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없다면…’ 민주당 새 리더 자천타천 하마평

사공은 많은데 선장이 안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불안한 리더를 내세운 집단은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국회 최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요즘 제1야당의 위엄을 좀처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탓이다. 검찰 수사가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로 빠르게 진척되자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민주당은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당선된 지 반년도 안 된 당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광경이다. 아무리 문제가 있는 리더라도 일정 기간 리더십을 존중해주는 게 그동안 정치권의 관례였다. 더욱이 친명(친 이재명) 지도부가 처음 출범했을 때,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조차 ‘비주류로 살아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기회를 주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내놨고, 친명계도 계파 갈등을 청산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던 참이었다.

불안한 리더
다시 비대위?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거린 건 전당대회가 끝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이 풀려나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더니, 곧이어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까지 구속된 것이다.

검찰은 이제 몸통만 남은 이 대표에게 언제 칼끝을 겨눌지 고심 중이다. 정계 관계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검찰은 민주당이 가장 아파할 시점을 계산해 몸통을 칠 계획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아파할 때를 골라 이 대표를 본격적으로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 속에서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특히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 차례대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는 이 상황에서 결백하다고 선언하고 ‘당에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겠다. 나는 떳떳하기 때문에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대표직을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며 “그러면 상당히 많은 우리 당 지지자와 국민이 ‘역시 이재명이구나’라며 박수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 대표의 직접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과)무관한지 솔직히 잘 알 도리가 없다. 무관하다고 믿고 싶은 것”이라며 “최측근 2명이 연이어 구속된 데 대해 최소한의 유감 표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다만 이 대표의 퇴진과 관련된 주장에 대해선 “(이 대표 퇴진에 대한)당내에 그런 움직임은 없다”며 “클릭 수 늘리는 기사에 주력하는 언론의 병폐”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조 의원의 발언과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시기가 언제가 됐든 이 대표의 사퇴는 막을 수 없는 파도로 보고 있다. 

만일 이 대표의 퇴진이 현실화된다면 민주당은 또 다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다시 비대위’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들은 그 정도의 리스크까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렵게 주류 됐는데…흔들리는 민주당
이 대표 사퇴 시점은? 실권 행사 미지수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은 섣부른 단계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더 나아간다면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정상적인 지도부가 들어선 기간보다 비대위 기간이 더 길다는 것은 뼈아픈 지적이다. 그러나 달리 방도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 친명계의 거센 반발을 이겨내야 하고, 중도층까지 비대위에 합세시켜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균형감과 무게감을 갖춘 비대위원장을 리더로 내세워야 한다.

여차 저차 비대위 구성에 합의한다고 해도 막상 리더에 걸맞지 않은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될 경우, 또 다시 당 대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한차례 비대위원장 물색에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지난 6월 민주당에는 인력난이 불어닥쳤다. 대선을 치르며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대거 잠행에 들어가게 됐고,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의원까지 줄줄이 1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은 재빨리 비대위를 구성해 당의 안정을 도모해야만 했지만, 비대위원장 자리를 맡겠다는 사람들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계파색이 옅고, 의원들을 아우를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나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물망에 올랐고, 민주당은 이들에게 비대위원장 자리를 권유했다.

그러나 제안받은 사람은 모두 고사했다. 실익도 없고 비판만 받을 자리라는 계산 아래서다. 당의 실권이라고 할 수 있는 공천권은 차기 대표가 가져갈 것이고, 극에 달해 있던 갈등을 반감 없이 해결하리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당외에서 인물을 물색하던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에게 민주당의 키를 맡겨야 했다. 이 대표가 물러설 민주당은 그때의 민주당과 매우 닮아 있다. 우선 비대위원장에게 실권이 주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대표의 사퇴 시점이 앞당겨진다면 이후의 전당대회를 개최할 시간이 생기겠지만, 시기가 늦어진다면 비대위원장이 실권을 갖게 된다.

중진 의원
대거 잠행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비대위가 구성되는 시기는 필연적으로 이 대표의 사퇴 시점과 맞물리게 된다. 그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비대위원장의 권한이 크게 차이날 것”이라며 “알다시피 내후년 4월쯤 22대 총선이 있다. 그 전에 전당대회를 계획하고 준비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즉, 이 대표의 사퇴 시점이 총선에 얼마나 바투 있느냐에 따라 비대위원장의 권한이 차이난다는 것이다. 총선 직전의 사퇴라면 비대위원장이 ‘실질적 리더’가 될 것이고, 전당대회 전의 비대위원장이라면 ‘식물 리더’가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또 비대위가 구성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친명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한 사람만 사퇴한 뒤 친명계 지도부 중 한 사람이 직무를 대행해 대표로 일할 수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엔 당 대표 궐위 시 어떻게 지도부가 구성되는지 자세히 기재돼있다.

당헌 제23조 3항에는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중 득표율 순으로 당 대표의 직무를 대행한다’고 적시돼있다.

당헌·당규상 현재 원내대표인 박홍근 의원이나 수석 최고의원인 정청래 의원이 당 대표를 대행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다만 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뒤따른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불통을 이어온 친명계가 리더를 잃는다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의 원성이 더욱 거세지기 마련이다.

