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의혹’ 맹탕 감사 막전막후

미루고 또 미뤘다…벌써 다섯 번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 결론 발표가 또 미뤄졌다. 벌써 다섯 번째다. 타 기관 감사 결과 발표 일정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4·10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만큼 감사원의 대통령실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거세다.

대통령실 이전 의혹에 관한 현장 조사는 지난해 3월17일에 종료됐다. 통상 현장 조사인 실지감사 이후 발표까지는 6개월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감사원은 1년 가까이 법리 검토와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지난 2019년부터 작년 7월까지 5년 동안의 감사 가운데 이번처럼 다섯 차례나 연장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요지부동
사실상 보위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는 2022년 10월 참여연대의 청구로 시작됐다. 타 사건에 반해 총 다섯 번의 기간 연장으로 사건 축소 의혹까지 제기돼 왔다. 느린 대응은 의혹을 키웠다. 실제 5년간 국민제안 감사 11건 중 감사 기간 연장이 여러 번이었던 사례는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가 유일하다.

참여연대가 청구한 감사의 핵심은 크게 5가지다.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의무 위반 여부 항목 ▲의사결정 과정서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건축공사 계약체결 과정서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 ▲이전 비용 추계·책정·집행과 관련한 불법성 및 재정낭비 의혹 ▲대통령실 공무원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 등이다.

이 중 감사원은 의사결정 과정서의 문제점과 건축공사 계약체결 과정서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 등과 사적 친분이 있는 인물이 특혜를 받아 대통령실 공무원에 채용됐다는 의혹을 감사해 달라는 요구를 각하하면서 사실상 ‘반쪽 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기각·각하 결정이 난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따른 비용 추계와 편성 및 집행 과정의 불법성과 재정낭비 의혹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의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의무 위반 여부 항목과 관련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진행한 상태다.

감사원의 기간 연장은 통상 90일이다. 다섯 번이 연장되면서 결과 발표도 1년 이상 미뤄진 셈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2월과 5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소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감사 기간을 연장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민감사는 실시 결정 후 60일 이내에 감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감사원이 정한 절차에 따른 처분 요구 등이 필요한 경우 관련 규칙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같은 해 4월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실무진에게 감사 중단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감사원 행정안전감사국 1과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 제출 배경을 둘러싸고 내부서부터 유 사무총장의 압력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례적 감사 발표 연기…총선 앞두고 눈치?
2019년 이후 최초 1년 이상 연장 사례 없어

한 감사원 관계자는 “실무 담당 간부가 감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유 사무총장이 승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유 사무총장이 ‘더 이상 건들지 말라’며 ‘여기서 끝내라’는 취지로 감사 연장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규정상 감사 연장 승인 여부 결정권은 감사원 사무차장에게 있다. 연장 승인권이 사무차장에게 있음에도 유 사무총장이 ‘중단 압력’ 결정을 내렸다면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유 전 사무총장이 신임 감사위원으로 임명되면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감사위는 감사원 최고의결기구로 감사를 지휘하는 사무처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유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는 그의 최측근인 최달영 전 제1사무차장이 임명됐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유 전 사무총장이 중용된 것을 두고 감사원이 ‘정권 보위 감사’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내부서도 부적절한 임명이라고 말이 많다. 사무처와 감사위가 사실상 한 식구가 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감사원법상 제척 사유에 따르면 ‘감사위원이 감사위원으로 임명되기 전에 조사 또는 검사에 관여한 사항’(15조 1항)에 대해선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 또 형사재판 중인 경우,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사무총장서 감사위원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드문 이유다.

다른 감사원 관계자도 “감사원법에 따라 명백하게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핵심 존재 근거로 규정하고 있는데 ‘표적 감사’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 감사위원이 된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친윤석열정부 성향으로 꾸려진 감사원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올해도 문재인정부 정책에 관한 감사에 나서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 연장
결과는 언제?

감사원은 먼저 선거철 공직자의 정치 중립성 훼손 행위와 정당한 사유 없는 민원 처리 지연·부당 반려·거부 등 소극행정과 관료주의 행태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서 의결된 이 같은 내용의 ‘2024년도 연간 감사계획’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매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2월 안으로 연간 감사계획을 확정한 뒤 그에 따라 연말까지 감사를 진행한다. 올해 감사계획에는 문정부서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5년 연속 적자가 누적된 고용보험기금과 준비금 소진이 우려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가채무 관리체계와 국세 체납관리 실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국가연구개발(R&D)사업 과제 선정 및 관리 실태, 대학재정지원 및 학자금 지원사업 등이다.

