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험대 오른 이재명 리더십

갈등 봉합 집도…수술 결과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비명(비 이재명)이 떠난 후 더불어민주당에 친명(친 이재명)과 친문(친 문재인)간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 지도부가 입단속에 나섰지만 쉽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화합 메시지를 던지는 당 대표 목소리도 턱없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연일까? ‘친문 저격수’로 불리는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의 복당이 점쳐진다. 가늘게 그어진 실금을 뒤로한 채 민주당이 총선을 향해 한발 앞으로 나갔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 사랑재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이 ‘대한민국이 잃어버린 비전을 되찾는 날’이라고 말했다. ▲민생경제 ▲남북관계 ▲인구(저출생 ▲민주주의 등 대한민국에 닥친 ‘4대 위기’를 언급하며 본격적으로 정권 심판론을 띄웠다.

침묵 중

이날 이 대표는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경제를 죽이고, 평화를 죽이고, 민주주의와 사람을 죽이는 ‘죽임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과 경제, 평화와 민주주의, 희망과 미래를 살리는 ‘살림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며 “국민의 힘을 모아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새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정부의 ‘검찰 독재’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동시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내세운 ‘운동권 청산’에 맞불을 놓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자객 공천’ ‘586 운동권 출마 제한’ 등 갈등의 골이 깊은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며 “언제나 그런 것처럼 남의 눈의 티보다는 자기 눈의 들보를 먼저 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일축했다.


‘당 분열 양상’을 묻는 질문에는 “역대 어떤 선거나 공천 과정과 비교해보더라도 오히려 갈등이나 분열 정도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잘 짜여진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공천인 만큼 갈등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 생명의 당락을 결정 짓는 공천과 컷오프가 민주당 분열의 잣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에게 개별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이들은 경선서 20~30% 감점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계파를 막론하고 하위 20%에 포함될 경우 특히 비주류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은 한 차례 내홍을 겪었다. 친명과 비명간의 이견이 생기자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한 원칙과상식(김종민·이원욱·조응천) 등이 집단 탈당하면서다.

“죽임의 정치 끝내자” 윤 향한 직격탄
자객 공천·586 퇴진론은 미궁 속으로

지난 몇 주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민주당 비주류로 꼽히는 당내·원외 인사가 줄줄이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 전 총리가 이끄는 ‘개혁미래당’(가칭)에 합류했다. 야당의 물길이 두 갈래로 나뉘면서 민주당 내 소란이 잠잠해진 듯했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주목받으면서 민주당 내 분열이 상대적으로 잦아드는 듯한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윤-한 갈등이 봉합되고 민주당 내 잔류 세력을 겨냥하는 듯한 목소리가 다시 커지면서 이번에는 친문이 새로운 타깃이라는 평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명문대전’이 불거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친문-친명 간의 갈등을 ‘입지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를 차지한 만큼 계파 스펙트럼이 넓어진 탓이다. 반면 개개인이 설 자리는 좁아진 만큼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상대방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친문 세력을 밀어내는 빌미로 ‘문재인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년간 보여준 문정부의 실책이 윤정부를 탄생시킨 원인이라는 논리다.

당내 거대 세력이 기 싸움을 이어가던 중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뇌관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저격수’로 통하는 이 전 의원의 복당을 이 대표가 직접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 전 의원은 과거 친문 주류에 반발해 탈당한 인물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등은 행정 경험도 없는 최순실보다 못하냐”고 발언하는 등 문 정부와 줄곧 각을 세워왔다.

‘노골적인 친문 세력 몰아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 전 의원은 당혹감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당내 일각에서 돌아가며 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어 참으로 당황스럽다”며 “제가 당내 권력투쟁의 빌미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고 말했다.

논란의 이언주…‘문명대전’ 방아쇠
친문 겨누는 민주당 화약고에 주목

이 전 의원은 “무당파·반윤의 상징적 정치인이니 일종의 ‘반윤 연합전선을 형성하자’ ‘민주당도 다양한 견해가 필요하다’며 제 의사를 여러 번 타진했다”고 전했다. 윤정부와 맞서 이번 총선서 승리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복당에는 용기가 필요한 만큼 최근까지도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부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먼저 이 대표 측에 복당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거취가 친명-친문 갈등의 해결책이 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원외 인사까지 합세해 계파갈등을 부추기는 목소리를 내자 지도부는 “친명-친문 갈라치기는 민주당 필패의 길”이라며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통해 입단속에 나섰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서 “친명이든 친문이든 가리지 않고 기준과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는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립적인 태도로 임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지호 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이 친문계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마한 것을 두고 “빛이 바랬다”고 평가하자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고 위원은 “친명, 친문을 가르지 말자고 계속하는데도 불구하고, 김지호 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께서도 친명-친문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노력을 좀 하셔야 된다”며 “우리 스스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일촉즉발

하지만 이 대표의 통합 메시지가 미온적이라는 평이 나오는 만큼 제2의 도미노 탈당이 되풀이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명·친문이 민주당을 떠난 이후에는 ‘찐명’을 가리기 위한 친명끼리의 싸움도 예상 가능한 지점이라고 내다봤다.

총선까지 두 달이 남은 시점서 민주당이 원팀으로 순항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정부 심판론을 띄운 이 대표가 얼마나 큰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되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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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