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2월 데드라인’ 시나리오

‘김용발’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난관에 부딪혔다. 대장동 사건에 얽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심 선고가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에게 내려지는 첫 심판인 만큼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둘을 한 세트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12월, 총선 레이스 출발점에 선 ‘이재명 호’가 사정거리에 포착됐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관계자들이 ‘화천대유’라는 특정한 회사에 거액의 이익을 몰아줬으며,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성남시장은 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꼽히는 ‘위례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린 사건이기도 하다.

대장동 사건
측근 첫 심판

지난 9월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관한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게 요청했다. 벌금 3억8000만원과 7억9000만원 추징도 덧붙였다.

같은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6월 및 추징금 1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수수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불법 선거자금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실제로 건네진 금액은 6억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2013~2014년 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부원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거듭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은 범죄자를 단정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외면한 채 같은 주장만 하고 있다”며 “단시간에 중범죄자가 된 이유는 유동규와 정민용의 진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역시 “이 사건은 유동규 사기극”이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대장동 특혜의 몸통으로 지목했다. 정 변호사 역시 “유동규가 ‘대장동 설계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하셨다. 천재 같지 않냐’고 하면서 확정 이익에 관해서는 ‘시장이 다 설명·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남욱 변호사도 “2015년 초부터 천화동인 1호(대장동 개발 주주 회사)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씨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 코앞에 두고 큰 거 온다”
또다시 설설 끓는 이재명 리스크

장시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1심 선고가 오는 30일로 예정됐다. 내년 22대 총선이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군불을 때는 형국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에 촉각을 세우는 만큼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꼽은 자신의 최측근인 만큼 1심 선고 결과가 ‘이재명 재판 바로미터’로 부상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판결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법조계를 비롯한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부위원장과 이 대표의 상황을 겹쳐서 보는 만큼 한쪽의 판결이 곧 다른 한쪽에 색안경을 끼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김 전 부위원장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을 경우 검찰 수사를 향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도 단숨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검찰이 2년 넘는 기간 동안 이 대표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현 정부가 제1야당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와 이 대표에게 날아든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굵직한 이벤트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상황인 만큼, 이 대표의 최측근까지 무죄 판결이 난다면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게 정치적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반대로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이 대표 개인은 물론 민주당 전체에 닥칠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판결 따라…
총선 밑그림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구속될 가능성은 무척 적다”고 내다봤다. 12월이 넘어가면 대부분 총선 출마가 가닥 잡히는데, 사실상 출마가 확정된 의원에 한해서는 기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속만 안 됐을 뿐 부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배지를 단 이 대표가 과연 압박을 견딜 수 있을지 시험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불법으로 수수한 정치자금이 이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활용됐다고 봤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 의혹이 유죄로 판결난다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불법 자금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는 비판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대선서 민주당이 0.73%p라는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힘에게 정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법원 출석 부담이 늘어나면서 업무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현재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배임·뇌물 등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출석 요일을 두고 이 대표 측과 재판부가 실랑이를 벌인 끝에 공판을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에 진행하되 매달 셋째 주는 월요일에만 열기로 합의를 봤다.

현재 선거법 공판은 매달 2회, 대장동 공판은 주 1.5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 재판이 이뤄진다면 어느 주에는 최대 3회 법원으로 출석해야 한다. 선거유세 등 지역구에 충실해야 할 지금으로서는 당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탄핵안 두고
복잡한 셈법

오는 30일은 김 전 부원장의 1심 판결이 나오는 날이지만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추진하는 날이기도 하다. 정치권서 이날을 국회 분수령으로 꼽는 이유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기로에 선 시점서 탄핵 카드를 쥔 민주당은 신중론을 펼칠 수밖에 없다. 만일 김 부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민주당이 탄핵안을 재추진한다면 ‘이재명 방탄’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중 발생한 ‘고발사주 의혹’ 재판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에 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이 보고되자 예고했던 필리버스터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탄핵소추안이 72시간 안에 열리는 게 불가능해진 만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민주당의 셈법이 어긋난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날 본회의 여부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만큼 탄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잇따른 탄핵안 발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여당이 민생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당시 법사위 심사 예정이었던 안건은 여야 모두 사전에 합의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여당이 탄핵을 막기 위해 법사위를 파행하는 건 민생보다 정권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민주당 내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의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비명(비 이재명)계를 비롯한 당내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것이란 관측도 제시된다.

재판 결과부터 탄핵 재추진까지
30일 분수령…판세 읽는 친명계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앞서 민주당은 야당 혁신을 위해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2월 중하순, 늦으면 다음 해 1월 초순을 ‘민주당 혁신의 시간’으로 내세웠다. 12월9일 정기국회를 마친 이후부터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2월 무렵에는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민생을 잡는 일인데, 현재 민생 법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만큼 (2월)전후로 민주당이 다시 정국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르면 12월 인적 쇄신 단행을 예고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로 뭉친 만큼 비명계 의원의 거취가 불안정하다는 평이 나온다. 만일 이 대표의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서 당내 지도부가 인적 쇄신을 빌미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선다면 비주류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도부는 현역 의원의 경우는 교체율이 최소 30% 이상이 일반적인 만큼 이번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을 친명(친 이재명) 색으로 덧칠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특히 친문(친 문재인), 친낙(친 이낙연) 등으로 분류된 중진 의원일수록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혁신의 시간을 맞이하기도 전에 내홍이 인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단합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최근 ‘혁신계’로 불리는 비명계 의원이 이끄는 ‘원칙과 상식’ 모임이 공식 활동을 시작한 것 역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현재 당내서 탈당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는 인물은 이상민 의원뿐이다.

‘유쾌한 결별’로 민주당 분당 가능성까지 제시했던 그는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힌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소통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탈당과는 한발 거리를 둔 원칙과 상식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것 역시 그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오는 12월을 기점으로 이 대표 체제에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의원들이 대거 탈당을 시사할 경우 당 장악력 약화는 물론 이 대표의 리더십까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살길을
찾아서

이 대표와 관련된 재판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가담된 인물들이 덩이 식물처럼 얽히고설키면서 복잡한 관계가 형성됐다. 이 대표는 측근들의 리스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총선의 신호탄이 울리기도 전에 엎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의 리스크를 덮을 만한 혁신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하지만 최근 터진 행사 홍보 현수막 문구로 인한 ‘청년 비하’ 논란과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막말 탓에 민심이 아슬아슬하다는 평이 나온다. 겹겹이 위기에 둘러싸인 민주당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본회의 열어? 말어?

지난 23일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다음 일정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했다.

민주당은 줄곧 30일 본회의 개최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탄핵안과 쌍특검이 안건에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본회의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서 30일 본회의 불투명, 이런 기사가 나오는데 완전히 오보”라며 “30일 본회의는 의장이 확실한 약속을 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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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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