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빼빼로 상술’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05 11:04:18
  • 호수 14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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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적게, 가격은 그대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기업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개수나 중량을 줄여 간접적인 가격 인상을 노리는 상술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한다. ‘꼼수 전략’임을 알면서도 물가 상승에 따른 대책이겠거니 하고 넘어간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 중 슈링크플레이션이 가장 심했던 기업은 롯데로 드러났다. 업계에선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분표시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조사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경쟁사와 비교해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이 3배나 많았다. 국내기업 중 롯데웰푸드(9개)를 비롯해 CJ제일제당(3개), 농심(2개), 동원F&B(2개), 해태제과(2개), 정식품(2개) 등으로 조사된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

제품 중에는 롯데웰푸드의 카스타드 대용량이 12개에서 10개로 16.7%가 줄었다. ‘국민 과자’ 빼빼로는 52g→43g으로 9.6%가 줄었고, 대용량 초코 빼빼로는 208g→184g으로 11.5%나 줄었다. 이어 ▲ABC 초콜릿(210g→200g)은 4.8% ▲ABC밀크 초콜릿(69g→65g) 5.8% ▲꼬깔콘(72g→67g) 6.9%씩 각각 쪼그라들었다.

슈링크플레이션과 비슷하게 상품의 질을 떨어뜨려 사실상 가격 인상을 하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사례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델몬트 오렌지주스는 과즙 함량이 100→80%로 20%가량 줄어 스킴플레이션 명단에 올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롯데를 비롯한 식품업체들은 평균용량을 11.3%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밝혀낸 슈링크플레이션 목록에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빠진 24개(스킴플레이션 2개 포함)가 추가돼 공분을 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월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을 논의하고, 소비자원 조사에서 적발된 9개 품목, 37개 상품을 공개한 바 있다. 언급됐던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빼빼로, 꼬깔콘 외에 2개 회사 제품들은 이번 정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스킴플레이션 제품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제품이 실제로 용량이나 제품 질을 줄였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총 30개 제품을 추렸다고 한다.

소비자원의 슈링크플레이션 조사에서 빠진 제품들이 대거 새로 확인되자 정부 조사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못 찾은 ‘교묘함’
소비자원도 몰라 ‘눈속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사무처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게 이 정도”라며 “기업 측에선 최근 제품을 개선했다고 해명하지만, 과거 수십년간 버젓이 이어져왔다는 게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단속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강력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일부 품목은 소비자원 조사 기간(2022년 12월~2023년 11월)에 속하지 않아 빠진 것이 있었고, 제조사가 품목 개량이나 리뉴얼해 사실상 같은 제품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제과업계 1위로 군림한 롯데웰푸드의 빼빼로는 슈링크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연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한 빼빼로는 용량을 줄였다가 늘리기를 반복하며 가격을 올려왔다. 1983년 출시된 빼빼로의 누적매출액은 올해 약 2조원을 바라본다.


출시 당시 용량은 50g으로 가격은 200원이었다. 이후 IMF 위기를 맞은 1997년 용량을 40g으로 처음 줄이며 가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곧 300원으로 가격을 100원 올리더니 2년 후인 1999년에는 용량은 유지한 채 가격을 500원으로 또 올렸다.

이처럼 롯데제과는 제품 출시 후부터 ‘용량 줄이며 가격 유지→가격 인상→용량 줄이기’를 반복하는 가격정책을 펼쳤다. 결국 2009년에는 용량이 30g까지 줄어들어 출시 당시보다 양은 5분의 3으로 줄어들고 가격은 700원으로 3.5배나 올랐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제품 용량을 줄이면 실제 가격 인상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량이 30g까지 줄어들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빼빼로 한 개가 약 2.1g에 불과해 용량을 더 줄이면 그야말로 먹을 게 없다는 주장이다.

롯데는 보상 차원서 ‘11월11일은 빼빼로 데이’라는 국민적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빼빼로데이가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6년 11월부터다. 여고생들이 11월11일에 살 빼고 ‘빼빼로처럼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빼빼로를 나눠먹으며 유래했다.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소매점 앞에 빼빼로 데이 광고도 붙여졌다. 

2011년 롯데제과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2011년 11월11일)를 앞두고 처음으로 용량을 40% 늘리고, 가격도 42% 대폭 인상했다. 인상 전략은 적중해 그해 빼빼로 매출은 86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다 2014년 1월 롯데는 또다시 용량을 늘려 52g 제품을 내놓으며 가격도 1200원으로 200원 올렸다. 매출이 감소하자 인상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데이’만 되면 뚱뚱
‘자축’보상 이벤트?

롯데 빼빼로는 이처럼 40여년간 줄이고 늘리기를 반복하며 결국 50g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올해 기준 43g으로 용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되레 1700원으로 올랐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롯데가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재미를 보는데 후발업체들도 따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는 노골적인 지적도 잇따른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 제2호에 따르면 ‘소비자는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소비자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9조서도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사업자의 책무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선택의 권리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은폐한 상태서 제품을 판매한 것”이라며 “공정거래 질서를 해치는 판매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의 대부분이 생필품이라는 점은 서민들을 더욱 서럽게 했다.

제품 및 수량 줄이는 행위는 소비자기본법·표시광고법·형법(사기) 위반인데도 당국의 감시를 비껴간 것이다.


아직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나 법안은 마련돼있지 않은 문제도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에 착수하며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 방지 제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사가 용량 등 상품의 중요사항을 변경했음에도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는 행위를 사업자 부당행위로 지정하기 위해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위반 시 500만원, 2차 위반 시 1000만원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다만, 롯데 측은 매출원가율이 높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 대한 매출원가의 비율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수익성이 높게 나타난다. 매출액서 매출원가를 뺀 것이 매출총이익이며, 여기에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나온다. 롯데웰푸드 등은 2020년에 비해 매출원가율이 72.3%로 올랐다.

“어쩔 수 없어”

계열사 롯데칠성음료도 처음처럼과 새로 등 주류 가격 연내 인상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소주 주정의 가격이 오른 데다 올해부터는 주세에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돼 주류값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연내 소주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인상 시기나 폭 등은 아직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소비자 단체서 언급한 제품들은 대부분 2015년에 이뤄진 것으로 과거 사항을 다시 소급 적용한 것은 과한 부분이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슈링크플레이션은 없다”고 해명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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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