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넘사벽 매력쟁이 덱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12 10:16:19
  • 호수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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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대세 블루칩 ‘남자다잉∼’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본명 김진영, 예명 덱스. 덱스는 현역으로 훈련 종료를 의미하는 엔덱스(ENDEX, END Exercise)서 엔을 뺀 이름이다. 덱스는 예능프로그램 <피의 게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솔로지옥> 등에 출연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덱스가 가진 치명적 매력 포인트는 이 시대가 선호하는 남성상을 변화시켰다는 평까지 받는다는 점이다.

“이 시대가 선호하는 가장 트렌디한, 안전하면서 또 ‘러블리’하게 다듬어진 남성성이 의인화된 인물이 있다.” 방송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덱스를 설명한 글이다. 덱스의 인기가 날로 급상승 중이다. 덱스는 2016년 대한민국 해군 부사관 251기로 임관해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62-2기를 수료한 예비역 하사다. 

러블리
상남자

현역 시절 대테러부대인 해군특수전전단 특수임무대대서 4년간 복무했으며, 2018년 대한민국 국군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3진 해상작전대로 아랍에미리트(UEA) 해외파병도 8개월간 다녀왔다.

이름을 알린 것은 전역 후인 2020년부터다. 이때 덱스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밀리터리 웹예능 <가짜사나이2>에 출연했다. 2021년 MBC의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 출연으로 인지도를 얻게 됐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의 리얼리티 예능 <솔로지옥2>로 국내외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기세를 몰아 올해에는 MBC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의 고정 출연자로 방송가 및 대중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유명 유튜버들 사이서도 메이저 방송계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받는다.

<솔로지옥> 김재원 PD는 “덱스는 올해 가장 잘 산 주식”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 PD는 지난 4일, 서울 용산동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넷플릭스 <솔로지옥3> 제작발표회서 “올해 산 주식 중 가장 잘 산 주식은 덱스다. 시즌2로 굉장히 잘됐는데, 생각보다 일찍 MC 제안을 했다. 저평가 우량주”라며 “그 후 미친 듯이 상한가를 치면서 올라가더니 지금은 올해 가장 핫한 주식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덱스가 MC로 돌아왔다. 세상서 가장 핫한 남자 아니냐. 그래서 이번 시즌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덱스는 “MC 가운데 내가 감회가 가장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시즌2에서는 출연자였다면 시즌3에서는 MC 입장서 출연자를 보는 입장이 됐다. MC의 위치에 있다 보니 출연진의 세세한 포인트가 훨씬 잘 보인다. 나도 저렇게 티가 많이 났나 싶더라.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솔로지옥2>서 출연자로 나왔던 덱스가 시즌 3에선 MC로 바뀌었다. 역대 시즌 출연자들 중 MC 역할을 맡은 것은 덱스가 유일하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솔로지옥2> 방영 당시 보였던 덱스의 모습 덕분이다.

<솔로지옥2>서 덱스의 별명은 ‘메기남’이다. 메기남이란 막강한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의미로 탄생한 예능 프로그램의 신조어다.

미꾸라지나 정어리가 든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투입하면 안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메기 덕분에 미꾸라지 혹은 정어리가 생존하기 위해 꾸준히 움직여 결국 살아있게 된다는 원리서 온 말이다.

<솔로지옥>에는 기본적으로 외모와 매력이 강한 사람들이 출연한다. 이 말은 덱스가 메기남이 된 것 자체가, 기존 출연자보다 더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끝없는 상한가 <솔로지옥> 출연서 MC로
<피의게임2> 신인 남자예능상 수상도

덱스는 메기남으로 <솔로지옥2> 프로그램 중간에 섭외됐다. UDT 특전사 출신답게 남성 출연진과 육탄전을 벌일 때는 거친 남성미를 제대로 발휘했고, 여성 출연자와 데이트할 땐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모든 남자들이 여자에게 잘해주는 매너남으로 기분을 맞춰주려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면, 덱스는 완전히 결이 다른 담백한 리액션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허세가 없고 담백한 진솔한 면모가 특히 돋보였다. 데이트 식사 도중 파스타 면을 가위로 자르는 덱스를 보고 여성 출연진이 “파스타를 가위로 자르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웃으며 말하자, “이런 데를 자주 못 와봐서 잘 모른다”고 쑥스러워하며 상대방에게 솔직한 사과를 했다.

