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가는’ 친노의 부활

‘노무현 우산’ 다시 펴지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칼날이 무뎌졌다. 지뢰밭처럼 터지는 당 대표 리스크와 실종된 정치 현안들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친노(친 노무현)계가 대안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우연일까? 최근 친노계 인사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면서 그 존재감을 서서히 키우고 있다. 친노계의 작은 날갯짓이 모여 폭풍을 일으킬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친명(친 이재명)계의 입지도 약해졌다는 평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야심차게 출범했던 ‘김은경 혁신위’(이하 혁신위)마저 연속 헛발질을 하면서 심란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기에 ‘노무현의 유산’이 사라졌다는 말까지 돌면서 이 대표와 그 주위에 냉기가 돌고 있다.

존재감 부각

날선 신경전이 오가는 가운데 친노계 인사들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여의도 안팎으로 뛰어다니면서 정치 행보를 넓히는 추세다. 김 의원은 경남 남해 지역서 민주당 간판을 걸고 지역주의 타파와 학력 파괴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 김 의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게이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시민단체와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사건을 ‘윤석열 김건희가 만든 희대의 고속도로 게이트 비리’라고 못 박았다. 김 의원은 국정조사와 청문회, 그리고 특별검사를 요구할 방침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을 견제하는 동시에 민주당의 쇄신을 위한 애정도 돋보인다.


당의 혁신을 견인하려는 목적으로 출범한 혁신위가 도마 위에 오르자 적극적으로 감쌌다. 각종 현안에 묻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당원들을 향해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발표한 불체포특권 포기, ‘꼼수 탈당’ 근절 등 각종 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친노계 의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 전 총리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만큼 친노계에서는 상징성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최근 정치판에 간접적으로 입김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정 이사장은당 상임고문단의 자격으로 혁신위 회동에 참석했다. 당시 회동에는 “(혁신을)더 세게, 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30일, 그는 여야를 막론한 정치의 터줏대감 격인 원로모임 ‘11인 원로회’(가칭)의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사회적 분열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 커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낙연 필두로 김두관, 정세균, 이용섭…
노의 남자들 서서히 고개 “구심점 기대”

해당 모임에는 국민의힘 신영균 상임고문과 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이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재개의 목적은 없다고 밝혔지만 소속된 인물이 모두 ‘거물급 인사’들인 만큼 말 한마디에 국회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관측된다.

친노계의 얼굴인 김 의원과 정 이사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각개전투’인 만큼 이 대표의 입지를 위협하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지금까지는 친노 세력이 뭉치지 않고 홀로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움직임이 이 대표에게 크게 압박을 가할 요인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서 이 대표의 앞길에 마냥 꽃길만 놓인 것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겸손과 무한책임을 가리키는 ‘노무현 정신’ ‘노무현 유산’을 잃었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5월23일 열린 노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두고 “노 대통령 앞에서 민주당은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솔직히 자신 없다”고 한탄했다. ‘김남국 코인 논란’ ‘2021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두고도 민주당이 기민하지도, 단호하지도 못했다고 자책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에 대해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표퓰리스트’로 분석했다. 노 전 대통령과 반대되는 길로 국가의 미래를 위함이 아닌, 자신의 권력 강화 수단으로 제도를 개혁해왔다는 비판이다. 이로써 현재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행보로부터 퇴보해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은 노무현 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구호”라면서 “지금 정치판서 ‘반칙’과 ‘부정부패’의 상징은 이 대표”라며 “친노 세력이 이 대표를 돕거나 함께하기에는 명분이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만일 친노계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뭉살흩죽’ 의지로 힘을 모은다면 판도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꿈틀하는 친노계
긴장하는 친명계

이를 대변하듯 신당을 중심으로 친노 세력이 구심점을 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국회를 맴돌고 있다. 초대 정의당 대표를 지낸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의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의당을 탈당한 천 이사는 전·현직 당직자 60여명과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천 이사는 창당에 도움만 줄 뿐 직접 정치에 가담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노무현재단에 몸을 담고 있는 만큼 향후 친노계 인사들의 합류가 기대된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을 통해 벼랑 끝 진보 정치를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보다 노무현다운 모습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밖에도 눈에 띄는 인물은 지난달 24일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다.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던 이 전 대표는 입국 후 가장 먼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그의 첫 행선지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친노계, 친문(친 문재인)계 세력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창당 가능성도 제기했다. 대표적인 친노계 인물인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지난 3일 간담회를 통해 이 전 대표의 창당설에 힘을 실었다. 이 전 대표와 이 대표가 장기간 대립각을 세운다면 혁신 신당의 출연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책임론이 불거지고 ‘네 탓 내 탓’이 길어질수록 흙탕물 정치밖에 더 되겠냐는 주장이다.

이 대표를 향한 친노계의 아낌없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의 각종 리스크를 두고 “오만 정이 떨어졌다. 염치와 상식을 잃은 민주당 의원을 향해 무너지는 정당은 빨리 무너뜨려져 새 살이 돋게 하는 게 낫다”며 일침을 가했다.


선택의 시간

노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조직 특별보좌역으로 활약한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민주당의 운명이 이 대표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이 대표가 “총선서 지면 인생이 끝난다”고 말한 것을 두고 각종 리스크를 짊어진 그가 스스로 판단을 내릴 것이란 설명이다.

이 대표의 돌파구는 까마득해보인다. 이대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면 직진하겠지만 어깨가 무겁다면 법의 심판을 받고 당의 지도부를 내려놓는 방법도 있다. 갈림길에 선 이 대표의 발끝에 국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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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