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관광 ②국립세종수목원과 금강보행교

눈부신 야경에 취하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세종시 한가운데 있는 도심형 수목원이다. 전체 면적 65ha(65만㎡)에 한국전통정원과 작약원, 분재원 등 25개 전시원으로 구성했으며, 식물 3759종 172만본을 식재했다. 개원한 지 약 3년 만에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든 수목원은 세종시 명소로 자리 잡았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이번달 23일까지 금·토요일 야간 개장 ‘특별한 夜행’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밤에 돌아볼 수 있는 구역은 지난해 사계절전시온실서 올해 축제마당과 한국전통정원 일원으로 확대했다. 야간 개장 기간 수목원 곳곳서 문화 공연과 플리 마켓,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올해 가장 빛나는 야간 관람 구역은 한국전통정원이다. 궁궐정원과 별서정원, 민가정원으로 구성된 한국전통정원에서 궁궐정원은 야간 필수 코스다.

화려한 밤

창덕궁 후원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물 크기로 만든 솔찬루와 도담정이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내고, 은은한 달빛 아래 한옥과 자연이 어우러져 운치 있다. 밤 산책을 더 낭만적으로 만드는 소품이 눈에 띈다. 오후 6시30분부터 방문자센터서 무료로 대여 가능한 호롱불을 들고 여유롭게 수목원을 거닐면 풀벌레 소리가 달려들고 마음이 가지런해진다.

온실에 어둠이 내리면 낮에 본 모습과 전혀 다르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지중해온실과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로 구성되는데, 열대온실과 특별전시온실에 야간 조명을 설치했다. 열대온실에 들어가면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불빛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느리게 움직이는 빛을 따라 걸으면 신비로운 열대 숲을 탐험하는 기분이다.


다음 달 29일까지 ‘피터 래빗의 비밀 정원’ 전시를 하는 특별전시온실은 동화책 속에 있는 느낌이다. 귀여운 피터 래빗과 정원을 산책하듯 꾸민 전시장에 화려한 LED 조명이 분위기를 돋운다. 알록달록한 풍선 조명을 비롯해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다.

스페인 알람브라궁전이 생각나는 지중해온실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야간 조명은 없지만, 높이 32m 전망대가 있기 때문이다. 불빛이 반짝이는 세종시 스카이라인과 수목원 내 궁궐정원, 축제마당, 방문자센터 야경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드러낸다.

야간 개장 특화 프로그램 ‘여름밤, 별빛정원’도 있다. 코코넛 소재로 만든 친환경 화분에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심는 프로그램으로, 사계절전시온실 내 사계절배움터서 진행한다(재료비 2000원). 사계절전시온실 앞 축제마당에는 포토 존이 여럿 있다.

아카펠라, 마술 쇼, 코믹 저글링 등 지난해보다 야간 개장 문화 행사도 풍성하다. 국립세종수목원 야간 개장 시간은 오후 5시~9시30분, 입장료는 어른 25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야간 관람 필수인 한국전통정원의 궁궐정원
금강보행교서 볼 수 있는 세종시의 야경도

세종시의 야경이 궁금하다면 금강보행교(이응다리)로 발길을 옮기자. 세종시의 환상형(環狀形) 구조를 형상화한 다리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해를 기념해 둘레도 1446m다. 밤이면 조명이 들어와 까만 하늘에 동그란 띠가 걸린 듯한 디자인이 독특하다.

복층 구조인 다리 위층은 보행자 전용, 아래층은 자전거 전용이라 안전한 산책과 라이딩이 가능하다. 보행자를 위한 길에는 LED눈꽃정원, ‘빛의 해먹’ ‘뿌리 깊은 나무’ 등 휴게 공간과 조형물이 있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이 들어와 더 눈길을 끈다.


금강보행교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높이 34m 아치형 전망대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수고한 이상으로 보람을 느낀다. 화려한 다리와 금강에 비친 모습, 빛나는 도시 경관이 빚어낸 야경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금강보행교 운영 시간은 오전 6시~오후 11시(연중무휴), 이용료는 없다.

