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김한길 역할론

‘믿을 맨’ 드디어 나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사실상 윤핵관을 버린 것과 다름없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쓰임새가 다 됐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이와 다르게 윤 대통령은 멘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틈에 멘토는 자신의 주변 사람을 쓸 것을 권유한다. 다가올 총선서도 무언가 역할을 할 듯 보인다. 

지도부도 흔들리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사이도 소원해졌다. 힘을 실어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마저 동력을 잃어가자 ‘믿을 맨’이 몇 남지 않았다. 그러자 국민통합위원회 김한길 위원장이 주목된다. 윤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힘을 제대로 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국민통합위원회(이하 국민통합위)와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주재한 만찬서 윤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바짝 치켜세웠다. 

다가올 총선
힘 실린다

이와 함께 국민통합위 정책 제안 보고서 100부를 당에 배포하라고 지시하면서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역할을 맡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난 뒤,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국민의힘서 김기현 지도부 체제의 유지가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무한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서 비대위를 이끌게 된다면 큰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난 뒤 한 차례 김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됐을 당시엔 “어디 가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바 있다.

이때는 국민의힘 지도부에 주어졌던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였다. 우선 혁신위를 띄우는 것으로 시간을 벌었는데, 문제는 지도부가 혁신위와도 첨예한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탓에 혁신위는 갈 곳을 잃었고, 조기 해체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임장미 혁신위원이 “혁신의 의지를 이어갈 수 있는 조직이 생긴다면 넘기겠다”며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체제로는 힘들다”고 밝혀 해체설에 무게를 실었다. 임 위원의 말대로라면 비대위 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지도부에게 “공천관리위원장 자리를 달라”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통상 혁신위가 당 대표에게 도전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오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인 위원장의 요청은 김 대표 입장에선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혁신위는 지속적으로 지도부에 중진 의원 및 지도부,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강요하고 있다. 김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대통령실서도 수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실제로 ‘간접적’으로 대통령의 시그널을 받는다고 밝혔던 데다, 김 위원장과도 자주 통화하는 사이라고 언급했다.

논란이 일자 잘못된 보도라고 말을 바꾸기는 했지만, 대통령실의 영향권 안에 있음을 암묵적으로 드러냈던 셈이다.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의 영향력도 국민의힘 내에 뻗어있다는 증거다. 

윤핵관과 사실상 결별 수순 밟아
총선에서 민주당 전략 카드 알아

다시 김 위원장의 역할론이 떠오르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15대 총선 때부터 정치권에 발을 들여온 인물로 정계 입문 후 16·17·19대 총선서 당선돼 4선을 지낸 잔뼈 굵은 정치인이다. 김대중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문화관광부 장관 등 다방면서 활동해온 이력이 있다.

정계 개편에 따라 합당, 탈당을 반복하면서 철새 정치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그는 10년 전부터 윤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어왔다. 2013년 국정감사 당시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이던 윤 대통령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와 관련해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국감 폭로 이후 대구로 좌천되자,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구명운동에 나선 바 있다. 본격적으로 김 위원장과 연이 생긴 계기가 됐다. 

정계 입문도 김 위원장의 설득으로 이뤄졌는데 대선후보 시절, 1일 1망언으로 곤욕을 치렀을 때도 김 위원장이 옆에서 코치 역할을 맡았다. 

두 인물이 한데 묶일 수 있던 계기가 반문(반 문재인)이라는 설은 정계서 유명하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인사 출신이고 윤 대통령도 문재인정부 시절, 문 전 대통령이 직접 검찰총장으로 발탁했던 인사다. 하지만, 두 인물 모두 민주당과 결별한 후 보수 진영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펼쳤던 전략도 반문 빅텐트 구도였다. 

대선 당시에도 연일 중도층을 공략했고, 이게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이후 윤 대통령의 직속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새시대준비위원회는 출범부터 말이 많았다. 정계 개편을 위한 노림수였다는 말들이 정치권에서 나돌았기 때문이다. 결국 김 위원장의 뜻은 대선 준비 과정에서는 펼칠 수 없었다. 

대선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와 있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활동 중이다. 

국민통합위원회는 출범부터 말이 많았다. 윤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신당을 창당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비교적 잠잠해진 윤 대통령의 신당 창당설은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선 긋기가 있었지만, 선거 판세에 따라 다시 수면으로 얼마든지 떠오를 수 있는 사안이다. 

지근거리에 정치권서 ‘창당 전문가’로 불리는 김 위원장이 있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실패가 있긴 했지만, 성과가 아예 없던 것도 아니다.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던 데다 안철수 의원을 발굴해낸 인물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신당 창당 시 방식은 반문 빅텐트 형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위 활동
세지는 파워

내년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방식으로 나설 지 예측하기는 쉽지만, 김 위원장의 지원 여부에 따라 선거 구도를 흔들 수도 있다. 

