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양승태?’ 김명수 대법원장 6년의 끝 시나리오

방패 역할 했다가 볼모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정부서 보인 행보를 전부 되돌려 받는 듯한 모습이다. 임기를 불과 3개월 앞둔 상황서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중립과 공정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사법부를 망가뜨렸다는 비판은 특히 뼈아프다. <일요시사>가 대법원장 김명수의 6년을 짚어봤다.

정부 기관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표현이 ‘기대’와 ‘우려’다. 새로운 수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 진폭이 상당히 컸다. 국민은 ‘김명수 대법원’에 사법부 신뢰 회복을 기대했다. 

깜짝 발탁
기대했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8월, 김명수 당시 춘천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직전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보다 13기수나 낮다. 대법관 가운데 김 대법원장보다 기수가 높은 ‘선배’가 9명이나 되는 상황이었다.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대법원장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보수적인 조직인 사법부서 ‘파격 인사’라고 할만한 인선이었다.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한편 대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 회장으로서 국제연합이 펴낸 인권 편람의 번역서를 출간하고 인권에 관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관으로서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법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으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의 지명은 사법개혁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김 대법원장 임명안 가결 이후 여야는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사법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며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과 바른정당은 “사법부의 좌편향 정치화를 우려한다”고 토로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9월24일까지로 3개월가량 남았다. 후임 대법원장 후보군의 하마평과 함께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가 뒤따르는 시기다. ‘김명수 대법원’에 관한 평가 중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사법부의 정치화’다.

사법부 정치화 비판에 재판 지연
야권 인사만 1심 선고 질질 끌어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대법원의 위상이 크게 무너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전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을 임명할 당시 불거졌던 ‘코드 인사’ 논란이 현실화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최근 대법원 판결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국회서 논의 중인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과 관련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 나온 것.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4년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작된 시민의 모금운동서 유래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5일, 현대차가 노동자 4명을 상대로 낸 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서 노동자가 사측에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쟁의행위는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에 의해 결정‧주도되고 조합원의 행위는 노동조합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합해 실행된다는 점을 볼 때 조합이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귀속 주체가 된다”고 봤다. 즉 쟁의행위는 조합에 의해 결정되고 개별 조합원은 지시에 불응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주도한 주체인 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 정도는 노동조합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의 책임을 인정하고 20억원 전액을 노동자가 연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진보 성향
편향 인사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본 것이다. 

갑론을박이 나오는 지점은 ‘개별적인 책임 범위’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제3조는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배상 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대목이다. 대법원이 노란봉투법 입법화에 앞서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다. 

대법원은 여권을 중심으로 해당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이례적으로 반응을 냈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판결 선고 이후 해당 판결과 주심 대법관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과정서 대법원은 ‘부당한 압력’ ‘사법권 독립’ ‘국민 신뢰 훼손’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이 ‘김명수 대법원’의 6년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김 대법원장은 임기 내내 ‘코드 인사’ 논란에 시달렸다. 이 시기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는 요직으로 가는 비율이 높았다.

능력보다는 이념에 편향된 인사를 주로 해왔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재판 지연 문제가 더해졌다. 일선의 한 변호사는 “과거에 비해 재판에 걸리는 시간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선택적 지연
노골적 개입?

실제로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사 본안 1심이 1년 넘게 걸린 경우가 2016년 2만6879건서 2018년 이후 2020년 4만5121건, 지난해 5만3084건으로 늘어났다. 항소심은 2016년 3442건서 2020년 7194건, 지난해 9225건으로 급증했다. 

형사 공판 1심까지 1년 넘게 진행된 경우는 2016년 7366명서 2020년 1만1733명, 지난해 1만5563명으로 늘어났다. 항소심 역시 2016년 923명서 2020년 1850명, 지난해 4790명으로 증가했다. 현행법은 민사소송의 경우 1심과 항소심 모두 5개월 이내에 형사소송은 1심 6개월, 항소심은 4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눈여겨볼만한 지점은 재판 지연이 ‘선택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이다. 특히 진보 성향 판사 인선이 늘어나면서 진보 성향 인사에 대한 재판만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김명수 대법원’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인사의 최후의 방패 역할을 한다고 언급될 정도다.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 사건은 1심 판결이 나오는 데 2년5개월이 소요됐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진행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은 3년2개월 만에야 1심 판결이 나왔다.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대학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최강욱 의원 사건은 3년5개월째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최 의원 사건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실이 드러났다. 전원합의체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으로 이뤄진 재판부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거나 기존 판례 등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인 경우 회부된다. 

임기 3개월 앞두고 인사 갈등
퇴임 이후에도 가시밭길 예고

1심은 “입학 담당자들로 하여금 조씨(조 전 장관의 아들)의 경력을 고의로 착각하게 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서 상고를 기각할 경우,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 대법원의 판단만 남겨두고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서 최 의원은 시간을 벌게 됐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이 의원 임기 보장과 총선 출마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오해를 자초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최 의원은 2020년 1월 기소된 이후 3년5개월째 법원을 들락거리며 국회의원 임기를 차곡차곡 채웠다”며 “이번 조치로 사실상 대법원이 최 의원 임기를 끝까지 지켜주고 총선 출마의 길까지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 또는 보수 진영 인사들 사건은 상대적으로 신속한 1심 판단이 나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으로 2017년 4월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다스 실소유주·횡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1심 선고가 났다. 각각 1년, 6개월 만이다. 

2019년 4월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올해 5월 대법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판결받았다. 김 전 구청장이 폭로한 의혹의 대상인 조 전 장관은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신고자는 유죄가 확정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과 강서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 지난 4월, 김 전 구청장에 대한 신속한 선고를 촉구하고 한 달 만에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주심인 박정화 대법관이 시민단체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안에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바뀐다. 사법부 지형이 완전히 교체되는 셈이다. 이미 윤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인사권을 두고 힘겨루기를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김 대법원장을 동시에 비판하는 현직 판사의 글도 공개적으로 올라왔다.

안팎서
동네북

퇴임 이후에는 상황이 더 안 좋아 질 수도 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종용하는 과정서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은 고발로까지 이어져 검찰 수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최대 흑역사로 꼽히는 ‘양승태 대법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대법원장이 박수를 받으며 퇴임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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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