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간호간병서비스’의 이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02 16:11:54
  • 호수 1408호
  • 댓글 0개

‘월 400만원’ 있으나마나 간병 앱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가족 중 큰 병을 가진 환자가 발생하면 가정의 삶이 무너지면서 가족의 일상은 환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가족 중 누군가의 희생으로 환자를 간병할 수 있다면 다행인 상황이다. 무서울 정도로 비싼 간병비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020년 1월20일에 처음 발생했다. 첫 번째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들어온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후 약 한 달여간 30명에 불과했던 확진자는 같은 해 2월18일, 신천지 대구 교회 신도인 ‘31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 급증했다. 확진자 수가 하루에 수십, 수백명 단위로 가파르게 증가해 한 달 만에 약 8000명으로 늘었다.

모친 암 말기
슬퍼할 겨를도

국내 코로나의 1차 대유행이 있었던 이 시기, 누적 확진자 수는 코로나가 시작된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각국은 중국과 함께 한국을 위험국으로 분류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비상이 걸린 것은 국내 병원들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자 환자들은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은 외래진료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동안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병원 방문을 꺼렸던 탓이다.

실제로 병원을 찾았다가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자택에 대기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고 병원에 입원 중인 가족을 면회한 경우였다.


코로나 확진자가 30분 이상 대학병원 다인실에 머물며 입원 중인 가족과 그 동료 환자, 의료진 등 10여명을 접촉했다. 접촉자는 코로나 진단 검사에서 모두 1차 음성 반응을 보였지만, 백신 접종 후 방호복을 착용했던 의료진을 제외한 다인실 입원환자 6명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2021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 대학병원,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의료기관 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재원 환자의 확진으로 이어져, 병동이 폐쇄되거나 의료 종사자가 접촉자로 격리되는 등 의료 인력과 병상 운영에 부담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의료기관 감염이 백신 미접종자 위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접종하지 않은 입원환자와 간병인, 돌봄 인력 등에 대해 최대한 빠른 접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대학병원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은 2020년 12월14일부터 입원환자의 보호자에게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받는 등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그동안 신규 입원환자 등에 국한해 코로나 검사를 했으나 계속되는 병원 내 집단감염으로 보호자에 대한 검사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무증상 감염자가 적지 않은 탓에 병원들은 경계 태세를 높였다.

간병 일당 최소 14만원∼최고 25만원
해당 서비스는 호스피스 병동만 가능

서울성모병원은 기존 검사 대상이었던 입원환자와 간병인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했다. 환자의 보호자는 코로나 음성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하고, 환자의 보호자가 교대할 경우에도 적용됐다.


특히 재활병원은 요양병원에 머물다 오는 환자가 많은 편이고 대개 입원 기간이 한 달에서 석 달 가까이 되는 편이라 환자, 보호자, 간병인 모두 코로나 확진 여부를 검사했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이미 일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오는 3월부터 조건부 해제된다. 100% 원격 근무와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기업은 다시 내근으로 지침을 바꿨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종교시설은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예배를 시작했다.

현재 바뀌지 않은 것은 병원뿐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병원은 환자 간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환자와 보호자가 간병인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간병인이 환자를 맡기 전 코로나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음성 판정 기간이 72시간으로 짧아 지속적인 검사 비용 부담의 고충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간병인은 12시간 등 단기 환자의 간호,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 간호 등을 거부한다. 

간병인협회 측은 코로나 상황이라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간병인협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간병인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4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에는 간병인 교육조차 할 수 없었다. 환자를 위한 간병인 매칭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다. A씨는 지난달 어머니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A씨의 어머니는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어머니의 병을 알게 된 후 큰 충격을 받았지만 ‘슬픈’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A씨에게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돈이었다. 암 환자는 암 진단 시 ‘본인 일부 부담금 산정특례 제도’와 ‘본인 부담 상한제’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본인 일부 부담금 산정특례 제도는 암 산정특례로 등록된 건강보험 환자에 대해 해당 질환 진료비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부분의 5%만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충격적인
비용 보니…

단, 전액 본인 부담 혹은 선별 급여, 비급여 항목은 제외된다.

‘본인 부담 상한제’는 1년간 환자가 부담한 건강보험 본인 부담 진료비의 총액이 소득수준에 따라 본인 부담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건강보험공단서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다.

여기서 본인 부담 상한액은 지난해 기준 598만원으로 비급여, 선별 급여 등의 항목은 제외된다.


즉, A씨는 어머니의 병원 검사비 및 항암치료비가 아닌 간병비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가 생겼다. A씨의 어머니는 걸을 수 없는 상태로 항암치료 외 재활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하루 간병비는 14만원이 훌쩍 넘었는데 이마저도 가장 싼 비용이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에게 간편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앱)은 A씨 어머니의 상황을 보고 3명의 간병인을 추천했다. 

