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일요초대석> 무너진 교권 한탄한 유정우 훈장

인성 없는 교육 “해서 무얼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유독 각계각층서 흉흉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교육계는 교사, 학부모, 아동 할 것 없이 모두 상처받은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답을 찾아 ‘양지서당’으로 향했다. 

‘양지서당’이 새겨져 있는 표지석을 지나고도 시골길을 한참 더 들어가야 했다.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좁은 도로를 10분 정도 달리자 멋스러운 한옥 지붕이 먼저 눈에 담겼다. ‘충효당’이라고 쓰여 있는 현판이 달린 가로로 긴 건물, 양지서당에 도착했다. 

20년 명맥
전통문화

충남 논산시 연산면 송정리 범골에 위치한 양지서당은 ‘큰 훈장님’ 의정 유복엽 훈장이 설립했다. 한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인성과 예절을 가르치는 민간 교육기관이다. 2002년 7월 대전서 논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년 넘게 ‘예절학당’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양지서당을 찾았다. 인기척을 내자 양지서당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유복엽 훈장은 어린 여자아이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상투를 틀고 유건을 쓴 모습은 전래동화에 나오는 훈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양지서당에는 유복엽 훈장과 향산당 김초선 여사, 대산 유정인 훈장·봉암 유정우 훈장·해암 유정욱 훈장,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여기에 도심서 농촌으로 유학 온 아이들 10여명도 한 집에서 생활한다. 


오후 12시30분 양진당에 모여 점심을 먹었다. 양지서당 관계자를 비롯해 아이들까지 나란히 앉아 자기 몫의 식사를 했다. 유명원 양지서당 홍보이사는 밥과 반찬이 부족하지 않은지 연신 물었다. 앞마당에는 새끼 고양이 5마리가 엉킨 채 놀고 있었다.

흐린 날씨로 공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사위는 고요했다. 물레방아 물소리가 백색 소음으로 흘러들었다. 

유정우 훈장은 인터뷰 진행에 앞서, 붓으로 ‘선(善)’이라는 한자를 적었다. 그러면서 ‘지극한 선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의 지어지선(止於至善)을 언급했다. 그는 “<대학>의 말씀이 내 심성을 밝힘으로 인해서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게 바로 지선의 자리에 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정우 훈장은 양지서당을 운영하면서 1000여명의 아이를 만났다. 빠른 아이들은 7세에 양지서당에 들어와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여년간 머물다가 관내 고등학교 기숙사로 진학한다. 이보다 길게 머무는 아이들은 13년 동안 서당서 생활한 뒤 다른 지역으로 가기도 한다.

아이-학부모-교사 악순환
흉흉한 교육계 대책 없나

양지서당은 이름대로 아이들의 뜻(志)을 길러주기(養)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 수업을 보완하는 이른바 ‘방과 후 수업’ 같은 방식이다.

유정우 훈장은 “일반 학교서도 도덕 과목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기능성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조금 기울어 있다”며 “서당 역시 아이들 개개인의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사람됨’을 키우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서당의 아이들은 <사자소학>과 <추구>를 배운다. <사자소학>은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 규범과 예절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가르치는 생활철학 글이다. 서당서 처음 배우는 글이기도 하다. <추구>는 좋은 글귀를 뽑아 모은 책이라는 뜻이다. 고리타분한 옛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삶의 진리가 들어있다.

아이들은 부모, 형제, 친구, 스승, 어른 등 사회적 관계에 대해 배운다. 한 달에 한 번 계룡산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과 접한다. 이 과정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법,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는 법을 익힌다. 

유정우 훈장은 “양지서당에 처음 온 아이가 둘레길을 걷는 데 너무 힘들어했다. 안 가면 안 되냐고 몇 번이나 말하길래 ‘천천히 가는 건 괜찮은데 포기는 하지 마’라고 말했다. 결국 그 아이는 끝까지 걸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잘 걷는다. 아이가 잘 있나 보러 오신 아버지보다도 잘 걸어서 놀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디어나 휴대폰에 대한 접촉도 가급적 줄이도록 했다. 유정우 훈장은 “아이들은 한쪽을 차단하면 다른 한쪽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를 차단하면 그 시간에 서예나 검도 같은 몸으로 하는 것, 그리고 책에 관심을 보인다. 독서에 대한 맛을 알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아이가 스스로 찾게 된다. ‘습’(습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망가진 교육
무너진 교권

최근 학교서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고 이를 학부모가 교사의 탓으로 돌리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학부모의 항의에 견디다 못한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고 남은 교사들은 교권 회복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유명 웹툰 작가가 아들이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특수교육 교사를 고소한 사건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유정우 훈장은 “개인에 대한 존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이기주의로 변화했고 이것이 공동체의 균열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와 비교해 자녀 수가 현저하게 적어지면서 부모의 관심이 집중되고 이 과정서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의 경계가 흐릿해졌다는 설명이다.

