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2월 데드라인’ 시나리오

‘김용발’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난관에 부딪혔다. 대장동 사건에 얽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심 선고가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에게 내려지는 첫 심판인 만큼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둘을 한 세트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12월, 총선 레이스 출발점에 선 ‘이재명 호’가 사정거리에 포착됐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관계자들이 ‘화천대유’라는 특정한 회사에 거액의 이익을 몰아줬으며,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성남시장은 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꼽히는 ‘위례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린 사건이기도 하다.

대장동 사건
측근 첫 심판

지난 9월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관한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게 요청했다. 벌금 3억8000만원과 7억9000만원 추징도 덧붙였다.

같은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6월 및 추징금 1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수수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불법 선거자금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실제로 건네진 금액은 6억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2013~2014년 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부원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거듭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은 범죄자를 단정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외면한 채 같은 주장만 하고 있다”며 “단시간에 중범죄자가 된 이유는 유동규와 정민용의 진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역시 “이 사건은 유동규 사기극”이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대장동 특혜의 몸통으로 지목했다. 정 변호사 역시 “유동규가 ‘대장동 설계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하셨다. 천재 같지 않냐’고 하면서 확정 이익에 관해서는 ‘시장이 다 설명·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남욱 변호사도 “2015년 초부터 천화동인 1호(대장동 개발 주주 회사)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씨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 코앞에 두고 큰 거 온다”
또다시 설설 끓는 이재명 리스크

장시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1심 선고가 오는 30일로 예정됐다. 내년 22대 총선이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군불을 때는 형국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에 촉각을 세우는 만큼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꼽은 자신의 최측근인 만큼 1심 선고 결과가 ‘이재명 재판 바로미터’로 부상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판결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법조계를 비롯한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부위원장과 이 대표의 상황을 겹쳐서 보는 만큼 한쪽의 판결이 곧 다른 한쪽에 색안경을 끼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김 전 부위원장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을 경우 검찰 수사를 향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도 단숨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검찰이 2년 넘는 기간 동안 이 대표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현 정부가 제1야당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와 이 대표에게 날아든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굵직한 이벤트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상황인 만큼, 이 대표의 최측근까지 무죄 판결이 난다면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게 정치적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반대로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이 대표 개인은 물론 민주당 전체에 닥칠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판결 따라…
총선 밑그림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구속될 가능성은 무척 적다”고 내다봤다. 12월이 넘어가면 대부분 총선 출마가 가닥 잡히는데, 사실상 출마가 확정된 의원에 한해서는 기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속만 안 됐을 뿐 부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배지를 단 이 대표가 과연 압박을 견딜 수 있을지 시험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불법으로 수수한 정치자금이 이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활용됐다고 봤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 의혹이 유죄로 판결난다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불법 자금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는 비판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대선서 민주당이 0.73%p라는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힘에게 정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법원 출석 부담이 늘어나면서 업무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현재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배임·뇌물 등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출석 요일을 두고 이 대표 측과 재판부가 실랑이를 벌인 끝에 공판을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에 진행하되 매달 셋째 주는 월요일에만 열기로 합의를 봤다.


현재 선거법 공판은 매달 2회, 대장동 공판은 주 1.5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 재판이 이뤄진다면 어느 주에는 최대 3회 법원으로 출석해야 한다. 선거유세 등 지역구에 충실해야 할 지금으로서는 당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탄핵안 두고
복잡한 셈법

오는 30일은 김 전 부원장의 1심 판결이 나오는 날이지만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추진하는 날이기도 하다. 정치권서 이날을 국회 분수령으로 꼽는 이유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기로에 선 시점서 탄핵 카드를 쥔 민주당은 신중론을 펼칠 수밖에 없다. 만일 김 부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민주당이 탄핵안을 재추진한다면 ‘이재명 방탄’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중 발생한 ‘고발사주 의혹’ 재판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에 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이 보고되자 예고했던 필리버스터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탄핵소추안이 72시간 안에 열리는 게 불가능해진 만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민주당의 셈법이 어긋난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날 본회의 여부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만큼 탄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잇따른 탄핵안 발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여당이 민생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당시 법사위 심사 예정이었던 안건은 여야 모두 사전에 합의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여당이 탄핵을 막기 위해 법사위를 파행하는 건 민생보다 정권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민주당 내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의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비명(비 이재명)계를 비롯한 당내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것이란 관측도 제시된다.

