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 끓는’ 김정은 후계자 괴소문

오빠·동생 제치고 북한 여왕?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북한의 3세대 독재자 김정은’이 4세대 독재자를 키워내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만 9세인 장녀 김주애로, 한국식으로는 초등학교 졸업을 몇 년 앞두고 있는 미성년자다. 치열한 후계자 경쟁 끝에 친형을 살해한 김 위원장이 자녀들의 경쟁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모양새다. 이 같은 아버지의 깊은 사랑(?) 덕분에 미성년자 김주애는 벌써부터 아버지의 독재정치를 배우고 있다.

북한의 4대 세습이 시작됐다. 최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양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저런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부터 후에 성년이 된 장남이 진짜 후계자일 거라는 주장까지 천차만별이다.

급 뜨는 장녀
그는 누구?

북한 소식통이 4대 세습을 거론하게 된 시점은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퍼지고 나서부터다. 최근 <일요시사>가 만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북한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김정은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만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체형적으로 봤을 때 10년도 못 가 단명할 것이라는 분석은 수차례 나온 바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체격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김 위원장은 현재 심각한 고도비만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고도비만인 이유는 ‘체제의 안정’ 때문이라고 <일요시사>를 통해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는 수십년간 후계수업을 받으면서 권력구도를 튼튼히 했던 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에 권력을 승계받은 김 위원장은 불안한 권력체계를 본인의 이미지 정치로 풀어가려 했다”며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이미지를 동일화하기 위해 일부러 몸을 불렸다. 즉, 현재 그의 풍채는 불안한 권력구도의 발로”라고 해석했다.

그의 말대로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로 낙점된 후 약 22년간을 기다렸다가 권력을 넘겨받은 바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은 본인에게 충성을 맹세할 인사들을 착실히 모아왔고, 촘촘한 시스템을 건설해 ‘안전한’ 권력구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정식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은 기간은 고작 1년3개월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후계구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던 김 위원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권력을 안정시키려 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 “10년 내에 죽는다”
김주애 까메오설…장남 후계설 진실은?

북한 전문가들은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해 ‘공포정치’를 실행한 것도, 살을 일부러 찌워 ‘이미지 정치’를 실행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안한 권력구도가 김 위원장의 불안한 건강을 만들어낸 셈이다.

북한 잠입 취재 경험이 있는 한 기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의료비에만 한 해에 수십억씩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계 관계자들을 해외에 이주시켜 선진 의술을 배우고, 아니면 유능한 의사를 직접 초빙해 북한에 데려가기도 한다”고 건강이상설에 대해 평가했다.


그의 건강이상설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몇 년 전부터 북한의 후계구도를 분석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사이에 총 세 명의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까지 대외에 알려진 김 위원장의 자녀는 총 세 명으로 장남(2010년생), 장녀(2013년생), 막내(2017년생)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가 2010년생 장남이 다음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요즘 언론이 주목하는 유력한 후계자는 장녀 김주애다. 김주애는 최근 여러 번 공개석상에 등장하며 후계경쟁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장녀 김주애가 대외석상에 얼굴을 처음 드러낸 것은 지난해 11월18일이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격려하기 위해 발사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 김주애를 대동시켰다.

김주애는 행사 내내 김 위원장의 옆자리를 지키며 김 위원장과 스킨십을 하고 군인들을 치하하는 등 ‘어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마친 김주애는 8일 후인 26일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미사일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행사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김주애는 이날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왜 등장?

그는 김 위원장과 걸어갈 때 그보다 더 앞서서 걷는가 하면, 직접 공로자들과 악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관영 매체들도 김주애의 이런 모습을 크게 부각시켜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다음 날인 27일 보도를 통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시었다”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후 몇 개월간 잠잠했던 김주애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8일이다. 평양 김일성광장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김주애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어머니인 리 여사와 나란히 서서 행사를 관람했다.

눈길을 끈 것은 이날 ‘김주애 백마’가 등장한 점이다. 북한에서 백마는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통한다. 실제로 역대 북한의 지도자는 모두 백마를 소유한 바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물론, 김정은도 2019년 10월 <노동신문>을 통해 본인의 백마를 세간에 알린 바 있다.


지난 13일, 조선중앙TV는 녹화중계를 통해 “우리 원수님 백두전구를 주름잡아 내달리셨던 전설의 명마, 그 모습도 눈부신 백두산군마가 기병대의 선두에 서 있다. 사랑하는 자제(김주애)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충마가 그 뒤를 따라 활기찬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간다”고 보도했다.

김주애의 존재감은 열병식 후에도 이어졌다. 열병식 후 장성들과 가진 만찬 자리서 김주애는 시종일관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며 주인공이 됐다. 군 장성들도 김 위원장보다 김주애 주변에 몰렸고, 김 위원장과 리 여사는 옆으로 밀려났다.