거세질 비명계의 ‘지도부 총사퇴’ 요구를 친명계가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을 시점에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이미 극에 달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비대위원장 자리에 올 인물은 이런 계파 갈등의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실익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리스크만 커 보이는 자리에 누가 오려고 할까? 또, 민주당이 생각하는 리더감은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취재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인물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었다. 벌써 일부 세력에서는 조 의원과의 소통을 시작했고, 민주당에 비상상황이 생기면 그를 데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조 의원 측 또한 이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원장 자리
독이 든 성배

조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의원실에 비난과 비판 전화가 많이 왔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민주당에 당 대표나 비대위원으로 와달라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 민주당 의원님들이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요시사>와 만난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조 의원이 새로운 리더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새로운 리더는 우선 현재 지도부인 친명계와 색이 달라야 하고, 본인 나름대로의 뚝심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몇몇 의원은 계파색이 없는 당 외의 새로운 인물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조 의원은 그동안 수차례 현 민주당 주류 세력과 마찰을 빚어왔다. 시작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도입 반대였다. 민주당 입장에선 특검법 도입을 위해서 패스트트랙을 이용해야 했지만, 이를 위한 법사위원의 숫자가 부족했다.

조 의원은 그런 민주당을 도와줄 수 있는 법사위의 ‘키맨’으로 통했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조 의원은 김여사에 대한 특검법 도입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시도를 “쪼잔한 정치쇼”라고 비판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추석 전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주장한 것을 두고 “추석 민심을 그쪽(김 여사 특검) 쪽으로 가져오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치는 그렇게해서는 안 된다”며 “특검법 도입은 보다 진중한 자세로 접근할 문제”라고비판했고, 이때 친명계 지지자들은 조 의원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는 등 매섭게 몰아붙였다.

한동안 조 의원실은 업무가 안될 정도로 친명계 지지자들의 테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매일같이 조 의원실에 항의 전화와 팩스를 보냈고, 간혹 의원실로 협박 택배를 보내 조 의원을 압박했다. 또, 조 의원이 등장한 게시글이나 정치 기사에 악플 세례를 퍼부으며 사이버 테러까지 저질렀다.

비명계, 뚝심 있는 외부인사 누가 있나?
조정훈, 유인태 등 유력 후보군 급부상

이런 어려움에도 조 의원은 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힘들긴 하다. 그런데, 정치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쉬운 길을 가고 그 길을 관리하는 건 공무원들이 할 일이다. 정치는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최근까지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사법 리스크가 더욱 심하게 불거진 것에 대해 “소속 정당을 위해 절벽에서 떨어지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며 당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야권 진영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를 걱정하며 “이 대표가 대표가 된 이후에 ‘나를 따르라’는 리더십보다는 ‘나를 막아달라’는 리더십을 보였다. 일단 멋있게 당대 당 대표직을 내려 놓아야 한다”며 친명 진영과 대립각을 세웠다.

한편, 하마평에는 야권의 원로 인사들도 함께 거론됐다. 지난 6월 이미 거론됐던 유 전 국회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유 전 사무총장은 당시 당 대표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다. (당 대표 제안에 대해)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에선 아직 그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유인태 전 사무총장 같은 인물 정도가 돌아와야 민주당이 재정비될 수 있다”며 “원로급 인사 중 아직 정치활동이 가능한 인물은 현재 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정치활동을 해온 배테랑이다.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경험했던 민주당의 산증인이며 야권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친명계와 비명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민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종종 원로급 인사들이 등판해 당을 재정비했었다. 그런 민주당의 역사를 보면 유 전 사무총장의 등판이 전혀 가능성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엔
원로 인사?

여러 가지 위기를 겪고 있는 민주당은 고민을 없애줄 해결사를 찾고 있다. 조 의원과 유 전 사무총장이 유력한 당대표로 거론되는 가운데, 민주당이 적절한 리더를 찾을 수 있을지 정계가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새 리더가 누가 됐든, 현재 리더가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민주당 재정비의 선결 조건이다. 이 대표는 당을 위해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친문 재정비? 김경수 컴백설

구심점을 잃었다고 평가받는 친문 진영에 최근 새로운 희망이 떠오르고 있다.

신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동시 사면'할 가능성이 떠오르는 것이다.

대통령 사면은 보통 쓸데없는 정쟁을 야기시키지 않기 위해 여야 진영의 인사를 가리지 않고 고루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윤핵관이라 알려진 인물 대부분이 친이명박계 의원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신년 사면은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있는 상태다.

정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한 명만 사면할 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아무리 야당과의 협치를 포기한 정부라도 사면 카드를 일방적으로 쓸 수는 없을 거라는 정치적 계산 아래서다. 

김 전 도지사의 사면이 끝내 문재인정권에서 이루어지지 못했던 만큼, 현재 친문계의 기대는 한껏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두관 의원, 전해철 의원 등이 옥중에 있는 김 전 도지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에서는 이를 두고, “구심점을 잃은 친문계가 다시 세를 합하려 꿈틀대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면 카드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다.

야권의 분열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한다면 김 전 도지사는 피선거권을 즉시 되찾아올 수 있다.

본래대로라면 김 전 도지사는 2028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되지만, 대통령 사면은 그의 피선거권을 즉시 복구시킬 수 있다.

정계 전문가들은 총선 전후로 심각해질 민주당 계파 싸움에 김 전 도지사까지 합세하면 민주당의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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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