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넘사벽 매력쟁이 덱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12 10:16:19
  • 호수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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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대세 블루칩 ‘남자다잉∼’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본명 김진영, 예명 덱스. 덱스는 현역으로 훈련 종료를 의미하는 엔덱스(ENDEX, END Exercise)서 엔을 뺀 이름이다. 덱스는 예능프로그램 <피의 게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솔로지옥> 등에 출연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덱스가 가진 치명적 매력 포인트는 이 시대가 선호하는 남성상을 변화시켰다는 평까지 받는다는 점이다.

“이 시대가 선호하는 가장 트렌디한, 안전하면서 또 ‘러블리’하게 다듬어진 남성성이 의인화된 인물이 있다.” 방송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덱스를 설명한 글이다. 덱스의 인기가 날로 급상승 중이다. 덱스는 2016년 대한민국 해군 부사관 251기로 임관해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62-2기를 수료한 예비역 하사다. 

러블리
상남자

현역 시절 대테러부대인 해군특수전전단 특수임무대대서 4년간 복무했으며, 2018년 대한민국 국군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3진 해상작전대로 아랍에미리트(UEA) 해외파병도 8개월간 다녀왔다.

이름을 알린 것은 전역 후인 2020년부터다. 이때 덱스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밀리터리 웹예능 <가짜사나이2>에 출연했다. 2021년 MBC의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 출연으로 인지도를 얻게 됐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의 리얼리티 예능 <솔로지옥2>로 국내외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기세를 몰아 올해에는 MBC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의 고정 출연자로 방송가 및 대중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유명 유튜버들 사이서도 메이저 방송계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받는다.


<솔로지옥> 김재원 PD는 “덱스는 올해 가장 잘 산 주식”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 PD는 지난 4일, 서울 용산동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넷플릭스 <솔로지옥3> 제작발표회서 “올해 산 주식 중 가장 잘 산 주식은 덱스다. 시즌2로 굉장히 잘됐는데, 생각보다 일찍 MC 제안을 했다. 저평가 우량주”라며 “그 후 미친 듯이 상한가를 치면서 올라가더니 지금은 올해 가장 핫한 주식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덱스가 MC로 돌아왔다. 세상서 가장 핫한 남자 아니냐. 그래서 이번 시즌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덱스는 “MC 가운데 내가 감회가 가장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시즌2에서는 출연자였다면 시즌3에서는 MC 입장서 출연자를 보는 입장이 됐다. MC의 위치에 있다 보니 출연진의 세세한 포인트가 훨씬 잘 보인다. 나도 저렇게 티가 많이 났나 싶더라.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솔로지옥2>서 출연자로 나왔던 덱스가 시즌 3에선 MC로 바뀌었다. 역대 시즌 출연자들 중 MC 역할을 맡은 것은 덱스가 유일하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솔로지옥2> 방영 당시 보였던 덱스의 모습 덕분이다.

<솔로지옥2>서 덱스의 별명은 ‘메기남’이다. 메기남이란 막강한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의미로 탄생한 예능 프로그램의 신조어다.

미꾸라지나 정어리가 든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투입하면 안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메기 덕분에 미꾸라지 혹은 정어리가 생존하기 위해 꾸준히 움직여 결국 살아있게 된다는 원리서 온 말이다.


<솔로지옥>에는 기본적으로 외모와 매력이 강한 사람들이 출연한다. 이 말은 덱스가 메기남이 된 것 자체가, 기존 출연자보다 더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끝없는 상한가 <솔로지옥> 출연서 MC로
<피의게임2> 신인 남자예능상 수상도

덱스는 메기남으로 <솔로지옥2> 프로그램 중간에 섭외됐다. UDT 특전사 출신답게 남성 출연진과 육탄전을 벌일 때는 거친 남성미를 제대로 발휘했고, 여성 출연자와 데이트할 땐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모든 남자들이 여자에게 잘해주는 매너남으로 기분을 맞춰주려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면, 덱스는 완전히 결이 다른 담백한 리액션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허세가 없고 담백한 진솔한 면모가 특히 돋보였다. 데이트 식사 도중 파스타 면을 가위로 자르는 덱스를 보고 여성 출연진이 “파스타를 가위로 자르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웃으며 말하자, “이런 데를 자주 못 와봐서 잘 모른다”고 쑥스러워하며 상대방에게 솔직한 사과를 했다.

