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민주당 공천 관전 포인트 셋

친명발 숙청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공천을 둘러싼 정치권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총선 지역구 후보자 공모 접수를 마쳤다. 예비후보 발표를 마친 민주당은 설 전까지 컷오프 대상자를 발표하겠단 방침이다. 민주당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4일까지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이번 한 주가 예비후보의 당락을 판가름지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공천룰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1일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 도입한 공천 과정을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서 국민참여 경선제도가 도입됐지만 무늬만 국민경선”이라며 “22대 총선에서는 명실상부한 ‘국민참여공천’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공천룰
손대기

앞서 민주당은 약 50만명의 의견을 수렴해 공천의 세부 기준을 정하는 ‘국민참여공천제’를 발표했다. 당헌·당규에 제시된 공천 기준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세부 평가지표를 정량화하는 게 특징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여론조사(40%) ▲정체성(15%) ▲도덕성(15%) ▲기여도(10%) ▲의정활동(10%) ▲면접(10%) 등으로 심사지표가 규정돼있다. 이 중 면접을 제외한 5개 지표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거쳐 세부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박희정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은 “2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와 홈페이지를 통한 의견 수렴, 언론에 비친 여론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 인식과의 편차를 극복하는 합리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선거구도 확정됐다. 공관위는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의 지역구인 7개 선거구와 탈당한 지역 10개 선거구 등 총 17개 지역을 전략선거구로 발표했다.

현역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지역구는 ▲서울 중구·성동구갑 ▲서대문구갑 ▲대전 서구갑 ▲세종 세종특별자치시갑 ▲경기 수원시무 ▲경기 의정부시갑 ▲경기 용인시정이다. 현역의원이 탈당한 ▲인천 남동구을 ▲부평구갑 ▲광주 서구을 ▲대전 유성구을 ▲경기 안산시단원구을 ▲남양주갑 ▲화성시을 ▲충남 천안시을 ▲논산시계룡시금산군 ▲전북 전주시을도 전략공천지로 정해졌다.

예비후보 면접을 마친 민주당은 설 연휴 전후로 컷오프를 통한 경선 후보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한 주 동안 눈여겨봐야 할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가오는 심판의 날 ‘칼 빼들다’
“국민의 공천룰” 취지는 좋으나…

첫 번째로 국민참여공천제의 공정성이다. 강성 지지층의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논란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공관위는 지난 16일부터 당 홈페이지에 국민참여공천 배너를 띄우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심사 항목은 ▲국회의원의 정체성 평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국회의원의 기여도 평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능력 평가 ▲국회의원의 도덕성 평가에 순위를 매기는 객관식과 ‘이 밖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등 주관식으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공천룰이 특정 세력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점이다.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을 비롯한 SNS에서는 국민참여공천 홈페이지가 개설되는 동시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정치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는 “내부 총질을 하지 않는지”라고 작성한 이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임 위원장은 “모(母)집단이 커지면 관여층이라든가 강성 지지자들이 기준을 세우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율이 그만큼 적어진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강성 지지자는 극히 소수며 이들이 공천룰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자의 정치 참여도가 높은 만큼 적극적으로 응답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시되는 부분이다.

험악한
분위기

두 번째는 ‘전략공천’을 빙자한 ‘자객 공천’ 논란이다.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이 줄탈당하면서 주인을 잃은 지역구가 늘어났고, 이곳에 깃발을 꽂기 위한 현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비명계가 자리 잡은 곳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할 조짐도 보인다.

친명계로 꼽히는 양이원영 의원은 비명계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마 선언과 동시에 양이 의원은 양 의원과 강한 대립각을 세웠다.

양이 의원은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조롱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며 “이 대한민국을 침몰시키는 윤석열정부를 탄생시킨 그 책임 있는 이들이 우리 당과 여기 광명의 담장 너머서 숨죽이고 웅크리고 있다”고 맹폭했다.

민주당 비례대표인 이수진 의원은 비명계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이재명과 함께 이수진은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바로 전날 그는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 만에 지역구를 바꿔 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윤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윤 의원은 “성남 중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후보가 선거 80여일도 남지 않은 지금, 갑자기 지역을 바꿔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무런 명분도 없는 선사후사일 뿐”이라며 “좀 더 솔직해지시길 바란다”고 반격했다.

당내 분위기가 격앙되자 임 위원장은 중재에 나섰다. 그는 “우리 당 일부 국회의원 입후보자 간에 인신공격과 상호 비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엄격히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비방보다 공정하고 발전적인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며 공관위에게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부했다.


친문·비명
밀어내기

갈등을 봉합하려는 이 같은 지도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잡음이 커지는 형국이다. 친명·비명간의 계파 다툼에 이어 친문(친 문재인)계까지 포함한 대립구도가 형성되면서 당의 내홍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설 전까지 갈등을 진화시킬 수 있는 당 대표의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은 문재인정부 인사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출마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윤 부국장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인영 의원을 콕 집으며 용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제22대 총선은 ‘윤석열정부 심판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전 정부 인사가 출마한다면 총선의 구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밖에도 문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LH 투기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김남근 변호사가 민주당 인재로 영입됐다.

‘친문 패권주의’를 주장하며 탈당한 이언주 전 의원이 복당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열명 남짓한 비명 세력이 당을 떠났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잔류한 비명·친문을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일요시사> 취재진은 지난 21일, 임 위원장과의 기자간담회서 ‘친문 세력 불출마 요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임 위원장은 “문정부 인사에 대한 일괄적 배제는 일고의 여지도, 가치도 없다. 당과 공관위서도 배제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문정부서 지금의 검찰정권의 탄생에 본의 아니게 기여한 분들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책임감은 느껴야 하지 않겠나”고 사견을 덧붙였다.

두 의견이 다소 상반되는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명 숙청’에 이어 ‘친문 숙청’ 기류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총선 채비 ‘개딸’ 영향력은?
다시 시험대 오르는 이 리더십

공천 부적격 판정 기준 또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공관위는 공천 심사에 적용할 5대 범죄 기준을 ▲성범죄 ▲음주 운전 ▲직장 갑질 ▲학교폭력 ▲증오 발언으로 규정했다.

기준이 공개되자 곧바로 정당성 논란이 일었다.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현역의원들이 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1심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적격’으로 분류됐다. 노웅래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역시나 적격 판정을 받았다. 주 2~3회 법정에 출석하는 이 대표도 적격이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해 5월, 공천 관련 특별당규를 일부 개정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부적격 대상을 ‘뇌물, 성범죄 등 형사범 중 하급심서 유죄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는 자와 음주 운전, 병역기피 등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서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수정했다.

‘1심 유죄 시 공천 배제한다’는 당헌·당규도 삭제했다.

민주당은 무죄추정 원칙을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5대 혐오범죄 규정에 대해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었다”며 “정확하게 이 대표만 거기에 걸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만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총선 초반부터 공천 정당성에 시비가 붙은 만큼 국민의힘은 물론 당내서도 적잖은 반발감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줄곧 강조해왔다. 공천 결과가 모두를 이해시킬 수 없겠지만 이 이상 도덕성 부분서 흠집이 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논란에 오른 예비후보 중 몇 명이 경선까지 오를지 정치권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총선까지
첩첩산중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예비후보를 둘러싸고 많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며 “국민의힘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비후보 심사 면접이 끝나고 컷오프 대상자가 정해지면 또다시 당이 한바탕 시끄러워질 텐데 지도부가 이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봉합하는지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총선을 치르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싸우는 건 국민이 보기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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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