스페셜 데이트 자리서 술을 잘 못 마신다고 말하는 여성 출연자 앞에서는 “그럼 자신도 같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담백하게 말을 되받아치는 식이다.

화려한 언사 없이 툭툭 던지는 리액션인데, 여성 출연자들은 기존 남성 출연자들에게 허세를 느껴 덱스의 리액션에 마음이 쏠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덱스의 인기를 올린 요소 중 하나가 ‘덱스표 플러팅’이다. <솔로지옥>뿐 아니라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상대방을 기분 좋게 잘 띄워주는 것으로 명성이 났다. 화려하고 달달한 언변이 아닌, 툭 치듯 들어오는 칭찬이 꽤 직설적인데 신기하게 귀를 쫑긋하게 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덱스는 조세호 MC에게 “손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그런 덱스의 말에, 조 MC는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세심한 칭찬”이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리액션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만한 포인트가 있었다. 덱스의 플러팅은 뻔한 표현이나 영혼 없는 칭찬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좋은 점을 진심을 담아서 표현한다는 것이다.

또 솔직한 표현의 근원은 자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기울여서 얻어낸 것이다. 더 나아가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런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덱스는 <유퀴즈 온 더 블록>서 자신을 ‘플러팅의 달인’이라 표현하는 세간의 평가에, “현재 이 사회가 서로에 대한 칭찬에 너무 야박한 것 같다. 나는 상대에게 그냥 그대로의 칭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덱스표
플러팅

이어 “저는 솔직히 <솔로지옥2>에 나가기 싫었다. 여기가 지금 나오고 있는 예능 중에 최정상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기까지 찍으면 나 안 불러줄 거 같은 거다. ‘지금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원기옥을 잔뜩 모았다가 나가야 되는데. 시기상조가 아닌가’ 했다”며 “주위서 그러더라. ‘이때 아니면 못 나간다. 불러줄 때 나가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조 MC가 <솔로지옥2>에 대해 “실제로 촬영에 들어갈 때 ‘내가 메기남으로 들어가면서 이런 포지셔닝을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해봤냐”라며 궁금해하자 덱스는 “저는 ‘크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말자’ 그게 신조인 것 같다. 하나는 있었다. 연애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거기 몰입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해서 여자친구를 정말 만들 생각으로 ‘여기서 내 여자친구를 만들고 나가겠다’라는 생각만 했다”고 고백했다.

덱스는 “제 자신감과 패기는 군 생활 시절 다 만들어진 거 같다. 일 자체도 자신감이 있어야만 하는 일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나와서 이런 일을 할 때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해서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면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는 MC 유재석의 질문엔 “완전 기다린다. 적극적으로 표현을 못 하겠다. ‘내가 이 사람한테 표현하면 실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고, ‘이 사람은 나한테 관심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관심을 표현했을 때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생각하다 보니 항상 기다리는 편 같다”고 귀띔했다.

덱스는 JTBC 예능프로그램 <짠당포>서 플러팅을 잘하는 방법에 관해 “(표현은)정형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툭 던지듯 말에 무게를 싣지 않지만, (상대의 장점에 대한)포인트와 팩트는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암흑기 지나
방송계 점령

덱스는 유명세를 타기 전, 취업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정확하게는 군 입대 전이었다. 해군 특수전전단 UDT에 입대하기 전 덱스는 수영 강사였는데, 군 입대 전까지 사연이 복잡하다. 원래는 국군정보사령부 특임대(해상) UDU에 먼저 입대했는데, 그곳에서 5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고강도 훈련을 시키는 주간인 지옥주를 마친 후 회복주 기간에 자진 퇴교했다.

그 이후 수영 강사로 추천을 받아 서울의 한 수영장서 강사로 일했으나, 그곳은 이미 직원의 임금이 몇 달 치가 밀려있었고 대부분 그만두기 직전인 망해가는 곳이었다. 그나마 거기서 알게 된 UDT 출신의 수영 강사 소개로 다른 수영장에 취직하게 됐으나, 이미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라 수영센터 지하의 보일러실 구석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거기서 몇 달을 기거하며 낮에는 수영 강사로 일했는데, 밤에는 기계 소음에 사실상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소주 2병을 마셔야 겨우 잠이 들었다. 이때가 덱스의 인생서 최대 암흑기였고, 결국 다시 UDT에 입대했다. 

