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일요초대석> 무너진 교권 한탄한 유정우 훈장

인성 없는 교육 “해서 무얼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유독 각계각층서 흉흉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교육계는 교사, 학부모, 아동 할 것 없이 모두 상처받은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답을 찾아 ‘양지서당’으로 향했다. 

‘양지서당’이 새겨져 있는 표지석을 지나고도 시골길을 한참 더 들어가야 했다.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좁은 도로를 10분 정도 달리자 멋스러운 한옥 지붕이 먼저 눈에 담겼다. ‘충효당’이라고 쓰여 있는 현판이 달린 가로로 긴 건물, 양지서당에 도착했다. 

20년 명맥
전통문화

충남 논산시 연산면 송정리 범골에 위치한 양지서당은 ‘큰 훈장님’ 의정 유복엽 훈장이 설립했다. 한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인성과 예절을 가르치는 민간 교육기관이다. 2002년 7월 대전서 논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년 넘게 ‘예절학당’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양지서당을 찾았다. 인기척을 내자 양지서당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유복엽 훈장은 어린 여자아이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상투를 틀고 유건을 쓴 모습은 전래동화에 나오는 훈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양지서당에는 유복엽 훈장과 향산당 김초선 여사, 대산 유정인 훈장·봉암 유정우 훈장·해암 유정욱 훈장,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여기에 도심서 농촌으로 유학 온 아이들 10여명도 한 집에서 생활한다. 


오후 12시30분 양진당에 모여 점심을 먹었다. 양지서당 관계자를 비롯해 아이들까지 나란히 앉아 자기 몫의 식사를 했다. 유명원 양지서당 홍보이사는 밥과 반찬이 부족하지 않은지 연신 물었다. 앞마당에는 새끼 고양이 5마리가 엉킨 채 놀고 있었다.

흐린 날씨로 공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사위는 고요했다. 물레방아 물소리가 백색 소음으로 흘러들었다. 

유정우 훈장은 인터뷰 진행에 앞서, 붓으로 ‘선(善)’이라는 한자를 적었다. 그러면서 ‘지극한 선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의 지어지선(止於至善)을 언급했다. 그는 “<대학>의 말씀이 내 심성을 밝힘으로 인해서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게 바로 지선의 자리에 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정우 훈장은 양지서당을 운영하면서 1000여명의 아이를 만났다. 빠른 아이들은 7세에 양지서당에 들어와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여년간 머물다가 관내 고등학교 기숙사로 진학한다. 이보다 길게 머무는 아이들은 13년 동안 서당서 생활한 뒤 다른 지역으로 가기도 한다.

아이-학부모-교사 악순환
흉흉한 교육계 대책 없나

양지서당은 이름대로 아이들의 뜻(志)을 길러주기(養)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 수업을 보완하는 이른바 ‘방과 후 수업’ 같은 방식이다.

유정우 훈장은 “일반 학교서도 도덕 과목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기능성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조금 기울어 있다”며 “서당 역시 아이들 개개인의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사람됨’을 키우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서당의 아이들은 <사자소학>과 <추구>를 배운다. <사자소학>은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 규범과 예절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가르치는 생활철학 글이다. 서당서 처음 배우는 글이기도 하다. <추구>는 좋은 글귀를 뽑아 모은 책이라는 뜻이다. 고리타분한 옛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삶의 진리가 들어있다.

아이들은 부모, 형제, 친구, 스승, 어른 등 사회적 관계에 대해 배운다. 한 달에 한 번 계룡산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과 접한다. 이 과정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법,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는 법을 익힌다. 

유정우 훈장은 “양지서당에 처음 온 아이가 둘레길을 걷는 데 너무 힘들어했다. 안 가면 안 되냐고 몇 번이나 말하길래 ‘천천히 가는 건 괜찮은데 포기는 하지 마’라고 말했다. 결국 그 아이는 끝까지 걸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잘 걷는다. 아이가 잘 있나 보러 오신 아버지보다도 잘 걸어서 놀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디어나 휴대폰에 대한 접촉도 가급적 줄이도록 했다. 유정우 훈장은 “아이들은 한쪽을 차단하면 다른 한쪽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를 차단하면 그 시간에 서예나 검도 같은 몸으로 하는 것, 그리고 책에 관심을 보인다. 독서에 대한 맛을 알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아이가 스스로 찾게 된다. ‘습’(습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망가진 교육
무너진 교권

최근 학교서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고 이를 학부모가 교사의 탓으로 돌리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학부모의 항의에 견디다 못한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고 남은 교사들은 교권 회복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유명 웹툰 작가가 아들이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특수교육 교사를 고소한 사건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유정우 훈장은 “개인에 대한 존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이기주의로 변화했고 이것이 공동체의 균열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와 비교해 자녀 수가 현저하게 적어지면서 부모의 관심이 집중되고 이 과정서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의 경계가 흐릿해졌다는 설명이다.

