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 분석> 문재인 트위터의 이면

온라인서 지핀 불, 정치판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말은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공식 석상에서 한 말은 물론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온 말에도 다양한 해석이 따라붙는다. 퇴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자리가 주는 압박서 벗어난 상태라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발언 하나에 온갖 정치적 해석이 난무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떨까?

사실 전임 대통령에게 ‘잊힐 권리’는 없다. 자리서 물러나도 발언과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늘 높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전임 대통령은 조용한 행보를 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런 듯 보였다. 재임 시기 여러 차례에 걸쳐 ‘잊히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
180도 달라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2020년 신년 기자회견)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지난해 3월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 등 문 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언론 보도를 통해 ‘박제’돼있다. 문제는 문 전 대통령의 실제 행보와 발언 사이의 괴리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SNS 활동을 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리면 지지자는 공감을 표하고 댓글을 단다. 말 그대로 잊히려야 잊힐 수 없는 상황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9일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25일까지 1년여 동안 트위터에 58개의 글(날짜 기준)을 올렸다. 6일에 한 번 꼴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9일 트위터에 퇴임 인사를 남겼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 놓습니다”로 시작된 글은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입니다”로 끝을 맺었다. 

다음 날인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만큼 확고한 지지층을 보유한 정치인이다.

‘문파’로 불리는 지지자는 문 전 대통령에 무한한 지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5년 만에 보수정당에 정권을 빼앗겼다.

대선 직후부터 5년 만의 정권교체에 대한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득표율 격차는 0.7%p에 불과했고, 윤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라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도마에 올랐다. 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행보가 진영 사이에 뚜렷한 갈등을 만들었고 그 결과가 정권교체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퇴임 사흘 만에 글 올려
책 추천으로 에둘러 비판?

많은 정치인이 선거 패배 이후 외국으로 떠나는 등 공식적인 외부 활동을 줄이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문 전 대통령이 당분간 별다른 활동 없이 사저서 ‘자연인’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정권교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 조용한 행보를 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윤 대통령 취임 사흘째 되던 날인 지난해 5월12일 트위터에 글을 게시했다. 이미지 파일로 업로드된 글에는 문 전 대통령의 일상이 주된 내용으로 담겼다. 퇴임 이후 처음 올라온 근황 글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는 ‘마음에 들어요’(하트) 4만3000개, 리트윗 1만9000개, 댓글 2793개로 화답했다.  


이후 그는 평산책방 개점 소식을 알린 지난 25일까지 날짜 기준으로 58개의 글을 올렸다. 트위터는 짧은 글에 특성화돼있는 SNS다. 280자의 글자 수 제한이 있어 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여러 개를 이어 쓰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 링크를 통해 긴 호흡의 글을 전달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업로드한 트위터 글을 보면 ▲일상 ▲책 추천 및 서평 ▲기념일 인사 ▲현안에 대한 발언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평산마을 비서실]’이라는 말머리로 시작되는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아닌 관계자가 대신 작성하는 것으로 사진을 첨부해 업로드한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글을 올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마을 비서실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쓰시는 글 외에도 평산마을에서의 일상을 비서실에서 간간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내외분께서 평산마을에 오시고 첫 외출을 한 날입니다’라는 내용의 글도 함께 업로드됐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책과 관련된 글이다. 책을 추천하고 짤막한 서평을 덧붙이는 식이다.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해석이 뒤따른다. 추천자의 의중이 책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녹아있기 때문.

책 20여권
담긴 의미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책은 더욱 그렇다. 문 전 대통령이 첫 번째 책을 추천했을 때 ‘정치 행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문 전 대통령은 <짱깨주의의 탄생> <실크로드 세계사> <한컷 한국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지정학의 힘> <시민의 한국사> <하얼빈> <쇳밥일지> <지극히 사적인 네팔> <옛 그림으로 본 서울>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독일인입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기술의 충돌> <한국과학문명사 강의> <나무수업> <차이에 관한 생각> <털 없는 원숭이> <말하는 눈> <조국의 법고전 산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서울편> <작별하지 않는다> 등 20여권의 책을 언급했다.

