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 국정원 파벌 막전막후

막 휘두른 ‘원장님 오른팔’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전례 없는 ‘인사 전횡’으로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즉각 진상조사에 나섰고 김규현 국정원장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원장의 ‘오른팔’이 이번 갈등의 중심에 서면서 국정원의 어수선함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1급 간부 7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취소하고 직무 대기발령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특정 간부가 인사에 부적절하게 관여한 사실을 보고받은 뒤 조처한 일이기에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국정원 안팎서 대통령 재가를 거친 정보당국의 간부급 인사가 번복된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보고 있다.

최측근이…
실세의 난?

국정원은 이달 초, 전 국·처장인 1급 간부 7명에 관해 새 보직 인사를 공지했다가 돌연 발령을 취소했다. 김규현 국정원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A씨는 지난해 9월 1급, 같은 해 11월 2·3급 간부 100여명의 인사 때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A씨에 관한 투서가 인사 번복의 배경이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투서를 받은 적이 없다”며 “투서를 받아 인사를 하거나 인사를 안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언급된 윤석열정부 국정원의 인사 파동은 처음이 아니다. 1차 인사 파동은 윤정부 출범 4개월 만인 지난해 9월 1급 간부 27명이 퇴직한 것이다. 이전 정권인 문재인정부의 인적 청산과 연계된 퇴직이었다. 이어 10월에는 조상준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임명 4개월 만에 돌연 사퇴하면서 내부 갈등설이 제기됐다.


2차 파동은 12월 2·3급 간부 130여명이 직무서 배제되거나 한직으로 발령을 받은 것을 가리킨다.

최근 불거진 3차 파동은 1차 파동에 따른 1급 보직인사 건이다. 이 여파는 해외 정보 파트까지 번졌고 미국, 일본 같은 주요 국가의 거점장들까지 소환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파동의 중심에 선 A씨는 김 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윤정부가 들어선 이후 3급에서 2급으로 승진하면서 요직을 꿰차기도 했다. A씨는 1차 파동 때 조 전 실장과도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자신뿐 아니라 주변 인물을 주요 직에 발탁하고 승진시키려 하면서 배제된 인사들과 다툼이 있었다는 게 골자다.

A씨는 김 원장의 최측근이기 전 방첩센터장을 역임했다. 그는 외무고시를 패스한 정통 외교관 출신인 김 원장의 선택을 받아 ‘국정원 정상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국정원장의 직속기관인 방첩센터는 본래 대공수사를 담당하는 2차장 산하에 둔다. 그러나 김 원장은 국정원장 직할 부서로 만들어 주도권을 가져가려 했다. 실제 방첩센터는 지난해 말부터 창원·진주·전주·제주 민주노총 간첩 사건을 주도해 성과를 올려왔다.

‘윤 사단’ 조상준 밀어낸 A씨 그림자 지목
‘나만의 리그’ 갈등…전례 없는 인사 번복

국정원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 파동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원장이 A씨에게만 의지했다거나 A씨가 공작을 주도하면서 우파 중용을 막으려 했다는 등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정원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때 적폐청산 TF서 활동하던 인물이 인사기획관이 됐다. 그가 A씨의 공작에 동참하고 있다는 말도 존재한다”며 “최근 언론서 언급된 투서로 대통령실이 진상조사에 나섰다는 건 가능성이 크지 않다. 현 단계에선 쌓인 불만들이 표면화된 건 사실이라고만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A씨 외에도 B씨도 요주의 인물로 언급되고 있다. 2018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능라도 경기장서 평양시민에게 연설했다. 초유의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여러 부처가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는데, 국정원 버전 연설문을 쓰는 데 B씨가 참여했다고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A씨와 친분이 있는 B씨가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주요 보고서에 접근할 수 있는 보직에 보임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B씨 외에 내부 감찰을 맡고 있는 C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 파견갔던 C씨는 국정원장을 ‘패싱’하고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직보했다는 의혹으로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서도 거론됐던 인물이다.

