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일요초대석> 무너진 교권 한탄한 유정우 훈장

인성 없는 교육 “해서 무얼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유독 각계각층서 흉흉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교육계는 교사, 학부모, 아동 할 것 없이 모두 상처받은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답을 찾아 ‘양지서당’으로 향했다. 

‘양지서당’이 새겨져 있는 표지석을 지나고도 시골길을 한참 더 들어가야 했다.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좁은 도로를 10분 정도 달리자 멋스러운 한옥 지붕이 먼저 눈에 담겼다. ‘충효당’이라고 쓰여 있는 현판이 달린 가로로 긴 건물, 양지서당에 도착했다. 

20년 명맥
전통문화

충남 논산시 연산면 송정리 범골에 위치한 양지서당은 ‘큰 훈장님’ 의정 유복엽 훈장이 설립했다. 한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인성과 예절을 가르치는 민간 교육기관이다. 2002년 7월 대전서 논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년 넘게 ‘예절학당’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양지서당을 찾았다. 인기척을 내자 양지서당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유복엽 훈장은 어린 여자아이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상투를 틀고 유건을 쓴 모습은 전래동화에 나오는 훈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양지서당에는 유복엽 훈장과 향산당 김초선 여사, 대산 유정인 훈장·봉암 유정우 훈장·해암 유정욱 훈장,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여기에 도심서 농촌으로 유학 온 아이들 10여명도 한 집에서 생활한다. 


오후 12시30분 양진당에 모여 점심을 먹었다. 양지서당 관계자를 비롯해 아이들까지 나란히 앉아 자기 몫의 식사를 했다. 유명원 양지서당 홍보이사는 밥과 반찬이 부족하지 않은지 연신 물었다. 앞마당에는 새끼 고양이 5마리가 엉킨 채 놀고 있었다.

흐린 날씨로 공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사위는 고요했다. 물레방아 물소리가 백색 소음으로 흘러들었다. 

유정우 훈장은 인터뷰 진행에 앞서, 붓으로 ‘선(善)’이라는 한자를 적었다. 그러면서 ‘지극한 선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의 지어지선(止於至善)을 언급했다. 그는 “<대학>의 말씀이 내 심성을 밝힘으로 인해서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게 바로 지선의 자리에 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정우 훈장은 양지서당을 운영하면서 1000여명의 아이를 만났다. 빠른 아이들은 7세에 양지서당에 들어와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여년간 머물다가 관내 고등학교 기숙사로 진학한다. 이보다 길게 머무는 아이들은 13년 동안 서당서 생활한 뒤 다른 지역으로 가기도 한다.

아이-학부모-교사 악순환
흉흉한 교육계 대책 없나

양지서당은 이름대로 아이들의 뜻(志)을 길러주기(養)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 수업을 보완하는 이른바 ‘방과 후 수업’ 같은 방식이다.

유정우 훈장은 “일반 학교서도 도덕 과목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기능성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조금 기울어 있다”며 “서당 역시 아이들 개개인의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사람됨’을 키우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서당의 아이들은 <사자소학>과 <추구>를 배운다. <사자소학>은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 규범과 예절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가르치는 생활철학 글이다. 서당서 처음 배우는 글이기도 하다. <추구>는 좋은 글귀를 뽑아 모은 책이라는 뜻이다. 고리타분한 옛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삶의 진리가 들어있다.

아이들은 부모, 형제, 친구, 스승, 어른 등 사회적 관계에 대해 배운다. 한 달에 한 번 계룡산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과 접한다. 이 과정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법,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는 법을 익힌다. 

유정우 훈장은 “양지서당에 처음 온 아이가 둘레길을 걷는 데 너무 힘들어했다. 안 가면 안 되냐고 몇 번이나 말하길래 ‘천천히 가는 건 괜찮은데 포기는 하지 마’라고 말했다. 결국 그 아이는 끝까지 걸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잘 걷는다. 아이가 잘 있나 보러 오신 아버지보다도 잘 걸어서 놀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디어나 휴대폰에 대한 접촉도 가급적 줄이도록 했다. 유정우 훈장은 “아이들은 한쪽을 차단하면 다른 한쪽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를 차단하면 그 시간에 서예나 검도 같은 몸으로 하는 것, 그리고 책에 관심을 보인다. 독서에 대한 맛을 알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아이가 스스로 찾게 된다. ‘습’(습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망가진 교육
무너진 교권

최근 학교서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고 이를 학부모가 교사의 탓으로 돌리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학부모의 항의에 견디다 못한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고 남은 교사들은 교권 회복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유명 웹툰 작가가 아들이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특수교육 교사를 고소한 사건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유정우 훈장은 “개인에 대한 존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이기주의로 변화했고 이것이 공동체의 균열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와 비교해 자녀 수가 현저하게 적어지면서 부모의 관심이 집중되고 이 과정서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의 경계가 흐릿해졌다는 설명이다.

