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 끓는’ 김정은 후계자 괴소문

오빠·동생 제치고 북한 여왕?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북한의 3세대 독재자 김정은’이 4세대 독재자를 키워내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만 9세인 장녀 김주애로, 한국식으로는 초등학교 졸업을 몇 년 앞두고 있는 미성년자다. 치열한 후계자 경쟁 끝에 친형을 살해한 김 위원장이 자녀들의 경쟁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모양새다. 이 같은 아버지의 깊은 사랑(?) 덕분에 미성년자 김주애는 벌써부터 아버지의 독재정치를 배우고 있다.

북한의 4대 세습이 시작됐다. 최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양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저런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부터 후에 성년이 된 장남이 진짜 후계자일 거라는 주장까지 천차만별이다.

급 뜨는 장녀
그는 누구?

북한 소식통이 4대 세습을 거론하게 된 시점은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퍼지고 나서부터다. 최근 <일요시사>가 만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북한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김정은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만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체형적으로 봤을 때 10년도 못 가 단명할 것이라는 분석은 수차례 나온 바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체격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김 위원장은 현재 심각한 고도비만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고도비만인 이유는 ‘체제의 안정’ 때문이라고 <일요시사>를 통해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는 수십년간 후계수업을 받으면서 권력구도를 튼튼히 했던 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에 권력을 승계받은 김 위원장은 불안한 권력체계를 본인의 이미지 정치로 풀어가려 했다”며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이미지를 동일화하기 위해 일부러 몸을 불렸다. 즉, 현재 그의 풍채는 불안한 권력구도의 발로”라고 해석했다.

그의 말대로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로 낙점된 후 약 22년간을 기다렸다가 권력을 넘겨받은 바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은 본인에게 충성을 맹세할 인사들을 착실히 모아왔고, 촘촘한 시스템을 건설해 ‘안전한’ 권력구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정식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은 기간은 고작 1년3개월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후계구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던 김 위원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권력을 안정시키려 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 “10년 내에 죽는다”
김주애 까메오설…장남 후계설 진실은?

북한 전문가들은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해 ‘공포정치’를 실행한 것도, 살을 일부러 찌워 ‘이미지 정치’를 실행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안한 권력구도가 김 위원장의 불안한 건강을 만들어낸 셈이다.

북한 잠입 취재 경험이 있는 한 기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의료비에만 한 해에 수십억씩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계 관계자들을 해외에 이주시켜 선진 의술을 배우고, 아니면 유능한 의사를 직접 초빙해 북한에 데려가기도 한다”고 건강이상설에 대해 평가했다.


그의 건강이상설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몇 년 전부터 북한의 후계구도를 분석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사이에 총 세 명의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까지 대외에 알려진 김 위원장의 자녀는 총 세 명으로 장남(2010년생), 장녀(2013년생), 막내(2017년생)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가 2010년생 장남이 다음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요즘 언론이 주목하는 유력한 후계자는 장녀 김주애다. 김주애는 최근 여러 번 공개석상에 등장하며 후계경쟁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장녀 김주애가 대외석상에 얼굴을 처음 드러낸 것은 지난해 11월18일이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격려하기 위해 발사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 김주애를 대동시켰다.

김주애는 행사 내내 김 위원장의 옆자리를 지키며 김 위원장과 스킨십을 하고 군인들을 치하하는 등 ‘어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마친 김주애는 8일 후인 26일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미사일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행사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김주애는 이날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왜 등장?

그는 김 위원장과 걸어갈 때 그보다 더 앞서서 걷는가 하면, 직접 공로자들과 악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관영 매체들도 김주애의 이런 모습을 크게 부각시켜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다음 날인 27일 보도를 통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시었다”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후 몇 개월간 잠잠했던 김주애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8일이다. 평양 김일성광장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김주애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어머니인 리 여사와 나란히 서서 행사를 관람했다.

눈길을 끈 것은 이날 ‘김주애 백마’가 등장한 점이다. 북한에서 백마는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통한다. 실제로 역대 북한의 지도자는 모두 백마를 소유한 바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물론, 김정은도 2019년 10월 <노동신문>을 통해 본인의 백마를 세간에 알린 바 있다.


지난 13일, 조선중앙TV는 녹화중계를 통해 “우리 원수님 백두전구를 주름잡아 내달리셨던 전설의 명마, 그 모습도 눈부신 백두산군마가 기병대의 선두에 서 있다. 사랑하는 자제(김주애)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충마가 그 뒤를 따라 활기찬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간다”고 보도했다.

김주애의 존재감은 열병식 후에도 이어졌다. 열병식 후 장성들과 가진 만찬 자리서 김주애는 시종일관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며 주인공이 됐다. 군 장성들도 김 위원장보다 김주애 주변에 몰렸고, 김 위원장과 리 여사는 옆으로 밀려났다.