김 원장은 대북 강경파인 매파로 손꼽힌다. 국정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체성 교육’을 도입한 만큼 선명성을 강조한다. 국정원 직원이라면 하루 8시간씩 3일간 모두 24시간의 이념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터질 게
터졌다

특히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신원검증센터를 신설해 국정원 외부 공직자의 정체성까지 들여다보려 했다. 이를 반대했던 게 조 전 실장이다. 정체성과 선명성을 강조한 김 원장은 문제가 있는 인물일지라도 국가관이 투철하다면 중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조 전 실장은 그렇지 않았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국정원 관계자는 “김 원장과 논의가 끝나지 않은 조 전 실장 중심의 인사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의 선택을 받지 못한 조 전 실장이 아웃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취임 초부터 과거 정부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인사 물갈이’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1급 보직국장 27명 전원을 대기발령한 데 이어, 같은 해 말 2·3급 간부 인사를 통해 100여명을 또다시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번 1급 간부 인사 후에도 추가로 100여명을 직무 배제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과감한 인적 청산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던 인물은 또 있다. 해외 파트를 총괄하는 권춘택 1차장이다. 권 차장은 속도감이 없더라도 외부가 아닌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 차장은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인 1986년 공채로 들어와 30여년간 국정원에 몸담았다. 박근혜정부 당시 2013년 미 워싱턴DC 주미 대사관서 정무2공사로 근무하며 미 중앙정보국(CIA)과의 협력을 담당했다. 김 원장이 임명되기 전 윤정부 국정원장에 물망이 오르기도 했다.

국정원 출신 한 관계자는 “A씨가 권 차장까지 몰아내려 했다는 소식이 파다하다. 다행이게도 대통령실이 제대로 된 상황 파악에 나섰고 A씨는 면직 처리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원장에게 프랑스·베트남 순방 직전 “조직·인사서 손을 떼고 기다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더십 제로
안정화 실패

정치권에서는 최근 국정원의 인사 파동과 관련해 정보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정보위 출신의 한 의원은 “이례적 갈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갈등이 표면화된 건 처음”이라며 “김 원장의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내부 갈등은 과거 정부 때도 있었다. 박지원 국정원장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노은채 전 실장도 기조실장을 역임했을 당시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파벌싸움’이란 국정원의 오래된 적폐가 곪을 대로 곪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박지원 전 원장은 “(당시)인사 전횡은 없었다”며 “있었으면 파동이 났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번 인사 파동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면서 대통령실 내부서조차 김 원장이 책임지고 자리서 물러나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면직된 A씨를 제외하고 대기 발령됐던 2·3급 간부들은 김 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신뢰를 얻어온 김 원장이 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조직 안정화에 실패했다고 본다”며 “여러 책임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리더십이 제로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도 김 원장의 책임을 물어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국정원 인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김 원장의 거취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국정원 간부 일부가 대통령실에 문제를 제기했고 공직기강비서관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대급 태풍’이 불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직기강실 바삐 움직여”
대통령실서 진상조사 착수

일각에선 김 원장 후임 후보군의 이름도 언급되고 있다. 정보당국 출신 관계자는 “김 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바닥나지 않았겠냐”며 “검찰 출신이 새롭게 자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 새로운 국정원장 인선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바쁘다. 진상조사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선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일단 진상조사를 통한 실체 파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보기관 내 특정 인사의 인사 전횡 의혹이 외부로 드러난 만큼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그 내용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부터 해외에 있는 만큼 국정원장 교체 문제 등을 검토하기엔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국정원 내부의 인사 잡음에 대한 문제가 지난해부터 수차례 제기됐던 만큼 이번 조사 결과에 A씨의 전횡 의혹 등의 문제가 분명히 밝혀질 경우 김 원장 교체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듭된 인사 파동과 관련해 김 원장의 책임도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김 원장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지 신중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김 원장을 향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작지 않다”며 “A씨 등에 대한 징계나 문책 수준으로 일단락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간첩단 수사 등 정부 출범 뒤 국정원의 공도 적지 않은 만큼 김 원장을 내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규현
사퇴하나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김 원장을 교체할 생각이었다면 A씨의 인사 전횡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을 찾아온 김 원장을 만났을 때 교체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때 윤 대통령이 “불신임하려는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건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에 무게를 뒀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서 돌아온 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김 원장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할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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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