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8년 만에 원내 입성 진보당 강성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10 10:10:25
  • 호수 14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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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9.4%서 39.07%로 대역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너무도 뜨거운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신 전주시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저의 당선은 개인 강성희의 승리, 진보당의 승리를 넘어서 전주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전주시민의 열망이 나를 통해 표출된 것으로 생각한다. 전주시민의 선택을 가슴에 새기고 검찰 독재에 맞서 싸워 이기겠다.” (강성희 당선인)

지난 5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러진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다. 강 당선인은 지난 6일 개표가 끝난 가운데 39.07%인 1만7382표를 얻었다.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32.11%인 1만4288표를 얻어 2위에 그쳤다.

이번 4·5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는 6명이다. 당선자인 기호 4번을 포함해, 기호 2번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 기호 5번 무소속 임정엽 후보, 기호 6번 김광종 후보, 기호 7번 안해욱 후보, 기호 8번 무소속 김호서 후보다.

민주당 책임
후보 안 내

진보당의 첫 국회 입성이 결정됐다. 첫걸음은 지난해 12월12일,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였다. 이번 재보선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당선 무효형으로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선거가 치러졌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이 열리기 직전 해였던 2019년 설날 무렵 1월과 추석 무렵 9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명의로 된 선물을 선거구민 377명에게 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었던 이 의원은 2646만원 상당의 전통주와 책자를 선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물을 받은 명단엔 이 의원 지역구 소속 도의원과 시의원 등 유수의 정치인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2020년 2월과 3월 민주당 당내 경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권리당원 등에게 일반 시민인 것처럼 거짓 응답하도록 권유하고 이를 유도한 문자메시지 등을 발송한 혐의도 있다.

또 선거 공보물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 전과기록 소명서’란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대법원은 “과거 선거 출마 때 자신의 전과가 크게 부각됐던 전력 등도 있어 이 의원이 허위임을 잘 알면서 전과기록에 관해 허위의 소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의원은 주가조작 교사 등 혐의로 벌금 전과가 있다.

다만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20대 총선 당시 당내 경선서 탈락한 이유를 허위로 발언한 부분 등은 무죄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당시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이를 감안해 민주당은 책임 정치 차원에서 전주을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 기회를 잡은 것이 진보당이다.

4·5 전주을 재보선 화제의 당선
윤정부 향한 쓴소리 멈추지 않아

강 당선인은 전주을 재보선을 준비하며 공약으로 ▲농협중앙회 이전 ▲금융공기업 유치 ▲지역 공공은행 설립을 통해 금융허브도시 전주로 도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 이전에 관해서는 이를 통해 금융공기업 유지 특별위원회, 전북형 공공은행 등을 구성·설립해 전주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강 당선인은 “농협중앙회 유치와 금융공기업 이전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문제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며 “불가능한 초고층 타워나 특혜 개발서 벗어나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해 농협중앙회 이전 등이 이뤄진다면 개발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유권자들을 만나다 보니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체제에 대해 염증을 내는 분이 많았다. 한 석의 기적을 이뤄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진보당의 움직임은 실질적이었다. 지난 1월16일 진보당에 따르면 당은 지난 1월14일 오후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서 3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북 전주을 재보선 승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분기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중앙위는 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전주서 열렸으며, 회의에는 중앙위원과 2024년 총선 후보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진보당은 중앙위 회의에 이어 열린 재보선·총선 승리 결의대회를 통해 “이번 재보선은 윤석열 검찰 정권 심판과 정치세력을 교체하는 선거”라며 “중앙당과 시도당이 정책, 조직, 홍보 상근자 파견을 전면화하는 등 반드시 전주을 재보선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총집합
한 석의 기적

강 당선인은 전주을 재보선을 다짐하며 이날 “윤석열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한 모습에 전주시민들은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이 더 절망하는 것은 무도한 윤석열정부의 폭주에 당당히 맞서 제압할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와의 대결이 아니라 윤석열과 강성희의 대결이며, 전주에서 윤석열정부 심판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 진보당의 2023년 원내 진출을 실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독재를 휘두르며 재벌과 대기업을 대신해 노동자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이번 전주을 선거를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의 시작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 민중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정치는 지방권력만으로 불가능하다. 1987년 이후 지속돼온 보수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고, 저들만의 국회에 선명한 진보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당선인은 후보 때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이 뇌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50억 뇌물’ 무죄 판결은 상식과 사법 정의를 송두리째 짓밟은 폭거이며 ‘제 식구 감싸기’ 부실 수사로 ‘유검무죄’를 만든 검찰 카르텔이 빚어낸 참사”라고 비난했다.

지난 3월 4·5 재보선이 임박했을 때도 윤정부를 향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강 당선인은 “윤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 서울 이전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지난해 80조원 손실이 난 국민연금 개선방안 전면 검토를 지시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투자 전문인력 유출이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을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라며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윤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만이라도 지부 성격으로 나눠 서울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서울 이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직접 ‘서울 이전 불가’ 입장을 천명하길 바란다. 정말 대통령이 서울 이전을 지시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직접 공식 입장을 천명해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이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에 따라 ‘서울 이전’설이 그치지 않는 상황을 방치하면 안 된다”고 압박했다.

