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도?’ 역대급 단식투쟁 괴담

YS 23일 대기록에 붙은 빵과 우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협상 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식이자 최후의 수단은 단식투쟁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단식투쟁은 막판 뒤집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만큼 온갖 설왕설래가 단식 농성장을 뚫고 나온다. 단식투쟁의 역사 속 생긴 웃지 못할 사건들을 짚어본다.

단식투쟁은 물과 소금을 제외한 음식물은 일절 섭취하지 않는 형태의 시위를 말한다. 대개 특정한 사안에 관한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계속해서 진행된다. 노동자는 물론 일반인과 정치인까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단식투쟁을 선언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최초 정치인의 단식투쟁 역사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YS와
보름달 빵

김영삼 전 대통령(이하 YS)은 신민당 총재 시절인 1983년 5월18일 대통령 직선제와 언론 자유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가택 연금 상태서 단식투쟁을 진행했다. 당시 전두환정권은 해당 사건(YS 단식투쟁)이 외부로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려 했다.

YS는 23일간 단식을 진행했다. 대부분 인간은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밖에 살지 못한다. YS의 기록은 인간의 생존 한계에 가까웠다. 이는 정치인 단식 역사상 최장 기록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YS의 단식투쟁이 거론될 때마다 ‘보름달 빵 사건’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해당 사건은 단식투쟁 중인 YS의 상태를 걱정하던 문익환 목사가 사전 연락 없이 자택을 방문했는데, 방 문을 여는 순간 보름달 빵과 우유를 목격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각종 라디오나 프로그램 방송 등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렸다.


40년 전부터 정확한 출처 없이 내려오는 소문인 만큼 비판 목적으로 생긴 ‘도시 괴담’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단식 중 몰래 식사했다는 것 자체로 민주 진영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식의 배턴을 이어받은 인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이다. 1990년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이던 DJ는 내각제 개헌 포기와 지방자치제 도입 실시 등을 요구하며 13일 동안 단식에 나섰다. 이는 여야가 극한으로 대치하던 상황서 정치협상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지방자치제 시행에 관해 최종 합의하는 성과를 얻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중단됐던 지방자치제를 30년 만에 소생한 것이다.

두 인물은 단식투쟁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불린다. 목적을 달성한 것은 물론 당내 분열을 봉합하고 호소력 있는 모습으로 여론의 지지까지 얻었다는 평이 이어지면서다. 최근 단식투쟁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뜻을 이어받아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달 31일 이 대표는 취임 1년 기자회견 도중 돌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9월 정기국회 개회를 하루 앞두고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 쇄신 및 개각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농성장 뚫고 나오는 설왕설래
‘밥심’ 못 버린 정치인들?

뜬금없이 단식을 선언한 만큼 세간이 이목이 쏠렸다.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 대표가 단식에 나설지 그 누구도 몰랐다”며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자신과 최측근 등 몇 명만 알도록 입단속을 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입단속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역시 단식 괴담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의 단식에는 세 가지 물건이 주목됐는데 바로 보온병과 숟가락, 그리고 소금 통이다.

이 대표는 단식을 선언한 날부터 국회 정문 앞 텐트서 투쟁을 시작했다. 다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진행되고 나머지 12시간가량은 국회 본청 당 대표실서 휴식을 취하며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출퇴근 단식” “웰빙 단식”이라고 비판했다.

내용물을 파악할 수 없는 보온병을 사용하고 티스푼으로 무언가를 떠먹는 모습을 두고 일부 여당 지지자는 “보온병에 곰탕 같은 게 든 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평소 당뇨를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습관이 중요한 당뇨 환자가 일주일가량 단식하면서 국회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것을 두고 몰래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 영상서 기자에게 “마셔보라”며 보온병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티스푼으로 섭취한 것은 음식이 아닌 소금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측 역시 오해의 소지를 잠재우기 위해 이 대표가 사용 중인 식품 용기를 공개했다. 용기에는 와인 소금과 마늘 소금이라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이번에는 소금의 종류를 두고 또다시 여론에 불씨가 붙었다.

단식 시에는 물과 소금만 섭취하는데 통상적으로는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 천일염 등을 사용한다. 마늘 소금처럼 맛을 가미한 소금을 섭취해도 되는지를 두고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 게다가 멀리서 보면 소금통이 후추통과 고춧가루통으로 보이는 탓에 “이 대표가 보온병에 든 곰탕에 소금 후추를 넣고 고춧가루까지 뿌려서 야무지게 먹었다”는 소문도 한동안 온라인서 떠돌았다.

맹물일까
곰탕일까

최근에는 이 대표가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단식을 진행한 지 약 일주일 정도 되는 날 텐트에 놓인 탁자 밑에서 약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꺼내더니 손바닥에 덜어내고 뒤를 돌아 입 안에 털어 넣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이 대표는 약을 입에 머금은 채 다시 앞으로 돌아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어 기침하기도 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이 대표 측은 단식 초기엔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변비약을 복용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여당과 지지자들 측에서는 “변비약이라면 저렇게 뒤돌아서서 몰래 먹을 일이 아니다” “먹은 것도 없는데 나올 게 있느냐”며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투쟁이 성공할지는 여론의 공감 정도에 달려 있다. 단식 종료 조건이 뚜렷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검찰 조사를 피하기 위한 ‘방탄 단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YS·DJ의 단식투쟁은 소수 세력의 정치인으로서 소리낼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거대 야당으로 불리는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것을 두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이 등 떠밀리듯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을 칭하는 ‘개딸’(개혁의 딸) 성원에 못 이겨 슬쩍 단식을 중단하거나 구급차를 타고 퇴장하는 것이다.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만큼 본인의 체면은 살리고 건강 악화라는 명분도 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식투쟁에 나선 이들 중 구급차 퇴장으로 유명한 인물이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11월20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유지와 공수처 반대, 선거법 합의 등을 조건으로 단식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시 제1야당 대표가 단식에 나서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의견이 우세하면서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다. 당시 황 전 대표는 단식 8일 차에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몸을 혹사한 만큼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던 것이다. 링겔을 맞고 조치를 취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식도 중단됐다.


