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에 숨은 불법 금융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2.20 13:38:20
  • 호수 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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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끄나풀’ 뒤봐주는 변호사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불법 금융사기가 판치는 세상이다. 이런 사기에 당한 피해자가 인터넷에 글을 올려도 소용이 없다. 바로 ‘명예훼손죄’로 걸려 게시글이 사라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불법 금융사기와 피해자의 싸움은 온라인에서도 지속되지만, 보통은 명예훼손으로 피해자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실정이다. 

명예훼손이란 ▲이름 ▲신분 ▲사회적 지위 ▲인격 등에 해를 끼쳐 손해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명예를 법적으로 말하면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다. 즉, 외부적 명예를 가르킨다. 결국 명예훼손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에 대한 객관적인 사회적 평가를 위법하게 저하하는 행위다. 단순히 주관적으로 명예 감정이 침해됐다는 건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

형법상 명예훼손은 형법 307조에 ‘공연히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명예의 주체는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도 포함된다. 또 ‘공연히’라는 말은 불특정 또는 다수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해, ‘훼손’은 개인 또는 단체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수 있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명예훼손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장선우 선수 사건이 있다. 2015년 10월9일 KT wiz인 장 선수의 전 여자친구가 장 선수가 사석에서 프로야구 관계자와 팬을 비하했다며 장 선수의 상반신 나체 사진을 개인 SNS에 올렸다.

이 사건은 선수 개인의 연애사로 시작해서 동료 뒷담화, 팬들 성적 모욕, 감독 뒷담화, KT 회장 뒷담화 등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인터뷰어를 인신공격하거나 롯데 치어리더와 KT 치어리더를 욕하는 등 사생활도 함께 폭로했다. 이 글에는 치어리더 박기량에 대한 노골적인 성적 비하가 담겨 있어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이 같은 사생활 폭로는 4탄까지 이어졌고, 결국 구단은 “사실 확인 중”이라고 대응했다.

결국 장 선수와 전 여자친구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6년 1월25일 수원지법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장 선수는 징역 8개월, 전 여자친구는 징역 10개월에 구형됐으며 같은 해 2월24일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6년 5월26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서 검찰은 1심 때와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해당 사건에서 대법원은 형법상 명예훼손의 공연성에 대해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사실을 유포했다고 해도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정보통신망법 판례서도 SNS는 개인과 개인의 대화로 기록이 남을 수 있고 쉽게 전달될 수 있어 사적 비밀이 아닌 외부로 전파될 위험성이 항상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명예훼손은 개인과 단체의 명예를 지키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14일 오픈넷(opennet)은 명예훼손·모욕의 형사 고소·고발 건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요청으로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0년 2만2777건에서 2020년 7만9910건으로 약 4배가량 급증했다. 

피해사실 SNS에 올리면 법으로 입막음
사실이라도 성립…악성 업체 보호 역할


이에 비해 동 기간 접수 사건 중 기소로 처리된 건수는 연간 7000건에서 약 1만2000건 사이로 평균 약 1만1000건 수준을 기록해 꾸준한 수치에 유지했다. 이는 대부분 명예훼손·모욕의 고소·고발이 심각한 수준의 인격권 침해가 아니어도 남발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명예훼손·모욕의 고소·고발로 불법·다단계업체가 관계될 수 있는 점이다. 또 현행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있어 피해자가 아닌 제3자도 얼마든지 고발할 수 있다. 결국 공인에 대한 비판적 표현물에 대해 팬덤, 지지단체, 종교단체, 대리단체 등이 고발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은 불법 업체에서 금전적 피해에 빠져 있는 피해자를 두 번 힘들게 한다. 불법 금융(금융사기, 투자사기, 유사수신행위, 금융피라미드)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네이버 ‘백두산’ 카페에는 이런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카페는 지난해부터 ‘명예훼손 게시물’로 지정돼 ‘게시 중단 요청’이 들어간 게시물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 게시 중단 요청 서비스는 네이버 서비스상에서 다른 회원의 게시물이 고객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되는 경우 그 게시물을 임시로 게시 중단 요청을 하는 서비스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에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 제1항에 따른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제44조의 2에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삭제 등을 요청받으면 바로 삭제·임시 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 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게재돼있다.

