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일요대담> ‘산으로 가는 당정을 말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무능, 무책임, 무비전…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거리의 변호사’로 통한다. 그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무차장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이 사회적 참사로 슬픔에 빠져 있을 때도 여의도 안팎을 뛰어다니며 약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이를 대변하듯 그의 옷깃에는 그동안의 행보와도 같은 배지들이 달려 있었다.

최근 원내 지도부에 합류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측근들이 앞다퉈 몸풀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제1야당 대표를 겨냥한 표적 수사의 종점은 까마득하다. 박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이 기괴하다고 말한다. 2023년 한 해의 끝에서 <일요시사>와 만난 박 의원은 현 정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 9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로 임명됐다.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

▲민주당은 의석수가 많은 것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국민의 평가가 있는 만큼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 당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쥐고 있는 상임위에서는 핵심 법안을 통과시켜 법사위로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십년 동안 정체됐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정무위서 통과시켰다. 지난 8일 거부권이 행사됐지만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표결에 부쳤다.


-해병대 고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국정조사를 추진했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말해준다면?

▲국정조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법적 절차는 마무리지었다. 국정조사는 1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요구서를 제출하면 본회의에 보고된다. 이후 의장이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특위를 구성할지 관련된 상임위서 진행할지 결정짓는다. 현재로서는 의장의 판단만 남아 있고, 본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의장님 뵐 때마다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데, 아직 설득은 안 됐다.

-현재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정치 현안은 무엇인가?

▲원내서 일하다 보니 여러 사안이 많지만 우선 예산안이 잘 통과됐으면 한다. 아직 통과하지 못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개정안도 마무리되길 바란다. 비록 법사위서 막힐지라도 민주당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래서 “민주당이 열심히 하고 잘하려고 하는구나” 이런 말을 들으면 좋겠다.

-윤석열정부가 내년을 기점으로 3년 차에 접어든다. 그동안 행보를 평가한다면?

▲‘무능’ ‘무책임’ ‘무비전’. 한 마디로 미래가 없다. 여러 국가적인 상황서도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책임감 없는 모습만 보여준다. 앞으로 계획이 무엇인지,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떨지 이야기하는 게 있었던가? 국민 대부분이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할 것이다. 정말이지 처음 겪는 정권이다. 적어도 다른 보수정권은 무언가를 하겠다는 목표는 있었다.

-윤정부의 인사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을 대하는 태도는 희귀하고 기괴하다. 문제는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상식적인 모습을 연속적으로 보니 다들 무감각해진 모양이다. 대통령이 당 대표를 두 번이나 내쫓고 그 자리에 자신의 가장 측근을 앉히는 이 모든 과정이 이상하다. 과거 우리나라 정치서 당 대표가 아니라 총재 권한대행이 있던 시절 같다.

“권한은 떠나고 대행만 남았네요.” 우스갯소리일지도 모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 오르자 공항에 있던 관계자가 한 말이라고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다. ‘권한’은 없고 ‘대행’만 남았다.

-인사 관련 문제의 연장선상서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김홍일 전 권익위원장이 지목됐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는지?

▲김홍일 후보를 그 자리에 앉히는 게 윤 대통령의 친한 형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손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을 앉히겠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지금 작동이 되고 있나? 전혀 아니다. 윤정부 인사를 통한 ‘권력기관 장악’이라는 목적 아래에 인사 검증 시스템과 인사 검증 기능은 마비됐다. 최근 강도현 해수부 장관 후보자가 음주운전과 폭력 전과로 논란이 됐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전에 고위직 후보가 자녀의 학교폭력 때문에 줄줄이 낙마한 적도 있다. 이 정부의 검증 시스템은 완전히 고장 났다.

-지난 21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나는 이 상황에 두 가지 의문이 있다. 현재 검찰, 그것도 특수부 출신의 소수 검찰이 인맥을 통해 국가 여러 기관의 수장과 요직을 맡고 있다.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는 국민도 많다. 그런 상황서 또다시 검찰 출신이 여당을 장악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가 나의 첫 번째 의문이다.

