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만지작거리는 이재명 노림수

비참한 퇴학? 당당히 자퇴?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자진 사퇴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민주당 내부에선 벌써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버티다가 축출되느니 차라리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다음을 노려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다. 다음 대권후보에 대한 동정표를 얻을 수 있고, 차기 총선서 ‘리스크’ 없이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요즘 최고 화두는 ‘명퇴 필승론’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민주당이 차기 총선서 이길 수 있다는 뜻으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 대표 자진 사퇴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제야 간신히 중앙 정치로 들어온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거세게 받는 중이다.

미련 없이
떠나야?

명퇴 필승론을 꺼내든 쪽은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다. 이들은 이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도,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도 한사코 반대해왔으며 이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 총선까지 간다면 ‘필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이전에 (이 대표가)소환조사를 받으면 사퇴해야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여러 번 소환됐는데도 아무런 (사퇴에 대한)소식이 없다”며 “지방선거 때나 전당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태도로 총선까지 치른다면 민주당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서도 패배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서 패배한 이후, 지방선거까지 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줄곧 승리해오던 민주당이 2020년 총선 승리를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승리도 챙기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가 멈춘 시점은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민주당의 얼굴로 나선 시점과 맞물린다. 2021년 이 대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문재인정부의 각종 정책 실패로 당이 매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율이 대거 이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당 표들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진 않았다는 것이다. 

전성기였던 2018년도 민주당 지지율인 평균 약 45%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대선후보가 정해지던 당시의 민주당 지지율은 평균 32%를 기록하며 국민의힘 평균 지지율 30%보다는 앞서 있었다. 전성기에 비해 10%p 낮았어도 중도 표심이 완벽히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가지 않은 수치였다.

민주당에 호의적인 한 정치 평론가는 “전성기 때의 민주당 지지율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변화가 심했던 것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라며 “2018년도 국민의힘은 아직 (국정 농단 사태서)회복 전 단계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전통 지지층이 많이 이탈한 상태였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그것을 회복한 것일뿐 중도층 표심은 그쪽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지지율 변화에 대해 분석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연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몇몇 여의도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명퇴필승론? 이만 나서면 선거 패배
이 나선 뒤 줄곧 민주당 지지율 하락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대선서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선거 양상이 쌍방에 의한 네거티브로 치달으면서 승리 가능성이 점점 모호해졌다”며 “후보 탓을 안 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여러가지 흠결이 나올 때 민주당 쪽에서 떳떳했으면 조금 더 쉬운 선거전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서 패하면서 지방선거에선 차 떼고 포를 뗀 채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방선거는 대선을 따라가게 되지 않나”고 민주당 연패의 원인이 이 대표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대선에서는 역대 유례없는 대통령 후보 간의 네거티브전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엮인 고발사주 문제를 폭로당하며 궁지에 몰렸고, 이 대표는 경선 과정부터 불거진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제3자 뇌물죄 의혹으로 언론에 난타당하고 있었다.

이들의 각종 가족 리스크도 도마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학력 위조 사건 등이 언론에 공개되며 대중에 충격을 줬고, 이중 학력 위조 건은 본인이 직접나와 대중에게 사과까지 했다.

이 대표 쪽은 아들과 배우자 둘 다 말썽이었다. 이 대표의 아들의 퇴폐업소 출입 의혹과 그가 과거에 작성한 욕설 게시글 등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배우자 김혜경씨에게는 경기도지사 시절 수행기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공금 횡령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정치역사에 가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만약 이때 민주당 후보 쪽에서 아무런 리스크가 나오지 않았다면 매우 유리한 형국이 됐을 것”이라며 “이미 선거는 끝나서 윤 대통령의 리스크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는 아직도 민주당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민주당은 차기 총선서도 ‘대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대로 가다간 총선까지 패배할 것이란 정치 평론가의 이 같은 예측은 현재 지지율 추이를 볼 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리얼미터가 조사한 이달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39.9%로 전주 42.8%보다 소폭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45%로 전주 42.5%보다 2.5%p 상승했다.

이 대표의 세 차례 검찰 소환조사에서 결집했던 민주당 전통 지지층은 다시 와해되는 데 반해,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민의힘 쪽에서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되는 분위기다.

차 떼고
포 떼고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3월에 우리 쪽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면 당정은 한층 더 안정세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대두되는 상황서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끄러운 전당대회를 하는데도 지지율이 역전되지 않았나”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즉 전당대회 이후 이른바 ‘윤심 리스크’가 사라진다면 국민의힘이 총선까지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잠잠해지기는커녕 그 수위가 점차 더 강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10일, 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그에게 박 전 대통령이 받았던 ‘제3자뇌물공여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봤고, 이날 오전 10시30분터 불러 열시간 넘게 그를 조사한 뒤 돌려 보냈다. 


