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꿀 수 있는 ‘까칠한’ 유권자의 힘

둘로 쫙 쪼개져 ‘죽기 살기’

선거와 정치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비유가 있지만 총칼을 들지 않는다고 걱정이 없을까? 작금의 한국 정치는 정확하게 둘로 나누어져 죽기 살기로 정쟁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두 진영으로 나뉜 정당과 정치인은 ‘잘하기 경쟁’이 아닌, 상대가 못 하도록 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목표는 오로지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상대편 헐뜯기고 끝도 상대편 망가뜨리기다.

악마화
흑백논리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여의도식 정치 문법이 존재할 정도로, 증오와 배제의 정치가 일상화돼있다. 경쟁 상대를 악마화하고 흑백논리로 자신은 천사로 분장한다. 정치란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거꾸로 정치가 갈등과 분열을 생산한다.

서로 다른 이해를 대변하면서 그것을 조정해 공동선을 형성하는 게 정치의 본령인데 여의도에서는 그런 기본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민주주의, 의회주의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군부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한국 민주주의는 억압의 이완(Decompression), 자유화(Liberalization), 민주화(Democratization)를 거쳐 민주주의의 공고화(Consolidation)로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지금 한국 정치는 깊은 늪 속에 빠진 형국이다.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극한 대결을 펼치는 이 상황은 우리나라 대의민주주의의 중대한 결손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정기적으로 치러지고 있고 이를 통해 대의기구가 구성되고 있으나 현재 우리의 민주적 대의 체제는 명백한 결함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 정치는 다양한 국민의 이익과 요구, 가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두 진영을 대표하는 거대 양당에선 기회만 있으면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다. 지난 대통령선거서도 이구동성으로 국민통합을 외쳤다.

두 개의 진영, 대의민주주의의 결손
상대편 헐뜯기에 증오·배제 일상화

그러나 현실은 매번 배제, 증오, 대결이었다. 협력, 상생, 통합의 가치는 연목구어(‘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으로, 도저히 안 되는 일을 고집스럽게 하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각 정치 세력, 혹은 정치인의 교양과 자질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분석도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행위자의 품격과 교양의 문제기보다는 본질적으로는 역사 구조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상생과 협력의 정치가 잘 안 되는 이유를 개별 정치인의 인성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누구를 그 자리에 앉히더라도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분법적 정치의 역사적 기원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식민지 지배 시기에 친일 부역과 반일 독립, 해방 후 분단과 전쟁 시기에 용공과 반공, 지역주의 분열의 시기에 영·호남의 대결은 한결같은 흑백 갈등을 낳은 역사 구조적 요인이었다.

여기에 결정적 요인이 하나 더 있었다. 소선거구제라는 구조적 요인이다. 단순히 다수의 승자가 결과를 독식하는 소선거구 선거제도는 앞서 지적한 역사 구조적 요인을 증폭시키면서 두 개의 진영 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영호남 대결

이런 두 개의 진영 정치는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큰 걸림돌이다. 이 장애물을 넘지 못하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더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후퇴할 수도 있다. 구조적으로 두 개의 진영 정치에서는 정당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당은 남을 헐뜯기에 몰두할 뿐 국민의 생활에는 오불관언(어떤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고사성어)이다. 이런 상황서 정책이 개발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내부 민주주의도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두 개의 진영 정치는 기후위기, 불평등, 세대균열, 저출생, 성평등 등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대전환 시대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취약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영을 넘어 ‘숙의’와 ‘사려’가 필요하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구조로 돼있는 과제는 두 개의 진영 정치가 개입하는 순간, 진영 사이의 노선투쟁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듯 두 개의 진영 정치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다행스러운 것은 언제부턴가 국민의 가치와 선호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두 개의 진영에 따라 국민도 두 개로 묶여있었는데 점차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각 진영을 지지하는 국민은 자신이 속한 진영의 모든 걸 일관성 있게 지지하고, 충성했다.

민주주의
큰 걸림돌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각 진영의 모두를 지지하지 않고, 좋은 점만 골라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국민이 늘어났다.

예를 들면 안보정책은 A당의 정책을 지지하고 경제정책은 B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투표도 어떤 때는 A당을 찍었다가 다음번에는 B당을 찍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한다. 이들을 가리켜 ‘스윙보터’라고도 한다.

이들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세상의 시사평론가들과 전략가들에게는 기회주의자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정치에 대한 소신도 없고 정보도 없으며 판단 능력도 없이 선동에 따라 이리저리 지지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며 정당에 동원되는 존재라고 평가됐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에 관한 평가가 바뀌었다. 기회주의자가 아니라 ‘까다로운’ 유권자다. 이들은 정치에 분명한 소신이 있고 정보도 많으며 나름 분석과 판단의 능력이 있어 자기 주도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이제 정치도 정당도 이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유권자들을 몰아가는 선동이 아니라 사안별로 차근차근 설득하고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는 설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한 세대가 지나면서 탈냉전, 탈물질주의, 다원주의적 경향이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분법 시대 이제 끝내야”
국민들의 가치·선호 다양화


이렇듯 국민의 가치와 선호는 다양화하고 있다. 두 개의 진영이 담아낼 수 없는 변화하는 국민의 생각을 확인해 주고 있다. 진보-보수 이분법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진영 정치를 이끄는 거대 양당도 이 같은 변화에 부응해 다양한 국민의 가치와 선호, 요구를 담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힌 지는 오래됐다.

정당들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도 진영을 넘어, 혐오와 배제, 증오와 대결 정치를 넘어서겠다는 약속을 수도 없이 했다. 또 매번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선거 막판에 ‘윤석열-안철수 합의’와 ‘이재명-김동연 합의’ 성명서에는 진영을 넘어서는 상생, 협력의 정치가 핵심에 놓였었다.

그러나 전부 공수표가 돼버렸고,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작금의 한국 정치는 더욱 노골적인 진영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상대를 저주하는 각 진영의 말과 행동은 더 거칠어지고 더 독해지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 진영이 해결할 의사도, 능력조차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가 기댈 곳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제도의 힘으로 다양성, 비례성, 대표성이 실현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통해 진영 정치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지금 선거제도의 불투명한 방향을 뛰어넘는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가 작동하면 진영을 넘어 다양한 국민의 가치, 선호, 요구를 담아내는 정치가 가능할 것이다.


항상 말로만
상생과 협력

나머지 하나는 깨어있는 시민의 행동이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지키는 일도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고, 혐오와 배제의 정치를 넘어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실현하는 궁극적 힘도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다. 특히 다가오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펼치고 확인하는 대국민적 축제다. 저주와 음해, 그리고 폭력까지 난무하는 이 황폐한 정치의 장을 바꾸고 가꿀 힘은 오롯이 시민의 신중한 선택에 있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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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