스페셜 데이트 자리서 술을 잘 못 마신다고 말하는 여성 출연자 앞에서는 “그럼 자신도 같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담백하게 말을 되받아치는 식이다.

화려한 언사 없이 툭툭 던지는 리액션인데, 여성 출연자들은 기존 남성 출연자들에게 허세를 느껴 덱스의 리액션에 마음이 쏠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덱스의 인기를 올린 요소 중 하나가 ‘덱스표 플러팅’이다. <솔로지옥>뿐 아니라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상대방을 기분 좋게 잘 띄워주는 것으로 명성이 났다. 화려하고 달달한 언변이 아닌, 툭 치듯 들어오는 칭찬이 꽤 직설적인데 신기하게 귀를 쫑긋하게 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덱스는 조세호 MC에게 “손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그런 덱스의 말에, 조 MC는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세심한 칭찬”이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리액션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만한 포인트가 있었다. 덱스의 플러팅은 뻔한 표현이나 영혼 없는 칭찬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좋은 점을 진심을 담아서 표현한다는 것이다.

또 솔직한 표현의 근원은 자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기울여서 얻어낸 것이다. 더 나아가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런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덱스는 <유퀴즈 온 더 블록>서 자신을 ‘플러팅의 달인’이라 표현하는 세간의 평가에, “현재 이 사회가 서로에 대한 칭찬에 너무 야박한 것 같다. 나는 상대에게 그냥 그대로의 칭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덱스표
플러팅

이어 “저는 솔직히 <솔로지옥2>에 나가기 싫었다. 여기가 지금 나오고 있는 예능 중에 최정상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기까지 찍으면 나 안 불러줄 거 같은 거다. ‘지금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원기옥을 잔뜩 모았다가 나가야 되는데. 시기상조가 아닌가’ 했다”며 “주위서 그러더라. ‘이때 아니면 못 나간다. 불러줄 때 나가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조 MC가 <솔로지옥2>에 대해 “실제로 촬영에 들어갈 때 ‘내가 메기남으로 들어가면서 이런 포지셔닝을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해봤냐”라며 궁금해하자 덱스는 “저는 ‘크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말자’ 그게 신조인 것 같다. 하나는 있었다. 연애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거기 몰입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해서 여자친구를 정말 만들 생각으로 ‘여기서 내 여자친구를 만들고 나가겠다’라는 생각만 했다”고 고백했다.

덱스는 “제 자신감과 패기는 군 생활 시절 다 만들어진 거 같다. 일 자체도 자신감이 있어야만 하는 일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나와서 이런 일을 할 때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해서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면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는 MC 유재석의 질문엔 “완전 기다린다. 적극적으로 표현을 못 하겠다. ‘내가 이 사람한테 표현하면 실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고, ‘이 사람은 나한테 관심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관심을 표현했을 때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생각하다 보니 항상 기다리는 편 같다”고 귀띔했다.

덱스는 JTBC 예능프로그램 <짠당포>서 플러팅을 잘하는 방법에 관해 “(표현은)정형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툭 던지듯 말에 무게를 싣지 않지만, (상대의 장점에 대한)포인트와 팩트는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암흑기 지나
방송계 점령

덱스는 유명세를 타기 전, 취업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정확하게는 군 입대 전이었다. 해군 특수전전단 UDT에 입대하기 전 덱스는 수영 강사였는데, 군 입대 전까지 사연이 복잡하다. 원래는 국군정보사령부 특임대(해상) UDU에 먼저 입대했는데, 그곳에서 5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고강도 훈련을 시키는 주간인 지옥주를 마친 후 회복주 기간에 자진 퇴교했다.

그 이후 수영 강사로 추천을 받아 서울의 한 수영장서 강사로 일했으나, 그곳은 이미 직원의 임금이 몇 달 치가 밀려있었고 대부분 그만두기 직전인 망해가는 곳이었다. 그나마 거기서 알게 된 UDT 출신의 수영 강사 소개로 다른 수영장에 취직하게 됐으나, 이미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라 수영센터 지하의 보일러실 구석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거기서 몇 달을 기거하며 낮에는 수영 강사로 일했는데, 밤에는 기계 소음에 사실상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소주 2병을 마셔야 겨우 잠이 들었다. 이때가 덱스의 인생서 최대 암흑기였고, 결국 다시 UDT에 입대했다. 

