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2월 데드라인’ 시나리오

‘김용발’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난관에 부딪혔다. 대장동 사건에 얽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심 선고가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에게 내려지는 첫 심판인 만큼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둘을 한 세트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12월, 총선 레이스 출발점에 선 ‘이재명 호’가 사정거리에 포착됐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관계자들이 ‘화천대유’라는 특정한 회사에 거액의 이익을 몰아줬으며,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성남시장은 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꼽히는 ‘위례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린 사건이기도 하다.

대장동 사건
측근 첫 심판

지난 9월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관한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게 요청했다. 벌금 3억8000만원과 7억9000만원 추징도 덧붙였다.

같은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6월 및 추징금 1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수수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불법 선거자금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실제로 건네진 금액은 6억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2013~2014년 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부원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거듭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은 범죄자를 단정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외면한 채 같은 주장만 하고 있다”며 “단시간에 중범죄자가 된 이유는 유동규와 정민용의 진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역시 “이 사건은 유동규 사기극”이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대장동 특혜의 몸통으로 지목했다. 정 변호사 역시 “유동규가 ‘대장동 설계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하셨다. 천재 같지 않냐’고 하면서 확정 이익에 관해서는 ‘시장이 다 설명·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남욱 변호사도 “2015년 초부터 천화동인 1호(대장동 개발 주주 회사)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씨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 코앞에 두고 큰 거 온다”
또다시 설설 끓는 이재명 리스크

장시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1심 선고가 오는 30일로 예정됐다. 내년 22대 총선이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군불을 때는 형국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에 촉각을 세우는 만큼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꼽은 자신의 최측근인 만큼 1심 선고 결과가 ‘이재명 재판 바로미터’로 부상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판결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법조계를 비롯한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부위원장과 이 대표의 상황을 겹쳐서 보는 만큼 한쪽의 판결이 곧 다른 한쪽에 색안경을 끼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김 전 부위원장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을 경우 검찰 수사를 향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도 단숨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검찰이 2년 넘는 기간 동안 이 대표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현 정부가 제1야당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와 이 대표에게 날아든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굵직한 이벤트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상황인 만큼, 이 대표의 최측근까지 무죄 판결이 난다면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게 정치적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반대로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이 대표 개인은 물론 민주당 전체에 닥칠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판결 따라…
총선 밑그림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구속될 가능성은 무척 적다”고 내다봤다. 12월이 넘어가면 대부분 총선 출마가 가닥 잡히는데, 사실상 출마가 확정된 의원에 한해서는 기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속만 안 됐을 뿐 부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배지를 단 이 대표가 과연 압박을 견딜 수 있을지 시험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불법으로 수수한 정치자금이 이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활용됐다고 봤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 의혹이 유죄로 판결난다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불법 자금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는 비판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대선서 민주당이 0.73%p라는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힘에게 정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법원 출석 부담이 늘어나면서 업무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현재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배임·뇌물 등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출석 요일을 두고 이 대표 측과 재판부가 실랑이를 벌인 끝에 공판을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에 진행하되 매달 셋째 주는 월요일에만 열기로 합의를 봤다.


현재 선거법 공판은 매달 2회, 대장동 공판은 주 1.5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 재판이 이뤄진다면 어느 주에는 최대 3회 법원으로 출석해야 한다. 선거유세 등 지역구에 충실해야 할 지금으로서는 당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탄핵안 두고
복잡한 셈법

오는 30일은 김 전 부원장의 1심 판결이 나오는 날이지만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추진하는 날이기도 하다. 정치권서 이날을 국회 분수령으로 꼽는 이유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기로에 선 시점서 탄핵 카드를 쥔 민주당은 신중론을 펼칠 수밖에 없다. 만일 김 부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민주당이 탄핵안을 재추진한다면 ‘이재명 방탄’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중 발생한 ‘고발사주 의혹’ 재판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에 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이 보고되자 예고했던 필리버스터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탄핵소추안이 72시간 안에 열리는 게 불가능해진 만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민주당의 셈법이 어긋난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날 본회의 여부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만큼 탄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잇따른 탄핵안 발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여당이 민생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당시 법사위 심사 예정이었던 안건은 여야 모두 사전에 합의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여당이 탄핵을 막기 위해 법사위를 파행하는 건 민생보다 정권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민주당 내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의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비명(비 이재명)계를 비롯한 당내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것이란 관측도 제시된다.

재판 결과부터 탄핵 재추진까지
30일 분수령…판세 읽는 친명계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앞서 민주당은 야당 혁신을 위해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2월 중하순, 늦으면 다음 해 1월 초순을 ‘민주당 혁신의 시간’으로 내세웠다. 12월9일 정기국회를 마친 이후부터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2월 무렵에는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민생을 잡는 일인데, 현재 민생 법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만큼 (2월)전후로 민주당이 다시 정국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르면 12월 인적 쇄신 단행을 예고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로 뭉친 만큼 비명계 의원의 거취가 불안정하다는 평이 나온다. 만일 이 대표의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서 당내 지도부가 인적 쇄신을 빌미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선다면 비주류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도부는 현역 의원의 경우는 교체율이 최소 30% 이상이 일반적인 만큼 이번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을 친명(친 이재명) 색으로 덧칠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특히 친문(친 문재인), 친낙(친 이낙연) 등으로 분류된 중진 의원일수록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혁신의 시간을 맞이하기도 전에 내홍이 인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단합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최근 ‘혁신계’로 불리는 비명계 의원이 이끄는 ‘원칙과 상식’ 모임이 공식 활동을 시작한 것 역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현재 당내서 탈당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는 인물은 이상민 의원뿐이다.

‘유쾌한 결별’로 민주당 분당 가능성까지 제시했던 그는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힌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소통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탈당과는 한발 거리를 둔 원칙과 상식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것 역시 그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오는 12월을 기점으로 이 대표 체제에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의원들이 대거 탈당을 시사할 경우 당 장악력 약화는 물론 이 대표의 리더십까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살길을
찾아서

이 대표와 관련된 재판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가담된 인물들이 덩이 식물처럼 얽히고설키면서 복잡한 관계가 형성됐다. 이 대표는 측근들의 리스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총선의 신호탄이 울리기도 전에 엎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의 리스크를 덮을 만한 혁신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하지만 최근 터진 행사 홍보 현수막 문구로 인한 ‘청년 비하’ 논란과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막말 탓에 민심이 아슬아슬하다는 평이 나온다. 겹겹이 위기에 둘러싸인 민주당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본회의 열어? 말어?

지난 23일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다음 일정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했다.

민주당은 줄곧 30일 본회의 개최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탄핵안과 쌍특검이 안건에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본회의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서 30일 본회의 불투명, 이런 기사가 나오는데 완전히 오보”라며 “30일 본회의는 의장이 확실한 약속을 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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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