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이재명 플랜B

꼿꼿이 버티다 똑 부러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자중지란’에 빠진 당과 그걸 막기는커녕 더욱 부추겨버린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고민이 날로 깊어져 가고 있다. 국면 전환을 위한 ‘승부수’로 보였던 혁신위원장 인선은 오히려 이 대표의 거취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당 일각의 사퇴 요구는 이제 마냥 무시하기엔 너무 커져 버렸다.

“결과에 대해선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다.” 지난 7일 기자들과 마주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직접 ‘무한 책임’을 언급했다. 흔히 쓰이는 정치적 수사라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그 무게감이 사뭇 달라 보였다. 당내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 침묵을 지키다 처음으로 나온 관련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넘어진
혁신위

발단은 혁신위원장 인선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당 혁신위원장 자리에 내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서 “민주당 혁신기구를 맡아 이끌 책임자로 이 이사장님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 명칭과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김근태계 인사로 분류된다. 사업가 출신으로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후원회장을 지냈고, 다른 김근태계 의원들도 후원해왔다. 이 이사장 내정은 당내 접촉면을 넓히고, 반발을 줄이려는 이 대표의 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내정 직후부터 입길에 올랐다. 과거의 과격한 발언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주로 논란이 된 것은 ‘천안함 자폭’ 발언과 ‘코로나 근원지는 미국’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자신의 SNS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패권 세력”이라는 글을 올렸다.


2020년 3월경엔 “코로나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시민언론 민들레> 기고를 통해선 “젤렌스키 정권이 친러 돈바스 지역에 수천 발을 포격하면서 이의 중지를 요구한 러시아의 경고를 무시하자 응징으로 시작된 측면이 있다”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과 젤렌스키 정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당사자인 유럽국가들과 미국의 봉신국가군인 영연방, 그리고 일본과 한국뿐”이라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듯한 시각을 드러냈다.

논란이 들끓자, 이 이사장은 지난 5일 오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지 불과 9시간 만이다.

이 이사장은 사의 표명문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논란 지속이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래경 낙마 후폭풍 일파만파…책임론 대두
‘밀실 인사’ ‘사당화’ 비판 이어 사퇴 요구

이 이사장은 물러났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하필 천안함 관련 논란을 지닌 인사가 현충일 전날 임명됐다가 곧바로 사퇴한 탓이었다. 국민의힘, 정의당 등 당 바깥뿐만 아니라 당 내부서도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비명(비 이재명)계를 필두로 이번 인사에 ‘검증 실패’ ‘밀실 인사’ 등의 꼬리표를 붙이는 이들이 속출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이 이사장의 선임 배경을 전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정) 전날 일요일 저녁에 비공개로 최고위원 간담회 자리가 있었다. 여기서 (이 이사장 내정 소식을) 최고위원들이 전부 다 처음 들었다”고 설명했다.

송 최고위원은 “혁신위 설치는 최고위원의 인준 사항인데 혁신위원장 임명은 최고위와 협의를 거쳐서 당 대표가 임명하는 것이고, 어쨌든 당 대표 권한”이라며 “협의를 거치는 것에서는 형식상의 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무도 이 이사장이 누군지를 모르더라”고 부연했다.

진행자가 ‘이 이사장 내정에 관한 토론이 없었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다. 그런 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다”며 “대표나 지도부에서는 보안을 많이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조금 더 풍부하게 이 분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줬더라면 결과적으로 이런 인사 참사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비명계는 이 이사장과 이 대표의 연결성에 주목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재판을 받던 2019년, 이 이사장이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추진한 이력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비명계는 ‘이재명 사당화’ ‘친명 쿠데타’ 등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번 논란을 동력 삼아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위원장 인선에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상태가 이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으로 생각한다”며 “졸속, 부실 인사 참사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표가 사퇴를 하루라도 빨리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실 검증
추가 실언

이 대표의 ‘무한 책임’ 발언이 나온 이후인 지난 8일에는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서 “이 같은 중대한 잘못을 범했는데 대표가 그냥 말 한마디, ‘결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겠다’ 이런 정치적 레토릭(수사)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면 정말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무한책임을 질 방도는 대표직 사퇴뿐”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친명(친 이재명)계는 이 대표를 옹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민주당 김영진 정무조정실장은 같은 날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무한 책임’ 발언 자체가 높은 차원의 성찰과 유감 표명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실제 어제 책임이라는 발언 자체가 더 높은 차원의 성찰과 유감 표명이었다고 본다”며 “책임이라는 발언 자체가 그런 유감과 절차, 과정 속에서 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되새겨보고 판단이 있었지 않나 한다”고 짚었다.