네이버 명예훼손 게시물 게시 중단 요청은 ▲카페 ▲블로그 ▲지식iN ▲예약 ▲쇼핑 ▲플레이스 ▲뉴스(댓글) ▲증권(댓글) 등에 신청할 수 있다. 게시물 게시 중단을 하면 작성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때 게시중단 요청자에게 관련 내용이 통보된다. 이의신청 검토가 완료되면 게시 중단 조치 30일 뒤 복원된다.

복원된 게시물은 다시 중단할 수 없으나, 추가로 게시물 조치가 필요한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진실?
허위?

네이버 백두산 카페서 중단된 게시물도 이 같은 맥락으로 결정됐다. 물론, 모든 불법 업체가 게시 중단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특정 불법 업체가 상습적으로 게시물 중단을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백두산 카페 대표 대마불사에 따르면, 게시물 중단을 신청하는 불법 업체는 4개다. A 업체는 백두산 카페를 고소했다며 피해자들이 작성한 관련 게시글 삭제를 요청했다. 황당한 것은 연락해 온 곳이 A 업체 대표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를 언론사 대표라고 지칭했고, 통화하면서 게시글을 삭제하라고 욕하기도 했다.

B 업체는 변호사를 선임해 ‘전문적으로’ 게시물 중단을 요청했다.

B 업체 변호사는 백두산 카페에 “대마불사님의 실명이나 주소를 알 수 없어 부득이 상담용으로 공개된 본 이메일로 보낸다. 귀하가 운영하는 카페의 게시판에 발신 의뢰인이 운영하는 B 업체가 사기업체 카테고리로 분류/등재되어 별도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고, 위 게시판에는 B 업체를 비방하는 여러 게시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중 대부분은 허위 정보를 기재해 B 업체를 비방한 글이거나, 기존 회원 중 일부가 빠른 출근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글 또는 경쟁업체 직원이 고객을 빼돌리기 위해 작성한 글이며, 명예훼손 또는 영업방해에 해당하는 불법 게시물이다. 이는 귀하가 카페를 운영하는 공익 목적과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메시지와 함께 해당 업체는 ▲네이버 본사에 게시물에 대한 삭제 청구 ▲게시자에 대한 형사 고소 경고 ▲자사 비방 유튜버를 강남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해당 카페의 피해자는 “B 업체는 전형적인 폰지사기다. 상식적으로 100만원을 투자해서 1년 내에 돌려받고 이후부터 순수익을 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게 사실이라면 은행, 대부업에 받을 수 있는 만큼 대출을 받더라도 해야 하는 것이지 않냐. 투자는 본인이 선택해서 하는 것이지만, 이런데 속아서 피 같은 돈 날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C 업체는 2020년 2월과 2021년 3월에 본사 메일로 자신들은 절대 사기 업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두산 카페 내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고소, 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운영자를 협박했다.

불법 업체
방어 수단

운영자 대마불사도 “C 업체의 사업설명회서 교육받고 이미 투자했다”는 등의 비방과 모함을 일삼았다.


지난해 6월1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사기 등 혐의로 고소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업체 피해자는 “C 업체가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오른다는 상위 사업자 말을 듣고 1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런데 코인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D 업체는 피해자가 게시글을 올리면 바로 게시 중단 처리하곤 했는데 게시판 전체가 게시 중단 글로 채워질 정도였다.