아이가 ‘자신의 것’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면서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여년간 수많은 아이와 부대끼며 살아온 유정우 훈장 역시 그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가정교육이 굉장히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이 한 밥상서 밥 먹기도 어려워졌다. 대가족 시대에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보면서 성장했다. 생활 과정서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자연히 배우고 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부분이 많이 사라지면서 ‘난 이렇게 해도 돼’ ‘내가 하고 싶으면 해도 돼’라는 표현이 많아졌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방어적으로 굴지만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그게 어때서?’라는 식으로 변해버렸다”고 한탄했다.

실제 양지서당에 처음 오는 아이들 가운데서도 ‘왜요?’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요?’라고 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대단한 부모
대견한 아이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정우 훈장은 “예전에는 기본 교육을 가정서 하고 그다음에 학교 교육을 받았는데 지금은 보육과 교육 모두를 학교에 의존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래서 책임까지도 학교에 전가하는 식이 된 거다.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가정 교육을 잘 못 시켜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부모가 먼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교육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서 생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서 교권이 추락하고 공교육이 붕괴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계속되다 보니 교육청 등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양지서당서 2020년부터 진행 중인 농촌 유학도 그 일환이다.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도농교류법)에 따라 농촌 유학을 온 아이들은 주소지를 양지서당으로 옮기고 관내 학교에 다닌다. 아침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식사를 한 뒤 함께 등교한다. 하교 후에는 서예, 검도 등 이른바 ‘방과 후 수업’을 한다.

아이들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인내와 배려를 배운다. 조부모-부모-자녀 등 3대가 생활하는 모습서 예절을 습득하고 인성을 기른다.

유정우 훈장은 “사회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이다. 공동체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누군가와 부대끼며 함께 생활하는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런 지점서 필요성을 느껴 서당으로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이 꽤 있다”며 “교육청서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무너진 교육이 회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정우 훈장은 “모든 상황을 경제 논리로 해결하려 들면 결국 수단과 방법이 나오게 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경제 논리 위에 교육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가치 있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보다는 인성에 집중
“옛 선조 지혜서 배워야”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 100대 민족문화상징’을 선정했다. 당시 선정된 교육 분야 두 가지 상징 중 하나가 바로 서당이다. 다른 하나는 ‘한석봉과 어머니’가 뽑혔다. 고구려 때 ‘경당’이 서당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에 세워진 서원, 향교 등과 비교해 그 역사가 어마어마하게 긴 편이다. 

서당은 다른 기관에 비해 접근성이 좋아 민초의 학력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민족 말살 정책의 하나로 ‘서당 철폐’가 있을 정도였다.

유정우 훈장은 “서당은 지역민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던 장소다. 교육의 문턱을 낮춘 기관인 셈이다. <사자소학> <추구> 등 사람다움에 대한 글이 가득한 옛 선조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기관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농촌 유학을 오는 아이들 수가 급감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서당은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유정우 훈장은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하고 이를 위한 정책이 진행된 찰나에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많은 부분이 흐트러졌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대면 접촉이 줄어들었고 이 과정서 사람 사이의 끈이 많이 끊겼다. 더 안타까운 부분은 끊어진 관계가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인기를 누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멀리 봐야 한다. 유아교육, 초등교육 과정서 인성교육이 빠져버리면 중‧고등학교서 이를 바로잡는 게 정말 힘들어진다. 교육기관서 지속성을 가지고 인성교육을 기본소양으로 배울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 사람은 인성이 좋다는 인식이 해외에 널리 확산하면서 외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융숭한 대접을 받는 일이 많다고 한다. 양지서당에도 해외서 오는 아이들이 있다. K-문화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전통 교육과 서당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생긴 일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인성 역시 세계로 수출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K-인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세계적으로 미래가 밝은 국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청소년의 꿈이라고 한다. 청소년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청소년이 가치 있는 꿈을 많이 꾸고 있는 곳이 바로 미래가 밝은 나라라는 것이다. 

청소년의 꿈
K-인성으로

유정우 훈장은 “좋은 토양일수록 여러 가지 식물을 심어도 잘 자라지 않나. 또 땅을 단단하게 고르면 어떤 건축물을 세워도 잘 떠받칠 수 있다. 마찬가지다. 교육이 바로 서면 아이들의 심리적 터전을 잘 닦아줄 수 있다”며 “인성은 기능보다는 본연의 본심서 일어난다. 심성의 토양을 잘 관리하면 거기에 어떤 기능을 더해도 가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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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