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만지작거리는 이재명 노림수

비참한 퇴학? 당당히 자퇴?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자진 사퇴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민주당 내부에선 벌써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버티다가 축출되느니 차라리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다음을 노려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다. 다음 대권후보에 대한 동정표를 얻을 수 있고, 차기 총선서 ‘리스크’ 없이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요즘 최고 화두는 ‘명퇴 필승론’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민주당이 차기 총선서 이길 수 있다는 뜻으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 대표 자진 사퇴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제야 간신히 중앙 정치로 들어온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거세게 받는 중이다.

미련 없이
떠나야?

명퇴 필승론을 꺼내든 쪽은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다. 이들은 이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도,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도 한사코 반대해왔으며 이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 총선까지 간다면 ‘필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이전에 (이 대표가)소환조사를 받으면 사퇴해야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여러 번 소환됐는데도 아무런 (사퇴에 대한)소식이 없다”며 “지방선거 때나 전당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태도로 총선까지 치른다면 민주당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서도 패배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서 패배한 이후, 지방선거까지 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줄곧 승리해오던 민주당이 2020년 총선 승리를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승리도 챙기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가 멈춘 시점은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민주당의 얼굴로 나선 시점과 맞물린다. 2021년 이 대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문재인정부의 각종 정책 실패로 당이 매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율이 대거 이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당 표들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진 않았다는 것이다. 

전성기였던 2018년도 민주당 지지율인 평균 약 45%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대선후보가 정해지던 당시의 민주당 지지율은 평균 32%를 기록하며 국민의힘 평균 지지율 30%보다는 앞서 있었다. 전성기에 비해 10%p 낮았어도 중도 표심이 완벽히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가지 않은 수치였다.

민주당에 호의적인 한 정치 평론가는 “전성기 때의 민주당 지지율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변화가 심했던 것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라며 “2018년도 국민의힘은 아직 (국정 농단 사태서)회복 전 단계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전통 지지층이 많이 이탈한 상태였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그것을 회복한 것일뿐 중도층 표심은 그쪽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지지율 변화에 대해 분석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연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몇몇 여의도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명퇴필승론? 이만 나서면 선거 패배
이 나선 뒤 줄곧 민주당 지지율 하락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대선서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선거 양상이 쌍방에 의한 네거티브로 치달으면서 승리 가능성이 점점 모호해졌다”며 “후보 탓을 안 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여러가지 흠결이 나올 때 민주당 쪽에서 떳떳했으면 조금 더 쉬운 선거전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서 패하면서 지방선거에선 차 떼고 포를 뗀 채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방선거는 대선을 따라가게 되지 않나”고 민주당 연패의 원인이 이 대표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대선에서는 역대 유례없는 대통령 후보 간의 네거티브전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엮인 고발사주 문제를 폭로당하며 궁지에 몰렸고, 이 대표는 경선 과정부터 불거진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제3자 뇌물죄 의혹으로 언론에 난타당하고 있었다.

이들의 각종 가족 리스크도 도마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학력 위조 사건 등이 언론에 공개되며 대중에 충격을 줬고, 이중 학력 위조 건은 본인이 직접나와 대중에게 사과까지 했다.

이 대표 쪽은 아들과 배우자 둘 다 말썽이었다. 이 대표의 아들의 퇴폐업소 출입 의혹과 그가 과거에 작성한 욕설 게시글 등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배우자 김혜경씨에게는 경기도지사 시절 수행기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공금 횡령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정치역사에 가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만약 이때 민주당 후보 쪽에서 아무런 리스크가 나오지 않았다면 매우 유리한 형국이 됐을 것”이라며 “이미 선거는 끝나서 윤 대통령의 리스크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는 아직도 민주당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민주당은 차기 총선서도 ‘대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대로 가다간 총선까지 패배할 것이란 정치 평론가의 이 같은 예측은 현재 지지율 추이를 볼 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리얼미터가 조사한 이달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39.9%로 전주 42.8%보다 소폭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45%로 전주 42.5%보다 2.5%p 상승했다.

이 대표의 세 차례 검찰 소환조사에서 결집했던 민주당 전통 지지층은 다시 와해되는 데 반해,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민의힘 쪽에서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되는 분위기다.

차 떼고
포 떼고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3월에 우리 쪽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면 당정은 한층 더 안정세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대두되는 상황서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끄러운 전당대회를 하는데도 지지율이 역전되지 않았나”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즉 전당대회 이후 이른바 ‘윤심 리스크’가 사라진다면 국민의힘이 총선까지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잠잠해지기는커녕 그 수위가 점차 더 강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10일, 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그에게 박 전 대통령이 받았던 ‘제3자뇌물공여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봤고, 이날 오전 10시30분터 불러 열시간 넘게 그를 조사한 뒤 돌려 보냈다. 