당시 덱스는 ‘여기서 또 퇴교하면 다시 보일러실서 잠을 자는 상황을 겪어야 한다’는 절박감과 간절함 덕분에 UDT를 수료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인생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비전이 될 수 있을 만한 게 UDT였던 것 같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군 전역 후에는 인터넷 스트리밍 생방송을 시작했으나 처음엔 시청자가 한 명도 없어 12시간 동안 혼잣말하며 방송하기도 했다. 이런 고난과 역경을 거쳐 덱스는 지난 7월19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서 개최된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서 예능·교양 부문 신인 남자예능인상을 받았다. 이날 상은 <피의 게임> 출연진으로 받았다.

그와 함께 후보에 오른 이들은 <SNL 코리아 시즌3> 남현우, <러브캐처 인 발리> 김요한, <제로섬게임> 이이경, <환승연애2> 뱀뱀이었다.

“솔직하고 화려하지 않은 언변 매력”
일본 애니 추천으로 구설 올라 곤욕

덱스는 시상식서 “비연예인인 저를 포함시켜 시상해주셔서 감사하다. 끝까지 저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저와 같이 <피의 게임2>를 찍으며 너무 고생하신 플레이어 분들 너무 고생하셨다”며 “무엇보다 항상 무뚝뚝한 아들을 둬서 불편함 많으신 부모님. 사실 그동안 부끄러워 말씀 안 드렸는데 이 방송은 처음으로 봐달라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청룡시리즈어워즈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오리지널 스트리밍 시리즈를 대상으로 열린 시상식이다. 넷플릭스부터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왓챠, 웨이브, 카카오TV, 쿠팡플레이, 티빙이 제작하거나 투자한 국내 드라마와 예능·교양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덱스도 구설수에 올랐던 바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추천한 영상 때문이다. 덱스는 지난 5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애니박사 김덱스의 애니학개론’이라는 제목의 영상서 여러 내이메이션 작품들을 추천했다.

누리꾼의 지적을 받은 건 일본 애니메이션 <메이드 인 어비스>다. 덱스는 해당 작품을 언급하며 “반전이 어마어마하다. 처음에는 굉장히 밝고 명랑해 보이는데 굉장히 기괴하고 끔찍하고 잔인함이 담겨있다. 주인공이 또 여자인데 굉장히 끔찍한 일을 많이 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되게 밝다가 점점 딥해진다. 몰입도가 장난 아니고 굉장히 잔인하다. 엄청 어리고 이쁜 애 얼굴이 갑자기 기괴해지기도 한다”고 해당 작품을 추천했다.

<메이드 인 어비스>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 츠쿠시 아키히토의 작품이다. 일본의 다크 판타지 만화로, 다양한 유물이 숨겨져 있는 큰 웅덩이로 많은 사람이 모험을 떠나는 스토리다.

신비로운 세계관, 귀여운 그림체와 반대되는 잔혹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 19세 이하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 애니메이션에 미성년자의 신체가 그대로 노출된다거나, 성적 페티시를 연상케 하는 선정적인 내용이 연달아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 잔인함의 수위도 높아 일각에서는 혹평을 받고 있다.

덱스의 영상이 화제가 되자 앞서 <메이드 인 어비스>를 좋아한다고 밝혔던 그룹 르세라핌의 사쿠라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수빈에게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 덱스는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의 제작발표회서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제 중심을 잘 잡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당 논란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중요한 건 그 전 조금 더 앞으로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했을 때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서로 경험한 인생 등이 모두 다르니까 관점 차이서 오는 이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 잘 잡아가겠다. 걱정하고 우려하는 팬분들께 심려 끼치지 않게 조율해서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중심 잡고 
잘 살아왔다”

한편, 지난달 27일 덱스 소속사 킥더허들 스튜디오는 법적 대응과 관련한 공지를 재게시했다. 이날 덱스 측은 “익명성을 악용해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소속 크리에이터 김진영(덱스), 소속사 사칭 및 주변인들과 관련된 악의적인 비방 허위 사실 유포, 성희롱, 인신공격성 게시물, 명예 훼손, 악성 댓글 사례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진영 및 주변 분들을 모욕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악의적인 비방, 성희롱 등의 게재 행위 등이 확인될 경우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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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