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처럼회’, 왜?

‘각자도생’ 끗발 안 서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직이 규합하고 와해되는 일은 정계서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권력의 이동에 따라 이렇게도 모이고 저렇게도 모이는 정치인들은 본인의 안전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재명과 아이들’이 새해 처음으로 단체 회동을 가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5일, 처럼회 소속 의원 11명, 박찬대 최고위원 등과 함께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모인 이들은 약 두시간가량 함께 시간을 보냈으며 경제 현안과 윤석열정부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합?

회동이 끝난 후 민병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탄압받고 있는데 검찰 공화국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여기에 대해 민주당 역할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했던 처럼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로 ‘강한 야당을 만들자’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안다. 의원들 한 명씩 의견을 타진했고, 이 대표는 주로 경청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여의도에선 이번 회동을 두고 여러 가지 숨은 의도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들은 우선 이 대표가 ‘처럼회’라는 강성 모임을 불러 모아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도모한 것으로 봤다. 검찰 출석을 앞두고 흔들릴 수 있는 지지층들에게 아직도 세가 건실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의 첫 번째 검찰 출석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그는 “지난 출석 때 수십명의 민주당 의원들을 이끌고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기억하지 않나. 그것 또한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이다. 출석 이틀 전, 본인의 핵심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의원들을 골라 만난 모양새”라고 말했다.

새해 첫 대표와의 회동, 불참자 속출
2시간가량 현안과 윤정부 문제점 짚어

그러나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오래전부터 약속된 자리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해당 회동자리는 작년부터 계획된 것으로 처럼회 의원들의 요청으로 이 대표가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자리엔 김용민·황운하·최혜영·장경태·최강욱·윤영덕·양이원영·강민정·민병덕·정필모·김남국 의원 등 거의 대부분의 인원이 참석했다. 

세간의 관심은 불참했던 처럼회 멤버들에게 쏠렸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와 회동이라는 흔치 않은 기회를 잡지 못한 몇몇 처럼회 의원들은 이날 지방 일정이나 다른 행사가 있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이 대표와의 오찬 회동은 꽤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던 사항이다. 일정 조율의 시간은 충분했으며 갈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참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야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처럼회의 결속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전당대회 직후 친명(친 이재명)계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당시와 비교한다면, (결속력이)차이나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검찰에게 집중 수사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또 한편으로 그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화려하게 출범한 친명 지도부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그 힘이 점차 빠져가는 중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친명계가 힘이 빠져감에 따라 처럼회에 속한 이들도 각자 살 궁리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이 대표의 ‘호위무사’라는 이미지가 씌어진 처럼회에는 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원들도 있고, 오찬에 참석한 의원들처럼 끝까지 이 대표를 지키려는 의원들도 존재한다.

우선 충성심이 덜한 처럼회 의원들은 각자 살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본인의 지역구 활동이나 방송 출연에 더 신경을 쓰고 있고 몇몇은 비명(비 이재명)계 인사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친명’이라는 꼬리표를 최대한 희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런 수도 보고 있고, 저런 수도 보고 있다. 다들 현재 분위기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이 대표와 너무 가까운 모양새도 지양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과거와 다른 결집력…몇몇 의원 이탈?
이 대표 지키는 의원들도 ‘동상이몽’

반면 끝까지 이 대표의 곁을 지키고 있는 처럼회 의원들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이 대표 검찰 출석에 동행하고 전면에 나서서 검찰을 비판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부당하다는 것을 당외는 물론, 당내 동료 의원들에게도 어필하고 있으며 이 대표를 지켜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고 설득 중이다.

평론가들은 이들이 이 대표를 옹호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첫 번째는 그와 정치적 입지를 진심으로 함께할 이들이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당시부터 그 기쁨을 함께했던 이들은 이미 당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지도부 자리를 꿰찬 이들은 당내 의원들로부터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을 꾸준히 들어왔지만, 이 같은 원성을 해결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 <일요시사>와 만난 한 비명계 인사는 심지어 ‘순장조 리스트’를 언급하며 이 대표와 함께 보내야할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게 이 대표 지키기는 곧 ‘본인 지키기’와 똑같은 것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다한다면 현재 누리고 있는 정치적 입지가 매우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이 언급한 또 다른 부류는 ‘의리파’ 행세를 하는 의원들이다. 이들은 1년도 안된 이 대표체제를 금방 배신하는 모양새는 정치인으로서 매우 좋지 않은 이미지라고 입을 모은다. 친명계를 떠나지 않는 모습을 친명계 내부뿐 아니라 비명계에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분석이다. 


와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든 친명계는 새로운 국면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을 기다리는 국면이 와해일지, 재결집일지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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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