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고뭉치 이루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27 10:16:59
  • 호수 14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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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못 속여…그 아버지에 그 아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가수 이루가 지난 19일, 음주 운전으로 방송 활동을 쉬고 자숙 기간을 갖기로 약속했다. 황당한 점은 3개월 전에도 음주 운전을 했었다는 점이다. 당시 동승했던 프로 골퍼는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가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검찰에 송치됐다. 이루는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1983년생 가수 이루(본명 조성현)는 가수 태진아의 아들로, 아버지의 후광을 벗고 실력파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한국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이루’라는 이름도 어머니 성에서 따온 이와 새길 루 자를 조합해 ‘가요계에 이름을 새기겠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아버지를
뛰어넘어?

이루가 가수로 정식 데뷔한 것은 2005년 9월이지만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진 못했다. 데뷔 후 곧 입대했기 때문이다. 2008년 5월1일 25세였던 이루는 논산훈련소로 입소하면서 팬들에게 “갑작스럽게 입대하게 돼 많은 분들께 너무 죄송스럽다. 아쉽지만 대한의 건아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훈련 열심히 받고 잘 다녀오겠다”고 입대 소감을 밝혔다.

제대한 후 이루는 세 번째 앨범을 내 ‘다시 태어나도’ ‘까만 안경’ ‘흰 눈’을 히트시켰다. 특히 ‘까만 안경’은 이루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다.

그는 “‘까만 안경’이 가수로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됐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감정이 잘 전달될까, 깊이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욕심이 많고 치밀한 성격을 지닌 전형적인 AB형의 소유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격과 음악을 향한 열정은 태진아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는 “내 성격은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악바리 근성과 뭔가에 몰입하면 푹 빠지는 집요함을 갖고 있다. 이런 성격은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것이다. 평생 노력파로 살아온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며 “아버지는 나에게 따뜻하면서도 엄격하다. 아버지는 정한 생활규칙을 반드시 지킨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테면 통금시간이 밤 11시여도 친구들과 놀다보면 그 시간을 넘기는 게 쉽지 않냐. 그러나 나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한 번도 어긴 적 없다. 매를 들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약속을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면 눈물이 쏙 나올 만큼 야단을 치셨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루가 ‘실력파 발라드 가수’가 되기까지 그의 발목을 잡은 것 역시 그의 아버지다. 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가수가 되고 싶었다. 이루에 따르면 친형이 사장인 기획사에 아버지와 함께 ‘동료 가수’로 소속돼있었으나 가수가 되기까지의 공식·비공식 절차를 모두 밟았다. 

그는 버클리 음악대학 피아노학과를 휴학하고 한국에서 정식 오디션을 보고 친형 소속사에 들어갔다. 2년 동안 녹음실 청소와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했고, 소속사 작곡가가 발성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라고 지시해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 이 기간이 지난 뒤 소속사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이런 과정 때문일까? 이루는 데뷔 3년 만에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났다. 그는 ‘발라드계의 귀공자’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첫 단독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당시 이루는 콘서트 콘셉트를 스스로 결정할 정도로 자신만의 개성있는 공연을 만들어냈다.

아빠는 착한 운전 캠페인 홍보대사
아들은 음주 운전으로 ‘면허 정지’

이런 그의 인기는 끝나지 않았다. 곧 인도네시아로 진출했고, 인도네시아에서 상상도 못했던 큰 인기를 누렸다. 그 시작은 ‘까만 안경’이었다. 인도네시아 영화사 측에서 영화 OST로 ‘까만 안경’을 써도 되겠냐는 제의를 했고,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동시에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게 됐다.


이때부터 이루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시작됐다. 태진아는 아들을 위해 이루의 얼굴이 새겨진 전단지를 음악 방송 객석마다 직접 나눠줬다. 사람들이 버린 전단지는 다시 주워서 화장실에서 씻었다. 이루는 인도네시아 지상파 방송 토크쇼 <Late Night Show>에서 ‘이루 특집 방송’으로 2시간가량 토크쇼를 진행했다.

오직 이루만을 위한 토크쇼였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태진아와 이루 부자의 사진이 걸렸다. 단독 콘서트는 2만여석이 매진됐고, 이루는 현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나 눈부신 성과도 잠시였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혐의로 이날 입건됐다. 지난 19일 오후 11시25분 강변북로 구리 방향 한남대교-동호대교 부근에서 음주 운전 중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루가 탄 차량은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도됐으며, 동승한 남성은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루는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음주 운전 사고를 낸 것을 인정하고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죄드린다. 지난 20일 보도된 음주 운전 사실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현재 준비 중인 드라마의 제작사 및 방송사 관계자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연예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저를 되돌아보겠다”고 밝혔다.