그는 성남시장 재직하던 시절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FC의 구단주로 활동하며 성남 소재 다수의 기업에 3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고, 각종 혜택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그가 기업들에게 준 혜택은 부지 용도변경 및 건축 인허가 등이 포함돼있다.

이후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장동 특혜 혐의를 의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고 출석한 뒤, 이달 10일에 같은 서울중앙지검에 세 번째 소환돼 조사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사실 많이 억울하고 힘들고 괴롭다”며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고 작심 발언했다.

다소 감정적인 발언에 이 대표의 지지층은 더욱 결집했으나, 세 차례나 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바라본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제 차츰 지쳐가는 모양새다.

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제 정말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 대표 지키기에만 당의 역량을 쏟고 있다”며 “보통 총선 1년 전인 이맘 때에는 중도층 표심을 잡을 당 차원의 그럴듯한 전략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1대1 대화 
면담 저의는?


그러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 당심이 이 대표에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를 앞둔 불안함과 그동안 이 대표를 내세워서 패배했던 기억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처음엔 체포동의안 가결도 염두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라리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자는 주장도 나온 적 있다”며 “한때는 그 주장이 힘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다. 최근 비명계 단속에 힘을 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이 대표는 이달 초부터 비명계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1대1 면담을 가졌다. 이 대표가 만난 비명계 의원들은 비명계 중에서도 이원욱·전해철 등 이 대표에게 비판을 가장 많이했던 ‘스피커형’ 의원들 위주였다.

그는 가장 강성 비명으로 알려진 이원욱 의원을 만나더니 친문(친 문재인)계의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도 만났다. 이후 기동민·김종민·설훈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며 1대1로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와의 만남을 지켜본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일요시사>에 “의원님께서 직접 들어 정확한 내용은 세세히 모르지만, 총선 전략, 그리고 당이 처해 있는 문제점 등에 관해 의견을 공유했다고 들었다”며 “물론 저의에는 당에서 돌고 있는 체포동의안 가결 건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바람대로 비명계 의원들과의 면담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 의견은 부결 쪽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민주당 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키는 것으로 입을 모았다. 여기에는 이 대표의 설득과 ‘역풍’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 인터뷰서 “총선 같은 경우 지금처럼 방탄을 계속하면 폭망”이라며 “민주당 총선 전략의 핵심은 이재명 대표의 희생과 체포동의안 통과”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대표)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압승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체포동의안 가결 시 사퇴 논의? 정치거래 의혹
검찰 기소 시점 협박에 자진 사퇴로 대응하나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 주장은 동의자가 3만명이 넘어서며 점차 힘을 받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을 '내부 총질러'로 규정한 뒤 그에 대한 사퇴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은 어디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 관계자들은 현재 이 대표를 대표직서 끌어내릴 인물은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비명계도, 박 전 위원장 같은 당 외부의 스피커들도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이 대표가 스스로 결단한 뒤 내려올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이 대표에 대한 세 번째 구속 수사가 이뤄졌을 당시 <일요시사>와 만난 한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검찰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기소와 구속 시점을 총선에 맞춰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간간이 소환조사해 망신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큰 변수가 없다면 기소는 총선 직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만일 그의 주장대로 검찰이 기소 시점을 총선 직전으로 잡는다면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물리적 시간도, 여건도 생길 수가 없다. 총선을 앞둔 상황서 수장이 공석이 돼버리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또, 비명계에서는 당헌 80조를 근거로 이 대표가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당헌 제80조 제1항에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당헌을 곧이 곧대로 적용한다면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는 순간, 이 대표의 당원권은 그대로 정지되는 셈이다. 이런 사태가 온다면 이 대표는 당에서 ‘축출’되는 꼴이 돼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 대표 사퇴를 줄곧 주장해온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두 번의 선거서 봤듯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일반 대중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만약 부정적으로 봤다면 국민의힘이 이미 역풍을 맞고도 남았을 일”이라고 <일요시사>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모두 계산하고 있는 이 대표도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자진 사퇴에 대해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사실 이 모든 내용은 이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저렇게까지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며)가는 것은 말 그대로 양측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을 때 발생할 일”이라며 “그 전에 친명계도, 비명계도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만일 스스로 물러서는 그림을 보여준다면 다음 대선후보로의 길은 계속 달릴 수 있다. 그가 현 정권에 탄압받아 물러서는 그림이 민주당 지지층의 동정표를 끌어오는 것은 물론, 중도 표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내년 총선서 리스크 없이 국민의힘과 맞붙어 승리를 기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보나마나…
역풍 불가피

행정부와 지방 권력을 빼앗긴 민주당이 의회 권력까지 빼앗긴다면 당 자체로도, 또 이 대표에게도 치명적인 상황이 찾아온다. 다음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이 대표로선 자진사퇴 카드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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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