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고뭉치 이루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27 10:16:59
  • 호수 14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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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못 속여…그 아버지에 그 아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가수 이루가 지난 19일, 음주 운전으로 방송 활동을 쉬고 자숙 기간을 갖기로 약속했다. 황당한 점은 3개월 전에도 음주 운전을 했었다는 점이다. 당시 동승했던 프로 골퍼는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가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검찰에 송치됐다. 이루는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1983년생 가수 이루(본명 조성현)는 가수 태진아의 아들로, 아버지의 후광을 벗고 실력파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한국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이루’라는 이름도 어머니 성에서 따온 이와 새길 루 자를 조합해 ‘가요계에 이름을 새기겠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아버지를
뛰어넘어?

이루가 가수로 정식 데뷔한 것은 2005년 9월이지만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진 못했다. 데뷔 후 곧 입대했기 때문이다. 2008년 5월1일 25세였던 이루는 논산훈련소로 입소하면서 팬들에게 “갑작스럽게 입대하게 돼 많은 분들께 너무 죄송스럽다. 아쉽지만 대한의 건아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훈련 열심히 받고 잘 다녀오겠다”고 입대 소감을 밝혔다.

제대한 후 이루는 세 번째 앨범을 내 ‘다시 태어나도’ ‘까만 안경’ ‘흰 눈’을 히트시켰다. 특히 ‘까만 안경’은 이루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다.

그는 “‘까만 안경’이 가수로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됐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감정이 잘 전달될까, 깊이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욕심이 많고 치밀한 성격을 지닌 전형적인 AB형의 소유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격과 음악을 향한 열정은 태진아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는 “내 성격은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악바리 근성과 뭔가에 몰입하면 푹 빠지는 집요함을 갖고 있다. 이런 성격은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것이다. 평생 노력파로 살아온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며 “아버지는 나에게 따뜻하면서도 엄격하다. 아버지는 정한 생활규칙을 반드시 지킨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테면 통금시간이 밤 11시여도 친구들과 놀다보면 그 시간을 넘기는 게 쉽지 않냐. 그러나 나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한 번도 어긴 적 없다. 매를 들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약속을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면 눈물이 쏙 나올 만큼 야단을 치셨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루가 ‘실력파 발라드 가수’가 되기까지 그의 발목을 잡은 것 역시 그의 아버지다. 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가수가 되고 싶었다. 이루에 따르면 친형이 사장인 기획사에 아버지와 함께 ‘동료 가수’로 소속돼있었으나 가수가 되기까지의 공식·비공식 절차를 모두 밟았다. 

그는 버클리 음악대학 피아노학과를 휴학하고 한국에서 정식 오디션을 보고 친형 소속사에 들어갔다. 2년 동안 녹음실 청소와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했고, 소속사 작곡가가 발성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라고 지시해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 이 기간이 지난 뒤 소속사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이런 과정 때문일까? 이루는 데뷔 3년 만에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났다. 그는 ‘발라드계의 귀공자’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첫 단독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당시 이루는 콘서트 콘셉트를 스스로 결정할 정도로 자신만의 개성있는 공연을 만들어냈다.

아빠는 착한 운전 캠페인 홍보대사
아들은 음주 운전으로 ‘면허 정지’

이런 그의 인기는 끝나지 않았다. 곧 인도네시아로 진출했고, 인도네시아에서 상상도 못했던 큰 인기를 누렸다. 그 시작은 ‘까만 안경’이었다. 인도네시아 영화사 측에서 영화 OST로 ‘까만 안경’을 써도 되겠냐는 제의를 했고,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동시에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게 됐다.


이때부터 이루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시작됐다. 태진아는 아들을 위해 이루의 얼굴이 새겨진 전단지를 음악 방송 객석마다 직접 나눠줬다. 사람들이 버린 전단지는 다시 주워서 화장실에서 씻었다. 이루는 인도네시아 지상파 방송 토크쇼 <Late Night Show>에서 ‘이루 특집 방송’으로 2시간가량 토크쇼를 진행했다.

오직 이루만을 위한 토크쇼였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태진아와 이루 부자의 사진이 걸렸다. 단독 콘서트는 2만여석이 매진됐고, 이루는 현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나 눈부신 성과도 잠시였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혐의로 이날 입건됐다. 지난 19일 오후 11시25분 강변북로 구리 방향 한남대교-동호대교 부근에서 음주 운전 중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루가 탄 차량은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도됐으며, 동승한 남성은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루는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음주 운전 사고를 낸 것을 인정하고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죄드린다. 지난 20일 보도된 음주 운전 사실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현재 준비 중인 드라마의 제작사 및 방송사 관계자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연예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저를 되돌아보겠다”고 밝혔다.

