 무지해 보였다”며 “위원장보다 더 윗선이 있을 것”이라고 공통된 의혹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위원장은 “지금 나오는 기사들만 봐도 누군지 알 것 같다”면서도 “박 위원장의 배후나 뒷배에 대해 정확히 몰라 시원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박 위원장과 최 전 대표는 서로의 SNS를 ‘맞팔’하는 사이다. ‘정치에 입문하려는 청년과 스캠 코인 의혹을 받는 인물의 관계’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도 청년페이와 제휴를 맺은 가게의 대표 역시 박 위원장·최 대표와 맞팔이다. 가상자산 시세를 조종 혐의를 받는 동원그룹 장남이자 피카(PICA) 코인 발행사 대표인 송자호씨와 박 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송씨와 공동대표 성해중씨는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는 이희진·이희문 형제와 비즈니스 관계로 알려졌다. 실타래 같은 관계도로 미뤄봤을 때 위너즈·청년페이 게이트에 연루된 인물은 유명 유튜버 이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언제쯤?

정영권 위너즈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위너즈 코인은 스캠 코인과 무관하다”며 “유튜버가 위너즈와 관련해 ‘사기’를 운운하거나 ‘범죄조직과의 관련성’ 등을 언급한 점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위원장과 ‘형 동생 하는 사이’라고 주장한 한 구의원은 사건 발생 이후 그가 잠적했다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박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답장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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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