김주애의 예사롭지 않은 존재감에 외신과 국내 언론은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김정은은 딸이 후계자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군사 고위 간부들로 가득 찬 연회장 사진의 정중앙을 차지한 소녀의 모습을 보고 김정은이 딸을 후계자로 삼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 협력 센터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김주애가 일찍부터 중요한 정치행사에 참석해 제왕학을 습득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처럼 갑자기 사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마냐
백두냐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딸은 눈길을 끄는 의미만 있을 뿐 후에 진짜 후계자는 결국 장남이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성우월주의 문화가 팽배한 북한 사회서 ‘여성 수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점 ▲5세대 승계서 김씨 성을 물려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 ▲백두혈통의 근본이 흔들릴 것이라는 점은 모두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최근까지는 이 ‘장남 후계설’이 가장 납득가는 분석으로 자리 잡아왔다. 지난해 말부터 자녀를 공개한 김 위원장이 곧 장남도 관영 매체에 공개해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킬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장남의 등장은커녕 김주애의 재등장만 이뤄지고 있다. 

한 북한 소식통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후계구도가)이제 김주애로 굳어지는 것 같다. 아니라면 이렇게 자주, 많이 김주애를 관영 매체에 등장시키지 않는다. 이미 북한 주민 모두가 김주애를 봤지 않았나”라며 “후계자가 아니라면 저럴 필요가 없다. 북한 주민들이 후에 생길 진짜 후계자와 혼돈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주애가 한두 번 잠깐 나오는 수준이 아닌, 오랜 시간 북한 주민들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이미 그가 후계자로 키워지고 있다는 분석의 기반이 된다. 

<일요시사>와 직접 만난 다수의 북한 관련 취재원들도 한결같이 김주애가 사실상 다음 후계자일 것이라고 봤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남 신변에 모종의 어떤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장녀인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북한과의 소통업무를 맡았던 전직 공직자는 <일요시사>에 “후계 콤플렉스가 있는 김정은은 후계자 양성을 누구보다 빨리 진행시키려했다. 그 주인공은 당연히 장남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김주애로 후계구도가 정해진 모양이다. 장남의 신변에 분명 어떤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아들 장애·사망·혈통? 루머만 무성
동요하는 북 주민들…내란 가능성도

어린 시절 후계자로 지목됐던 장남이 최근 후계구도가 밀린 데 대해 여러 북한 소식통은 그가 장애인이 됐거나 아예 사망했을 것이란 이른바 ‘사망설’을 퍼뜨리기도 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수령이라는 존재를 ’당과 인민대중의 사상의식을 이끌어내는 전일체’로 규정한다. 인민대중이 ‘강건한 지도자’로부터 옳은 지도를 받을 때만 공고한 집단이 될 수 있다는 게 주체사상의 본질이다. 여기서 말하는 강건함은 신체적, 정신적인 강건함 모두를 포함한다.

그러나 새로운 수령이 남들과 다른 조건의 신체와 몸을 가지고 있다면 주체사상의 본질이 뒤틀리게 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남성중심주의가 강한 북한서 김정은의 장녀가 후계자가 된 것에는 모두가 납득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후계자로 지목받았던 장남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어릴 때는 몰랐던 치명적인 병이 발견됐거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장남이 아예 죽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2013년생인 김주애는 여러 매체를 통해 어릴 때부터 선전하고 있는데, 장남은 그 나이 때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왔고, 현재는 생사조차 구분이 되지 않는다”며 “아예 죽었거나 혹은 없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주애보다 세 살 위인 알려진 장남은 올해 만 13세가 됐을 것으로 추측되며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노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김주애가 만 9세 나이 때부터 여러 행사장에 따라다닌 것에 비하면 장남은 이상하리만큼 베일에 쌓여있다.

그는 “이렇게 장남의 존재가 지워질 수 있을까 싶다. 심지어 리설주가 그를 낳았는지 안 낳았는지도 사실 확인이 안 된다. 존재가 없었거나 었어졌거나라고 생각하면 앞뒤가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장애인설, 무존재설, 사망설 등 김정은의 장남에 관해 떠돌고 있는 소문은 무성하다. 모두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후계구도가 완전히 김주애에게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인자
트라우마

북한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한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주애가 이미 주민들에게 ‘각인’됐다고 분석해야 한다. 북한 사회에서는 이렇게 노출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가는 구조”라며 “한국처럼 갑자기 중간에 나와서 지도자가 바뀌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선수교체가 안되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키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왜 김주애를 선택했는지 미스터리지만 김주애가 4대 세습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소문이 난무했던 북한의 4대 세습은 이제 현실화됐다. 무늬만 ‘민주국가’인 김씨 왕국은 미성년자인 딸에게 벌써부터 새 지도자 육성에 들어갔다. 이제 한국은 4세대 리더로 추대되고 있는 김주애가 어떤 인물인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 고작 9세인 김주애에게 한반도의 운명이 달려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배 다른 형제 가능성은?

북한의 첫 여성 지도자 탄생을 두고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고 있다.

사실상 왕국을 건설한 북한이 ‘여왕’의 탄생을 쉽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의구심이다.

일각에선 북한 지도부가 새로운 자녀의 탄생을 기다릴 것이라고 예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북한 관련 취재원은 이 같은 예측 또한 신빙성이 많이 낮다고 주장한다.

김정은의 여성편력이 할아버지나 아버지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김정은의 머리부터 발까지 다 체크한다. 그런데 여자 문제는 하나도 없다. 다른 문제는 여러 가지 일으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여자 관련 이슈는 없었다”며 “리설주가 김정은에게 잘해주어서 그런 것도 있고, 김정은 스스로도 그런 욕구가 적은 편으로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