전임 정부 당시 코로나19 발생·확산·재확산 과정서 노출된 문제의 원인을 시계열로 진단·분석한다. 특히 품귀 현상을 보였던 백신과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의 수급·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공공병원 의료인력 등 헌신한 현장 종사자에 대한 보상체계가 적정하게 작동했는지 검토해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한 노고를 평가할 방침이다.


이 중 고용보험기금과 코로나 대응 감사는 당초 지난해에 실시하려다가 잼버리 파행 등 예정에 없던 굵직한 사안이 발생하면서 일정을 미룬 경우다.

지방공항과 일반국도 관련 계획·건설·운영 등의 적정성 여부도 살피기로 했다. 이는 통상적인 제정법 및 항공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전임 정부서 시작돼 현 정부서 계획·추진 중인 시설을 망라한다.

그러나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에 특별법을 갖다 붙여가며 밀어붙인 부산 가덕도 신공항 등은 제외한다. 감사원은 통상 지난 2~5년치 업무를 들여다보는 특성상 전임 정부와 관련한 사안으로 채워지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때 그때
때가 되면?

황 실장은 “1000명 안팎의 인력을 갖고 감사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순기에 따라 ‘때가 되면 한다’는 접근이 바람직하며 국민의 시각서 사각이 없도록 감사의 필요성이 있을 때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감사를 왜 하고 왜 안하냐라고 하면 저희로선 당황스럽다. 오해가 많다”고 했다.

기관 정기감사로는 총 54곳을 대상으로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한다.


상반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세청 및 부산지방국세청,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회사무처, 국방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방기술품질원, 경기교육청, 서울 노원구·송파구, 경기 고양시·화성시, 강원특별자치도, 인천 서구·계양구, 충청남도 및 천안시, 전남 담양군·곡성군, 전라북도, 경상남도 및 창원시·밀양시, 대구광역시, 경북 울진군·영덕군 등 34곳이다.

하반기에는 공수처와 함께 외교부, 경찰청 및 서울·부산지방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 조달청, 대전·광주지방국세청,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연금공단·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국철도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장학재단, 대구·경북교육청, 서울 동대문구, 경기 평택시 등 20곳이다.

국가안보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기관에 대한 감사 계획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중진공의 경우 2019년 이후 5년 만의 정기감사를 받는다. 2018년 3월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이사장 임명을 대가로 항공직 경력이 없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를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채용을 한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서 감사가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체부 감사에는 광화문 월대(月臺·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대) 복원 사업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날 한 매체는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감사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감사원 측은 감사 청구가 접수된 바 없고 유 장관으로부터 요청받은 사실도 없다고 설명했다.

유병호 감사위원 영전
최측근 사무총장 직행

강원도 감사에서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와 플라이강원에 대한 지원 적정성 등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윤정부를 겨냥한 감사에는 소극적이다. 대통령실 이전 의혹 외에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감사를 실시하기로 의결하고도 공식 석상서 “구체적인 감사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정권의 눈치를 살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사원은 결국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에 관한 예비감사에 착수했다. 윤정부에 관한 감사는 소극적으로 진행해 온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는 건 오는 10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엔 13일 만에, 새만금 잼버리 파행이 끝난 지 나흘 만에 감사에 착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감사원 행정안전국은 같은 해 10월 초부터 실지감사를 위한 자료수집을 진행했다. 감사의 구체적인 범위와 대상을 정했지만 정식 명칭은 ‘이태원 참사 감사’가 아닌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감사로 정했다.

감사원의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는 마지막 단계다. 대통령실 이전에 관여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고 감사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보고서 작성 과정서 남은 의문점에 대해 대통령실에 서면 보충질의를 보냈고, 수백여쪽의 답변서를 받았다.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에 관여한 공사업체를 직접 찾아가 공사 발주 내용과 실제 공사 이력을 비교하는 등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서 정부의 공사 발주 관련 감사 경험이 풍부한 특별조사국 출신 감사관도 추가로 투입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이 정부 초기에 이뤄져 공사 발주처가 대통령실 비서실과 경호처, 행정안전부, 조달청 등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확인 작업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보고서 작성을 마치는 대로 주심 감사위원의 검토 작업을 거쳐 감사위원회의에 감사 결과를 부의하게 된다.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감사원 사무처의 입장이지만, 감사위원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감사위 의결이 두 달여 안에 이뤄지는 경우가 없는 만큼 총선 이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독립성 상실
봐주기 여전

감사원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한 달 전부터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면 감사위 의결까지 두 달 안으로 종결된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에 관한 감사가 차일피일 미뤄진 만큼 6월에야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다른 감사원 관계자도 “총선 전 용산에 타격이 될 내용이 발표되면 이는 곧 총선서 야권에게 좋은 아이템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총선 이후에 발표하는 게 감사원에게도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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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