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순방 예산 내리는 민생 예산 대해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30 09:24:57
  • 호수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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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죽어라 하는데 국격 타령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서민이 울고 있다. 전세 사기, 저출산, 고금리 시대를 피할 수 없지만, 그 눈물이 의미 없이 사라진다. 윤석열정부는 “민생 현장을 살피자”고 말하지만, 지갑서 나오는 돈은 다른 곳으로 들어간다. 사는 것은 결국 각자도생이라지만, 기본적으로 받았던 혜택마저 뺏기는 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민생 현장을 직접 살피라고 지시하며 “나부터 어려운 국민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윤 대통령이 “용산의 비서실장부터 수석, 비서관, 그리고 행정관까지 모든 참모는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민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 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라”고 말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

김 수석은 오찬 소식을 알리면서 “지금 어려운 국민, 좌절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당과 대통령실은 국민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겨야 한다. 이를 위해 당정 간 정책 소통을 더 긴밀히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같은 결의 말을 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서 한 총리는 “각 부처는 민생안정을 위해 고물가·고금리와 전쟁한다는 각오로 임해주기를 바란다”며 민생과 현장 행정을 강조했다.

그는 “나부터 늘 현장서 뛰겠다.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공직자가 현장으로 나가달라. 장차관뿐만 아니라 실‧국장, 실무자 모두가 국민을 직접 만나고 각자 위치서 무엇을 해야 할지 현장서 느끼고 고민하라”며 “위기는 공평하지 않아 사회적 약자에게 더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특히 2030 청년층과 서민층 국민들께서 힘든 여건 속에 있다. 이분들이 삶의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 국제유가 변동 등을 언급하며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국민 일상에 많은 부담을 준다. 민생을 보듬고 헤아리는 일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제는 내용이다. 국민이 아파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 막힌 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라며 “그간 추진해온 내용에 반성할 것은 없는지 다시 점검하는 기회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민생을 살피기 위해 전력을 다 쏟겠다는 의미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마음이 가는 곳에 돈을 쓴다는 말이 있는데, 윤정부가 돈을 쓰는 곳은 민생이 아니다.

실제로 내년도 예산안은 근래 가장 작은 폭으로 증가한 채 편성됐다. 내년 예산 총지출이 전년 대비 2.8%(18조2000억원) 증가한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최소 증가 폭이다. 지난 6월 말, 윤 대통령이 주재한 재정전략 회의서 논의된 긴축안보다도 증가율이 낮다.

당시 4% 중반대 증가율이 반영된 예산안이 오르자,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내년도 예산을 다시 짜 올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의 회의 발언에 따라 결정된 조치다. 이 요구안으로 민생 예산이 재편성된 것이다.

“민생 살피라” 허공 속 메아리로
어린이집, 소상공인 예산 등 삭감

결국 윤정부 출범 후 계속해서 강조한 재정긴축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 김 수석, 한 총리가 입 모아 외친 “민생을 살피라”는 말은 허공 속의 메아리가 된 셈이다.


대표적으로 예산이 삭감된 분야는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 예산 ▲어린이집 예산 ▲지역 소상공인 예산 ▲사회적기업 예산 ▲협동조합 예산 ▲사회서비스원 예산이다.

이 중에서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돼, 중증장애인을 지원하는 187명이 당장 내년부터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해당 예산은 총 23억1000만원이었다. 이 사업은 중증장애인이 취업 의욕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자조 모임과 상담 활동이 있는데, 모임과 상담 활동은 동료 지원활동가로 부른다.

지난 6월30일 기준 187명의 중증장애인이 동료 지원가로 활동하고 있고, 이들은 내년부터 실직자가 될 전망이다. 이런 위기에 동료 지원가 10명이 지난달 18일 오전 7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11층 로비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가 1시간40분 만에 전원 연행됐다.

고용노동부는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예산 삭감의 이유에 대해 “다양한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연례적인 집행이 부진하고 복지부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내 동료 상담과 유사 중복해 사업 폐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두고 동료 지원가들은 “예산 부진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코로나19로 참여자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며, 동료 지원가와 동료 상담가는 이름만 비슷할 뿐 하는 업무가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서 점거 농성을 벌인 동료 지원가는 노래를 부르며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 폐지 철회와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점거 농성 1시간40분 만에 참여자들이 경찰에 연행되면서 이내 종료됐다.

요구안
재편성

저출산 대책이 필요한 시점에 어린이집 예산이 삭감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15% 삭감된 417억원으로, 작년에 이어 두 자릿수 삭감률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0.78명 출산율 충격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인 어린이집 예산을 삭감하는 건가”라고 직격했다.