그는 “사실 반성하고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그런 문제에 관해 조금 더 진중하고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하겠다는 의미들이 다 포괄적으로 담겨있는 것이다. 대표의 책임이라는 부분은 대단히 무거운 차원의 유감이라고 본다”며 이 대표를 감쌌다.

정작 이 대표는 논란 이후 며칠간 별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이 설화에 오른 직후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파장이 커지는 과정에선 침묵을 지켰고, 사퇴 후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무한 책임’ 발언이 나온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구체적인 책임의 방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 측은 “대표로서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것”이라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 사이 민주당은 또 다른 실언으로 몸살을 앓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이 대표를 두둔하려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겨냥한 망언을 뱉은 것이다.

리더십
치명타

권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 발언을 해명하다 최 전 함장을 향해 “무슨 낯짝”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재차 입장을 냈다.

하지만 비판은 여전히 들끓었고, 결국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을 비롯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국회 장관 청문회 과정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사과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 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역임한 바 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에 항의 방문한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에게도 직접 사과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전 회장과 20분가량 면담하는 중 “상처를 줬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 전 함장에게도 직접 만나 사과할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 대표의 대표직 수행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던 ‘리더십 논란’에 치명타가 가해졌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당내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질타받았다. 일각에선 과거 친명계 일색이었던 당 지도부가 당내 갈등을 입맛에 맞게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 와중에 표결에 부쳐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를 보인 채 부결됐다.

결국 이 대표는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일부 요직에 비명계 인사들이 입성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  

다시 고개 드는 ‘본인’ 리스크
깊어지는 계파 갈등…해법은?

이후로도 이 대표는 코인 투기·돈봉투 의혹이 당을 흔들면서 쉽사리 반등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서 혁신위원회 출범은 이 대표에게 앞선 의혹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을 ‘새 출발 복안’이었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해 계파 이합집산서도 우위를 점하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논란이 터지며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문제는 이번 논란을 이 대표가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를 잘 수습하지 못한다면 당 안팎서 불거진 문제를 잘 정리하지 못했던 것보다 훨씬 큰 ‘책임론’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잦아들었던 이 대표의 본인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서 패배한 후보들의 불문율과 같은 ‘잠행’ 대신, 오히려 당 주도권을 장악하는 길을 택했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지지자들은 압도적 지지를 통해 이 대표 당 장악 과정을 도왔다. 지금까지는 친명계 지지자들의 응집력·행동력으로 내부 불만을 억눌러왔지만, 이번 논란서 임계점을 넘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지도부는 혁신위원장 후임자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원내서도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후임자 선정 과정이 길어지거나 적절성 시비가 다시 일어난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 부재 논란과 사퇴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판국이다.

당 중진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이 대표가 빨리 사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당 안팎의 상황이 민주당이 망하는 길로만 가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하는 정치탄압이 겹겹이 쌓여 가는 이때 잘하지는 못할망정, 실수하면 누가 박수를 치겠나. 이재명 대표는 사과하고 끊어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 대표가 (이 이사장을)즉각 사퇴시킨 것은 잘한 결정”이라면서 “이 이사장도 현명한 결단을 하셨다”고 적었다.

“사과하고 
끊어내야”

다만 박 전 원장은 친명계의 과도한 이 대표 비호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현 상황에 대해 대표께서 대국민과 당원 대상 사과를 하고 천안함 함장에 대한 비난도 사과하라 요구했다”며 “모든 것을 대표 책임으로 돌리고, 천안함 함장 발언은 혼잣말이라 변명을 하면 국민을 무시하는 언행이며 이는 당과 대표를 위하는 길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잘해도 본전인데…민주당 혁신위원장 하마평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직서 낙마하면서, 후임 인선을 두고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추천 통로를 확대해 이달 내로 인선을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다.

상임위 차원서도 추천 인사를 받기로 했다.

혁신위원장 선정이 난항을 겪을수록,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이 점차 늘어나는 실정이다. 

우선 당내에선 ‘검증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현역 의원 중에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일찍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과 지역구를 기존 서울 성동갑서 험지인 서초을로 옮긴 홍익표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다만 홍 의원 본인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당의 부정부패 문제도 그렇고 최근에 여러가지 성 관련된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여성 인사가 왔으면 좋겠다”고 역제안했다.

비명계 중 강한 정치개혁 성향을 보이는 초선 이탄희 의원도 언급됐다.

김해영 전 의원 등 비명 성향 인사들도 ‘소수의견’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학계에선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남아있다는 후문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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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