어떻게
민심 얻었나

이처럼 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지속적으로 윤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것이 4·5 재보선 결과로 이어진 것일까? 이는 강 당선인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차 여론조사에서 강 당선인 후보 지지율은 9.4%, 2차 조사에서는 15.5%였다. 마지막 조사인 지난달 22일 전주MBC 의뢰로 진행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선 지지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가 강 당선인이었다. 25.9%, 오차범위 내 1위였다. 2위는 임정엽 후보였다.

전주을은 전주시 완산구 19개동 중 9개동을 묶은 선거구다. 전주 중심인 서신동부터 삼천동,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성된 효천지구 신도시가 있는 효자1~5동 등이 전주을이다. 총 8만8000세대, 19만7000명이 거주 중이다.

지난해 6월, 8대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투표서 전주을은 김관영 민주당 후보가 75%, 조배숙 국민의힘 후보가 24%를 득표했다. 2018년 7대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후보 61%, 민주평화당 후보 25%, 정의당 후보 7% 순이다. 2015년 6대 지방선거는 민주당 62%, 새누리당 24%였다.

2011년 5대 역시 민주당 60%, 한나라당 23%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65%대 나머지 정당 합계 35% 구도다.

이렇듯 과거 진보당의 전주을 성적은 저조했다. 전신인 민중당은 21대 총선서 총투표수 9만4000여표 중 604표를 받았다. 득표율 0.6%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선 11만6000여표 중 55표를 득표했는데 당시 허경영 후보가 받은 표는 629표였다. 지난 지방선거 광역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5만6000표 중 588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1.03%다.

거대 양당에 염증 난 전주시민
“금융허브도시 전주로 도약하겠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전주시민의 민심이 거대 양당을 떠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주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거꾸로 타는 보일러 같다” “민주당이 179석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한다. 정권을 뺏긴 데는 이유가 있다” “전주가 민주당이라고 하는 것은 아버지 세대 이야기다. 말만 많고 실제 개발은 더디다” “전주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여태까지 (민주당이) 집값이나 올려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보당은 어떤 방식으로 전주시민의 민심을 얻었을까? 강 당선인이 지난 11월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을 맡아 ‘전북은행 대출금리 인하 운동’을 벌였던 바 있다. 전주에 본점을 둔 전북은행은 예대금리차가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이는 그가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을 맡은 이유다.

당시 강 당선인은 “서명받으러 상가를 돌면 대출이자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실감한다. 사장이 직원을 다 모아 서명을 독려한다. 옆 가게 사장도 부른다. 뜨거운 반응이다. 하지만 이 반응이 뭘 말하는지 다 알고 있지 않느냐. ‘정말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더 가다가는 큰일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을 ‘경제위기다. 비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장관들을 모아두고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생방송으로 중계하지 않나”며 “방향이 틀렸다. 기업, 금융시장만 경제주체가 아니다. 이런 위기서 제일 어려움에 부닥친 경제주체는 바로 서민들이다. 그런데 서민들에게 어떤 보호장치가 있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강 당선인의 이번 당선의 비결은 서민들이 가장 가려워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주려 했다는 데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후보 시절, 전주 시내는 ‘어딜 가나 진보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진보당 운동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도심 사거리, 먹자골목 번화가, 아파트 단지 입구, 동네 마트 앞, 버스 종점 차고지, 천변 산책로 등 전주 곳곳을 활보했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진보당 강성희 후보만 보인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찍어줘야지”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전주을 투표율은 26.8%로 재보선 중 투표 참여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이번 재보선은 유권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지만, 새로운 정치 대안을 원했다는 반증이다.

강 당선인이 비록 1년여의 짧은 잔여임기지만 원내로 진출하면서 전주을은 1년 뒤 치러질 총선서 전국 최대 격전지가 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2016년 보수정당 후보로는 전주을에서 당선됐던 정운천 의원이 출마한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진보당, 정의당 등의 다당 체제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총선의 민주당 입지자들에게 있어 강 당선인의 등장은 부담이 될 수 있다.

1년 뒤 총선
최대 격전지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일당 독점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텃밭 유권자들의 민심이 이번 전주을 재보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이 표출된 셈”이라면서 “차기 총선서 전주을이 최대 격변지로 급변했으며, 민주당 입지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강 당선인은 서울 출생으로 휘문고와 한국외대를 졸업한 후 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 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국택배노동조합 전북지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4·5 전주을 재보선 국민의힘 성적은?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국민의힘 후보가 후보 6명 가운데 5등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이번 재보선서 3561표를 얻어 8.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39.07%), 무소속 임정엽(32.11%), 무소속 안해욱(10.14%), 무소속 김호서(9.15%) 후보에 이은 5등이다.

김 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서 전주시장 후보로 국민의힘 호남 지역 지자체장 후보 중 최다 득표율인 15.54%를 올려 이번 재보선서 선전을 기대했으나 1년 전에 비해 희미해진 존재감만 확인했다.

특히 김기현 당 대표가 두 번이나 전주를 찾아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며 호남의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애를 썼으나 무위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 풍향계’인 이번 선거서 15% 이상 득표율을 내심 기대했다.

당초 국민의힘 전북도당 위원장인 정운천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출마하려고 했으나 돌연 출마를 접으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진 김 후보에게 여당표가 몰리지 못한 게 패인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전북도당 관계자는 “유권자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거 결과를 숙고하고 내년 총선서 약진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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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