재판 결과부터 탄핵 재추진까지
30일 분수령…판세 읽는 친명계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앞서 민주당은 야당 혁신을 위해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2월 중하순, 늦으면 다음 해 1월 초순을 ‘민주당 혁신의 시간’으로 내세웠다. 12월9일 정기국회를 마친 이후부터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2월 무렵에는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민생을 잡는 일인데, 현재 민생 법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만큼 (2월)전후로 민주당이 다시 정국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르면 12월 인적 쇄신 단행을 예고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로 뭉친 만큼 비명계 의원의 거취가 불안정하다는 평이 나온다. 만일 이 대표의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서 당내 지도부가 인적 쇄신을 빌미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선다면 비주류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도부는 현역 의원의 경우는 교체율이 최소 30% 이상이 일반적인 만큼 이번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을 친명(친 이재명) 색으로 덧칠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특히 친문(친 문재인), 친낙(친 이낙연) 등으로 분류된 중진 의원일수록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혁신의 시간을 맞이하기도 전에 내홍이 인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단합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최근 ‘혁신계’로 불리는 비명계 의원이 이끄는 ‘원칙과 상식’ 모임이 공식 활동을 시작한 것 역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현재 당내서 탈당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는 인물은 이상민 의원뿐이다.

‘유쾌한 결별’로 민주당 분당 가능성까지 제시했던 그는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힌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소통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탈당과는 한발 거리를 둔 원칙과 상식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것 역시 그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오는 12월을 기점으로 이 대표 체제에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의원들이 대거 탈당을 시사할 경우 당 장악력 약화는 물론 이 대표의 리더십까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살길을
찾아서

이 대표와 관련된 재판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가담된 인물들이 덩이 식물처럼 얽히고설키면서 복잡한 관계가 형성됐다. 이 대표는 측근들의 리스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총선의 신호탄이 울리기도 전에 엎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의 리스크를 덮을 만한 혁신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하지만 최근 터진 행사 홍보 현수막 문구로 인한 ‘청년 비하’ 논란과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막말 탓에 민심이 아슬아슬하다는 평이 나온다. 겹겹이 위기에 둘러싸인 민주당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본회의 열어? 말어?

지난 23일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다음 일정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했다.

민주당은 줄곧 30일 본회의 개최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탄핵안과 쌍특검이 안건에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본회의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서 30일 본회의 불투명, 이런 기사가 나오는데 완전히 오보”라며 “30일 본회의는 의장이 확실한 약속을 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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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유병언 일가 졸속 재판 막전막후