강 대변인은 “그러면서 내놓은 변명이 공공보육시설의 이용률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예산을 이렇게나 칼질해놓고 이게 말이 되느냐? 특히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 맡길 어린이집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정의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어차피 아이들이 갈수록 줄어드니 국공립 어린이집을 충분히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니냐”며 “여전히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응 예산과 가족 지원 예산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정부는 말로만 ‘국민 체감’ ‘과감한 대책’을 외치지 말고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위한 전폭적인 예산 지원에 나서라”고 덧붙였다.

윤정부는 지역 소상공인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도 전액 삭감을 재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을 제외한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행안부는 ‘2023년 예산안’ 편성 과정서 4700억원 상당의 지역사랑 상품권 예산을 요구했고, 기재부는 이를 전액 삭감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회는 여야 대립 끝에 전년보다 3000억원가량 줄어든 3525억원을 최종 예산으로 편성했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의 전액 삭감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에 지역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은 우려 목소리를 제기했다. 한 지역 자영업자는 “지역화폐는 사용기간이 3개월로 한정돼있는데, 시골 노인까지도 필요한 물품을 골라 구매할 수 있고 시골 식당, 슈퍼 등 매출이 활성화되고 부가가치세는 정부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말로만 
체감 정책

지역화폐 소비자들도 반발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지역화폐 소비자는 “학원비나 병원비, 장보기 등에 연 200만원을 알차게 활용해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진다니 걱정”이라며 “소비자 입장서 10%를 환급받을 수 있는 게 정말 클 수밖에 없는데, 이게 없어지면 혜택 좋은 신용카드를 찾아봐야 하나 고민”이라고 전했다.


사회서비스원은 공적 돌봄 강화를 목표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사회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기관이다. 시장·도지사가 설립해 정부 지원으로 운영하는데 2021년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 경북을 제외한 16개 광역시‧도에 설치돼있다.

그러나 이런 공적 돌봄 서비스가 사라질 수도 있다. 윤정부가 민간 돌봄 기관의 역할과 지원을 강조하면서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으로 이 같은 취지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서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사회서비스원 운영 예산 중 지자체보조금 148억34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복지부는 최근 ‘2023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Ⅱ’를 개정해 사회서비스원의 공적 역할과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조항을 삭제했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지부장은 “보육환경 구축에 힘쓰겠다면서 서울 사회서비스원의 송파든든어린이집은 민간에 넘어갔다. 대책 없는 민영화에 공공보육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노동자의 일터가 갑자기 사라졌고 고용불안과 사기 저하로 올해만 직원 60명 이상이 퇴사했다”고 주장했다.

사회서비스원에서 제공하는 전문성 있는 돌봄 서비스를 앞으로 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오랫동안 한곳에서 경험을 축적한 선생님은 어느 민간 어린이집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안정된 고용시스템은 어린이집의 질을 높이는 핵심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사회적기업의 인력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조직 축소 등 지역경제의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길거리 나앉게 되는 현실
증액 항목은 해외순방뿐?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에 공헌, 생산 및 판매 등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으면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기업과는 달리 대다수를 취약계층으로 채용한다.

정부는 내년도 사회적경제 지원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직원 인건비 등 지원에 쓰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정부의 판단이다.

고용노동부가 사회적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사회적기업 예산안은 786억2400만원으로, 올해 예산 2021억9400만원과 비교하면 60% 삭감된 규모다. 특히 내년부터 기업 직원 인건비 등에 대한 인건비는 0원으로 전액 삭감됐다.

협동조합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91%로 줄었다. 진선미 사회적경제 위원장은 “지난 20년 동안 정권을 떠나 사회적경제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제도 사각지대서 사회적경제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내년도 사회적경제 예산안 원상 복구를 강력 촉구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지난 4월에 열린 유엔총회서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결의안’이 채택됐다. 사회적경제 예산을 삭감하는 일은 세계적 흐름의 역행이자 민생 예산의 삭감이다. 사회적경제 재정 지원은 단순 보조금이 아닌 사회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예산이 삭감된 분야가 있다면 증액된 분야도 있다. 바로 윤 대통령의 순방 예산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긴축 재정’을 말하면서 순방 예산은 추가로 예비비 329억원을 가져갔다며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지난 11일 서면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민을 진정 사랑한다면 선거에 지더라도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긴축 재정’을 부르짖는 윤 대통령이 올해 249억원의 순방 예산을 모두 탕진하고 지난달에 추가로 예비비 329억원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흐름 역행”

이어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라며 각종 예산을 삭감했지만 정작 대통령은 순방 예산을 물 쓰듯이 펑펑 쓰다니 기가 막힌다. 대통령의 안일함이냐, 아니면 특권의식이냐?”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 직속 기구들도 고급 음식점서 회의를 열며 식사비만 11억원을 펑펑 썼다”며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은 국민과 다르다는 몸에 밴 특권의식의 발로로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맡겨 놓은 곳간을 본인 소유로 착각하고 있느냐”고 힐난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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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