세종호수공원은 세종시의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호수 주변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있어 휴식을 즐기기 맞춤하다. 축제섬과 수상무대섬, 물놀이섬, 물꽃섬, 습지섬 등 각기 다른 주제로 5개 섬을 조성했다. 수상무대섬은 금강 조약돌을 형상화한 건축으로, 밤이면 형형색색 조명에 보석처럼 빛난다. 정원과 설치미술, 전망대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세종호수공원 근처에 대통령기록관이 있다. 역대 대통령이 남긴 문서와 사진 자료 등을 한자리에 모은 곳이다. 1층에서는 대통령 의전 차량과 텍스트 아트로 연출한 역대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자기와 장신구, 인형 등 대통령이 세계 각국서 받은 선물을 전시한 2층,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춘추관을 재현한 3층, 대통령의 지위와 역할을 기록으로 살펴보는 4층 등으로 구성된다. 지하 1층 어린이체험관은 예약이 필수다.

낮은 산등성이

세종시를 조망하고 싶다면 해발 98m 밀마루전망대로 가자. 세종시에는 독특한 건축물이 많은데, 밀마루전망대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망대 안에는 세종시 도시계획과 관련된 소개가 있어, 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밀마루는 ‘낮은 산등성이’란 뜻으로, 연기군 남면 종촌리(현 세종시 한솔동)의 옛 지명이다. 전망타워 옆 전망쉼터서 여행을 돌아보며 정리하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세종호수공원→국립세종수목원→금강보행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세종호수공원→국립세종수목원
-둘째 날 대통령기록관→밀마루전망대→금강보행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국립세종수목원 www.sjna.or.kr
-세종특별자치시청 여행정보 www.sejong.go.kr/tour.do
-세종호수공원 www.sejong.go.kr/park.do
-대통령기록관 www.pa.go.kr

문의 전화
-국립세종수목원 044)251-0001
-금강보행교 044)868-9127
-세종호수공원 044)301-3921~6
-대통령기록관 044)211-2000
-밀마루전망대 044)862-8845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오송역, KTX 수시(05:37~23:27) 운행, 45~55분 소요. 오송역 정류장서 990번 버스 이용, 정부세종청사 북측 정류장서 221번 버스 환승, 국립세종수목원(연구동) 정류장 하차, 국립세종수목원까지 도보 약 580m. 오송역 정류장서 B4번 버스 이용, 시청·시의회·교육청·세무서 정류장 하차, 금강보행교까지 도보 약 1㎞.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세종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bis.sejong.go.kr 

-버스 서울-세종시청,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3회(06: 06~22:21)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세종시청 정류소서 221번 버스 이용, 국립세종수목원(연구동) 정류장 하차, 국립세종수목원까지 도보 약 580m. 세종시청 정류소서 금강보행교까지 도보 약 77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세종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bis.sejong.g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신갈 JC서 대전 방면→천안 JC서 광주·전주·세종 방면→정안 IC→파란달교차로서 정부세종청사 방면→어진교차로서 세종호수공원 방면→국립세종수목원, 금강보행교

숙박 정보
-목향재: 세종시 만남로6길, 010-8666-1217, 학림재: 장군면 태산길, 010-3478-1004, https://haklimjaetest.modoo.at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 세종: 세종시 다솜3로, 044)251-4000, www.courtyardsejong.co.kr
-베스트웨스턴플러스호텔 세종: 세종시 도움1로, 044)330-3300, www.hotelsejong.kr
-라고바움관광호텔: 세종시 다솜로, 044)866-3086, https://hotellagobaum.modoo.at

식당 정보
-황우제매운탕(메기매운탕): 연동면 태산로, 044)866-1141
-빠스타스(멜론프로슈토샐러드·크림빠네): 세종시 달빛로, 044)864-1992
-육산(돼지갈비): 세종시 시청대로, 044)868-6322
-메타45카페(아인슈패너·아메리카노): 세종시 나성북1로, 044)862-4502, http://meta45.kr

주변 볼거리
국립세종도서관,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금강수목원, 베어트리파크, 김종서 장군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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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