아이가 ‘자신의 것’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면서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여년간 수많은 아이와 부대끼며 살아온 유정우 훈장 역시 그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가정교육이 굉장히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이 한 밥상서 밥 먹기도 어려워졌다. 대가족 시대에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보면서 성장했다. 생활 과정서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자연히 배우고 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부분이 많이 사라지면서 ‘난 이렇게 해도 돼’ ‘내가 하고 싶으면 해도 돼’라는 표현이 많아졌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방어적으로 굴지만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그게 어때서?’라는 식으로 변해버렸다”고 한탄했다.

실제 양지서당에 처음 오는 아이들 가운데서도 ‘왜요?’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요?’라고 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대단한 부모
대견한 아이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정우 훈장은 “예전에는 기본 교육을 가정서 하고 그다음에 학교 교육을 받았는데 지금은 보육과 교육 모두를 학교에 의존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래서 책임까지도 학교에 전가하는 식이 된 거다.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가정 교육을 잘 못 시켜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부모가 먼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교육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서 생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서 교권이 추락하고 공교육이 붕괴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계속되다 보니 교육청 등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양지서당서 2020년부터 진행 중인 농촌 유학도 그 일환이다.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도농교류법)에 따라 농촌 유학을 온 아이들은 주소지를 양지서당으로 옮기고 관내 학교에 다닌다. 아침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식사를 한 뒤 함께 등교한다. 하교 후에는 서예, 검도 등 이른바 ‘방과 후 수업’을 한다.

아이들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인내와 배려를 배운다. 조부모-부모-자녀 등 3대가 생활하는 모습서 예절을 습득하고 인성을 기른다.

유정우 훈장은 “사회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이다. 공동체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누군가와 부대끼며 함께 생활하는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런 지점서 필요성을 느껴 서당으로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이 꽤 있다”며 “교육청서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무너진 교육이 회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정우 훈장은 “모든 상황을 경제 논리로 해결하려 들면 결국 수단과 방법이 나오게 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경제 논리 위에 교육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가치 있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보다는 인성에 집중
“옛 선조 지혜서 배워야”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 100대 민족문화상징’을 선정했다. 당시 선정된 교육 분야 두 가지 상징 중 하나가 바로 서당이다. 다른 하나는 ‘한석봉과 어머니’가 뽑혔다. 고구려 때 ‘경당’이 서당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에 세워진 서원, 향교 등과 비교해 그 역사가 어마어마하게 긴 편이다. 

서당은 다른 기관에 비해 접근성이 좋아 민초의 학력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민족 말살 정책의 하나로 ‘서당 철폐’가 있을 정도였다.

유정우 훈장은 “서당은 지역민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던 장소다. 교육의 문턱을 낮춘 기관인 셈이다. <사자소학> <추구> 등 사람다움에 대한 글이 가득한 옛 선조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기관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농촌 유학을 오는 아이들 수가 급감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서당은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유정우 훈장은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하고 이를 위한 정책이 진행된 찰나에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많은 부분이 흐트러졌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대면 접촉이 줄어들었고 이 과정서 사람 사이의 끈이 많이 끊겼다. 더 안타까운 부분은 끊어진 관계가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인기를 누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멀리 봐야 한다. 유아교육, 초등교육 과정서 인성교육이 빠져버리면 중‧고등학교서 이를 바로잡는 게 정말 힘들어진다. 교육기관서 지속성을 가지고 인성교육을 기본소양으로 배울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 사람은 인성이 좋다는 인식이 해외에 널리 확산하면서 외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융숭한 대접을 받는 일이 많다고 한다. 양지서당에도 해외서 오는 아이들이 있다. K-문화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전통 교육과 서당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생긴 일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인성 역시 세계로 수출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K-인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세계적으로 미래가 밝은 국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청소년의 꿈이라고 한다. 청소년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청소년이 가치 있는 꿈을 많이 꾸고 있는 곳이 바로 미래가 밝은 나라라는 것이다. 

청소년의 꿈
K-인성으로

유정우 훈장은 “좋은 토양일수록 여러 가지 식물을 심어도 잘 자라지 않나. 또 땅을 단단하게 고르면 어떤 건축물을 세워도 잘 떠받칠 수 있다. 마찬가지다. 교육이 바로 서면 아이들의 심리적 터전을 잘 닦아줄 수 있다”며 “인성은 기능보다는 본연의 본심서 일어난다. 심성의 토양을 잘 관리하면 거기에 어떤 기능을 더해도 가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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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