‘세월호 참사 10주기’ 유병언 일가 졸속 재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특별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까지 투입됐으나 명확한 윗선의 책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참사 보상금 지출 비용 회수를 위한 ‘유병언 일가’ 재판을 진행 중이다. 결과는 잇단 패소다. 법원 법리 설득도 실패하면서 졸속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가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건 7년 전이다. 세월호 참사 보상금 지출 비용 회수가 주된 이유다. 이른바 ‘유병언 일가’의 차명주식 120억원을 받아내려 했으나 법원은 정황 증거와 신빙성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미지근한 부처 대응 정부가 지출한 세월호 참사 관련 비용은 2015년 8월 기준 1878억원, 지출이 예정된 금액을 합치면 4390억원에 달한다. 2015년 정부가 유 전 회장 자녀들과 청해진 해운 주주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4213억원 구상권 청구 소송은 서울고법서 2심이 진행 중이다. 2020년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유 전 회장의 자녀인 유섬나·상나·혁기씨 남매가 총 1700억여원을 국가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 과정서 국가가 지출한 비용으로 인정된 금액(3723억원) 중 70%를 유 전 회장 일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구상권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 채무를 대신 졌을 때 원래의 채무자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정부는 수천억원을 유병언 일가로부터 받아내야 하지만 추가 회수를 위해 여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 중 김혜경 전 한국제약 대표를 상대로 120억원 규모 주식인도청구가 최근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뒤 수사 대상에 올랐던 김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10월 미국서 체포돼 송환됐다. 또 유 전 회장이 촬영한 사진을 회삿돈 1억여원으로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된 뒤 지난 2018년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세월호 운항을 맡았던 청해진해운 주식 2000주와 세모그룹 계열사인 정석케미칼 주식 2만주, 세모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한 아이원아이홀딩스 주식 5만5000주 등 관계사 6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가격을 합치면 모두 120억원 상당이다. 지난 2017년 소송을 시작한 정부는 “김 전 대표가 세모그룹 계열사 대주주이자 유 전 회장 최측근으로서 유 전 회장의 부동산과 주식 등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세모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서 “김 전 대표는 유 전 회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근로소득과 상속재산 등 본인 자금으로 직접 주식을 취득했다"며 본인이 실소유주”라고 반박했다. ‘수백억대 차명 주식’ 패소…법원 설득도 실패 “유 회장 가족 국가에 1700억원 지급” 2심으로 재판부는 “정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 전 회장과 김 전 대표 사이에 차명 보유를 위한 약속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유 전 회장과 김 전 대표 사이 관계에 대한 임직원들 진술이 상당 부분 추측에 불과하거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이어 “김 전 대표가 직접 대금을 납부해 주식을 취득한 정황은 확인되지만 유 전 회장이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기 위한 대금을 지급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지출 비용 회수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이승원 부장판사)는 정부가 유 전 회장 차명 의혹 주식으로 보고 관련자 5명을 상대로 청구한 약 4억원의 정석케미칼 주식인도청구도 기각했다. 앞서 정부가 유 전 회장 측근 이강세·이재영 전 아해(정석케미칼로 변경 전 상호) 대표 등 6명을 상대로 낸 10억원 규모 주식 확보 소송도 지난해 7월, 2심서 패소했으며 대법원서 그대로 확정됐다. 위 두 재판에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일명 구원파도 참여해 “해당 주식은 유 전 회장이 아니라 구원파가 맡긴 주식이므로 구원파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구원파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전 회장 일가를 상대로 한 구상권 소송은 여전히 2심서 멈춰 있다. 유병언 일가가 항소해 2심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변론까지 모두 마쳤지만 재판부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유병언 일가가 ‘세월호피해지원법이 위헌인지 판단해달라’며 위헌제청을 신청한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추가적인 비용 회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상권 소송이 지지부진한 상황서 차명 의혹 주식은 잇따라 확보에 실패하고 있는 만큼 세월호 참사 관련 비용 회수는 어려울 것”이라며 “법원 설득도 실패했기에 현재 재판이 끝난 이후 실질적으로 금액을 받아내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송 이겨도 받기 한세월 다른 변호사도 “일반적 민사도 오래 걸리는데 과거 사건을 두고 정부가 소송을 진행하는 건 10년 가까이 걸린다. 차명주식의 경우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중요한데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받아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유병언 일가 간 소송이 끝난다고 해도 수천억원의 금액을 받아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유병언 일가 자식들이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혁기씨가 국내로 송환됐을 당시 검찰은 “세월호 선사 계열사들 대표들과 공모해 경영 자문료, 상표 사용료, 사진 대금 등 명목으로 254억6346만원을 반출한 뒤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공소사실을 밝혔다. 혁기씨 측은 “상표권·사진 판매 계약 관련해 일방적 지시한 적 없다. 정상적 처분의 계약이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도 모두 이행했다. 횡령 행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증거 인부 여부를 다음 기일로 미루면서 이날 재판은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4남매의 막내인 혁기씨는 1989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미시건 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직 취업비자를 받았고, 2002년 재미 교포와 결혼해 2007년 영주권을 받았다. 