그는 성남시장 재직하던 시절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FC의 구단주로 활동하며 성남 소재 다수의 기업에 3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고, 각종 혜택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그가 기업들에게 준 혜택은 부지 용도변경 및 건축 인허가 등이 포함돼있다.

이후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장동 특혜 혐의를 의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고 출석한 뒤, 이달 10일에 같은 서울중앙지검에 세 번째 소환돼 조사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사실 많이 억울하고 힘들고 괴롭다”며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고 작심 발언했다.

다소 감정적인 발언에 이 대표의 지지층은 더욱 결집했으나, 세 차례나 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바라본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제 차츰 지쳐가는 모양새다.

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제 정말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 대표 지키기에만 당의 역량을 쏟고 있다”며 “보통 총선 1년 전인 이맘 때에는 중도층 표심을 잡을 당 차원의 그럴듯한 전략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1대1 대화 
면담 저의는?


그러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 당심이 이 대표에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를 앞둔 불안함과 그동안 이 대표를 내세워서 패배했던 기억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처음엔 체포동의안 가결도 염두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라리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자는 주장도 나온 적 있다”며 “한때는 그 주장이 힘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다. 최근 비명계 단속에 힘을 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이 대표는 이달 초부터 비명계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1대1 면담을 가졌다. 이 대표가 만난 비명계 의원들은 비명계 중에서도 이원욱·전해철 등 이 대표에게 비판을 가장 많이했던 ‘스피커형’ 의원들 위주였다.

그는 가장 강성 비명으로 알려진 이원욱 의원을 만나더니 친문(친 문재인)계의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도 만났다. 이후 기동민·김종민·설훈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며 1대1로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와의 만남을 지켜본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일요시사>에 “의원님께서 직접 들어 정확한 내용은 세세히 모르지만, 총선 전략, 그리고 당이 처해 있는 문제점 등에 관해 의견을 공유했다고 들었다”며 “물론 저의에는 당에서 돌고 있는 체포동의안 가결 건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바람대로 비명계 의원들과의 면담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 의견은 부결 쪽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민주당 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키는 것으로 입을 모았다. 여기에는 이 대표의 설득과 ‘역풍’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 인터뷰서 “총선 같은 경우 지금처럼 방탄을 계속하면 폭망”이라며 “민주당 총선 전략의 핵심은 이재명 대표의 희생과 체포동의안 통과”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대표)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압승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체포동의안 가결 시 사퇴 논의? 정치거래 의혹
검찰 기소 시점 협박에 자진 사퇴로 대응하나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 주장은 동의자가 3만명이 넘어서며 점차 힘을 받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을 '내부 총질러'로 규정한 뒤 그에 대한 사퇴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은 어디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 관계자들은 현재 이 대표를 대표직서 끌어내릴 인물은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비명계도, 박 전 위원장 같은 당 외부의 스피커들도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이 대표가 스스로 결단한 뒤 내려올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이 대표에 대한 세 번째 구속 수사가 이뤄졌을 당시 <일요시사>와 만난 한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검찰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기소와 구속 시점을 총선에 맞춰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간간이 소환조사해 망신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큰 변수가 없다면 기소는 총선 직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만일 그의 주장대로 검찰이 기소 시점을 총선 직전으로 잡는다면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물리적 시간도, 여건도 생길 수가 없다. 총선을 앞둔 상황서 수장이 공석이 돼버리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또, 비명계에서는 당헌 80조를 근거로 이 대표가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당헌 제80조 제1항에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당헌을 곧이 곧대로 적용한다면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는 순간, 이 대표의 당원권은 그대로 정지되는 셈이다. 이런 사태가 온다면 이 대표는 당에서 ‘축출’되는 꼴이 돼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 대표 사퇴를 줄곧 주장해온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두 번의 선거서 봤듯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일반 대중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만약 부정적으로 봤다면 국민의힘이 이미 역풍을 맞고도 남았을 일”이라고 <일요시사>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모두 계산하고 있는 이 대표도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자진 사퇴에 대해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사실 이 모든 내용은 이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저렇게까지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며)가는 것은 말 그대로 양측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을 때 발생할 일”이라며 “그 전에 친명계도, 비명계도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만일 스스로 물러서는 그림을 보여준다면 다음 대선후보로의 길은 계속 달릴 수 있다. 그가 현 정권에 탄압받아 물러서는 그림이 민주당 지지층의 동정표를 끌어오는 것은 물론, 중도 표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내년 총선서 리스크 없이 국민의힘과 맞붙어 승리를 기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보나마나…
역풍 불가피

행정부와 지방 권력을 빼앗긴 민주당이 의회 권력까지 빼앗긴다면 당 자체로도, 또 이 대표에게도 치명적인 상황이 찾아온다. 다음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이 대표로선 자진사퇴 카드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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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