갑자기
맛집 투어?

당시 ‘맞짱 농성’을 하던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회원과 진보 성향 유튜버는 황 전 대표의 병원 이송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일부는 “황 대표가 구급차 안에서 국밥을 먹고 있다” “김밥을 먹다 급체한 것”이라는 등 비꼬기도 했다.

단식투쟁이 발생할 때마다 크고 작은 설화들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중에서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단식은 가장 많은 소문이 만들어진 것으로 꼽힌다. 뒤에서 몰래 음식을 먹었다는 주장이 나오거나 일부 커뮤니티 회원들이 조롱식 ‘폭식 투쟁’을 하면서다.

여기에 폭식 투쟁의 배후가 대기업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커졌다.

2014년 7월 ‘유민이 아빠’로 알려진 김영오씨를 비롯한 유가족 20여명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여야와 함께 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해달라며 광화문광장 농성에 돌입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위원회 구성도 함께 요구했다.

약 한 달이 지난 8월18일 김씨는 취재진 앞에서 앙상해진 갈비뼈와 헐거워진 바지를 보여줬다. 그다음 날인 19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씨의 무리한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동조 단식에 나섰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각종 SNS에는 문 전 대통령이 단식 중에 감자탕과 커피를 사 먹었다는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 단식 기간 동안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보면 감자탕집을 비롯한 커피전문점, 빵집, 빈대떡 집 등이 기록됐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단식 중에도 식비는 계속 지출한 문재인 후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논평을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세월호특별법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무능함을 덮기 위한 가짜 단식은 아니었는지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의혹이 커지자 문 전 대통령 측은 해당 비용은 보좌관들이 사용한 내역이라고 해명했다. 동조 단식을 진행하는 문 전 대통령의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대기 중이던 당직자나 보좌진들이 사용한 경비라는 설명이었다.

현장에 배달된 피자 100판
일베 ‘폭식 투쟁’ 배후는?

문 전 대통령이 동조 단식을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날 무렵,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했다. 단식 중인 유가족들이 효소 음료와 초콜릿바를 몰래 먹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를 두고 일베를 비롯한 유사한 성향의 커뮤니티 회원들은 광화문광장 앞에서 시민에게 초콜릿바를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2014년 8월31일부터 9월7일까지 일주일간 ‘폭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자유청년연합, 엄마부대, 어버이부대 등 다수의 보수 단체도 동참했다.

가장 대표적인 일례로 유가족 농성장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피자 파티’를 벌인 사건이 있다. 자신을 개인 사업자라고 밝힌 50대 일베 회원 A씨는 직접 피자 100여판을 주문해 회원들에게 나눠줬다. A씨는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되면 유가족에게 너무 많은 혜택이 가게 된다”며 “세월호서 죽은 이들은 안타깝지만 이들을 이용하는 불순세력이 분탕을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일베가 폭식 투쟁을 예고하자 성명을 통해 “광화문광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농성장 앞에 취식 공간처럼 ‘일베 회원을 위한 식탁’까지 마련했다.

폭식 투쟁 첫날 농성장에 모인 일베와 커뮤니티 회원들은 피자를 받아 들고 유가족이 마련한 식탁서 음식을 먹었다. 일부러 단식 농성장을 오가며 치킨과 햄버거 등을 먹고 유가족을 배경으로 ‘인증샷’까지 남겼다.

4년 후 폭식 투쟁의 후원자가 대기업이라는 의혹이 일면서 해당 사건은 다시 수면으로 드러났다. 2018년 MBC 시사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이하 <스트레이트>)가 “삼성과 전국경제인연합(이하 전경련)이 폭식 투쟁을 후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당시 주최 측은 음식과 주류 등을 구입한 경로에 관해 “후원금으로 마련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를 두고 <스트레이트>는 2013년 삼성이 자유청년연합에 ‘경제자유화 확산운동 지원’을 명목으로 1500만원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2014년에는 1000만원, 2015년에는 6000만원이 지원됐다. 해당 자금은 전경련을 통해 우회 입금한 것으로 해석했다.

쉰내 나는
밥그릇

단식투쟁에는 절박함이 드러나는 만큼 작은 행동도 확대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투쟁의 의미를 잊은 채 꼬투리 잡기에만 열을 올린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게 이 대표의 케이스”라고 말했다. 여야를 떠나서 처음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할 때 어떤 요구를 내걸었는지 기억하는 의원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단식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스럽다”며 “가진 게 없는 자들의 투쟁 수단마저 권력에게 뺏기는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제 안 먹히는 단식투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 대해 꼬집고 나섰다.

이 대표가 단식으로 인한 건강 악화를 빌미로 검찰 조사에 영향을 줄 것이란 의혹이 나오면서다.

이에 한 장관은 “단식투쟁이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주는 선례가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탄 단식’이 성공한다면 잡범을 비롯한 범죄자들이 소환 통보는 즉시 단식을 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한 장관은 “단식을 하느냐 마느냐,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는 개인 자유의 문제”라면서도 “그게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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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