처음으로 추천한 김희도 광운대 교수의 <짱깨주의의 탄생>을 두고는 윤석열정부의 정책을 비판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짱깨주의의 탄생>은 한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반중·혐중 정서를 들여다본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도발적인 제목에 매우 논쟁적입니다. 책 추천이 내용에 대한 동의나 지지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습니다. 이념에 진실과 국익과 실용을 조화시키는 균형된 시각이 필요합니다”라며 “언론이 전하는 것이 언제나 진실은 아닙니다. 세상사를 언론의 눈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글의 서두에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문구를 넣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을 책 추천을 통해 에둘러 비판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미중 균형 외교를 실패로 규정짓고 한·미·일 동맹 강화를 내세웠다. 중국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국역사연구회의 <시민의 한국사>를 추천하면서는 “한국사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폐지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책입니다”라고 적었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추천하는 글에는 “책을 추천하는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했다. 정 작가는 평산책방의 첫 손님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조국 책 추천
여전히 옹호?


지난 2월8일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추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저자의 처지가 어떻든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라고 표현했다. 글 말미에는 “갖은 어려움 속에서 꽃을 피워낸 저자의 공력이 빛납니다”라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은 현재 본인과 가족이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책 추천보다 뚜렷하게 의중을 밝힌 글도 눈에 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것을 두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려 합참 관계자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3일 구속됐다. 문 전 대통령은 “서훈 실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의 모든 대북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전문가·전략가·협상가입니다. (중략)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자 부처의 판단이 번복됐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문도 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대독으로 문 전 대통령의 입장이 전해졌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은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면서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문 전 대통령이 지목된 바 있다.


풍산개 논란과 관련해서도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걸 밝혀둡니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의 거취를 두고 불거진 논란이다.

서훈 구속, 적극적으로 비판
사회 현안마다 얹은 한 마디

풍산개를 사저로 데려갔던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곰이와 송강을 반납했다. 

평소 반려동물을 아끼던 모습을 보였던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반납하면서 파양 논란이 불거졌다. 풍산개 사육비용이 250만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자 트위터에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제주 4·3사건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3월28일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면서 “더 이상 이념이 상처를 헤집지 말기를 바랍니다. 4·3의 완전한 치유와 안식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4·3희생자 추념일 당일에는 제주도를 직접 찾아 추념식에 참석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4·3사건과 관련해 다양한 발언이 나오고 있던 시기였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현장서 나온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 관련 질문에 문 전 대통령은 “달리 말씀 드리지 않겠다”며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 현안과 관련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유홍식 신부의 추기경 임명(지난해 5월30일),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지난해 6월21일), 일본 아베 전 총리 서거(지난해 7월7일), 수해 복구(지난해 8월12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지난해 9월9일), 이태원 참사(지난해 10월30일), 튀르키예 대지진(지난 2월7일) 등을 언급했다.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이 올린 가장 최근 게시물은 평산책방 개점 소식이다. 지난 25일 ‘평산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라는 내용의 이미지 파일을 업로드했다. “평산책방의 중심은 북클럽 ‘책 친구들’입니다. (중략)여러분을 평산책방과 문재인의 책 친구로 초대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책방지기’로 지칭했다.

해당 글을 두고 문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활동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4·3 추념식 참석에 이어 책방 개점으로 지지자 결집을 도모하려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시기상으로도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있다. 다음 달 11일에는 영화 <문재인입니다>도 개봉한다. 전임 대통령 가운데 역대급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책방 이면
총선 때문?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정치적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은)역대 전직 대통령 중에 가장 활발하게 정치와 사회활동을 하시는 분”이라며 “잊히고 싶다라는 말은 진심이 아닌 게 100% 드러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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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