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꼬인 외교를 풀다’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

“공식적으로 접근하면 공식적인 답변밖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세계 정세가 혼탁하다. 전쟁은 세계를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가고 경제 지표는 바닥을 향하는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외교력이 필요한 시기다. 출범 2년째를 맞고 있는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에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중국과 동아시아, 중동 국가서 활동하고 있는 민간외교 전문가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에게 물었다.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은 “내년에도 세계적인 환경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굵직한 전쟁이 두 건이나 일어났고 그 여파로 전 세계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새해에도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암울한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은 한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 여파
직간접 영향

윤 회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이란과의 상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이란 원유 수출대금이 다시 동결됐기 때문이다. 60억달러에 이르는 대금은 과거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돈이었다.

그동안 대이란 제재 때문에 한국에 묶여 있다가 지난 9월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과 미국에 억류된 이란인을 서로 맞교환한다는 조건으로 동결을 해제한 바 있다. 

대금은 미국과 합의해 한국서 스위스은행을 거쳐 카타르의 은행으로 이체됐고 미국은 이란이 미국의 승인을 거쳐 식량과 의약품 구매 등 인도주의 용도로만 쓰도록 했다. 문제는 이란이 오랫동안 지원해온 하마스가 지난 10월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자금을 다시 동결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하원은 ‘대이란 테러 자금 차단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카타르와 협의 하에 당분간 이란이 그 돈을 인출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사실상의 재동결 조치다. 한국은 2021년 동결자금 반환 문제로 한국국적상선 ‘한국케미호’가 나포되기도 했다.

윤 회장은 이란 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물밑서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면서 8년여간 공들인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국은 옛 친구
중국은 새 친구

윤 회장은 “세상의 모든 일은 갑과 을이 문제가 돼서 일어나는 일인데, 이번 일은 갑과 을은 합의가 됐는데 병과 정에서 문제가 터졌다. 그런 면에서 정말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는 한‧중‧일 세 나라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진행하는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지원하는 단체다. 윤 회장이 회장으로 활동한 아태경제문화연구소와 통합해 탄생했다. 윤 회장은 세 나라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민간 주도로 조율하는 이른바 ‘민간외교 전문가’로 3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 내 가장 정통한 ‘중국통’으로도 꼽힌다.

윤 회장은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인 한·미·일 동맹 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중 관계에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밀착하면서 중국이 배제되는 모양새가 취해졌고 그 결과 한중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 회장은 “현재 한중 관계는 경직을 넘어서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표현했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국이라는 나라는 미국 없이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정부서 강조하는 한미동맹은 외교의 기본이 돼야 하는 게 맞습니다.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 역시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배제’하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윤정부 외교정책의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지난 8월 한·미·일 3국 정상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서 만나 북한 관련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이 과정서 중국은 완전히 배제된 상태였습니다. 중국에 모든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대만 문제 등 중국과 관련돼있는 부분은 이해당사국인 중국에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은 이런 점에서 소외감과 서운함, 섭섭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국 배제
소외·섭섭

-윤석열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요?

▲지난 10월 주한중국대사관서 한중 우의를 위한 친선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미동맹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배려를 보여달라’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국은 북핵 문제, 탈북자 북송 문제 등 한국의 가장 큰 외교 현안과 밀접하게 연관돼있습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 중국은 당사자나 다름없습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가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난 자리서 탈북자 북송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결국 중국의 협조 없이는 이런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한미 동맹 기반으로 
한중 관계 개선해야

-북한 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말씀해주신다면?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무기로 전쟁 억제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핵우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개입하는 시기가 전쟁이 발발한 이후라는 점입니다. 서울에 핵이 떨어지면 국민 100만명 이상이 사망한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미국의 역할은 이미 피해가 발생한 후에 생깁니다. 


반면 중국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북한을 사전에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석유 공급을 위해 북한과 연결돼있는 파이프라인은 중국의 결정에 따라 개폐가 가능합니다. 중국이 파이프라인을 잠그게 되면 북한은 전쟁 자체를 일으킬 수 없습니다. 전쟁에 대한 현실적인 억제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전쟁을 해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 자체가 벌어지지 않게 하는 억제력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어떤가요?

▲2016~2017년 한국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26~27%에 이릅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그 정도의 경제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닙니다만, 역으로 한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그만큼 깊은 관계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19%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일본과 유사한 비율로 한중 양국에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정부 대중 외교의 아쉬운 점을 지적해 주신다면?

▲대중 외교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교정책은 사건이 일어날 때만 움직인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번 부산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 요소수 수입 문제 같이 ‘그때 그때’ 사안에만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서 관계가 멀어지면 핫라인조차 유지하지 않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통해 핫라인을 회복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경험했는데도 또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의 정치 특성을 모르고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북핵 문제
탈북자 북송


-중국의 정치 특성을 설명해주신다면?

▲중국은 특정 현안에 대해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부서 결정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앞서 문재인정부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을 때 중국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탈북자 북송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외교부 부장을 만나고, 한덕수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지만 언급이 없었습니다.

관 주도 외교 방식 아쉬워
민간 채널 적극 활용 필요

-그렇다면 한중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서 많이 대화하면 많은 협조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싱하이밍 대사는 20대부터 현재까지 한반도 문제에만 집중한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한중 수교 초기부터 저와도 가까운 30년 지기입니다. 북핵 문제, 탈북자 북송 문제 등 한국의 대중 외교 현안과 관련해서는 싱하이밍 대사에게 가서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시진핑 주석이나 왕이 부장에게 말하면 그들 역시 대사이기 전에 한반도 전문가인 싱하이밍 대사에게 중국의 외교 프로세스를 따라서 의견을 묻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왜 싱하이밍 대사를 만나지 않을까요?

▲만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싱하이밍 대사에게 이 같은 자문을 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국의 외교부 장관이나 국가주석이 있는데 굳이 주한중국대사를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한국과 중국의 정치 시스템과 해결하는 방식이 다른데 한국식 정치적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윤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교정책은 모두 ‘관’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민과 관이 협력하는 외교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관 주도의 외교정책이라 하시면?

▲모든 문제에 공식적으로 접근하면 공식적인 답변밖에 얻을 수 없습니다. 공문으로 하는 외교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의 배경도 관 주도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정부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했지만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아쉽습니다. 국가간 경쟁일수록 민간 채널이 정말 중요한 작용을 하는데 그 부분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취해야 할 태도를 말씀해주신다면?

▲미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미국은 우리의 옛 친구입니다. 중국은 우리와 1991년 수교를 맺은 새 친구입니다. 옛 친구에 대한 배려만큼 새 친구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합니다. 외교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배려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동시에 지속성을 놓치면 안 됩니다. 외교는 단숨에 이뤄지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신경 써야 정말 중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배려 기본
지속성 중요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국격에 맞는 외교정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국가간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가간에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지킬 수 없을 때는 상대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관계를 맺다보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상대 국가의 행보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상황에 따라 발 빠르게 외교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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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