아이가 ‘자신의 것’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면서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여년간 수많은 아이와 부대끼며 살아온 유정우 훈장 역시 그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가정교육이 굉장히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이 한 밥상서 밥 먹기도 어려워졌다. 대가족 시대에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보면서 성장했다. 생활 과정서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자연히 배우고 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부분이 많이 사라지면서 ‘난 이렇게 해도 돼’ ‘내가 하고 싶으면 해도 돼’라는 표현이 많아졌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방어적으로 굴지만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그게 어때서?’라는 식으로 변해버렸다”고 한탄했다.

실제 양지서당에 처음 오는 아이들 가운데서도 ‘왜요?’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요?’라고 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대단한 부모
대견한 아이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정우 훈장은 “예전에는 기본 교육을 가정서 하고 그다음에 학교 교육을 받았는데 지금은 보육과 교육 모두를 학교에 의존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래서 책임까지도 학교에 전가하는 식이 된 거다.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가정 교육을 잘 못 시켜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부모가 먼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교육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서 생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서 교권이 추락하고 공교육이 붕괴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계속되다 보니 교육청 등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양지서당서 2020년부터 진행 중인 농촌 유학도 그 일환이다.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도농교류법)에 따라 농촌 유학을 온 아이들은 주소지를 양지서당으로 옮기고 관내 학교에 다닌다. 아침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식사를 한 뒤 함께 등교한다. 하교 후에는 서예, 검도 등 이른바 ‘방과 후 수업’을 한다.

아이들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인내와 배려를 배운다. 조부모-부모-자녀 등 3대가 생활하는 모습서 예절을 습득하고 인성을 기른다.

유정우 훈장은 “사회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이다. 공동체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누군가와 부대끼며 함께 생활하는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런 지점서 필요성을 느껴 서당으로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이 꽤 있다”며 “교육청서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무너진 교육이 회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정우 훈장은 “모든 상황을 경제 논리로 해결하려 들면 결국 수단과 방법이 나오게 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경제 논리 위에 교육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가치 있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보다는 인성에 집중
“옛 선조 지혜서 배워야”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 100대 민족문화상징’을 선정했다. 당시 선정된 교육 분야 두 가지 상징 중 하나가 바로 서당이다. 다른 하나는 ‘한석봉과 어머니’가 뽑혔다. 고구려 때 ‘경당’이 서당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에 세워진 서원, 향교 등과 비교해 그 역사가 어마어마하게 긴 편이다. 

서당은 다른 기관에 비해 접근성이 좋아 민초의 학력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민족 말살 정책의 하나로 ‘서당 철폐’가 있을 정도였다.

유정우 훈장은 “서당은 지역민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던 장소다. 교육의 문턱을 낮춘 기관인 셈이다. <사자소학> <추구> 등 사람다움에 대한 글이 가득한 옛 선조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기관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농촌 유학을 오는 아이들 수가 급감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서당은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유정우 훈장은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하고 이를 위한 정책이 진행된 찰나에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많은 부분이 흐트러졌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대면 접촉이 줄어들었고 이 과정서 사람 사이의 끈이 많이 끊겼다. 더 안타까운 부분은 끊어진 관계가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인기를 누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멀리 봐야 한다. 유아교육, 초등교육 과정서 인성교육이 빠져버리면 중‧고등학교서 이를 바로잡는 게 정말 힘들어진다. 교육기관서 지속성을 가지고 인성교육을 기본소양으로 배울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 사람은 인성이 좋다는 인식이 해외에 널리 확산하면서 외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융숭한 대접을 받는 일이 많다고 한다. 양지서당에도 해외서 오는 아이들이 있다. K-문화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전통 교육과 서당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생긴 일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인성 역시 세계로 수출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K-인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세계적으로 미래가 밝은 국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청소년의 꿈이라고 한다. 청소년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청소년이 가치 있는 꿈을 많이 꾸고 있는 곳이 바로 미래가 밝은 나라라는 것이다. 

청소년의 꿈
K-인성으로

유정우 훈장은 “좋은 토양일수록 여러 가지 식물을 심어도 잘 자라지 않나. 또 땅을 단단하게 고르면 어떤 건축물을 세워도 잘 떠받칠 수 있다. 마찬가지다. 교육이 바로 서면 아이들의 심리적 터전을 잘 닦아줄 수 있다”며 “인성은 기능보다는 본연의 본심서 일어난다. 심성의 토양을 잘 관리하면 거기에 어떤 기능을 더해도 가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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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