두 번의
음주 운전

이루는 내년에 방영될 예정이었던 KBS2 새 일일드라마 <비밀의 여자>에 캐스팅됐던 상황이다. 이에 <비밀의 여자> 측은 이루를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 지난 20일 비밀의 여자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비밀의 여자>에 출연 예정이었던 이루가 하차하게 됐음을 알려드린다. 제작진은 시청자분께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직접 음주 운전 사과문을 올리고 방송 활동을 접었지만, 여전히 여론은 냉랭하다.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당시 모습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UN Village Seoul CAM’은 지난 21일 ‘22.12.19 강변북로 사고’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서울 한남동 UN 빌리지 부근에 설치된 CCTV에 찍힌 강변북로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에는 당시의 아찔한 교통사고 장면이 나온다. 지난 19일 오후 11시27분 찍힌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강변북로 구리 방향 한남대교-동호대교 부근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검은색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잃는다. 그 후 비틀거리던 차량은 우측 가드레일에 부딪히며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져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도됐다.

직후 뒤따르는 차들이 멈춰 섰고 다행히 사고 발생 순간 다른 차량과의 추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영상에 담긴 사고 상황이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현장인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상에 담긴 날짜와 시간, 장소가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당시 시각과 일치하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고로 추정된다. 또 사고 직후 차량에서 운전자와 동승자로 보이는 사람까지 2명이 내리는 모습도 영상에 찍혔다. 

황당한 점은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루는 지난 9월에도 음주 운전 혐의로 입건됐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루 대신 본인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여성 프로골퍼가 검찰에 송치됐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18일 범인 도피 혐의로 여성 프로골퍼 A씨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끝없는
구설수

A씨는 지난 9월5일 이루의 음주 운전 혐의 관련 경찰 조사에서 “내가 직접 운전했다”고 진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루는 음주 측정 결과 처벌할 정도의 수치가 나오진 않았다. 이루는 “동승자 A씨가 운전했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며, A씨도 본인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경찰이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이루가 용산구 한남동의 한 술집에서 나와 운전석에 타는 모습이 확인됐다. 하지만 ‘위드마크’에서도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고 범인 도피를 교사한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했다.


반면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A씨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태진아는 이루의 음주 운전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백은영의 골든타임>에서 백은영은 “태진아가 이루의 음주 운전으로 크게 낙심했다고 한다. 도저히 면을 들고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태진아는 충북경찰청의 착한 운전 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한 바 있다.

12년 전에는 이루가 전 여자친구였던 작사가 최모씨와의 이별 과정에서 구설에 휘말린 적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8월27일 최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루와 결별 과정에서 태진아로부터 폭언을 듣고 모욕을 당했다”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발단이 됐다. 당시 최씨는 이루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태진아는 법무법인 ‘원’을 통해 보도자료에서 “최씨를 모욕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1억원의 돈을 요구받았다”고 최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루의 1집 곡 ‘미안해’를 작사한 최씨는 ‘조씨 부자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보여라’는 제목의 미니홈피 글에서 “나이 차가 많지만 이루와 사귀게 됐다. 이루가 종로구청에서 대체 군복무할 당시에도 내 오피스텔을 자주 찾았다”고 주장했다.

3개월 전엔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
드라마 <비밀의 여자> 캐스팅 취소

이어 “나와 이루가 헤어지는 과정을 리드한 태진아가 폭언을 일삼았다. 내 어머니를 만나 헤어지는 대가로 돈을 건넸다. 공개적인 사과를 요청해도 나를 매도하고 협박한다면 이루의 비인간적인 태도를 밝히겠다. 녹취 및 CCTV 자료, 증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원은 “이루와 최씨는 2년 전 잠시 남녀로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날 당시 태진아는 그 사실을 몰랐기에 헤어지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모욕한 사실이 없다”며 “최씨는 올해 초 편지를 보내 태진아에게 돈 1억원을 요구했다. 태진아는 법무법인을 통해 그런 행위가 계속될 경우 법률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으며 최씨와 가족이 용서를 구해 참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씨가 이달 태진아에게 ‘다음 달 초 제가 쓴 책이 나옵니다.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덕담 한마디 들으려 전화드렸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책 출간 과정에서 일종의 홍보를 위해 문제를 일으킨 것 아닌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더 이상의 행동이 계속된다면 명예훼손과 협박 행위에 대해 법률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씨는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루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럼에도 태진아 측은 여전히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0년 9월7일 태진아 측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씨가 그동안의 주장을 모두 철회하는 각서를 작성하고 용서를 구했다. 좋지 않은 일로 대중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최씨는 이루와 오래전 잠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루와의 관계에서 임신을 하거나 유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태진아가 최씨를 모욕했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 최씨는 각서를 통해 “태진아와 이루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치부만
드러나

결국 최씨는 2010년 9월10일 ‘거짓말했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다. 이루의 아이를 가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나팔관 유착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써놓았다. 

최씨는 “태진아 선생님이 내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협박은 없었다. 돈으로 이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한 것도 사실이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렇게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며 파국으로 치달은 폭로전은 결국 최씨의 거짓말로 종결됐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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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