D 업체 피해자는 “이곳은 매월 8~10% 배당금을 지급하는 고수익 투자상품이라는 홍보를 한다. 이에 60대 이상 장년층이 노후자금을 전부 투자한 경우가 많다. 특히 해지나 환불을 원하는 가입자에게 인감도장을 요구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탈퇴를 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마불사는 <일요시사>에 “지난해 11월 게시글 300개가 사라졌다. 글이 많이 올라오면 하루에 100개 정도인데, 3일 치 글이 다 사라진 것이다. 네이버 정책이 그러니 방법이 없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민원을 넣어도 방법이 없다. 네이버도 게시글이 많으니 진위 여부를 다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의신청을 하면 한 달 만에 글이 복구된다. 백두산 카페를 만든 이유가 사기 피해를 알려서 예방하려고 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하니 의욕이 떨어진다”며 “그렇다고 네이버 정책을 없앨 순 없지 않냐. 반대로 정말 명예훼손이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게시글 복구기간을 더 빠르게 하고, 당사자들이 법적으로 싸우면 좋겠다. 이런 업체들의 뒤엔 변호사들이 있는데,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거겠지만 꼭 이런 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나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사례는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는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명예훼손이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더기로 사라지는 게시글 알고 보니…
폰지사기 피해자들도 ‘벙어리 냉가슴’

해당 문제에 대해 박주민·김용민·정필모·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및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오픈넷 주취로 2021년 12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이대로 괜찮은가? 사례를 중심으로 보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죄의 문제점’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토론회서 공개된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삼촌은 미성년인 조카의 몸을 마음대로 만진 성폭력 가해자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괴롭혔다. 결국 조카는 성인이 된 후 심한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았다.

삼촌은 도청 고위공직자로 일했다. 조카는 30년이 지났지만, 늦게나마 삼촌의 잘못을 묻고 싶었다. 2008년 9월 조카는 삼촌이 근무 중인 도청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삼촌의 과거를 남겼다.

조카는 “그런 놈이 우리나라 고위공무원으로 살아도 되는 걸까요? 불쌍한 고아 조카를 6년 동안이나 철저히 유린하고 가족들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죄인으로 살게 만든 사람”이라고 폭로했다.

그러자 삼촌은 조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법원은 조카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판결문에는 “피고인(조카)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에 참작할 바가 없는 것은 아니나,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기 전에 가족들과 대화나 확인 절차를 거치는 등 다른 해결 수단이나 방법이 있음에도 이런 절차가 없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사이트와 삼촌이 근무하는 도청 홈페이지에 글을 바로 게시했다. 공무원인 삼촌이 이 사건으로 겪었을 사회적 평가절하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성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명예훼손이 사실적시 그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에 ‘명예가 훼손될 가능성 사전 차단’을 방법으로 ‘명예 보호를 도모’하는 동시에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형벌로 금지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명예훼손죄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할 경우에 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추구하는 목적의 정당성 및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 측면서 볼 때 과잉금지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진실한 사실의 적시는 사회적으로 명예를 재조정하는 기능을 해서 사회적 의미 차원에서 불법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저울대 오른
두 가지 가치

이어 “이 같은 차원의 사실적시 금지는 추구되는 목적이 과장된 명예나 허명의 보호이지, 진정한 의미의 명예의 보호가 아니다. 과장된 명예, 허명, 체면, 위신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적으로 국가에 의미 지워진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을 후퇴시키는 태도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구성요건의 경우가 아닌,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구성요건의 경우에까지 균형성 심사의 저울대에 ‘명예’와 ‘표현의 자유’라는 두 가치를 올려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단계 IDS홀딩스 고문변호사 기소, 왜?

1조원대 다단계 투자사기 사건을 벌인 IDS홀딩스의 고문변호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신대경 부장검사)는 현직 변호사 A씨를 사기방조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IDS홀딩스 김성훈 전 대표의 변호인이자 회사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검찰은 A씨가 2016년 4~8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와 지점장 등을 상대로 김성훈 대표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고 IDS홀딩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돼 상당한 수익이 기대된다고 여러 차례 강연해 사기 범행을 방조했다고 보고 있다.

‘제2의 조희팔’로 불린 김 전 대표는 2011년 11월∼2016년 8월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 1만여명에게 1조원 넘는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김 전 대표는 IDS홀딩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에게 뇌물 6390만원을 준 혐의로도 기소돼 1·2심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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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