줄줄이 용산 꿰차는 대통령발 낙하산 인사
윤정부 3년 차 “마비된 검증 시스템 여전”

두 번째는 대통령이 당에 개입하는 행위다. 윤정부가 들어서고 당 대표가 두 번이나 물러났다. 국민조차도 내막에 대통령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이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당 대표가 두 번이나 물러났고, 배후에 더 큰 권력이 있다고 의심받는 상황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언론은 ‘한동훈’이라는 인물만 놓고 평가를 한다. 앞서 말한 김홍일 후보도 비슷하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자리를 꿰차는 이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당이 20~3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이외에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물망에 올랐었는데…


▲거듭 말하지만 인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과정을 봐줬으면 한다. 당 대표를 두 번이나 내친 사람이 대통령이다. 한 위원장, 인 위원장 그 누가 뽑혀도 결국 ‘대통령 아바타’ 역할일 뿐이다.

-특정 인물이 아닌 인선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 과정의 끝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이 인사의 끝은 국가기관에 대한 장악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12월 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회 최대 쟁점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역풍은 불가피한데, 어떤 선택을 내릴 거라고 보는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건에 문제가 없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다. 사건 특성상 일부 공범자의 입만 단속시키면 진상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소위 말해서 ‘잘 덮을 수 있는’ 사건이다. 특검법을 받는다면 정부는 다른 방향으로 방어에 나설 것이다.

-김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또 다른 리스크다.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금지’만 규정하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반대로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금품을 준 공여자는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법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조항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법의 구조가 그렇다 하더라도 사건의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 어떤 경로로 수수가 이뤄졌는지가 관건이다. 보수 언론이나 여당 중심으로 ‘함정 취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김 여사가 물건을 받은 게 핵심이다. 논란에 대해 여러 가지 밝혀질 필요가 있다.

-민주당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가 장기간 진행되고 있는데 이 수사가 끝나는 시점이 언제가 될 것으로 보는지?

▲나도 언제 끝날지 궁금하다. 지금 검찰은 이미 했던 수사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얼마 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도대체 언제까지 압수수색할 거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조차 ‘정치보복’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이만큼 했으면 그만하는 게 맞다”고 할 정도다.

“디올백은 덮어두고 애먼 사람만 때린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두 가지 의문 제기

지난 2년 동안 그렇게 많은 인력을 투입해서 수사를 진행했는데 또 수사한다는 건 검찰의 무능함을 자백하는 거다. 이제 수사를 그만둬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의 한계점은 무엇인가?

▲한 사람의 수사를 위해 많은 인원과 강제수사 수단을 동원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명백하게 드러난 증거가 없다. 혐의점이 나올 때까지, 무언가 걸릴 때까지 목표를 정해두고 수사하는 느낌이 든다.

-선거제 개편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빚어진 듯하다. 지도부 차원서 어느 정도 논의됐는지 궁금한데.

▲논의는 계속 하고 있다. 지도부 차원서도 얘기하고 있는데 아직 결론은 못 내린 상황이다.

-지도부 결단이 늦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필요한 시간을 거치고 있다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물론 빠르면 더 좋겠지만 지난 21대 총선을 위한 선거제도는 그해 2월에 결정됐다. 풀어서 얘기하자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당내에도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지도부가 ‘뚝딱’ 결정할 수 없다.

-민주당 내에서 병립형 회귀를 반대하는 의원과 어떻게 이견을 조율해 나갈 계획인가?

▲병립형으로 결정됐으면 그분들을 설득해야 하는 거고, 연동형으로 결정됐으면 병립형을 주장하는 분들을 설득해야 한다. 아직은 의원들이 다양한 각도서 토론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국민이 원하는 민주당은 어떤 모습인가?

▲정부와 여당이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고 믿고 기댈 수 있는 당을 기대하신다고 생각한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지금의 민주당은 그런 의견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지?

▲현재 민주당은 다양한 분야서 민생 관련된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몇 십년 동안 막혀 있던 과제들도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그래도 국민이 보시기엔 부족할 것이다. 더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2023년 한 해도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원내 지도부로서 다가오는 2024년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면?

▲과거의 연속선상이다. 지금 국민은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다. 가계부채나 경제 등 여러 이유로 자산과 소득이 줄어들었다. 민주당이 다시 한번 국민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하게 됐으면 한다. 출산율 등만 봤을 때도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에 봉착했다. 획기적인 변화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민주당이 되겠다.

-끝으로 국민에게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에 남고 싶은지?

▲‘국민을 위해 성과를 냈던 의원’으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나는 죽기 전에 역사의 수레바퀴를 단 1㎜라도 굴리고 싶다. 사회와 역사가 긍정적으로, 또 진보적으로 나가는 데 기여한 사람으로 남기를 희망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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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