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진검승부 총결산 - 마지막날 결정된 최후의 승리자

국내 남자프로골프 투어가 끝맺음했다. 배용준이 수상한 신인왕 타이틀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수상 부문의 주인이 가려지지 않았던 KPGA 코리안 투어에서는 김영수가 최종 승자로 우뚝 섰다. 지난해 KPGA 챔피언스 투어 최강자로 우뚝 섰던 김종덕은 올해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김영수(33)가 KPGA 코리안 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정상에 오르며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 등 3관왕에 올랐다. 김영수는 지난달 13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한승수(미국)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둘은 최종합계 24언더파 264타로 승부를 내지 못했고, 곧바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김영수는 18번 홀(파4)에서 펼쳐진 3차 연장전에서 2번째 샷을 홀 가까이에 붙이고 버디를 낚으며 정상에 우뚝 섰다.

치열했던 승부

시즌 2승째를 달성한 김영수는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5915.05점)와 상금 1위(7억9132만324원)로 도약했다. 이 대회 우승 상금은 2억6000만원이다. 특히 2018년 박상현(39)이 작성한 코리안 투어 한 시즌 최다 상금(7억9006만원)을 돌파하며 활짝 웃었다.

아울러 김영수는 1억원의 추가 보너스와 제네시스 차량 1대를 부상으로 받았다. 또한 향후 5년간의 코리안 투어 시드권, DP 월드 투어 1년 시드권을 획득했으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까지 추가로 얻었다.


김영수는 아마추어 시절 유망주로 꼽히던 골퍼였다. 2006-2007년 상비군을 거쳐 2008년엔 국가대표를 지냈고, 2007년 송암배, 익성배, 허정구배 등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아마추어 대회를 모두 우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선 아마추어 시절의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하고 2부 투어인 스릭슨 투어를 오갔다.

그랬던 김영수가 올해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KPGA 코리안 투어 메이저대회인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첫 우승을 차지하며 재기를 알린 데 이어 한 달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기록한 것이다. 

시즌 막판 3개 대회에서 우승-3위-우승의 성적을 썼다. 이로 인해 개인 타이틀 판도를 바꿔버리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김영수, 대상·상금·다승 3관왕
시즌 최종전에서 아름다운 결실

김영수는 “최종전에서 우승을 거두고 제네시스 대상과 제네시스 상금왕 타이틀까지 얻게 돼 기쁘다”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지금까지 참고 기다려왔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정말 행복하다”고 웃었다. 

이어 “솔직히 열심히 계속하다 보면 한 번 정도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고 내 골프 인생이 바뀌었다.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고도 했다.

2020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한승수는 마지막까지 끈질긴 승부를 펼쳤지만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황도연(29)이 3위(21언더파 267타), ‘디펜딩 챔피언’ 김비오가 4위(20언더파 268타)로 대회를 마쳤다.


KPGA 까스텔바작 신인상(명출상)은 배용준(22)에게 돌아갔다. KPGA는 지난달 2일 “까스텔바작 신인상 포인트 부문에서 2490.47로 1위를 달리는 배용준이 장희민(1242.88)을 제치고 신인상 수상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둘의 격차는 1247.59였지만 장희민이 지난달 3일 경북 구미의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개막한 골프존-도레이 오픈(총상금 7억원)에 불참을 결정해 남은 2개 대회에서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신인상 포인트는 우승자에게 900점, 2위에게 480점을 지급한다.

올 시즌 16개 대회에 출전한 배용준은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우승 포함 TOP 10 4회 진입 등 총 13개 대회서 컷통과했다.

현재 제네시스 포인트 4위(4250.46P), 제네시스 상금 순위 11위(3억3636만1962원)에 위치하는 등 데뷔 첫 해 투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습을 보여줬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종료 후에는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자 자격으로 ‘더 CJ컵’에도 출전했다.

배용준은 아마추어 시절인 20 18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2018년 ‘허정구배 제65회 한국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대회’ ‘호심배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2019년 ‘제23회 매경 솔라고배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대회’ ‘제26회 송암배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대회’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배용준, 까스텔바작 신인상 차지
김종덕, 챔피언스 최강 재확인

2020년 11월 KPGA 투어 정회원으로 입회했고 지난해에는 KPGA 코리안 투어와 스릭슨 투어를 병행했다. 지난해 KPGA 코리안 투어 7개 대회에 나서 제네시스 상금 순위 37위에 자리해 이번 시즌 시드를 확보해 투어에 데뷔했다.

배용준은 “투어에 입성한 뒤 처음으로 받게 된 시즌 타이틀인 만큼 기쁘다. 또한 생애 단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이기 때문에 더욱 감격스럽다”며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최종전 최종 라운드의 마지막 홀까지 최선을 다해 시즌을 마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챔피언스 투어 최강자’ 김종덕(61)은 KPGA 챔피언스 투어 상금왕 2연패에 성공했다. 김종덕은 지난달 9일 펼펴진 ‘제27회 한국시니어 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억원, 우승상금 1500만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챔피언스 투어 통산 15승째다.

김종덕은 지난달 8일부터 양일간 제주 애월읍 소재의 타미우스 골프앤빌리지 우드, 레이크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첫째 날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아내 4언더파 68타로 박성필(51), 오세의(55)와 함께 공동 선두에 자리했다.

대회 최종일에도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작성해 최종합계 14언더파 130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김종덕은 시즌 2승을 거뒀다. 올 시즌 KPGA 챔피언스 투어 상금 순위 1위(6475만5513원)를 차지하며 2년 연속 KPGA 챔피언스 투어 상금왕에 등극했다. 통합 포인트 순위 1위(6만4745.51P)에도 올랐다.


영광의 순간

김종덕은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그린 스피드도 빠르고 대회 코스 환경이 선수들에게 플레이하기 최적이었다”며 “차분한 코스 공략이 이틀간 노보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회를 치르기 전 KPGA 챔피언스 투어 상금왕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할 수 있어 기쁨이 더욱 크다”며 “60세 이상의 나이에 현역으로 활동하며 상금왕을 차지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종덕은 이번 우승으로 통산 우승 횟수를 33승(KPGA 코리안 투어 9승, 일본 투어 4승, KPGA 챔피언스 투어 15승, 해외 시니어 투어 5승)으로 늘렸다. 또 2011년 ‘제16회 한국시니어 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2번째 ‘한국시니어 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을 기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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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