게다가 내년 총선은 국정 동력을 확보하느냐, 잃느냐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고 여소야대 국면서 벗어나 거대여당이 탄생할 수도 있는 등 윤석열정부의 추후 국정운영에도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윤핵관 사례서 보듯이 윤 대통령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인사들을 총선에 내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이 대통령실을 잘 보조하는 역할을 원하기 때문인데, 사실상 윤핵관의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으로 관측된다.

한 달에 몇 번씩 윤 대통령을 만나는 등 최근 김 위원장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국민통합위의 사안뿐 아니라, 정치적인 조언도 한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생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설이 유력하게 떠오르는 이유다. 

정권 초기 윤핵관은 당에서 막대한 권력을 행사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정책보좌관도 권성동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 맡았었으며, 대통령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윤핵관 세력이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는 혁신위의 요구에도 보란 듯이 그럴 뜻이 없음을 보여줬다. 대통령실의 기조는 윤핵관 정리다.

김 대표를 비롯해 1기 윤핵관 세력이 버티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행동을 통해 보여줬던 만큼 조만간 대통령실에도 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서 권성동·장제원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애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인재풀이 필요해진 셈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인재풀을 넓히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위원장도 주변에 좋은 인물이 없냐며 여기저기 문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흔들릴
선거구도

실제 최근 장관 인선 하마평을 살펴보면 국민통합위서 활동했던 위원 2명이 물망에 올랐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해당 자리엔 서울대 김석호 사회학과 교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 청년젠더공감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이력이 있는 김 교수는 50대 초반으로 비교적 젊다.

정치권에선 김 교수 인선의 유력한 이유 중 하나가 보훈 업무의 기조를 청년세대 보훈으로 삼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대 청년 남성이 의무 복무하는데, 청년 제대 군인 정책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서울대 유병준 교수로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된다. 이 장관은 아직 총선 출마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윤정부의 스타 장관으로 불리는 이들이 속속 정치 행보를 보이면서 그 역시 중용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국민통합위서 경제·계층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 역시 나이는 50대 초반으로 젊은 축에 속한다. 벤처, 스타트업 분야의 청년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구상이다. 

조만간 윤 대통령이 두 인물을 후보로 지명하고 청문회가 시행된다면 야당은 김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윤정부는 유인촌(문체부 장관), 이동관(방통위원장) 등 이명박정부 인물들을 대거 기용해 MB(이명박)정부 시즌 2라는 비판을 받았던 바 있다.

과거의 사람을 재기용해 과거로 회귀한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결국 이 같은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김 위원장의 인재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앞으로도 여러 방면의 인선서 김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너무 믿을 경우 시야 좁아져
“대통령 주변만 보면 안 돼”

문제는 김 위원장의 인재풀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경우다. 그동안 윤정부는 인사검증 문제를 두고, 여러 문제를 일
으켰다. 이 중 5명이 중도 낙마했고, 나머지 19명은 임명을 강행했다. 문제는 장관 후보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앞서 대통령실은 실세 차관을 뒀다. 차관은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만큼 그들에게는 더욱 힘이 실린다. 

1기 인선 때도 비교적 측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권력을 잡았다. 전쟁같은 대선이 끝나면 주변 인물은 보상을 원한다. 정부도 주도권을 쥐기위해 측근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2기 개각이 단행되면서 시행된 실세 차관 정치는 측근 중심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의도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줬다.

앞으로 윤 대통령의 시야가 더 좁아질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일요시사>와 만난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검증 시 통상 3단계로 분류한다. 이상 없음, 다소 미흡, 불가로 나눈다”며 “수위를 낮춰 보고를 올린다면 윤 대통령이 가용할 수 있는 인재풀은 더욱 좁아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김 위원장이 발탁한 인물이 의혹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가용할 수 있는 인물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 인물은 넓게 써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말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발탁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김무성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등이다. 이 밖에 실무진도 의외의 인사를 발탁해 기용했다. 경계를 두지 않은 인선이었던 만큼 당시 정치권도 함께 뒤집어졌던 바 있다.

손 놓지 않을 
사람만 곁에?

반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윤 대통령 멘토인 김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인 만큼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결국 기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존 대통령의 검찰 세력과 김 위원장의 세력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김 위원장은 물밑서 윤 대통령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인재 기용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힘도 더욱 실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소통을 해야 한다. 주변 인물의 이야기만 들어선 안 된다”며 “수시로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외부 사람을 만나면서 측근이 속이기 쉽지 않은 인물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실 새 얼굴들
윤석열 대통령이 정책실장직을 신설하고, 수석비서관 전원을 교체하며 대통령실 전면 재개편에 나섰다.

신설된 정책실장에는 이관섭 전 국정기획수석이 임명됐다.

앞서 비서실, 국가안보실 2실 체제로 운영하던 대통령실이 3실 체제로 개편된 것. 

정무수석에는 한오섭 전 국정상황실장, 시민사회수석에는 황상무 전 KBS앵커를 발탁했다.

또 김은혜 홍보수석이 맡았던 직무는 이도운 대변인이 맡는다.

이 밖에 경제수석엔 한국은행 박춘섭 전 금융통화위원, 사회수석에는 장상윤 전 교육부 차관이 각각 임명됐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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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