김주애의 예사롭지 않은 존재감에 외신과 국내 언론은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김정은은 딸이 후계자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군사 고위 간부들로 가득 찬 연회장 사진의 정중앙을 차지한 소녀의 모습을 보고 김정은이 딸을 후계자로 삼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 협력 센터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김주애가 일찍부터 중요한 정치행사에 참석해 제왕학을 습득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처럼 갑자기 사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마냐
백두냐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딸은 눈길을 끄는 의미만 있을 뿐 후에 진짜 후계자는 결국 장남이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성우월주의 문화가 팽배한 북한 사회서 ‘여성 수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점 ▲5세대 승계서 김씨 성을 물려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 ▲백두혈통의 근본이 흔들릴 것이라는 점은 모두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최근까지는 이 ‘장남 후계설’이 가장 납득가는 분석으로 자리 잡아왔다. 지난해 말부터 자녀를 공개한 김 위원장이 곧 장남도 관영 매체에 공개해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킬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장남의 등장은커녕 김주애의 재등장만 이뤄지고 있다. 

한 북한 소식통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후계구도가)이제 김주애로 굳어지는 것 같다. 아니라면 이렇게 자주, 많이 김주애를 관영 매체에 등장시키지 않는다. 이미 북한 주민 모두가 김주애를 봤지 않았나”라며 “후계자가 아니라면 저럴 필요가 없다. 북한 주민들이 후에 생길 진짜 후계자와 혼돈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주애가 한두 번 잠깐 나오는 수준이 아닌, 오랜 시간 북한 주민들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이미 그가 후계자로 키워지고 있다는 분석의 기반이 된다. 

<일요시사>와 직접 만난 다수의 북한 관련 취재원들도 한결같이 김주애가 사실상 다음 후계자일 것이라고 봤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남 신변에 모종의 어떤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장녀인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북한과의 소통업무를 맡았던 전직 공직자는 <일요시사>에 “후계 콤플렉스가 있는 김정은은 후계자 양성을 누구보다 빨리 진행시키려했다. 그 주인공은 당연히 장남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김주애로 후계구도가 정해진 모양이다. 장남의 신변에 분명 어떤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아들 장애·사망·혈통? 루머만 무성
동요하는 북 주민들…내란 가능성도

어린 시절 후계자로 지목됐던 장남이 최근 후계구도가 밀린 데 대해 여러 북한 소식통은 그가 장애인이 됐거나 아예 사망했을 것이란 이른바 ‘사망설’을 퍼뜨리기도 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수령이라는 존재를 ’당과 인민대중의 사상의식을 이끌어내는 전일체’로 규정한다. 인민대중이 ‘강건한 지도자’로부터 옳은 지도를 받을 때만 공고한 집단이 될 수 있다는 게 주체사상의 본질이다. 여기서 말하는 강건함은 신체적, 정신적인 강건함 모두를 포함한다.

그러나 새로운 수령이 남들과 다른 조건의 신체와 몸을 가지고 있다면 주체사상의 본질이 뒤틀리게 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남성중심주의가 강한 북한서 김정은의 장녀가 후계자가 된 것에는 모두가 납득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후계자로 지목받았던 장남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어릴 때는 몰랐던 치명적인 병이 발견됐거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장남이 아예 죽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2013년생인 김주애는 여러 매체를 통해 어릴 때부터 선전하고 있는데, 장남은 그 나이 때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왔고, 현재는 생사조차 구분이 되지 않는다”며 “아예 죽었거나 혹은 없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주애보다 세 살 위인 알려진 장남은 올해 만 13세가 됐을 것으로 추측되며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노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김주애가 만 9세 나이 때부터 여러 행사장에 따라다닌 것에 비하면 장남은 이상하리만큼 베일에 쌓여있다.

그는 “이렇게 장남의 존재가 지워질 수 있을까 싶다. 심지어 리설주가 그를 낳았는지 안 낳았는지도 사실 확인이 안 된다. 존재가 없었거나 었어졌거나라고 생각하면 앞뒤가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장애인설, 무존재설, 사망설 등 김정은의 장남에 관해 떠돌고 있는 소문은 무성하다. 모두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후계구도가 완전히 김주애에게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인자
트라우마

북한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한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주애가 이미 주민들에게 ‘각인’됐다고 분석해야 한다. 북한 사회에서는 이렇게 노출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가는 구조”라며 “한국처럼 갑자기 중간에 나와서 지도자가 바뀌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선수교체가 안되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키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왜 김주애를 선택했는지 미스터리지만 김주애가 4대 세습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소문이 난무했던 북한의 4대 세습은 이제 현실화됐다. 무늬만 ‘민주국가’인 김씨 왕국은 미성년자인 딸에게 벌써부터 새 지도자 육성에 들어갔다. 이제 한국은 4세대 리더로 추대되고 있는 김주애가 어떤 인물인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 고작 9세인 김주애에게 한반도의 운명이 달려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배 다른 형제 가능성은?

북한의 첫 여성 지도자 탄생을 두고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고 있다.

사실상 왕국을 건설한 북한이 ‘여왕’의 탄생을 쉽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의구심이다.

일각에선 북한 지도부가 새로운 자녀의 탄생을 기다릴 것이라고 예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북한 관련 취재원은 이 같은 예측 또한 신빙성이 많이 낮다고 주장한다.

김정은의 여성편력이 할아버지나 아버지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김정은의 머리부터 발까지 다 체크한다. 그런데 여자 문제는 하나도 없다. 다른 문제는 여러 가지 일으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여자 관련 이슈는 없었다”며 “리설주가 김정은에게 잘해주어서 그런 것도 있고, 김정은 스스로도 그런 욕구가 적은 편으로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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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