당시 덱스는 ‘여기서 또 퇴교하면 다시 보일러실서 잠을 자는 상황을 겪어야 한다’는 절박감과 간절함 덕분에 UDT를 수료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인생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비전이 될 수 있을 만한 게 UDT였던 것 같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군 전역 후에는 인터넷 스트리밍 생방송을 시작했으나 처음엔 시청자가 한 명도 없어 12시간 동안 혼잣말하며 방송하기도 했다. 이런 고난과 역경을 거쳐 덱스는 지난 7월19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서 개최된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서 예능·교양 부문 신인 남자예능인상을 받았다. 이날 상은 <피의 게임> 출연진으로 받았다.

그와 함께 후보에 오른 이들은 <SNL 코리아 시즌3> 남현우, <러브캐처 인 발리> 김요한, <제로섬게임> 이이경, <환승연애2> 뱀뱀이었다.

“솔직하고 화려하지 않은 언변 매력”
일본 애니 추천으로 구설 올라 곤욕

덱스는 시상식서 “비연예인인 저를 포함시켜 시상해주셔서 감사하다. 끝까지 저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저와 같이 <피의 게임2>를 찍으며 너무 고생하신 플레이어 분들 너무 고생하셨다”며 “무엇보다 항상 무뚝뚝한 아들을 둬서 불편함 많으신 부모님. 사실 그동안 부끄러워 말씀 안 드렸는데 이 방송은 처음으로 봐달라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청룡시리즈어워즈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오리지널 스트리밍 시리즈를 대상으로 열린 시상식이다. 넷플릭스부터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왓챠, 웨이브, 카카오TV, 쿠팡플레이, 티빙이 제작하거나 투자한 국내 드라마와 예능·교양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덱스도 구설수에 올랐던 바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추천한 영상 때문이다. 덱스는 지난 5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애니박사 김덱스의 애니학개론’이라는 제목의 영상서 여러 내이메이션 작품들을 추천했다.

누리꾼의 지적을 받은 건 일본 애니메이션 <메이드 인 어비스>다. 덱스는 해당 작품을 언급하며 “반전이 어마어마하다. 처음에는 굉장히 밝고 명랑해 보이는데 굉장히 기괴하고 끔찍하고 잔인함이 담겨있다. 주인공이 또 여자인데 굉장히 끔찍한 일을 많이 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되게 밝다가 점점 딥해진다. 몰입도가 장난 아니고 굉장히 잔인하다. 엄청 어리고 이쁜 애 얼굴이 갑자기 기괴해지기도 한다”고 해당 작품을 추천했다.

<메이드 인 어비스>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 츠쿠시 아키히토의 작품이다. 일본의 다크 판타지 만화로, 다양한 유물이 숨겨져 있는 큰 웅덩이로 많은 사람이 모험을 떠나는 스토리다.

신비로운 세계관, 귀여운 그림체와 반대되는 잔혹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 19세 이하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 애니메이션에 미성년자의 신체가 그대로 노출된다거나, 성적 페티시를 연상케 하는 선정적인 내용이 연달아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 잔인함의 수위도 높아 일각에서는 혹평을 받고 있다.

덱스의 영상이 화제가 되자 앞서 <메이드 인 어비스>를 좋아한다고 밝혔던 그룹 르세라핌의 사쿠라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수빈에게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 덱스는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의 제작발표회서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제 중심을 잘 잡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당 논란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중요한 건 그 전 조금 더 앞으로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했을 때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서로 경험한 인생 등이 모두 다르니까 관점 차이서 오는 이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 잘 잡아가겠다. 걱정하고 우려하는 팬분들께 심려 끼치지 않게 조율해서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중심 잡고 
잘 살아왔다”

한편, 지난달 27일 덱스 소속사 킥더허들 스튜디오는 법적 대응과 관련한 공지를 재게시했다. 이날 덱스 측은 “익명성을 악용해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소속 크리에이터 김진영(덱스), 소속사 사칭 및 주변인들과 관련된 악의적인 비방 허위 사실 유포, 성희롱, 인신공격성 게시물, 명예 훼손, 악성 댓글 사례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진영 및 주변 분들을 모욕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악의적인 비방, 성희롱 등의 게재 행위 등이 확인될 경우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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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