이 어플은 보호자에게 ▲24시간 간병인지, 24시간 미만 간병인지 ▲간병 장소 ▲코로나 검사의 필요 여부 ▲간병 일수 ▲환자 나이 및 신체 정보 ▲환자 질환 ▲간병이 필요한 이유 ▲병실 종류 ▲전염성 질환자 여부 ▲의식 상태 ▲식사 유무 ▲대소변 해결 상태 ▲마비가 있는지 ▲거동 및 운동 상태 ▲욕창 유무 ▲석션 필요 여부 등을 물었고 바로 간병인을 추천했다.

간병 서비스 제공 어플은 ‘일급 14만3100원’ ‘일급 15만9000원’ ‘일급 26만5000원’의 금액을 제시했다. 세 명은 다른 사람이었고, 이름, 나이, 국적 정보가 함께 기재돼있었다. 이 중 가장 저렴한 일급 14만3100원은 일당 13만원, 하루 식사비 5000원, 거래 업체 수수료 6%(8100원)를 포함한 금액이다. 

이 금액으로 A씨 어머니가 4주 동안 간병을 받으려면 429만3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병원비까지 더하면 한 달 부양비는 800만원을 육박했다.

물론 A씨가 어머니 간병을 직접 해도 된다. 하지만 A씨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를 보살펴야 하는 입장이고, A씨의 형제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 오후 6시까지는 간병이 불가능하다. 24시간 간병 서비스가 아닌 시간제 간병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훨씬 여유로워진다.


불가능한
통증 케어

A씨 형제가 퇴근 후 간병하려고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필요한 시간에 따라 간병인을 고용하는 시간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체로 24시간 상주하는 종일제로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병원은 보호자 간병 자체를 막는 경우도 많다.

결국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400만원이 넘는 간병비를 지불하거나, 대학병원이 아닌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셔서 통원치료를 받는 것이다. A씨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 말기 암 환자인 A씨의 어머니는 일상생활 중 심각한 암성 통증이 동반되는데, 해당 통증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야 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처방 자체가 불가능하다. A씨 어머니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말기 암 환자의 치료는 기한을 알 수 없다. 결국 간병비 등의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었다.

A씨 어머니가 내원하는 대학병원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 있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병원에 상주하지 않고, 병원에 있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24시간 전문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처음부터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A씨 어머니와 같은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서비스다. 해당 병원은 지난해 5월16일 일반병동 525개의 병상 중 총 344개 병상의 간호간병서비스 병상을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또 부속병원 본관 61개 병동(대장암)에 45개 병상, 신관 5A 병동(혈액암)에 41개 병상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설을 완비했다.

해당 병원장은 “이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확대로 이제 일반 병상 대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이 3분의 2에 달하는 수준이다. 암 환자들에게 질 높은 간호간병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만큼 간호·간병 걱정 없는 암 전문 병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가족 아프면 ‘간병 실직’ ‘간병 파산’
간병인 구하려도 없는 상황까지 발생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에 A씨 어머니는 입원할 수 없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말기 암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치료를 중점으로 한다. 결국 항암치료 중인 A씨의 어머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에 입원할 수 없는 것이다. 

A씨는 “현실적으로 대학병원에 어머니가 입원해 있을 수 없다. 암 치료는 얼마나 오랜 기간 치료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 않냐. 그런데 치료비보다 간병비가 너무 비싸서 통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다”며 “간병비 보험이 있다고 듣긴 들었는데, 간병비가 이렇게 심각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돈 때문에 어머니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확대하고 간병인력 법적 근거·관리체계를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간병은 일부 법적·제도적 범주하에서 제공되는 통합서비스를 제외하고 가족 등 민간 간병인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의료기관 633곳(약 6만7000병상)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는 전체 통합서비스 제공 대상 의료기관의 25.6%(병상 기준 26.8%)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이런 상황에서 환자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이나, 가족 구성원의 돌봄 여력 등에 따라 간병 자체를 포기하거나 ‘간병 실직’ ‘간병 파산’ 등 간병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 전체의 건강과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생존마저 위협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보편적 의료서비스로 전면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간병은 전 생애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지원체계가 적절하고 충분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건강 상태나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돌봄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간병 부담을 사회적 연대로 전환시키고 사적 간병을 제도권 내로 포함해 공적 형태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간병인의 자격 기준·업무 범위·인력 수급 방안 등 간병 인력에 관한 법적 근거·관리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간병이 필요한 사람의 안전과 건강권, 간병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지원체계
마련해야

이 밖에 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정책 추진 시 ▲거주지서의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을 줄이기 위한 정책 추진 ▲공공의료기관 중심의 단계적 전면 확대 방안 수립 ▲지역 간 간호 인력 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간호 인력 수급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