이후 미국서 사진홍보대행사 아해프레스와 경영컨설팅업체인 키솔루션 대표 등을 맡았다. 그는 2014년 3월 사업 차 한국을 찾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4일 뒤 인천지검이 세월호 선사 경영 비리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더는 한국에 오지 않았다는 게 혁기씨 측의 설명이다. 2014년 5월 한국 법무부는 미국에 있던 혁기씨에 대해 범죄인인도 청구를 했다. 혁기씨가 경영비리에 연루돼있다고 본 것이다. 한동안 행적이 묘연하던 혁기씨는 결국 2020년 뉴욕 남주연방검찰청(SKNY)에 체포됐다. 2021년 7월 뉴욕남부연방법원이 범죄인인도 결정을 내렸지만 혁기씨는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면서 버텼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청원이 기각되면서 9년 만에 국내 송환이 이뤄졌다. 혁기씨와 달리 장녀 섬나, 장남 대균씨 등 유 전 회장 일가는 이미 검찰 수사를 거쳐 재판을 받았다. 대균씨는 2002년 5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5개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71억원을 받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소송 끝나도 사건들 산적 2014년 1심 재판부(인천지법 형사12부)는 대균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서울고법 형사1부)는 징역 2년형으로 감형했다.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씨는 2010년 2월 기독교복음침례회 재산을 담보로 신협 등으로부터 297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배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선고됐다. 유 전 회장의 형 병일씨는 2008년 개인 부동산 구매를 위해 D 주식회사 자금을 한 영농조합을 통해 송금받은 혐의(횡령)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이들은 역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7년 9월 서초세무서는 세무조사 결과 세모그룹 계열사들이 대균씨에게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를 포함해 소득을 다시 산정했다며 총 11억3000여만원의 종합소득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다. 이에 대균씨는 “2015년 형사재판을 받는 동안 청해진해운에 35억여원, 천해지에 13억여원을 반환했는데도 세무당국이 이를 고려하지 않아 부당하다”며 2019년 3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대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항소심은 2021년 1월 원심을 깨고 대균씨의 손을 들어줬다. 아직 법적 판단을 확정짓지 못한 사건도 있다. 검찰이 특경법·조세처벌법위반 혐의로 장녀 섬나씨를 추가 기소한 사건은 1월 인천지법 형사15부가 업무상 배임횡령 건에 대해 일부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후 검찰이 항소하면서 서울고법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혁기씨는 추가 기소 가능성도 남아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혁기씨를 기소하면서 “306억원에 달하는 유씨의 추가 범행, 125억원 조세포탈 범행을 추가로 기소하기 위해 미국의 동의 요청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부 간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르면 인도의 근거가 된 범죄 이외의 범죄로 처벌하기 위해선 미국의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 피해지원법 위헌 여부 헌재 판단 관건 정부 소송 잇단 패소 법률적 전략 한계?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가 범죄인인도를 청구할 당시 기재된 혁기씨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기소했지만, 추가로 입증한 범죄사실을 기재해 추후 미국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혁기씨는 현재 구속 기한 만료로 보석이 허가된 상태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혁기씨의 구속 기한 만료일이 다가오자 지난달 5일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거주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했다. 혁기씨 측 변호인은 “여러 조건을 달아 보석을 허가받았고 혁기씨는 자택에 머무르고 있다”며 “여러 증인들을 신청했기 때문에 선고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은 예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설 명절 특사를 단행하면서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로 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뿌렸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뿐만 아니라 전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소속 장군들이 포함됐다. 특사 명단에는 김대열 소장(전 기무사 참모장)과 지영관 소장(전 기무사 참모장)은 잔형 집행정지와 더불어 복권 처분을 받았다. 소강원 소장(전 기무사 참모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 당시 사면됐는데, 이번에 복권까지 됐다. 앞서 기무사 주요 직위에 있었던 김대열·지영관·소강원 소장, 김병철 준장, 손정수·박태규 대령 등 6명은 ‘세월호 TF’를 조직해 유가족 사찰을 지휘·감독한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선 이번에 사면·복권된 김대열 소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 참모장 직위에 있으면서 손 대령과 박 대령에게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세월호 유가족 첩보 수집은 당시 정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한데도 범행을 일체 부인하며 당시 직속상관인 사령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 소장은 정보융합실장일 당시 김 소장과 공모해 세월호 유가족의 성향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등 여론 조성 작업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복권된 소 소장의 경우 세월호 참사 당시 광주·전남 지역 관할 610기무부대장으로서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한 혐의를 받았다.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사실상 면죄부 세월호 TF장이었던 손 대령과 세월호 TF 현장지원팀장이었던 박 대령은 세월호 유가족 사찰 지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서 각각 징역 1년6월과 1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사면·복권됐다. 세월호 민간인 사찰 사건은 계엄령 문건 작성, 댓글 공작과 함께 기무사라는 부대 자체를 없앤 계기가 된 이른바 ‘3대 불법행위’ 중 하나다. 특히 세월호 민간인 사찰 사건 재판부는 이들 기무사 간부들이 직무 범위를 넘어 국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