두 번의
음주 운전

이루는 내년에 방영될 예정이었던 KBS2 새 일일드라마 <비밀의 여자>에 캐스팅됐던 상황이다. 이에 <비밀의 여자> 측은 이루를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 지난 20일 비밀의 여자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비밀의 여자>에 출연 예정이었던 이루가 하차하게 됐음을 알려드린다. 제작진은 시청자분께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직접 음주 운전 사과문을 올리고 방송 활동을 접었지만, 여전히 여론은 냉랭하다.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당시 모습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UN Village Seoul CAM’은 지난 21일 ‘22.12.19 강변북로 사고’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서울 한남동 UN 빌리지 부근에 설치된 CCTV에 찍힌 강변북로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에는 당시의 아찔한 교통사고 장면이 나온다. 지난 19일 오후 11시27분 찍힌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강변북로 구리 방향 한남대교-동호대교 부근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검은색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잃는다. 그 후 비틀거리던 차량은 우측 가드레일에 부딪히며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져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도됐다.

직후 뒤따르는 차들이 멈춰 섰고 다행히 사고 발생 순간 다른 차량과의 추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영상에 담긴 사고 상황이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현장인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상에 담긴 날짜와 시간, 장소가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당시 시각과 일치하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고로 추정된다. 또 사고 직후 차량에서 운전자와 동승자로 보이는 사람까지 2명이 내리는 모습도 영상에 찍혔다. 

황당한 점은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루는 지난 9월에도 음주 운전 혐의로 입건됐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루 대신 본인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여성 프로골퍼가 검찰에 송치됐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18일 범인 도피 혐의로 여성 프로골퍼 A씨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끝없는
구설수

A씨는 지난 9월5일 이루의 음주 운전 혐의 관련 경찰 조사에서 “내가 직접 운전했다”고 진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루는 음주 측정 결과 처벌할 정도의 수치가 나오진 않았다. 이루는 “동승자 A씨가 운전했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며, A씨도 본인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경찰이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이루가 용산구 한남동의 한 술집에서 나와 운전석에 타는 모습이 확인됐다. 하지만 ‘위드마크’에서도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고 범인 도피를 교사한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했다.


반면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A씨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태진아는 이루의 음주 운전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백은영의 골든타임>에서 백은영은 “태진아가 이루의 음주 운전으로 크게 낙심했다고 한다. 도저히 면을 들고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태진아는 충북경찰청의 착한 운전 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한 바 있다.

12년 전에는 이루가 전 여자친구였던 작사가 최모씨와의 이별 과정에서 구설에 휘말린 적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8월27일 최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루와 결별 과정에서 태진아로부터 폭언을 듣고 모욕을 당했다”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발단이 됐다. 당시 최씨는 이루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태진아는 법무법인 ‘원’을 통해 보도자료에서 “최씨를 모욕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1억원의 돈을 요구받았다”고 최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루의 1집 곡 ‘미안해’를 작사한 최씨는 ‘조씨 부자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보여라’는 제목의 미니홈피 글에서 “나이 차가 많지만 이루와 사귀게 됐다. 이루가 종로구청에서 대체 군복무할 당시에도 내 오피스텔을 자주 찾았다”고 주장했다.

3개월 전엔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
드라마 <비밀의 여자> 캐스팅 취소

이어 “나와 이루가 헤어지는 과정을 리드한 태진아가 폭언을 일삼았다. 내 어머니를 만나 헤어지는 대가로 돈을 건넸다. 공개적인 사과를 요청해도 나를 매도하고 협박한다면 이루의 비인간적인 태도를 밝히겠다. 녹취 및 CCTV 자료, 증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원은 “이루와 최씨는 2년 전 잠시 남녀로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날 당시 태진아는 그 사실을 몰랐기에 헤어지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모욕한 사실이 없다”며 “최씨는 올해 초 편지를 보내 태진아에게 돈 1억원을 요구했다. 태진아는 법무법인을 통해 그런 행위가 계속될 경우 법률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으며 최씨와 가족이 용서를 구해 참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씨가 이달 태진아에게 ‘다음 달 초 제가 쓴 책이 나옵니다.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덕담 한마디 들으려 전화드렸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책 출간 과정에서 일종의 홍보를 위해 문제를 일으킨 것 아닌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더 이상의 행동이 계속된다면 명예훼손과 협박 행위에 대해 법률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씨는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루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럼에도 태진아 측은 여전히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0년 9월7일 태진아 측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씨가 그동안의 주장을 모두 철회하는 각서를 작성하고 용서를 구했다. 좋지 않은 일로 대중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최씨는 이루와 오래전 잠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루와의 관계에서 임신을 하거나 유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태진아가 최씨를 모욕했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 최씨는 각서를 통해 “태진아와 이루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치부만
드러나

결국 최씨는 2010년 9월10일 ‘거짓말했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다. 이루의 아이를 가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나팔관 유착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써놓았다. 

최씨는 “태진아 선생님이 내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협박은 없었다. 돈으로 이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한 것도 사실이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렇게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며 파국으로 치달은 폭로전은 결국 최씨의 거짓말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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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